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터 ㅡ 피아노와 젬베

비지터에서는젬베라는세네갈악기와피아노가아주중요한메신저로등장한다.

피아니스트였던아내의죽음후

적막한삶속에서피아노를배우는노교수.

중년의여자가벨을누르고

남자가나타나문을열어준다.

잠시후거대한의식을시작하듯

피아노를앞에두고

그들은배우는자가르치는자가된다.

그를가르치는중년의피아니스가그에게손을오므리라며

그손안으로기차가지나갈수있어야한다는말을한다.

그는피아노를그녀에게서배우지않겠다고한다.

피아노를가르치던여자는

다음에그가피아노를치지않게될경우

피아노를자신에게팔라고말한다.

영화의첫시작장면이다.

아주짤막한장면인데

영화속의주제가함축되어있다고해도괜찮을것같다.

두남녀의경직된표정은삶의지루함을고스란히의표한다.

피아노라는악기는…..

피아노도일종의타악기이다.손가락으로두들기는,

검고하얀82개의수많은건반,

건반의수만큼

그리고손가락의수만큼

그들이만나는회수와강도와때와느낌등….

헤아릴수없는수많은변수를지니고있다.

아내를기억하기위해서

클래식을좋아하니까

익숙한악기니까

무엇보다고독해서시작한피아노인데

어디그렇게만만하게피아노가곁을주겠는가,

더군다나이미수많은시간이흘러가버렸고남은시간은얼마되지않는데

피아노를가르치는선생은아이들에게하는겨우,.

손을오므리며기차가지나가도록하라고……

참막막한인생살이다.

그래서나이든사람의단호함으로그는피아노를끊는다.

피아노를끊자피아노를팔라고하는피아노선생…..

그녀에게서여러갈래나타나는삶의시츄에이션……….

가령그녀는의식하지도않은채아주단순하게피아노를파세요라고하지만

실제그내용은

당신아내를파세요.

당신기억을파세요

당신의사랑을파세요.

지나가버린것들은아무것도아닌거에요.

이즈음읽기시작하는프르스트적해석일지도모르겠다.

그런피아노에비하면젬베는단순하기그지없다.

있다면

몸과악기….

처음프라스틱통을엎어놓고두드리는연주가앞에서.

주인공은자신도모르게몽을움직인다.

어쩌면북을치기위한리듬은이미몸속에존재하고있으니,

그것을꺼내기만하명된다.

꺼내는작업은…..피아노와는사뭇다르다.

피아노가끊임없는의지를가지고그의지와함께몸으로만들어가는연주라면

젬베는그저악기에흐름에자신에게자신을맡겨버리는것…..

피아노와젬베는

적어도이영화속에서극단의위치를견지하고있다.

극단처럼…..비유컨데

피아노는목표이나..삶의문제와는아무런연관이없고

젬베는인생속에서아주소소한소품으로보이나

화두를개고나갈오래된열쇠같은것…..

결국

피아노는피아노선생에게팔려가고

그는젬베와산다.

사유의잔가지들이너무리버럴한가싶지만

복잡한삶을버리고단출해지는것,

타인의시선보다는자신의느낌을중요하게여기는것,

여전히외롭지만그외로움을바꿔가는것,

젭베라는악기가,음악이,그의속에숨어있던리듬이

그에게가져다주는선물이었다.

영화의미덕은또하나있다.

심심할만큼…..단조롭다는것,

끝도시작도맹물처럼밍밍하다는것,

어떤과장도어떤현학도어떤강렬함도없다는것……

이자극적인시대에

사실삶속에서

거의잘일어나지않는기승전결의스토리와해피앤드….에대한

유혹이이감독이라고없었겠는가?

그것은꿈이고연정이고사랑하는연인과의달콤한데이트보다더한유혹이었을텐데….

그런데감독은과감하게그모든것을버렸다.

가령

헤어지기전날

이제다시는볼수없을지도모르는사랑하는그녀를안으면서도

그녀의회한에……함께하며….날이샜다..

영화속에는안나오는데같이잠을잤을까?

당연히그비루한,

마치벗어놓은양말같은후즐근한상상을나역시하긴했으나.

나는나를나무랬다.

이제좀고상해질나이가되지않았니.

사실을사실대로받아들일평형감각이이젠생기질않았니.

설령그들이잠을잤단들,혹은자지않았던들

남의깊은곳,

그렇지벗어놓은양말같은그속까지꼭확인하고싶어하는

천박한심성은이제는버리고도남을지점아니니,

굳이어떤강함을찾는다면

젬베라는악기가주는

그리고그악기를두드릴때같이두근거려지던마음같은것

흔들거려지던몸같은것…..

심심함을견딜재능이당신에게있다면

…보시라.

탁월한…..

까지는아니고썩비교적괜찮은선택이다.

*****

대학에서20년째같은과목을가르치며단조로운삶을살고있는교수월터.

출장에서오랜만에집으로돌아온그는자신의집에불법침범해살고있는

타렉커플을보고소스라친다.

하지만월터는거주지가없는그들을집에머물수있게허락하고,

타렉은월터에게감사의마음으로젬베를가르쳐준다.

평소클래식만듣던월터는처음에는뜨뜻미지근한반응을보이지만,

우연찮게두드려본젬베리듬에매력을느끼며점점‘젬베삼매경’에빠진다.

무엇보다젬베를두드릴수록,

경직되고건조했던월터의삶은활기차고화창하게변해간다.

인생이무료하게만흘러갔던노교수에게젬베는신기루였던셈이다.(펌)

*****

부록:,우연혹은불륜에대한이야기

광화문에서약속이있는날은할수있다면

좀이르게나가

영화를본다.

비지터……표를끊는데누군가옆에와선다.

아니이런우연이…..이대감이다.

어머안녕하세요.

가벼운재킷에책한권날렵하게들고계신다.

같은시간대같은영화표다.옆옆옆자리….

아니바쁘신시이오께서이시간에

방빼라해서방뺏어요……

그래서이번주에히말라야트래킹이나다녀오려고…..

,……

마치같이온것처럼나란히앉아두런거리며이야기나누다가

다른자리에앉아영화를보았다.

그리고다시이대감과함께영화관을나오는데

한대감이……있다.

혼자오셨나…했더니먼나라에서오신운부인과함께다.

아니이거…..불륜커플이네….

그들도놀랬다.

이대감과내가둘이영화를보러온것에대해.

넷이저녁이라도같이하며

우연에대하여

혹은불륜에대하여논하자고….하는데

아이고약속시간이다되어서변변찮게인사도못하고

황망스레달려나왔다.

시네큐브에서는잘들킨다.

뱀꼬리하나더

타랙의엄마로나오는레몬트리의여인히암압바스

.60년생,

우리나이로쉰셋,

유명한배우인데도세살언니인나보다더주름이많다.

온얼굴에주름이가득하다.

그런데도아름답다.

지적이고사랑스럽고지극히여성적이다.

우리나라배우들….주사를맞아서팅팅하다못해정말퉁퉁부은얼굴들을보다가

그녀의주름….

마치소쇄한가을바람처럼청순하고청량했다.

14 Comments

  1. mutter

    2012년 11월 15일 at 11:16 오후

    그러니까푸나무님이나랑띠동갑일수도있네요.ㅎㅎ.
    중간에누구와헤어지는거예요?피아노선생님이랑??
    영화를혼자보러가는것도괜찮은것같아요.

    저는남대문을갈때꼭혼자서가거든요.
    필요한것을사고구경하고싶은것만구경하고..
    같이가면그게잘안되거든요.   

  2. 인회

    2012년 11월 16일 at 1:29 오전

    언제나글을읽으면서느끼는감정인데…
    그냥술술읽어져요..

    재밌게잘읽었습니다.
    저도봐야겠습니다.
       

  3. 말그미

    2012년 11월 16일 at 12:50 오후

    ‘마치벗어놓은양말처럼후줄근한’
    표현이너무실감이나서푸나무님은꼭
    소설가였으면하고생각했어요.상상력도…

    젬베?
    저거굉장히신날것같아해보고싶어요.
    봉고드럼과같은건가요?
       

  4. 산성

    2012년 11월 16일 at 12:56 오후

    영화안내문에젬베의황홀한리듬!이란글귀는읽었습니다.
    언제나영화관가는게낯설어서…망설이다…ㅉ

    파리에갔을때검은,아주검은흑인들이저악기를몇개씩들고
    거리에서팔고있더군요.관광객들상대로…사이즈가다양.
    정말하나사고싶긴했지만여행중이라…
    어린둘째가자꾸뒤돌아보던기억이납니다.
    갖고싶었을테지요.

    영화이야기로내려오다가대감님들이야기에…
    대감님들하고만노시는군요.ㅎㅎ

       

  5. Lisa♡

    2012년 11월 16일 at 1:56 오후

    모나가너무멋져보이던…   

  6. 데레사

    2012년 11월 16일 at 3:13 오후

    몇년동안우리영화만봤거든요.
    애국자는아니지만어쩌다가보니그렇게되었네요.

    저영화한번보고싶어지는데지금상영중인가요?
    워낙이방면의소식에는빠르지못해서요.   

  7. 술래

    2012년 11월 16일 at 4:10 오후

    복잡한삶을버리고단출해지는거
    타인의시선보다는자신의느낌을더중요시하는거
    여전히외롭지만그외로움을바꿔나가는것…

    여러가지형태의’젬베’를만나면서
    그렇게나이가들어가는거더라싶으네요.

    매번칭찬하는거의미없게들릴까봐
    칭찬안하고지나가는거아실까요?

    푸나무님글을읽을때마다항상아하~~순간이있다는거…
    그런재주가지신푸나무님행운아십니다.

       

  8.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24 오후

    타랙의어머니인모나….와사랑하게되요.
    그사랑이은근하던데요.
    품위있어서…….

    그럼요.영화건등산이건,혼자잘할수있으면그게최고죠.아주좋아요.갑장님^^*
       

  9.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25 오후

    인회님은….
    여행을너무많이다니셔서
    영화보실틈이없으실것같아요.
    트래킹이야기열독잡니다..
       

  10.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27 오후

    말그미님..
    제가보기엔거의비슷한악기같던데….
    그분들은모르죠.
    아마다르다고생각할지도….
    언젠가
    아프리카가면
    사올까요?ㅎ~   

  11.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28 오후

    산성님댓글에웃었습니다.

    대감님들하고만놀려고
    대감호칭을제맘대로붙였습니다.

    재밌지않소??
    산대감?

    하하^   

  12.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29 오후

    데레사님은애국자세요.
    전아니구요.
    지금은한국영화도엄청잘만들어요/
    네시네큐브에서상영중이예요.   

  13.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30 오후

    리사님은벌서보셨구나요.
    주름진얼굴도그렇게아름답다니….

    근데
    워낙미인이라설까요?   

  14. 푸나무

    2012년 11월 17일 at 2:34 오후

    공감
    교감.

    그래서더욱친근하게여겨지고…..
    술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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