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뿌리없는 풀
BY 푸나무 ON 11. 9, 2012
초가집한채마음속에살아있다.
기억나지않는시간으로부터
초등학교일학년때까지산집.
그러니물경
50년도넘은시간의저쪽이다.
날낳으시고울엄마아부지가장만하신집..
그집마루에서찍은
돌도안된나와지금의나보다너무너무젊은울엄마
그리고아주인형처럼이뻤다던울언니가
만화입술을하고찍은사진도있다.만화입술이뭐냐하믄
일자로꼭다문입술을말하는데….
그런단어가실제로있나,궁금해진다.
영화도아닌데엑스트라도있다.
언니친구였다는경자.
집은초가집이었지만
마당은옛집들이다그러하듯넓었고
장독대와감나무가있었고텃밭과뒤안에는돼지막도있었다.
비온뒷날
어느결고운빗자루보다더곱게
빗줄기가쓸어놓은땅위에서
감꽃을줍는간단꾸입은어린아이가눈에보인다.
그아이살결이하도하예서
사둔할머니가그러셨다는군..
니네엄마가으디장사라도다니다가낳았더라면니아이노꾸라고의심받겠다.
그아이
머리를뽀글거리게파마를했는데…..
지금생각해보니그시골에서그옜날에
울엄마어떻게파마를시켰는지
하여간그초가집과는전혀어울리지않게
대문과연이어있는헛간그리고그옆에목욕탕이있었다.
목욕탕에서사우나,이제는스파로단어들옮겨가있지만
우리집목욕탕은진짜목욕탕..
바깥아궁이에다가불을땐다.
목욕탕은아래쪽은쇠솥이있고그솥위로
시멘트로목욕통이만들어져있는,.
그통안에들어가면발이쇠솥에당근데이겠지.
그래서목욕통안에는언제나넓은통나무가하나떠있다.
그통나무를밟고목욕탕으로들어가시고
그리고나는아부지가탕속으로들어가서
통나무위로자리를잡으신후팔을내밀면아부지한테안겨
아부지와함께목욕을하곤했다.
물은뜨거웠다.
아궁이에서는계속불이뭉근하게타오르고있으니까….
그런목욕을
일주일에한번씩했다.
다른사람들은추석혹은설날이면
땔감을지고우리집으로목욕을하러오곤했다.
마당에펌푸샘이있었으니까,…
아이고시원하다
우리막둥이는뜨거운것도잘참어!
목욕을하고나면엄마는수건을가지고있다가나를품에안으셨고
그럴때마다아부지가하셨던말씀.
아마오리라는별명을갖게된근원이거기에있지않을까?
그러니울아부지는내평생에지니고살아야할
어떤성향을하나만들어주신것이다.
그러나울아부지
울엄마에게는참거시기한남편이었다.
그시절
법없어도사실냥반,
남이술한잔사면세잔은사주어야직성이풀리시는분.
대게이런분들
밖에다에너지다쏟아버리고집엘들어오시면
아내한테줄수있는거라고는‘퉁명‘뿐이다.
그런데도
울엄마그러셨다.
울아부지그렇게도많이엄마속을상하게하심에도불구하고
다음날술이깬아부지께서맑은정신으로흔연덕스럽게
어이,머시그라고그란가?
이렇게순한목소리로말을붙여오면
언제그랬냐싶게미운감정들이
순식간에사라져버린다고..
"내가말이다그라고보믄평생느그아부지를짝사랑했는갑서야."
언제나그집을떠올리면
한겨울밤새내아무도모르게내린함박눈생각이함께난다.
마당에도그펌푸샘가에도
그리고무엇보다장독대위에소복하게쌓여있는함박눈들은
마치쌓인눈들의집처럼아늑하고고와보였다.
눈내린뒷날의햇살은어쩌면그리도맑은지…..
아무리늦게들어오신날이라해도
울아부지기상시간은일정하셧다.
하긴출근을하셔야했으니
뒷방에서자던오빠들깨워내고
언니와나까지모두일어난다..
막내인나는
아랫목에이불덮고앉아있는것은허락하시고
오빠들언니는밖으로세수하라며내몰린다.
그리고아버지는이불을개시고
비로방을쓸기시작하신다.
마루에들이차던맑고투명한겨울햇살….
햇살속에서먼지들춤추기시작한다.
아,먼지도저렇게살아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