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ㅡ 십일 월

물이나뭇잎으로검어지는달

산책하기에알맞은달

강물이어는달

민물을거두어들이는달

작은곰의달

기러기날아가는달

모두다사라진것은아닌달

이봐라물빛이검어졌잖니.이제십일월이구나.

이애산책하기에아주좋구나십일월이야

저기보렴기러기날아가잖니,우린십일월속에있는거야.

그래도모두사라진것은아니란다.

아직여기햇살도조금나뭇잎도조금..푸른풀도조금있네.

그러니십일월인게야.

아마도할아버지에게서손자로그손자가다시할아버지가되어

사냥나간아들의아들에게일러주는달력이겠지요..

글이란게오히려사람의상상력을혹은관찰력을소모시키는게아닌가….

생각되어지는대목이기도합니다.

정말이제십일월이네요.

인디안달력십일월에한두가지더넣는다면.

달볼때마다마음흔들거리는달……

그리고

브람스가생각나는달

날씨가사람에게미치는영향이아주지대해서

무겁고음습한북구의기운이

독일음악가들의음악조차무겁고음습하게만들었다는글을읽으며고개를끄덕인적이있죠.

지금도그렇지만베르테르현상이보통이아니었다고해요.

베르테르처럼옷을입었고푸른색노란색조끼던가????

그이처럼죽기도하구요.

베르테르처럼괴로워하던`싱클레어`라는청년신학생과함께

어느해겨울

괴테는하르츠를여행하게됩니다.

싱클레어로부터그가겪고있던

인간적갈등을생각하며괴테는시를지었다는군요.

그시가운데일부를브람스가발췌해서`알토랩소디`를지었고.

브람스의사랑이야기야너무나유명하지요.

클라라영화까지되었으니,

브람스를키워준슈만,그의아내클라라,

열네살이나위인클라라에대한공경의감정은점차연모의정으로변해가고

슈만이죽은뒤에도사랑은여전히이어지지요.

바라보는사랑…..

이즈음사람들로서는이해하기어려운사랑이지요.

……격정이라는것은인간에게있어서자연스러운것이아닙니다.

그것은항상예외인것,소용없는것입니다.이상적인진실된인간은기쁨에있어서나

슬픔에있어서나조용합니다…….

베에토벤은자신의어떤사념이나원하는음들을끝까지밀고나가서터뜨려버렸으나

브람스는그곳까지가기는가나터트리지않고즉시되돌아서는

그래서오히려여향을풍기는절제의음악이라고평자들은이야기하더군요.

베토벤의음악이

온세상에자신의승리를알리는웅변조의연설이라면,

브람스의음악은자신만의비밀을살짝내비치는독백조라고도하구요.

그래서더욱심오하고철학적이라는거지요.

클라라를향하여

사람의가장아름다운체험이요,

가장위대한재산이며가장고귀한평생의친구…..

라고불렀던브람스.

그렇게사랑했던클라라의딸율리를브람스는사랑하게됩니다.

짐작이가기도하는대목이기도해요.자주만나는사람들,

오지클라라만바라보던내성적인성향의브람스

클라라..엄마와비슷한그러나더젊고아름다운처녀.

그녀가결국결혼을해떠나고….

괴테의시로브람스는알토랩소디를작곡합니다.

추측컨데

내성적인성향이강한이음울한사나이브람스는

사랑을하는데도

어떤취향이엿보이는것같기도합니다.

약간의맹목이라고나할까,

열두달중

열한번째인십일월은

뒤돌아서서휘적휘적걸어가는사람들의

뒷모습같은달이기도해요.

아버지의뒷모습에서쓸쓸함을읽은것은스물두살때였어요.

그때학교를다니던자췻방에아버지는연락없이들어오셨고

용돈을주신뒤오신것처럼훌쩍일어나시더군요.

나는슬리퍼를끌고아부지배웅을나섰고

길다란골목길을걸어가시는뒷모습을보면서

왠지가슴이아파왔습니다.

어느집담장위에선은행나무잎들이팔락거리는소리를내며

떨어지고있었고…..

처음느낀감정이라얼른이해할수가없었습니다.

이게,이게무엇일까?왜이렇지?

그런낯선감정이몇번반복되어서야알수있었지요.

아버지의뒷모습에서풍겨나오는쓸쓸함이

내아픔의원인이라는것을….

그쓸쓸함의근원은이제는거의형체뿐인젊음….

아버지에게벌써등을돌리고사라져가고있는

젊음의길다란그림자였다는것을…..

그리고그제야알수있었지요.

나타인의쓸쓸함을바라볼수있는나이가되었다는것을….

사람의앞모습보다사람의뒷모습이

훨씬더많은이야기를하고있다는것도….

그러면서도평생자신의뒷모습은한번도,

단한번도바라볼수없는인생의아이러니….

이제나

뒷모습이쓸쓸한아버지의나이가되었고……

혹규서는

내뒷모습에서쓸슬함을본적이있는지.

언제나그렇습니다.

십일월만되면….

잊으려고기억들속에꾹꾹눌러담았던사람들이

그들모두가…..

쓸쓸함이란봉인된기억의포장을

십일월이란날선칼로

초록이지쳐오히려화려해지듯

그렇게

사정없이찢어낸채

훠이훠이날아다닙니다.

짧은편지길게읽히우는재주가있다는….

너무시니컬해서뒤돌아선어느친구의엽서글귀도생각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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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알토랩소디

17 Comments

  1. 마이란

    2012년 11월 2일 at 1:49 오전

    한동안
    매달첫날에
    네이티브의달력을소개한적이있었어요.
    그중몇개는아직도마음에남아있는데
    오늘푸나무님이올리신11월,모두다사라진것은아닌달…도그중하나.^^

    10월,내가올때까지기다리라고말하는달…도좋아했어요.

    푸나무님의가을은안녕하신지요?^^
       

  2. 벤조

    2012년 11월 2일 at 3:10 오전

    네.안녕하십니다…라고제가대답하고싶어요.마이란님,ㅎㅎ

       

  3. 데레사

    2012년 11월 2일 at 4:03 오전

    11월이모두다사라진것은아닌달이군요.
    그러면12월은설마모두다사라진달은아니겠지요?

       

  4. 마이란

    2012년 11월 2일 at 7:02 오전

    12월은…

    다른세상의달.
    침묵하는달.
    나무껍질이갈라지는달.
    큰뱀코의달.
    무소유의달.
    큰곰의달.
    중심되는달의동생달.
    늑대가달리는달.
    작은정령들의달.
    칠면조로잔치벌이는달.
    첫눈발이땅에닿는달.
    큰겨울의달.
    물고기어는달.
    존경하는달.
    새끼손가락달.
    하루종일얼어붙는달.
    태양이북쪽으로다시여행을시작하기전에휴식을취하기위해남쪽집으로떠나는달.

    ….이라고제가대신대답하고싶어요,데레사님.ㅎㅎㅎ
    마음에드는표현으로골라서데레사님의12월로명하세요.^^
    전,’주니족’의12월인맨끝의가장긴12월이좋아요,데레사님.

    (아,방금푸나무님과벤조님의가을,모두안녕하시다는문자도착했습니다.띵~!^^)

       

  5. 참나무.

    2012년 11월 2일 at 10:54 오전

    생각나요마이란예전에항상올리던인디언달력…

    브람스이연주는꼭말러닮았지요-더러착각하기도합니다
    독어를모르는무식쟁이라…;;
    푸나무님과비슷하게입력된브람스가글쎄올해개봉된영화에선
    아주희극적인면을부각시켜어찌나생소한지
    -그감독정서를의심하고싶더라니까요…;;

    요즘갱년기증상겪는다시더니…진짜브람스에포옥빠지셨나보다
    포스팅둘…같은음악이네요.   

  6. 푸나무

    2012년 11월 2일 at 1:37 오후

    아이고조블에서젤로반짝거리시는분들께서
    납셔계시군요.
    글이반짝거리니까
    댓글도반짝거리시고…..

    푸나무의가을을물어주시는마이란님…..
    푸아지매가을은
    겉으로는요란바쁨….사람들속에서치어살고
    속으로는황량함입니다.

    벤조님.안녕하십니다.라고대신대답하셧지만
    그것은벤조님의가을이신듯,
    안녕하시다니….다행이지요.
    저는안녕하지못하여오늘도아주힘든몸을이끌고산엘다녀왔습니다.
    네시간을걸었는데
    하신간반은엄청힘들었어요.
    힘듬이
    정신의힘듬을빼줄거라고믿으면서…..

    데레사님의우려는
    귀여우세요.^^*
    모두다사라지고나면그뿐…..이아니라
    다시도모두다새로운것들이밀려오겠지요
    마이란님이올려주신십이월도엄청나네요.
    가장긴달이서정적이긴한데
    존경하는달도괜찮네요.
    원가정리를하루때
    존경은아주필요하지요.

    산에서문자보냇어요.^^*.

       

  7. 푸나무

    2012년 11월 2일 at 1:42 오후

    푸아지매하니…옛날보았던푸지에…
    몽골소녀에대한다큐가생각나네요.
    참나무님은아마보셧을것같애요.
    이비에스에서했던다큐대전의몇년전작품인데…..

    오늘차안에서말러의연가를들었어요.
    자세한곡명은…..^^
    근데말러같지않고
    브람스같다…하며들었거든요.

    다음포스팅에도이음악넣으려구요.ㅎ~
       

  8. 士雄

    2012년 11월 3일 at 12:40 오전

    사라지기도하고살아나기도하고
    그런거아니겠나단순명료하게생각합니다..ㅎㅎ
    너무재미없나요?!   

  9. 말그미

    2012년 11월 3일 at 3:33 오후

    11월,
    모두다사라진것은아닌달!
    맞아요.
    모두사라진것은아닙니다.
    달력의이름을지은미국의원주민은
    참용하기도합니다,지혜롭고요…

       

  10. mutter

    2012년 11월 3일 at 9:00 오후

    글이참좋습니다.
    뒷모습.
    아버님의뒷모습을보셨군요.
    저는남편의뒷모습이보여요.
    쭉정이같은앞모습도보이구요.   

  11. 산성

    2012년 11월 4일 at 10:04 오전

    격정이란것은
    인간에게자연스러운것이아니라는…?
    예외적이고또소용없는…이라는대목에는
    슬퍼지기까지합니다.ㅎㅎ
    이상적인인간은항상그렇게재미없는것이군요.
    무미건조.

    비바람치니…한계절이가는소리.

       

  12. 부엉이

    2012년 11월 4일 at 1:40 오후

    좋은글잘읽었습니다…

    아버지의딋모습,,,쓸쓸한모습을기억하지요,,,   

  13. 푸나무

    2012년 11월 4일 at 11:26 오후

    사웅님.

    복잡한글앞에서는단순명료할것
    단순명료한글앞에서는복잡할것….^^*   

  14. 푸나무

    2012년 11월 4일 at 11:27 오후

    말그미님..
    아무리그래도
    말그미님손주이야기만못하죠…..
    먼뎃손주육아일기보면서…세상참좋다생각해요.   

  15. 푸나무

    2012년 11월 4일 at 11:29 오후

    무터님…
    이젠우리나이가…ㅋㅋ
    그렇죠.
    사물의
    사람의뼈가보일나이에이르렀으니…^^*
    모두다그렇겟지요.   

  16. 푸나무

    2012년 11월 4일 at 11:31 오후

    오래전사람이라…
    희망사항도좀달랐을것같아요.
    지금
    격정열정이대세아닌가요?
    나이들어서도그렇다면문제기는하겠지요만,

    격정을지니신산성님???^^*

    정말오늘아침스산하기그지없는가을비오시네요.무엇을해야할까….   

  17. 푸나무

    2012년 11월 4일 at 11:31 오후

    부엉이님도?

    좋은하루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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