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운명이 있다 ㅡ 조선 지식인의 서가…..
BY 푸나무 ON 10. 22, 2012
조선지식인의서가를탐하다
저자
김풍기
출판사
도서출판푸르메(2009년09월18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인문
새벽부터가을비가내리기시작했다.
가을비치고는제법빗줄기가굵어
말라가는나뭇잎들아프겠다….생각하며
정독한
<조선지식인의서가를탐하다>를건들장마처럼헤집는다.
미덕이많은책이다.
우선세네번읽은글머리의마지막문장이좋다.
내운명도짐작하지못하는처지에어찌책의운명을이야기하랴먄
이책이언제까지사람들의벗으로남아있을지자못궁금하다.
이책의무병장수를빈다.
책에도운명이있다는것,
책이사람의벗이라는것,
책도사람처럼병도겪고생명이있다는것,
나는그저책을책으로보는데
그래도어떤상대적개체로는인정할줄알아
첫인상.혹은나와의만남.겨우인연등을생각할때
이작가는책을운명까지지닌…..절대적존재로인정하는,
접근법이다르다.
새롭기도하지만더불어유현하기조차한다.
이단순한시발점이아주전혀다른세상으로인도해가더라는것이다.
하긴맹자선생이아주오래전에
즉책을통해서‘엣선현들을벗으로삼는다(尙友)’했으니….
아주맑은개울물….있다치자.
그개울을건너기위해여기저기징검다리놓여있다치자.
가을하늘맑고서늘하게비치는물가….
물에씻긴징검다리는청결하기그지없는데
맨발로징검다리건너는기분….어떨까,
굳이표현해내자면그렇다는것이다..
이책읽는기분.
책은징검다리고세상은개울이다.
그렇다고그징검다리를맨발로건너는데스릴이전혀없는것도아니니….
1300년대구우가쓴전등신화가우리나라에서어떤모습으로존재했는가?
혹은어떤영향을끼쳤는가?
위로는왕에서부터선비그리고서민에이르기까지
책한권으로살펴보는풍속도가치밀하고논리적이다.
전등신화의영향을받아쓴김시습의금오신화는
멀리일본으로까지건너간다.
금오신화에대한이야기를금오신화에서찾는것이아니라
금오신화를기록한책이나
혹은금오신화를읽은사람의시에서찾아가는길은
어렵고도흥미롭다.
무엇보다우리가살아보지않았던옛시절
지금이야개인들도맘만먹으면순식간에책을만들어내는시절이지만
필사에의하지않고서는
책을접할수없었던시절의책들은
내용도내용이지만
책자체만으로도이미귀할수밖에없던
귀인의풍모를지녔을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왕에의해서
혹은학파에의해서금하기도하고권해지기도햇던수많은글들은
사람의그것과전혀다르지않는생을살아내고있다.
가령기재기이란책은
1986년소재영교수가일본텐리대학에소장되어있는
신광한이쓴단편소설집을발견한것이다.
조선전기소설사에금오신화가있고
그후150여년이지난후홍길동전이나탸나는데
이사이에
기재기이가들어서는것디다
그것도아주이른시기에판각된.
기재기이를쓴신광한은신숙주의손주인데….
즉기재기이를찾아가는길속에서
숨겨진
사람의역사
가문의역사
사회의역사를저자는명석하게짚으며
책의길아니책의삶을아니책의운명을찾아간다.
소설읽는즐거움속에서전기수가나타나고
전기수는글을모르는사람들앞에서책을읽어주었던사람을말하는데
조수삼의기록중전기수를살인하는대목이나타난다.
영웅소설을읽어주던전기수가
소설에너무흠뻑빠진독자에의해살인을당하게되는,
즉책에의몰입이살인으로이르게되는…..사실을전한다.
김풍기는역사적관점뿐아니라
저자의생각도
俗하지않게
고명처럼얹곤하는데괜찮다.
주례사비평을슬며시이야기하면서
춘향전을패러디한책수산광한루기를이야기한다.
분문보다조금더작게써진평비자의짧은평비가더재미있을뿐아나라
색다른해석과다른해설점을제시하기도한다..
덥루어평비를쓴소엄은
광한루기를읽는방법으로네가지를제시하는데
이게아주내맘에든다.
더불어아주시적이다.
술을마시면서읽어기운을북돋우어야하고
거문고를연주하며읽어운치를도와야하고
달을대하고읽어정신을북돋워야하고
꽃을보며읽어격조를도와야한다.
이정도면책을읽지않아도이미책을읽은것과다름없지않을까,
문인들의문장교과서인<문선>에실린이야기
남조양나라원제전쟁에패해도망간성에서14만권에달하는책을불사르게한다.
평생책을사랑하고책과함께살아왔던그는불길속으로뛰어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