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니 그립네 ㅡ 아니쉬 카푸어
BY 푸나무 ON 11. 25, 2012
<큰나무와눈그리고현기증>
몇가지좋아하는단어중에餘香이있다.
여향은단어대로뜻풀이를한다면
향을발생하던주체가사라지고난뒤에도
여전히남아있는향기라는뜻이다.
오감중가장으뜸수위를꼽으라면나는단연코후각이다.
시각이나미각은매우즉물적이고촉각은저급하다.
청각은그들보다는우위에있으나….
후각이지닌기억력이란우아한물질에서밀린다.
후각은섬세하면서도이성적이다.
더불어기억이라는…
창조와더불어사는이웃이다.
호오가분명하며생래적으로부여된감으로다가오는것들을분석판단한다.
후각은심하게개인적이어서개성또한뛰어난다.
하여나는오감중후각을가장지적동지로여긴다.
여향은이런후각을벗하여생겨난다.
가령
학교가는길
학교가가고싶어서아프카니스탄의자그마한여자아이가
달걀네개를들고시장으로팔러나간다.
그아이가만나는그수많은사람들의무표정함,
얼음장같은그들사이로
한어린목소리가여기저기꽃피어나듯피어난다.
아이들목소리는정말모두꽃이다.그것도아주어여쁘고사랑스럽고향기조차넘치는꽃
사람이피워낼수있는가장아름다운소리의꽃,
달걀사세요.오루피에요.
내내들리지도않는목소리로그렇게말하다가한마디더보탠다.
참굵어요.
아무도듣지않는다.
아이는잠시후한마디더한다.
사다가아이들주세요.
우습다.
아상하게도얼핏웃음이나오긴하는데슬프다.
슬픔의아이러니라고나할까,
이영화아주오래살아있다.
내가슴속에아주사랑스러운나무처럼….
슬픔을지닌채지금도살아있다.
생명은향기다.그리하여여향.
제주도를가기전날리움엘갔다.
다음날일찍떠나야했기에
주부노릇하노라
아니쉬카푸어의작품을며칠내안에서숙성시키기로했다.
김치가맛있으려면담는것못지않게숙성이중요하다.
그러나숙성은내맘대로되는것이아니다.
숙성을위해서는내가할수없는여러가지여건들이필요하다.
리움에가기전거미가궁금했다.
수장고에아마해체해서넣었을거에요.
거미가흉측해서…..싫다는분께서말씀하셨다.
흉측하긴하지만…..매혹적이던데요……..이말을했던가안했던가
옥상위….
툭트인곳,
높은곳에있어선지마망은어디든성큼성큼갈수있을것처럼보였다.
사람을건물을발아래로놓고…휘적휘적,
아주작은미물의거대한환생은
언젠가아주이른새벽춘천강가에서바라본걸어다니던
물안개못지않게신기했다.
무엇이든쟁취할수있을것처럼보이는,
거기다아기거미까지함께하니더힘이강해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