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브람스ㅡ 에드워드 발라드

여름가고가을오면습관처럼브람스를듣기시작한것이언제부턴지모르겠다.
습기걷히고햇살투명해지면

바스락거리는손바닥부비며듣는음악브람스,
특별히현악6중주1번2악장안단테모데라토를아무도없는빈집에서들어보라.

브람스를들으면서천상병시인도쓰질않았는가,

“이것은무슨음악이지요?새벽녘머리맡에와서속삭이는그윽한소리……
백년이백년이흘러도그의사랑은다하지못한모양입니다.
그래서이새벽멀고먼나라이파락호가슴에까지찾아와울고있지요.”

현들이빚어내는깊고풍부한저음은

어깨넓고허리곧으면서
눈매깊은남자처럼무한늠름하다.
그러면서도또얼마나깊은상념에젖어들게하는지,
음이그리는거대한세계속에서

차츰작아지고

점점작아져점이되고
자아가파쇄되는듯감상의정점에이르게도한다.

브람스가평생을사랑했던피아니스트클라라가말했던
눈물없이연주할수없는‘독일레퀴엠’은어떤가,

근데나는

눈물보다는어렵다.

브람스레퀴엠이모짤트보다

혹자는어머니의죽음에대한애도라고도하고
스승인슈만에대한속죄의식이라고도이야기되는데아무러면어떤가,
십년이넘는긴세월동안브람스깊은속에서숙성되었던그레퀴엠을들으면
아무리강인한육체라할지라도풀과같음을저절로알게되나니…….

하긴레퀴엠은

그렇다.곡브람스의것이아니더라도

며칠전허원숙의피아노독주회에다녀왔다.
시월중순의늦은일곱시였는데

캄캄한바람이어디선가자꾸불어오곤해서
세종문화회관계단에가득피어있는국화꽃이오히려깊은가을처럼스산하더라.
그래도얼마나어울리는가,
겉은우람하나소프트웨어는지극히서정적인세종문화회관과
남성적인외모속에감추어진

섬세함과그섬세함이빚어내는
한사람을위한사랑의로맨스를지닌브람스,

공명좋은체임버홀의불빛이은근하고따뜻하다.
친절한피아니스트허원숙은

브라암스의발라드op.10을연주하기전
첫곡인에드워드발라드를설명해준다.

스코틀랜드민요시.
그리고무대에어울리는목소리를지닌연극배우박혜진이시를낭송한다.
브람스는마치노래에가사를붙인것처럼음하나하나를시에맞춘듯
작곡을했다고한다.

처음몇소절을연극배우는시낭송을하고피아니스트는피아노를
그시에맞추어쳤다.

정말딱떨어지는시와음의합일.
어머니의애절하고간절한마음,

그리고비통함이오른손에서펼쳐지고
당황한듯,

흥분한듯,

나중엔될대로되라는

거칠고오만한방기가
피아노음에서솟아난다.

그런데참으로그시의내용이수상하고수상하다.

********
너의칼은왜그리붉게피로물들었느냐?
에드워드,에드워드!
너의칼은왜그리붉게피로물들고,네걸음걸이는왜그리슬프냐?

저는저의매를죽였습니다,
어머니,어머니!저는저의매를죽였고,그사실이정말가슴아픕니다.

너의매는피가그리붉지않은데,
에드워드,에드워드!너의매는피가그리붉지않은데,아들아,솔직하게말하렴.

저는저의말을죽였습니다,
어머니,어머니!
저는저의말을죽였습니다.아,그말은정말자랑스럽고,
또저에게성실한말이었는데…

너의말은늙고쓸모없는말이었지,
에드워드,에드워드!너의말은늙고쓸모없는말이었어.
너는다른연유로고통받고있구나,아!

저는아버지를죽였습니다,
어머니,어머니!
제가아버지를죽였다구요.그리고그사실이제가슴을찢어지게만듭니다.아!

그럼너는이제부터무엇을하려느냐.
에드워드,에드워드!너는이제부터무엇을하려느냐.나의아들아,말해다오!

저의발은이제땅위에서편히쉴수없습니다.
어머니,어머니!
저의발은이제땅위에서편히쉴수없다구요!
아,정처없이바다를건너가겠습니다.

그렇다면네가살던곳은어찌하려느냐.
에드워드,에드워드!네가살던곳은어찌하려느냐.
그다지도아름다운그곳은어찌하려느냐?

그냥그러려니해야죠,
어머니,어머니!그냥그러려니해야죠,아,다시는이곳으로돌아오지않겠습니다.

그렇다면네처와자식은어찌하려느냐,
에드워드,에드워드!너혼자바다를건너가면네처와자식은어찌하려하느냐?

세상이넓으니구걸하며살겠죠,
어머니,어머니!세상이넓으니구걸하면살수있겠죠,
저는다시는그들을보지않으렵니다.

그렇다면이에미는어찌할까?
에드워드,에드워드!이에미는어찌할까?내아들아,말해보렴.

지옥의저주나받으세요,
어머니,어머니!지옥의저주받으세요.당신들때문에저질러진일이니,아!
***************

걸음걸이만보고서도슬픔이배어있는것을알아채는극진한모성의어머니.
아버지를죽인아들을

에드워드,에드워드목메게부르는어머니에게
지옥의저주나받으라고소리치는아들,
어찌저런잔인무도한시에서

브람스는감동을받았으며

작곡하고싶은
열망을느꼈던것일까,

아버지를죽인에드워드에게서스승의아내를
사랑한자신을바라보았을거라는추리는너무단순한것아닐까,

바그너는브람스보다20년연상이었다.
브람스와바그너의시대는고전주의가쇠퇴하고
새로운기류인낭만주의가횡행하던시절이었다.
적극적이고에너지가풍성한바그너는숱한장르를음악속에서구현해냈지만
브람스는음악의전통인형식미를매우중요시여겼으며고전주의가바탕이되는
낭만적이념의절대주의음악을추구했다.

브람스는표제음악이나오페라를경원시하는대신
철학과사색의색채가드리워진성악곡을많이작곡했다.
단순하게분류해본다면

바그너는자유로운진보인사였고

브람스는보수주의자였다고.

성향부터가극적인지점에서있는

바그너와브람스가서로견원지간이된것은
어쩌면당연한수순이었는지도모른다.

그러나그두천재가한시대에살면서
서로를극도로경원시한것은

결국서로의재능에대한인증이아니었을까,

에드워드발라드는브람스가20세때작곡한곡이다.
시간으로본다면슈만이강물에투신하여자살을기도한얼마후의일이다.
그러나슈만은매우낯선이곡을
(사실지금들어도이곡은매우생경한느낌이있다.)

극찬했다고한다.
어떻게스무살약관의나이에이렇게깊고아름다운곡을작곡할수있을까,
이렇게도슬픔에가득찬,

어쩌면브람스는생래적으로

그늘지향적인더듬이가발달해있지는않았을까,
사랑하기에,

아들자신보다더아들을근심하는어머니의깊은슬픔의줄기를
브람스만이지닌

독특한그늘진더듬이가만진것아니었을까,
배워야아는것이아닌

타고난슬픔의가락,

클라라가77세로세상을떠났을때,

브람스는말했다고한다.
<내삶의가장아름다운체험이요가장위대한자신이며
가장고귀한내용을상실했다>

어쩌면브람스에게클라라는운명이듯여겨지기도하지만
사실브람스에게는클라라외에도꽤많은여자들이주위에있었다고한다.

클랄의딸에게도마음을주엇고
약혼을하고결혼식에까지이를뻔한여인도있었지만
그는안락한가정을꾸리지못했다.

아이들을참좋아해서언제나호주머니에사탕을넣고다녔었는데도,
그래선지

그가지은자장가는정말얼마나부드럽고상냥한가,

무담시

맑고투명한바람속에서

삶의회한이절절이느껴지듯이
가을은

무담시브람스와어울리는시간이다.

********

이글은몇년전에쓴글이다.

오늘아침

비도오락가락…정말극심한만추기운에

마음이하오락가락하여

브람스에드워드발라드생각이났다.

http://jsksoft.tistory.com/7427……

음악을들으며무심코거기써진글을보니

익숙하다.

아니이게뭐람….

나처럼머리나쁜사람은조금지나면내가쓴글도흐릿하다.

옛글모아놓은곳에가보니

내글에서필요한에드워드발라드부분만발췌해서

퍼온글이라는표시도하지않은채

지가쓴글처럼올려놓고있다.

마침블로그에올리지않았던글이라….

심하다….생각하며옮겨놓는다.

새삼스럽기도하고


6 Comments

  1. 士雄

    2012년 11월 19일 at 2:17 오전

    아직가을속에머무시는그마음이아름답습니다.
    오늘새벽에천둥번개치며비가오더니시냇물이불어났습니다.
    가을비인가요겨울비인가요.교집합입니다.   

  2. 푸나무

    2012년 11월 19일 at 2:22 오전

    시냇물이집주변에있으신가봅니다.
    부럽습니다.

    가을은
    좀더잇다가라고
    그냥떼쓰고있는중입니다.^^   

  3. 데레사

    2012년 11월 19일 at 2:25 오전

    지금은비도그치고하늘도밝아지기시작하네요.
    맞아요.떼쓰는가을이애처롭기도하고아름답기도합니다.

    하찮은내글도가져가서자기네동창카페에다버젓이자기이름으로
    올려놓는사람을봤어요.그러나뭐작가도아니고해서저작권운운할
    처지도아니고그냥참긴했지만기분이묘하더라구요.
    그래서복사를막아버리긴했지만.

    마지막가을실컷즐기기로해요.우리.   

  4. 배규태

    2012년 11월 19일 at 5:26 오후

    밤새우면서들으니좋네요
    지금시각은새벽2시15분
    45년전대학교1학년때
    당시경기여고를나온우리보다모든생각이슈퍼한멋쟁이여학생이
    같은동아리에있었는데그여학생이당시같은동아리에서친했던
    의대예과친구인지금은재산가며성공한의사인J와나에게
    뜽금없이"브라암스를아시나요?"해서
    "알지브라암스모르는사람있어?"
    했더니저런무식한남자들과는이야기안한다고
    그녀는프랑소아즈사강을이야기한건데….
    그녀는졸업후미국으로시집을갔다가대장암으로일찍세상을떠났습니다
    브라암스하면그녀가생각납니다
    제가제일좋아하는바이얼린협주곡도브라암스가좋습니다   

  5. 푸나무

    2012년 11월 20일 at 1:33 오전

    데레사님은정말여기저기다니시면서
    가을을맘껏향유하시는듯합니다.
    엄청
    보기좋으세요.
    오늘도좋은하루되시길….   

  6. 푸나무

    2012년 11월 20일 at 1:40 오전

    그분그리우신가봐요.
    하긴
    총명한여자는
    언제나그리워하게하죠.
    더군다나이세상사람이아니시니,,,,,
    혹시친구제이님과삼각관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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