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구석진 방
BY 푸나무 ON 11. 4, 2012
글을사랑해선지
글은가끔꿈같기도하다.
꿈처럼다가오는,
꿈처럼펼쳐지는,
다정한벗….글은삶속에서피어나는겨운우정같기도하다.
메스트르가누군가와싸움을하지않았더라면
6주간의가택연금을받지않았더라면
지금처럼텔레비전이나스마트폰이있어서그가지루하지않았더라면
어느순간방에관한오디세이….를생각해내지않았더라면,,,,,
내면여행기의대가푸르스트에게도영감을주었고
도스토에스키의‘지하생활자의수기’에도영감을준멋진작품<내방여행>은
그가현실과가장친근한벗이되었을때우정처럼그에게다가왔다.
메스트르는말한다.
세상사람들을피해운둔할수있는작고구석진방하나없다면이삶이란것은
얼마나절망적이고슬픈것일까,
하지만다행히작고구석진방하나있다면여행채비를하는데아무것도필요치않다.
작고구석진방…
방을생각하다나는구석진방에홀로앉아있는그에게눈이머무른다.
골방에서의섬세하고치밀한,고독하고힘든여행은아닐지라도
혼자….
홀로….
요즈음의꿈이라면,
지니고있는차에밥해먹을간단한취사도구와쌀조금,
오래먹어도괜찮을밑반찬약간과라면몇개그리고커피를준비해떠나는것이다.
잠언처럼명료하지않더라도그래서더좋기도한,
아무것도없는너른들판보다야못하지만
나름대로오래산사람이
삶에대해적은글두세권지닌채훌쩍떠나는것,
춥지도덥지도않은지금한열흘쯤여기저기다녀보는것,
그러다가사람없는들판만나면차세우고나무그늘알맞은곳에앉아서
하염없이너른들판을바라보는것,
그러자면차에커튼도만들어야하고등도하나준비해야하고
한데서잠을자도춥지않을오리털침낭도하나사야하고
무엇보다시골들판에차를세워놓고자다가
무서운짐승이나무서운사람을만날까무서우니
시골파출소앞마당에주차를하는것은어떨까,
설명하기가참복잡하겠다.
순경,어디가시는길이시오?아무데나요,
순경,무엇때문에?그냥요,
질문겸홀소리,모텔에서자는것이더나을텐데….
아,저어기,(돈이없어서….라는뉘앙스를풍기는것이편하다.
사실돈주고남이덥던이불덮는것보다는허리가조금불편한것이훨씬더나으니,)
아,알아서하슈,…..
허락을한뒤에도순경아저씨는자기동료에게이야기하질않겠는가,
저기이상한아지매가하나왔어,돈사람같지는않은데,돈것같기도하고…..
말이설령들리지않더라도나는내내그사람말이귀에쟁쟁해서
책도잘안읽어지고잠도쉬오지않을것이다.
이런소심함때문에나는오늘도떠나지못한다.
대신빈차에오후햇빛을가득싣고북한산으로간다.
차츰비어져가는들판에가을햇살이눈부시게풍성하다.
늦가을햇살은어느계절보다길고가늘면서도맑다.
사물의이면속을거침없이투과해가는광선이다.
운전보다들판에눈을더빼앗긴다.
주차장에차를대고조금쯤걸어올라가자
거대한,우람한,그러면서도잔잔하기그지없는
느티나무한그루가표표히서서나를바라다본다.
약간기울어진햇살이옆으로길게새어들어와
오히려나무에게신비로운음영을드리워주고있다.
그는금빛햇살에아랫도리를환하게밝힌채나를반겨맞는다.
수줍으면서도당당하게그러면서도진지한눈빛으로날관찰한다.
설마,혹시,당신,
나무와의상견례시당신만나무를바라본다고생각지는않으시겠지.,
오히려나무는오래산자의홀연함과세월을견딘자만이지을수있는
원숙한시선으로당신을깊게은근하게바라볼지니,
나무와조우할때너무많은욕심을내서도안될일이다.
아니낸다고한들도무지무람없는일이될것이다.
존러스킨도뎃생을아주못했다고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뎃생을해야하는이유는
‘잘그리기위해서가아니라보는법을알기위해서“라고했다.
존러스킨의뎃생에대한이야기는삶에대한이야기로확장되기에충분하다.
물론나무에대한이야기로도그윽하기그지없다.
그리하여이제내가아는것은누구나다나무를본다고해서
다보는것은아니라는것정도이다.
하여나는한순간에나를반하게하는나무앞에서면경하게오메!
소리를내뱉지는않는다.잠시숨을훅들이킬뿐이다.
삼백년이넘는시간을한결같이이자리를지키고있다고생각해보라.
봄이오면여린싹젊은엄마처럼내어내고여름엔무성한젖으로키워내고,
가을이면땅으로무참하게돌려보내는
그리고차가운겨울을신음소리한번없이꿋꿋하게버티는아름다운인내의제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