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뿌리없는 풀

초가집한채마음속에살아있다.

기억나지않는시간으로부터

초등학교일학년때까지산집.

그러니물경

50년도넘은시간의저쪽이다.

날낳으시고울엄마아부지가장만하신집..

그집마루에서찍은

돌도안된나와지금의나보다너무너무젊은울엄마

그리고아주인형처럼이뻤다던울언니가

만화입술을하고찍은사진도있다.만화입술이뭐냐하믄

일자로꼭다문입술을말하는데….

그런단어가실제로있나,궁금해진다.

영화도아닌데엑스트라도있다.

언니친구였다는경자.

집은초가집이었지만

마당은옛집들이다그러하듯넓었고

장독대와감나무가있었고텃밭과뒤안에는돼지막도있었다.

비온뒷날

어느결고운빗자루보다더곱게

빗줄기가쓸어놓은땅위에서

감꽃을줍는간단꾸입은어린아이가눈에보인다.

그아이살결이하도하예서

사둔할머니가그러셨다는군..

니네엄마가으디장사라도다니다가낳았더라면니아이노꾸라고의심받겠다.

그아이

머리를뽀글거리게파마를했는데…..

지금생각해보니그시골에서그옜날에

울엄마어떻게파마를시켰는지

하여간그초가집과는전혀어울리지않게

대문과연이어있는헛간그리고그옆에목욕탕이있었다.

목욕탕에서사우나,이제는스파로단어들옮겨가있지만

우리집목욕탕은진짜목욕탕..

바깥아궁이에다가불을땐다.

목욕탕은아래쪽은쇠솥이있고그솥위로

시멘트로목욕통이만들어져있는,.

그통안에들어가면발이쇠솥에당근데이겠지.

그래서목욕통안에는언제나넓은통나무가하나떠있다.

그통나무를밟고목욕탕으로들어가시고

그리고나는아부지가탕속으로들어가서

통나무위로자리를잡으신후팔을내밀면아부지한테안겨

아부지와함께목욕을하곤했다.

물은뜨거웠다.

아궁이에서는계속불이뭉근하게타오르고있으니까….

그런목욕을

일주일에한번씩했다.

다른사람들은추석혹은설날이면

땔감을지고우리집으로목욕을하러오곤했다.

마당에펌푸샘이있었으니까,…

아이고시원하다

우리막둥이는뜨거운것도잘참어!

목욕을하고나면엄마는수건을가지고있다가나를품에안으셨고

그럴때마다아부지가하셨던말씀.

아마오리라는별명을갖게된근원이거기에있지않을까?

그러니울아부지는내평생에지니고살아야할

어떤성향을하나만들어주신것이다.

그러나울아부지

울엄마에게는참거시기한남편이었다.

그시절

법없어도사실냥반,

남이술한잔사면세잔은사주어야직성이풀리시는분.

대게이런분들

밖에다에너지다쏟아버리고집엘들어오시면

아내한테줄수있는거라고는퉁명뿐이다.

그런데도

울엄마그러셨다.

울아부지그렇게도많이엄마속을상하게하심에도불구하고

다음날술이깬아부지께서맑은정신으로흔연덕스럽게

어이,머시그라고그란가?

이렇게순한목소리로말을붙여오면

언제그랬냐싶게미운감정들이

순식간에사라져버린다고..

"내가말이다그라고보믄평생느그아부지를짝사랑했는갑서야."

언제나그집을떠올리면

한겨울밤새내아무도모르게내린함박눈생각이함께난다.

마당에도그펌푸샘가에도

그리고무엇보다장독대위에소복하게쌓여있는함박눈들은

마치쌓인눈들의집처럼아늑하고고와보였다.

눈내린뒷날의햇살은어쩌면그리도맑은지…..

아무리늦게들어오신날이라해도

울아부지기상시간은일정하셧다.

하긴출근을하셔야했으니

뒷방에서자던오빠들깨워내고

언니와나까지모두일어난다..

막내인나는

아랫목에이불덮고앉아있는것은허락하시고

오빠들언니는밖으로세수하라며내몰린다.

그리고아버지는이불을개시고

비로방을쓸기시작하신다.

마루에들이차던맑고투명한겨울햇살….

햇살속에서먼지들춤추기시작한다.

,먼지도저렇게살아있구나.

기억속에서조립된생각이겠지.

머어린아이가그런생각까지했을라구,.

다정한남편은아니었으되

그래도신식남편이시긴한건가.

그시절비틀고청소를하시었으니….

다들마당으로나가야하지만

이불덮고방에앉아있던막내근성이

지금까지도잔존해서옛집을향하게하는지,

이미북한산의

귀룽나무는벌써옷을다아벗고

무심하게하늘바라다보고있는데

초록도지친후라이젠시들어가는데…..

연나라사람인데초나라에서자라난사람이

늙어서고향으로돌아오게되었는데

같이오는사람이그를놀래줄생각으로

여기가연나라일세.

하니얼굴표정바뀌고

저기가자네사당일세,하니

한숨을내어쉬고

저묘가자네조상묠세하니

눈물이주르….

하하웃은뒤아직연나라에도착도안했다네.

실제그사람연나라,

자기고향에가서조상의묘와사당을보았으나

이전의슬픔과는달리하나도슬프지않았다는

열자속의

‘슬픔은뿌리없는풀’이라는

시니컬한혹은슬픔을통찰해내는

짧은이야기가문득생각나는날.

사진은노을공원내의산사나무와그곳에서바라본한강다리….

13 Comments

  1. 마이란

    2012년 11월 9일 at 1:42 오전

    마치
    앞에푸나무님앉으셔서
    조근조근말씀해주시는것처럼
    턱괴고
    내내미소지으며
    가끔눈물도그렁거릴락말락하면서

    그렇게읽었어요.
    너무좋아서…^^

    가을타시는지
    뿌리없는슬픔속에서말랑말랑해진푸나무님마음에덩달아기대는맛…
    행복해요.^^

    푸나무님의가을은지금
    안녕히잘가고있는중…
    저물기위해서타오르던단풍처럼…^^

       

  2. 푸나무

    2012년 11월 9일 at 1:52 오전

    그러고보니우리지난번만난후
    마이란님그러셧잖아.
    이다음엔내이야기마듣겠다고….

    이렇게다해버리니무슨할이야기가있으려나모르겠네…..

    캐나다가을은어떤데요.
    그리고마이란님가을은…

    난어제도산에가려다가못갔고
    오늘도못가려나……

    바람난여인
    연인만나려면무척부지런해야하는데….
    이렇게게을러서야….
    내연인
    내가만나러안가면다른예쁜여인에게눈돌리려나…
    설마그렇게지조없으려고…..   

  3. 산성

    2012년 11월 9일 at 1:06 오후

    슬픔은뿌리없는풀…이기도하지만
    아무데나뿌리내리는,아주성가신풀이기도…
    그풀이대책없이아무데나들러붙기도하고
    걷어낼수없이지들끼리엉겨…ㅎㅎ
    그만해야지…

    아이노꾸,어려서저도듣던별명입니다.
    뽀글파마하지도않았는데노랑거리는머리색때문에…

    마루에들이차던맑고투명한햇살,하시니
    금새강진만이내다보이던백련사언저리로…

    밤기운이많이서늘~해요.

       

  4. 참나무.

    2012년 11월 9일 at 1:29 오후

    그런목욕탕저도기억합니다
    -노천탕생각이또나는데요…쯧
    다름아니옵고…
    평생짝사랑하셨다는어머님께드리는선물가지고왔습니다

    어제하루종일예당에서해지는것도모르고실컷놀다
    이거보자마자선물해야겠다싶던걸요…맘에안드시면물려도됩니다

    http://blog.chosun.com/web_file/blog/9/11009/62/20121109_221512_10679153688a7652fe1cc7d9f9040ddd.jpg

       

  5. summer moon

    2012년 11월 10일 at 9:30 오후

    쉽게눈돌리고싶지않고
    오랫동안머물러바라보고싶은아름다운풍경을
    보고있는것만같아요

    세상엔이렇게
    부러운’슬픔’도있구나하고혼잣말도하고…   

  6. 푸나무

    2012년 11월 11일 at 3:18 오후

    산성님강진에가셔셔….
    다산초당은안가셨어요?
    길이조금가파른듯해도….가을에아주좋았을텐데….

    작년엔가아주오램나에동창을만낫는데
    그러더군요.
    너머리가까매졌어..
    (흰머리염색하노라)
    너눈이작아졌어
    (늙어서…)
    ㅋㅋ

    오늘밤은더서늘한데요……   

  7. 푸나무

    2012년 11월 11일 at 3:20 오후

    아,울엄마선물……
    감사하옵니다.
    제가먼저더맘에드는걸요.
    채송화엄마….이야기는엄마에게해드렷는데
    이시이야기도해드려야겠습니다.
    울엄마그럴때는수줍게웃으셔요.   

  8. 푸나무

    2012년 11월 11일 at 3:21 오후

    오화가성생님이왕림하셨네요.
    자주댁에가서
    미술에대한식견을
    쌓아야겠습니다..   

  9. 벤조

    2012년 11월 12일 at 2:26 오전

    ‘맑고투명한햇살에놀아나는먼지’는
    그때의생각이아닐거예요.왜냐하면
    나도지금에야무릎을탁,쳤으니까…
       

  10.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2:04 오전

    맞아요,
    그럴거에요.
    …..
    기억은그러고보면현재일수도있겠어요.   

  11. 조르바

    2012년 11월 14일 at 11:33 오전

    어머나그목간통울시골집에도…
    저도문득문득그목간통에들어앉아도닦듯흥얼거리던기억
    작은창으로빛도들어오면더좋고…푸근한기억떠올리며쓰고싶었는데…맘만…ㅋ
    지금은헛간으로쓰이지만아직도있어요..^^   

  12.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2:55 오후

    조르바님도커다란통나무…..기억나요?
    그게ㅁ루가득부은목욕탕에뜨면잘가라앉질않았어요.
    아부지가한참잘겨냥을해서깔고앉으셨죠.

    참아득한일이네요.
    우린그집은초딩때떠났어요.   

  13. 좋은날

    2012년 11월 19일 at 1:19 오전

    조분조분한옛이야기를듣는
    노변정담구수하던
    할무니턱아래에앉았다일어난기분입니다.

    슬픔의정의.

    전적으로동의를합니다.
    어디에나마음의빈자리를비집고들어와앉는슬픔이라는것.

    나이가들어가면서시시때때로찾아들곤합니다.
    노모님땀시엊저녁내한숨도못자고
    병원에댕겨올려고출근도오후로미루고앉아
    슬픔으로가득찬가슴에서나오는한숨소리만듣습니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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