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니 그립네 ㅡ 아니쉬 카푸어

<큰나무와눈그리고현기증>

몇가지좋아하는단어중에餘香이있다.

여향은단어대로뜻풀이를한다면

향을발생하던주체가사라지고난뒤에도

여전히남아있는향기라는뜻이다.

오감중가장으뜸수위를꼽으라면나는단연코후각이다.

시각이나미각은매우즉물적이고촉각은저급하다.

청각은그들보다는우위에있으나….

후각이지닌기억력이란우아한물질에서밀린다.

후각은섬세하면서도이성적이다.

더불어기억이라는

창조와더불어사는이웃이다.

호오가분명하며생래적으로부여된감으로다가오는것들을분석판단한다.

후각은심하게개인적이어서개성또한뛰어난다.

하여나는오감중후각을가장지적동지로여긴다.

여향은이런후각을벗하여생겨난다.

가령

학교가는길

학교가가고싶어서아프카니스탄의자그마한여자아이가

달걀네개를들고시장으로팔러나간다.

그아이가만나는그수많은사람들의무표정함,

얼음장같은그들사이로

한어린목소리가여기저기꽃피어나듯피어난다.

아이들목소리는정말모두꽃이다.그것도아주어여쁘고사랑스럽고향기조차넘치는꽃

사람이피워낼수있는가장아름다운소리의꽃,

달걀사세요.오루피에요.

내내들리지도않는목소리로그렇게말하다가한마디더보탠다.

참굵어요.

아무도듣지않는다.

아이는잠시후한마디더한다.

사다가아이들주세요.

우습다.

아상하게도얼핏웃음이나오긴하는데슬프다.

슬픔의아이러니라고나할까,

이영화아주오래살아있다.

내가슴속에아주사랑스러운나무처럼….

슬픔을지닌채지금도살아있다.

생명은향기다.그리하여여향.

제주도를가기전날리움엘갔다.

다음날일찍떠나야했기에

주부노릇하노라

아니쉬카푸어의작품을며칠내안에서숙성시키기로했다.

김치가맛있으려면담는것못지않게숙성이중요하다.

그러나숙성은내맘대로되는것이아니다.

숙성을위해서는내가할수없는여러가지여건들이필요하다.

리움에가기전거미가궁금했다.

수장고에아마해체해서넣었을거에요.

거미가흉측해서…..싫다는분께서말씀하셨다.

흉측하긴하지만…..매혹적이던데요……..이말을했던가안했던가

옥상위….

툭트인곳,

높은곳에있어선지마망은어디든성큼성큼갈수있을것처럼보였다.

사람을건물을발아래로놓고휘적휘적,

아주작은미물의거대한환생은

언젠가아주이른새벽춘천강가에서바라본걸어다니던

물안개못지않게신기했다.

무엇이든쟁취할수있을것처럼보이는,

거기다아기거미까지함께하니더힘이강해보이는.

마망대신….,

스테인리스라기보다는마치거울같은

그것도단순한거울이아닌거대하고투명한둥그런구슬

그래서마치보석처럼모이기도하는…..크고둥글고하얗게빛나는세상들이

서로함께그리고홀로…..

여럿인듯하나인듯….하늘을향하고있었다.

크고

아름답고

눈부셨다.

그래서보는순간….

오랫동안그리워했던사람이라도우연히만난듯가슴이두근거렸다.

환한햇살아래…..가을햇살은아무리환해도약간의시들음이함께있어…..

오히려빛나던모습.

거대하면섬세하질말던지섬세하면장렬하질말던지

속으로삭히게하는감탄사,

침묵하게하는강렬한힘,,

홀로빛나면서도서로를비추이고

서로만이아니라세상을비추고

아니세상을그윽히건네다보는가,

어쩌면세상을담으려고하는가,

하늘뿐아니라세상뿐아니라,

거기나도있었다.

그러면서도도무지욕심이나탐욕의태가없이깊은산속고여있는물처럼고요했다.

그제서야제목을보았다.

<큰나무와눈>

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넷트라는릴케의시집에서받은영감…..에서

작품을만들었다고….같이가신분이설명해주신다..

그러니나무라는거지.

그것도큰나무….그렇다면눈은….나무가지닌눈이란뜻인가.

아니면나무를바라보는….나무가보는세상을바라보는

그러고보니눈은눈이네.

다비쳐내잖아.

아마도아니쉬카푸어는나무를잘아는사람이거나

나처럼나무를사랑하는사람일지도모르겠다.

나무속성중의하나가오직하늘을향하여하는외사랑이니.

하늘외사랑중인나무……를저리형상해냈고

사랑은존재이니…..

그존재가……만물을흡수하듯담는것…..

그가나를끌어당겨거기내가들어서니주춤거리는나의존재도

비록주춤거릴지언정그의작품속의존재로화하고생경하게나를,

나무속의나를

내속의나무를

나를바라보는그의눈을그의눈속에나를

내가….

조금만움직여도마치바둑의포석처럼셀수도없는수가거기있을듯했다.

삶의결,

시간의결,

거기에저마다의삶들이엮어내는…..

그곁의현기증이란제목의스틸거울역시….

가까이는큰나무….를담아내고하늘….

나역시….나를전혀다른나를….그를바라보는나를아니그가바라보는나를다시그곁의나를….

언제든왜곡될수있는내가

자아속에서분아니라타인의시선속에서

그래서나는그대목에서

세상에

난데없는해체,해체주의를감지해냈다.

나의정체성,나라는주체,내가한경험,

이런것들이내가되어서자아중심적으로내가만들어지는데

사실은그내가내가아니라내가아닌외부에서들어온나라는것

이구조는해체를가져오는데…..

저기한그루나무가솟았다

오순수한승화여!

오오르페우스가노래한다

오귓속의우람한나무여

그리고모든것들은침묵했다.

그러나침묵속에서도

새로운시작과눈짓과변화가일어나고있다.(릴케의시)

내가하고싶은여행은좋은곳을구경하는것이아니라

그런곳을만나면가만히고요하게그곳에앉아있는것인데

리움옥상에서나는저족귀퉁이쯤큰나무를바라보며

앉아있으면좋겠다…….그것도하염없이….

그러니나는결국아니쉬카푸어의작품을감상한것이아니라

그의작품속으로여행을떠난것이다.

전시실로내려가기도전….이미혹해서…….혹했으니

큰나무눈으로인해현기증이일던현기증으로인해

이미깍지낀눈이되어버렸으니더말해무엇하랴.

오십여분상영되는그의관한다큐멘터리는

미술을하는작가라기보다는새로운학설을논리적으로펼치는철학자인것같앗고

자신의생각을자유롭고

그러나자유로운언어로깊이있게펼치는시인같기도했다.

그가만약시인이아니라면….

벽에아주작은틈…..을내높고

그작은틈으로

인류를구원하신예수님을..

그리고그를의심하는도마를….어찌상상할수있었겠는가,

노란색깔과….

그노란색을놀란색으로발음하던네살배기아이가생각났다.

정말엘로우는놀라웠다.

그림이면서조각처럼도보였고….

건물속에내장되어있는것처럼보여건물의일부로보이기도했다.

예술의관습화된경계를넘어서는새로운인식의체험()

고개가끄덕여지게하는해설이다.

실제나같은문외한에게도그런느낌이다가왔으니….

동굴에대한이야기도하려면에이포한장은써야할것같다.

동굴옆에서

큐레이터?도슨트?가설명한것을잠시들었는데

어머니의자궁……이라는해석은

왠지도식적으로들렸다

그보다는나는그속을잠시들여다보며

동굴이뿜어내는어둠속에아주잠시잠겨보았는데

아늑하면서도

아늑함과는벼리된….

끝이보이지않는아득함……

아득해서슬픈…..

그것들이어우러져내는공명의소리들…..

사라져가버리누삶속의시간들인가

아니면미래,아니금방이라도내게다가올

걸어가야할새로운길,낯선길…죽음의길에대한안내서인가…..

딱다구리의슬프도록격렬한부리짓같은…..

가없는한계상황의어느부분이

거기존재하는듯한느낌도들었다.

그렇다.

아니쉬가포어의미덕은

나같은문외한도바라보게하고고개를끄덕이게하고

이해할수있는것처럼여기게하는친근함이있어좋았다.

아름다운사람이여기있다.

고상하고우아하다.

거기에아주정적인고요가지함께하여기품이느껴진다.

그런그가친근하기조차한다면….

아니쉬카푸어의작품은

그런사람같았다.

더불어

예술의궁극적인지향점…..

생각하게하는,

삶을성찰하게하는…...

글을쓰다보니

세상에그립네.

그와아니그의작품과무슨정이들었다고…..

붉은색의은밀한부분을반영하기

노랑

도마의치유

동굴과…

나의붉은조국

하늘거울

4 Comments

  1. 말그미

    2012년 11월 26일 at 10:41 오전

    ‘리움’엘가셨었군요.
    사진들이작품입니다.
    리움에붙여도근사할…   

  2. 배규태

    2012년 11월 26일 at 6:23 오후

    저도봤는데
    베토벤9번과말러9번을듣는것같았지요
    환희와죽음과이별의만남
    단순한멜로디로인류를감동시킨
    압축된주제표현
    우주의신비와생명의신비
    머…..,,,,그렁거   

  3. 푸나무

    2012년 11월 27일 at 12:34 오후

    말그미님은언제나기분좋은칭찬을해주세요.감솨!!!!
    김장도다하시고…
    이젠편안하시죠?
    이쁜손주…
    인터넷데이트만열심히하시면되겟네요.
       

  4. 푸나무

    2012년 11월 27일 at 12:38 오후

    직관력뛰어나신배선생님….
    리뷰에비하면허접하지요?ㅎㅎ
    릴케의시는
    배선생님리뷰에서가져왔어요.
    모올래살짝….

    따님연주가곁들인
    베토벤은더욱감명깊었을것같아요.
    카푸어보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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