멈칫멈칫 구불구불

저절로되어지는몸의언어가있다.
커피를마시려고뭉툭한잔에커피를따르고
그리고커피잔을들고신문을펼친다.

세상을읽는시간,
한참신문을읽다가보니
손이,두손이,
아주겸손하자태로
커피잔을따뜻하게싸안고있다.
커피잔손잡이에있어야할오른손도
둥글고부드러운모습으로컵반쪽을껴안고
왼손역시컵반쪽을껴안은채

편안하고느긋해보인다.
그러고보니컵을사이에두긴했지만
두손이오랜만에만나는것같기도하다.
과장인가…..
손이손을오랜만에만나다니,
거의날마다거의매시간그들은함께하는것을.
두손의동업은세상이다아는일인걸.
그들의분업은너무도절묘한걸.
마치하나인것처럼전혀둘이라는의식조차없이
놀라울만한파트너인걸.
그들은서로를사랑한다는듯자주껴안기도하고
민망하거나부끄러운자리에서면서로를감싸주며너그럽게포옹하기도하는걸,.
아프거나다치면다른한쪽
마치자기다치듯훨씬더신경을써서
많은일을알아서해주기도하는걸,.
어쩌면몸의지체중
가장서로를많이알고
서로에대하여민감하며
서로에대하여익숙한사이일지도,.
알고
익숙하며
예민한사이라면사랑아닌가.
그럼에도불구하고
그둘은서로를찬찬히바라보거나살피거나
서로의이야기를듣거나하질않는다.
세상이다아는그동업자는실제로
아주나이든부부처럼너무나익숙하여아주데면거리는사이.
한번도서로에게관심을가져주거나사랑어린시선을보낸적이없는.
계절이나
시간이나
공기나
꽃처럼
그리고맛있는음식에대하여
전혀감사하지않는것처럼,
어제도있고내일도있으므로
사랑스러워하지않는무딘감정처럼,
아내에대하여남편에대하여딸이나아들,그리고주위사람들
그모든존재들에대하여
‘익숙함’이라는아주버르장머리없는녀석의포로가되어있는데

가을아침

손이정신을차린다.

손은저절로

내정신의어느것도
그손에게명령하지않았는데
따뜻함을찾아서겸손하게무릎꿇는다.

참늙어보인다
하늘길을가면서도무슨생각그리많았던지
함부로곧게뻗어올린가지하나없다
멈칫멈칫구불구불
태양에대한치열한사유에온몸이부르터
늙수그레하나열매는애초부터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남에게건네지않으려는마음다짐
독하게,꽃을,땡감을,떨구며
지나는바람에허튼말내지않고
아니다싶은가지는툭분질러버린다
단호한결단으로가지를다스려
영혼이가벼운새들마저둥지를틀지못하고
앉아깃을쪼며미련떨치는법을배운다
보라
가을머리에인밝은열매들
늙은몸뚱이로어찌그리예쁜열매를매다는지
그뿐
눈바람치면다시알몸으로
죽어버린듯묵묵부답동안거에드는//함민복-감나무

5 Comments

  1. 조르바

    2012년 10월 14일 at 2:48 오후

    손에대해기막히게….역시감동의손구락이말도참잘전해주니감사!!^^

    왼손이하는일오른손이모르게하라는말은?^^
    아무생각말고그냥일만하란소리로갑자기..ㅎㅎ

    멈칫멈칫구부구불~
    나뭇가지뻗어올라가는모양새였군요.

    언제와도감명이^^

       

  2. 소리울

    2012년 10월 14일 at 11:21 오후

    문득나의손을봅니다.그리고많이미안합니다.
    이손을잘건사해야하는데…   

  3. 푸나무

    2012년 10월 15일 at 1:07 오전

    조르바님올만이시다.
    이웃집마실을좀다녀야하는데

    이즈음글올리기도바빠서.
    여전히그맛있는떡은잘만드시는지….   

  4. 푸나무

    2012년 10월 15일 at 1:10 오전

    저두손이많이늙었어요.
    딸래미손보면…
    아나두저렇게공루때가있엇는데
    매끈하고하얗고
    늙는다는것은사방데가우둘투둘해지는것같아요.   

  5. 士雄

    2012년 10월 16일 at 11:57 오전

    세월을이기는장사는어디에도없습니다.
    성형천국이라고하지만나이먹은만큼늙는게사람인데.
    괜한조바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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