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구석진 방

글을사랑해선지

글은가끔꿈같기도하다.

꿈처럼다가오는,

꿈처럼펼쳐지는,

다정한벗….글은삶속에서피어나는겨운우정같기도하다.

메스트르가누군가와싸움을하지않았더라면

6주간의가택연금을받지않았더라면

지금처럼텔레비전이나스마트폰이있어서그가지루하지않았더라면

어느순간방에관한오디세이….를생각해내지않았더라면,,,,,

내면여행기의대가푸르스트에게도영감을주었고

도스토에스키의지하생활자의수기에도영감을준멋진작품<내방여행>

그가현실과가장친근한벗이되었을때우정처럼그에게다가왔다.

메스트르는말한다.

세상사람들을피해운둔할수있는작고구석진방하나없다면이삶이란것은

얼마나절망적이고슬픈것일까,

하지만다행히작고구석진방하나있다면여행채비를하는데아무것도필요치않다.

작고구석진방

방을생각하다나는구석진방에홀로앉아있는그에게눈이머무른다.

골방에서의섬세하고치밀한,고독하고힘든여행은아닐지라도

혼자….

홀로….

요즈음의꿈이라면,

지니고있는차에밥해먹을간단한취사도구와쌀조금,

오래먹어도괜찮을밑반찬약간과라면몇개그리고커피를준비해떠나는것이다.

잠언처럼명료하지않더라도그래서더좋기도한,

아무것도없는너른들판보다야못하지만

나름대로오래산사람이

삶에대해적은글두세권지닌채훌쩍떠나는것,

춥지도덥지도않은지금한열흘쯤여기저기다녀보는것,

그러다가사람없는들판만나면차세우고나무그늘알맞은곳에앉아서

하염없이너른들판을바라보는것,

그러자면차에커튼도만들어야하고등도하나준비해야하고

한데서잠을자도춥지않을오리털침낭도하나사야하고

무엇보다시골들판에차를세워놓고자다가

무서운짐승이나무서운사람을만날까무서우니

시골파출소앞마당에주차를하는것은어떨까,

설명하기가참복잡하겠다.

순경,어디가시는길이시오?아무데나요,

순경,무엇때문에?그냥요,

질문겸홀소리,모텔에서자는것이더나을텐데….

,저어기,(돈이없어서….라는뉘앙스를풍기는것이편하다.

사실돈주고남이덥던이불덮는것보다는허리가조금불편한것이훨씬더나으니,)

,알아서하슈,…..

허락을한뒤에도순경아저씨는자기동료에게이야기하질않겠는가,

저기이상한아지매가하나왔어,돈사람같지는않은데,돈것같기도하고…..

말이설령들리지않더라도나는내내그사람말이귀에쟁쟁해서

책도잘안읽어지고잠도쉬오지않을것이다.

이런소심함때문에나는오늘도떠나지못한다.

대신빈차에오후햇빛을가득싣고북한산으로간다.

차츰비어져가는들판에가을햇살이눈부시게풍성하다.

늦가을햇살은어느계절보다길고가늘면서도맑다.

사물의이면속을거침없이투과해가는광선이다.

운전보다들판에눈을더빼앗긴다.

주차장에차를대고조금쯤걸어올라가자

거대한,우람한,그러면서도잔잔하기그지없는

느티나무한그루가표표히서서나를바라다본다.

약간기울어진햇살이옆으로길게새어들어와

오히려나무에게신비로운음영을드리워주고있다.

그는금빛햇살에아랫도리를환하게밝힌채나를반겨맞는다.

수줍으면서도당당하게그러면서도진지한눈빛으로날관찰한다.

설마,혹시,당신,

나무와의상견례시당신만나무를바라본다고생각지는않으시겠지.,

오히려나무는오래산자의홀연함과세월을견딘자만이지을수있는

원숙한시선으로당신을깊게은근하게바라볼지니,

나무와조우할때너무많은욕심을내서도안될일이다.

아니낸다고한들도무지무람없는일이될것이다.

존러스킨도뎃생을아주못했다고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뎃생을해야하는이유는

잘그리기위해서가아니라보는법을알기위해서라고했다.

존러스킨의뎃생에대한이야기는삶에대한이야기로확장되기에충분하다.

물론나무에대한이야기로도그윽하기그지없다.

그리하여이제내가아는것은누구나다나무를본다고해서

다보는것은아니라는것정도이다.

하여나는한순간에나를반하게하는나무앞에서면경하게오메!

소리를내뱉지는않는다.잠시숨을훅들이킬뿐이다.

삼백년이넘는시간을한결같이이자리를지키고있다고생각해보라.

봄이오면여린싹젊은엄마처럼내어내고여름엔무성한젖으로키워내고,

가을이면땅으로무참하게돌려보내는

그리고차가운겨울을신음소리한번없이꿋꿋하게버티는아름다운인내의제왕,

아득한나무의우듬지를알것인가,

자라나는가지의결을알것인가,

상처나고짓물렀던곳에생살이돋아난의지를이해할수있을것인가,

저푸르렀던나뭇잎의생을알것인가.

노오랗게변해가며펄럭이며져내리는슬픔을알것인가,

땅속고요한곳에자리하고서서침묵의몸짓으로저거대한

몸을지탱하고있는뿌리의힘을혹꿈이라도꿀수있을것인가,

힘겹게땅으로솟아난나무의뿌리위에

살풋한늦가을의이불이되어주는

상냥한이파리,

그러나아직도싱싱하게숨을쉬는연초록,진초록잎새들,

물들어가는노랑단풍잎이빚어낸놀라운조화로움앞에서

나는서슴없이그의제자가된다.

산길에는말라가는나뭇잎냄새가그득하다.

크고작은잎들의습기가투명한공기속에서형체를지닌채부유하다가

코속으로스며들어오는듯하다.

나는그들을

<소멸에대한회한의향기>

라고이름붙여본다.

메스트르는돈없는혹은돈안드는여행의미덕을

우리에게처음으로깨닫게해준사람이다.

그가쓴내방여행은단어그대로방안에서하는,

그러나끝없는여행이다.

그는당연히여행의목적지보다는여행하는심리에의해

여행이좌우될수있다고여겼다.

아주오랜후의사람인나

그를만나면이렇게말하고싶다.

당신의구석방

나의나무도그리다르지는않지요?

시월말제주도는노오란등의나라였다.

8 Comments

  1. 凸凸峯

    2012년 11월 4일 at 4:05 오후

    가을향기같은글잘읽었습니다.
    뎃상수준이아니라名畵수준…..
    잘그리기가아니라보는법을
    알기위해뎃상을하듯이,나도
    잘쓰기위해서가아니라생각
    하는법을알기위해落書를
    합니다.
    소멸에대한회한의향기가
    예까지날아오는가봅니다.   

  2. 푸나무

    2012년 11월 4일 at 11:36 오후

    오늘아침비가정말추적추적내리고있습니다.
    차갑고서늘한비….
    그렇지않아도깊어가는가을이
    이비에포옥
    아주푸욱
    가을속으로잠기겟습니다.
    그렇게
    고요히가라앉았다가
    눈에덮혀버리겠지요.

    비와반응하는
    소멸에대한회한의반응이어떨까….
    비그으면산으로가봐야겠습니다.   

  3. 士雄

    2012년 11월 5일 at 1:21 오전

    사진을보아서는먹지않아도배부른땅이제주도같습니다.ㅎㅎ   

  4. 쉬리

    2012년 11월 5일 at 6:57 오전

    블러그글들을모아책을만들어도훌륭할것같습니다.

    나무에서익은노란귤은아주맛있을것같습니다.
    퍼런것을따서카바이트에익힌다고하던데요.

    사람도잘익은사람은깊은멋이있지요.
    나이든다고잘익어지는것은아니더라구여.

    여기도비가옵니다.
    비가그치면가을이마무리될려나요   

  5. 벤조

    2012년 11월 5일 at 3:01 오후

    순경:벌금10만원입니다.왜요?
    순경:주차위반.아,돈이없는데요.
    순경:그러면들어가십시요,작고구석진방이있습니다.그래요?고맙습니다.

    Haveagoodtrip!
       

  6. 푸나무

    2012년 11월 6일 at 2:17 오전

    육십넘어…
    .제주도가서살고싶은마음이들던데요.
    사웅님도?^^*   

  7. 푸나무

    2012년 11월 6일 at 2:20 오전

    역시벤조님다운…..
    정말굿트립이겟는걸요.하하,

    사실그곳들어가도책만있다면….
    난견딜수있을것같기도해요.
    혹한국의메스트르????^^*   

  8. 푸나무

    2012년 11월 6일 at 2:21 오전

    이르게출하하려고그럴가요?
    시월말제주도는
    온통자연햇살에익은노란귤천지던데요.

    쉬리님사시는
    필리핀도가을있나요?
    다가오는듯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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