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오름의 밤
BY 푸나무 ON 11. 24, 2012
혹당신도그러하실까….
비행기탈때말예요.
이번에도제주도를가면서
비행기천천히걷다점차세차게구르기시작하고
그리고어느순간살짝땅을박차고날아오르는데….
딱그때
죽음이다정한벗처럼나타났어요.
이대로사라진다하면어떨까…..
제주도붉은오름휴양림에서바라보는깊은밤겨울달빛
맑고청아하더군요.
휘영한보름달아니더라도,
몸피한쪽없는반달이라선지더욱…..
맑았어요.
숲속가운데집몇채에서조금씩비치는빛외에는
오직달빛과별빛만있는밤이었어요.
잊으셨는지모르지만
밤은달빛과별빛만있을때가밤이죠.
그러니우리에게는도무지밤이없어요.
제주도붉은오름의휴양림은
밤이있었어요.
두친구가하도진지한이야기를하는데전혀다른주제의전화를하기민망하여
전화좀할게..밖으로나왔는데,
거기밤이있더군요.
정말오랜만에만나는밤이었어요.
밤은숲을어둡게더어둡게한없이어둡게채색하고
밤은산에게어두우면서도장엄한위용을부여하고
밤은하늘에게감추어져있던검푸른신비로움을열라….열리게하고
밤은나무들에게네정체를드러내도좋아….
허락하는듯,
밤이면나무도오래산나무일수록무서워져요.
기가세지는시간이라니까요.
무엇보다밤은
달빛에게.별빛에게…..자유를허락하는듯…
여리디여린빛치고는
분방하기이를데없는모습으로세상을넘나들고있었어요.
얼마전부터드문드문왼쪽옆구리조금아래쪽이아파요.
몸이아프다는것은
“존재인식”해달라는
몸의사보타지라는것이제철학(?)인데,
왼쪽옆구리아래쪽,
사실바라보기에도매우어정쩡한곳이죠..
샤워할때도바디로션바를때도
그저무심하게스쳐지나가기만하던곳,
한번도유심한눈빛으로
진지하게바라보거나배려하지않았던낯선지체.
너왜아프니?화났니?내가널너무홀대한다고생각하니?
이제까지있는듯마는듯그렇게너그러웠잖아.
원래그렇잖아요.
용한사람한번화나면오래가는거…….
용한사람용심나면무섭거든요.
달빛…..
옆에서전화를하고나서생각하니
옆구리살보다야
자주보고자주속삭였지만
문득달에게도미안한생각이들더군요.
단한번이라도진지하게
달님거기있어주어참고맙수…는커녕
그냥그달빛보면서내맘추스르고
그달빛에내맘비쳐보고
그부드러운달빛에그저위로받기급급했으니…..
거기다가
그달가져와서
내맘대로내글에사용한것은얼마며….
결국난삽하고탐욕스런마음으로
한결같은고아한저달희롱한게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