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 눈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오늘나는첫눈을맞았다.

아니첫눈을맞이했다.

맞이하러갔다.

감히첫눈은꿈도꾸지않았다.

가을을보내려하는마음에어찌눈이깃들이리.

만추가득들이찬내게어느순간눈이다가왔다.

첫눈은순후했다.

고왔다.

여렸다.

아눈와요.여기……

눈을사랑할만한,

혹은눈을보고좋아하는나를기억하는이에게

문자를넣는순간

순식간에온것처럼눈은흔적도없이사라졌다.

20121113일오후두시삼십칠분이었다.

변함없음을자연의가장큰미덕으로치지만

밝은눈으로보면

산은어제다르고오늘다르다.

아니매순간이변화자체인지도모른다.

깊은가을에서겨울로향하는여정중.

오늘북한산은

며칠전과도확연히달랐다.

잎진나무들사이로여름내보이지않던땅과바위들이융기해서낯설었고

보이지않던산의갈기들은능선위에선명했다.

고요하고장중했다.

진관사를거쳐응봉능선을오르는데아무도없었다.

도심속가로수잎들이여기저기소란스레굴러다니는것과는달리

산속낙엽들은여여하다.

져내린낙엽들은땅으로의귀환을위해

완벽한소멸을꿈꾸는듯묵상중이다.

내발자국소리가벗을청해왔다.

채지지못한나뭇잎하나가팔락~거리며져내렸다.

공기를가르며내는낙엽지는소리는음의어디쯤일까?

응봉은북한산자락의봉우리중가장빨리올라가는봉우리일것이다.

그대신처음은탱탱한청량고추덥석베어문것처럼맵다.

가쁜숨을쉬며오르다가

갈참나무물갬나무….싸리나무……

이파리들을담는다.

새싹만어여쁜게아니다.

빛아래서면수수하기그지없는밤색잎들도

오묘한빛을내보인다.

숨어있는색을밝히보이게하는것이빛이다.

모든것을투과하는빛만이할수있는행위

하다못해저엷은나뭇잎조차저리다른색을품고있으니

어둡고습한사람들속이야…..어찌하랴,

그러니내가산을걷는행위는

어쩌면

나뭇잎이

자신을투과해가는빛과만나는일일지도모른다.

빛이투명하게나뭇잎을직시할때

비록시들어가는이파리라할지라도가장아름다운빛을나타내듯이

혹시나도…….

기대하며걷는것,

응봉을지나면사모바위까지약간의오르락내리락이있지만능선이다.

마치하늘아래바로닿아있는공원처럼탁트인길,.

걸을수있다는것에대한감사가새록새록일어나는길이다.

오른쪽으로는향로봉가는능선과함께….산그리메선연하고

왼쪽으로는깊은골짜기와함께바위병풍울울이다.

몇번의높다란바위들을오르다보면

삼각산동두렷이떠오른다.

눈이피곤하면손가락세개를대고가만히눈을문지른다.

그러면감은눈저속에서

김환기의그림이나타난다.

블랙같은딥블루

단순화된사슴과

둥그런달을가르는아이.

어디에서바라보아도

삼각산은동두렷하게떠오르는데달과함께이다.

그것도만월.

희디흰바위들은달빛때문이야.

능선위에서자바람소리가달라졌다

바람이어디서오는가…..

혹시바람도숨어있는옹달샘처럼

골짝어딘가에고여있다가불어오는것인가.

햇살의공평함못지않게바람도공평하여

산에존재하는모든것들을흔들어댄다.

흔들림의아름다움이라니…..

이파리들가득매달려서흔들리는것도아름답지만

비인가지흔들리는모습도못지않다.

흔들림자체의매혹같은것…..

나는그래서가끔산에서면바람든사람을이해하게된다.

저렇게흔들리리….

드디어사모바위다

비봉까지0,4킬로…..

비봉가는길로내려서자….하늘이갑자기어두워졌다.

그리고다시눈이흩날리기시작했다.

수직으로내리는눈이아니라수평으로내리는듯…..

눈은땅을향하여내리는게아니라

산어디쯤을향하여가는것같았다..

바람을타고횡으로날아갔다.

다시또날아오고…..

세상에눈이들어차니…..

그제서야보이기시작한공간……

조각들

그래서보르헤스는죽지않는사람들에서

죽음이혹은그에대한언급이

사람을애처럽고사랑스럽게만든다고말했을까.

눈이날리니그제야빈공간을느끼게되고….

그러니눈이없는공간은

무엇이었을까,

눈을보며

볼때

내안에

나도인지하지못했던

생래적인기쁨,

저혼자반응하는,

그기쁨은

혹은즐거움은

아니生氣

나의의지나지성,

혹은이성과는별무상관인

천혜,

오직저스스로뿜어져나와오히려나를물들이는

아름답고자연스러운감동이었다.

스토리에이어져나온감동이아니라

아무도모르게설치해놓은폭탄이갑자기터지듯

그렇게솟아나오는감동..

원초적….생령의현현이라고나할까,

지나가던여인에게말했다.

,너무좋죠.

그녀도대답했다.

정말좋아요.

지나가던남자가말햇다.

엄청난복받으신거에요.

네에

나도한두옥타브는높게올라간음성으로활짝웃으며대답했다.

만추의가을날

시들은나뭇잎찍던날.

북한산비봉에서

2012년첫눈은그렇게내게로왔다.

23 Comments

  1. 凸凸峯

    2012년 11월 13일 at 6:05 오후

    初雪은
    初經처럼
    살짝비쳤다가
    스러지는가봅니다.
    그래서
    설레이기도하구요.
       

  2. mutter

    2012년 11월 13일 at 6:35 오후

    글도아름답고
    사진도작품입니다.
    글도쓰는이의능력에따라
    저렇게아름다울수있군요.   

  3. 士雄

    2012년 11월 13일 at 6:38 오후

    북한산에첫눈이왔다는거군요.

    언젠가동해안호텔에서일출을보기위해일찍일어나뉴스를보니
    폭설이내닐것이라고하더니눈발이보이기시작했습니다.
    서울로돌아오는길이눈에막힐까봐급히서둘러짐을꾸려서
    미시령을넘는데그정상에서폭설을만났습니다.
    대단했습니다.순식간에눈이쌓이고..ㅎㅎ
    그렇게내린눈을밟으며미시령을넘었습니다.   

  4. 벤조

    2012년 11월 13일 at 7:44 오후

    요담엘랑좀담아오시우…
       

  5. 데레사

    2012년 11월 14일 at 12:21 오전

    어째눈은마음속에만담으셨나봐요.
    벤조님말처럼요담에는좀담아와요하고싶어요.
    눈이내렸다고뉴스에서는했는데저는못봤거든요.

    날씨가쌀쌀해지네요.감기조심하시고요.   

  6. 八月花

    2012년 11월 14일 at 12:57 오전

    첫눈이내렸다는데..그냥소문으로…ㅎㅎ   

  7.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1:40 오전

    初雪은
    初經처럼
    살짝비쳤다가
    스러지는가봅니다
    ******
    이걸어덯게아실까?^^*
    초경이라하니…중학교삼학년가을코스모스밭으로저를데려가는군요.
    설렘은모르겟고
    엄만그러셧어요.
    아이고,인제편한시상다살았다…..
    어른이된다는것은편한시상과의단절인가….
    동화같은이야깁니다.
    하두오래전일이라….^^*   

  8.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1:41 오전

    무터님너무상찬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끔저두
    고래인지칭찬이필요해요.
    더군다나갑장님의칭찬은좋군요.
    무터님뜨락에도가을이포옥깊어가고있겠습니다.   

  9.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1:42 오전

    저두놀랫어요.사웅님.
    희끗한것이날릴때….
    그리고사라지더니다시날릴때…..
    폭설을주제로한시도소설도많지요.   

  10.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1:44 오전

    벤조님나같은선둥이사진사에게
    그렇게작게흩날리는눈은
    언감생심이여요.
    카메라는배낭에들어있지
    바람은불어오지…..
    그래도전혀춥지는않았어요.
    그런온도에서내리는눈
    맞기쉽지않지요.

       

  11.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1:46 오전

    데레사님뉴스에서도아마입으로만……
    눈모습보이던가요?
    그게약한십분조금더..십오분??
    그정도니아마방송국에서도못찍었을거예요.
    혹작년거라면몰라도,^^*   

  12.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1:47 오전

    팔월화님은해가
    다저물어가는데
    커피는언제마실까요?   

  13. trio

    2012년 11월 14일 at 4:18 오전

    벌써첫눈이…
    서울에가면푸나무님따라산행하고싶네요.
    그런날이올까요?ㅋㅋ
       

  14. 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10:07 오전

    첫눈을산에서맞아하시다니
    부카니스트라산신령의축복을받으신듯…^^

    그나저나이번가을브람스에포옥~빠지신것같아요
       

  15.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2:50 오후

    제가다른것은몰라도
    트리오님한국오시면
    북한산향도……는되어드릴수있어요.언제오시는데요?^^*   

  16. 푸나무

    2012년 11월 14일 at 2:53 오후

    그쵸,부카니스트……
    아니라면어떻게산에서눈을맞이할수있었겠어요.

    이상하게지금브람스는
    만추….
    바바리깃세운….남자
    그것도쓸쓸해뵈는….
    연상이되곤해요..ㅋ~.   

  17. 인회

    2012년 11월 16일 at 5:34 오전

    어느해가을…진관사계곡에서응봉능선….
    응봉능선에서좌우를보면…
    한쪽의북한산의허리인의상봉능선이버티고있고..
    한쪽엔비봉능선이나를바라보던그때….

    그때가그립습니다.
    유난히예뻤던진관사계곡의단풍색…
    역광에비추었던그빛과함께어우러진단풍…
    모두가내게는지금도설레임과흥분입니다.
       

  18. 술래

    2012년 11월 16일 at 3:58 오후

    북한산산행에저도끼어들렵니다^^*   

  19. 쉬리

    2012년 11월 17일 at 1:38 오전

    벌써겨울첫소식이군요.
    올가을유난히단풍이고운것같던데,
    아름다운눈으로바라보는가을도겨울도
    아름다울수밖에요~   

  20.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37 오후

    응봉능선은
    언제가도좋아요.
    북한산이야어디든다좋지만….
    특히마음가는능선이죠…..   

  21.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38 오후

    술래님은이번에도오셧다가그냥가시고
    이제언제나오실건데요.
    같이가시죠.
    내년봄?
    겨울산은무서워요.
       

  22.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38 오후

    쉬리님은필리핀에사시니
    겨울이그림긴하시겠어요.
    지난번에찍어올리신커피꽃은졌나요?   

  23. le320110

    2012년 11월 22일 at 10:42 오전

    저는지금세상에이런일이어떻게있을수있나하고아직도놀랜가슴진정이안되네요
    저도푸나무님처럼블러그를이렇게꼭해야만밥은굶지않는데그래서블러그를만들어놓았는데저는컴맹이고,기계치라서,제블로그는옥탑에있는빈방이었습니다.하나씩배우잖니혼나기만하고그래서인생포기하고살다가오늘너무슬픈일이있어서오랜간만에들어왔는데선물이하나가득있어서내블로그방이아닌줄알고나가려고했는데진짜로제방이었습니다..우선감사합니다라는말로는너무부족한하지만감사합니다.제나이가60을향해가는데이런순간이온다는것은로또보다도제운명에는없는것이었는데감사합니다.앞으로무슨역경이오더라도참아야되는데푸나무님을보아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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