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ㅡ 십일 월
BY 푸나무 ON 11. 2, 2012
물이나뭇잎으로검어지는달
산책하기에알맞은달
강물이어는달
민물을거두어들이는달
작은곰의달
기러기날아가는달
모두다사라진것은아닌달
이봐라…물빛이검어졌잖니.이제십일월이구나.
이애산책하기에아주좋구나십일월이야
저기보렴…기러기날아가잖니,우린십일월속에있는거야.
그래도모두사라진것은아니란다.
아직여기햇살도조금…나뭇잎도조금..푸른풀도조금있네.
그러니십일월인게야.
아마도할아버지에게서손자로그손자가다시할아버지가되어
사냥나간아들의아들에게일러주는달력이겠지요..
글이란게오히려…사람의상상력을혹은관찰력을소모시키는게아닌가….
생각되어지는대목이기도합니다.
정말이제십일월이네요.
인디안달력십일월에한두가지더넣는다면.
달볼때마다마음흔들거리는달……
그리고
브람스가생각나는달…
날씨가사람에게미치는영향이아주지대해서
무겁고음습한북구의기운이
독일음악가들의음악조차무겁고음습하게만들었다는글을읽으며고개를끄덕인적이있죠.
지금도그렇지만베르테르현상이보통이아니었다고해요.
베르테르처럼옷을입었고푸른색노란색조끼던가????
그이처럼죽기도하구요.
베르테르처럼괴로워하던`싱클레어`라는청년신학생과함께
어느해겨울
괴테는하르츠를여행하게됩니다.
싱클레어로부터그가겪고있던
인간적갈등을생각하며괴테는시를지었다는군요.
그시가운데일부를브람스가발췌해서`알토랩소디`를지었고.
브람스의사랑이야기야너무나유명하지요.
클라라…영화까지되었으니,
브람스를키워준슈만,그의아내클라라,
열네살이나위인클라라에대한공경의감정은점차연모의정으로변해가고
슈만이죽은뒤에도사랑은여전히이어지지요.
바라보는사랑…..
이즈음사람들로서는이해하기어려운사랑이지요.
……격정이라는것은인간에게있어서자연스러운것이아닙니다.
그것은항상예외인것,소용없는것입니다.이상적인진실된인간은기쁨에있어서나
슬픔에있어서나조용합니다…….
베에토벤은자신의어떤사념이나원하는음들을끝까지밀고나가서터뜨려버렸으나
브람스는그곳까지가기는가나터트리지않고즉시되돌아서는
그래서오히려여향을풍기는절제의음악이라고평자들은이야기하더군요.
베토벤의음악이
‘온세상에자신의승리를알리는웅변조의연설‘이라면,
브람스의음악은‘자신만의비밀을살짝내비치는독백조‘라고도하구요.
그래서더욱심오하고철학적이라는거지요.
클라라를향하여
사람의가장아름다운체험이요,
가장위대한재산이며가장고귀한평생의친구…..
라고불렀던브람스.
그렇게사랑했던클라라의딸율리를브람스는사랑하게됩니다.
짐작이가기도하는대목이기도해요.자주만나는사람들,
오지클라라만바라보던내성적인성향의브람스
클라라..엄마와비슷한그러나더젊고아름다운처녀.
그녀가결국결혼을해떠나고….
괴테의시로브람스는알토랩소디를작곡합니다.
추측컨데
내성적인성향이강한이음울한사나이브람스는
사랑을하는데도
어떤취향이엿보이는것같기도합니다.
약간의맹목이라고나할까,
열두달중
열한번째인십일월은
뒤돌아서서휘적휘적걸어가는사람들의
뒷모습같은달이기도해요.
아버지의뒷모습에서쓸쓸함을읽은것은스물두살때였어요.
그때학교를다니던자췻방에아버지는연락없이들어오셨고
용돈을주신뒤오신것처럼훌쩍일어나시더군요.
나는슬리퍼를끌고아부지배웅을나섰고…
길다란골목길을걸어가시는뒷모습을보면서
왠지가슴이아파왔습니다.
어느집담장위에선은행나무잎들이팔락거리는소리를내며
떨어지고있었고…..
처음느낀감정이라얼른이해할수가없었습니다.
이게,이게무엇일까?왜이렇지?
그런낯선감정이몇번반복되어서야알수있었지요.
아버지의뒷모습에서풍겨나오는쓸쓸함이
내아픔의원인이라는것을….
그쓸쓸함의근원은이제는거의형체뿐인젊음….
아버지에게벌써등을돌리고사라져가고있는
젊음의길다란그림자였다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