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이 헤매다 ㅡ 제주 갤러리 투어

길눈이어둡다는것을

다른식으로표현해볼까,

길에대해혹은방향이나공간에대해방만,혹은열림이라고,

단순히가야할길에만관심이있는게아니고

그길을가는데펼쳐있는온갖사물들에열려있는상태,

귀여운남자뚱둥한김준현이개콘에서말하는대로

마음만은호올쭈욱한이야기일지모르지만

길치방향치들의삶은

목표만을위해매진하는삶이아니라

과정을음미하는삶이아닐까,

제주도에서이박삼일을지내는동안내내운전을했는데

한친구는눈이난시라부셔서한시간이상운전은못하고

또한친구는낯선곳제주도운전이겁이난다해서

겁없는,

난시아닌,

그러나공간지각력무인내가운전을했다.

놀멍쉬멍해서그런지운전은오히려즐거웠다……

그리고이젠어딜가서든무수리역할이더편하다.

기대는것보다는

기대게할수있다면

얼마든지어깨와품을빌려줄수있다.

이번에여행을같이간아주오랜친구가그랬다.

지금은니가제법둥글둥글하다만사실니가어릴때는좀까칠했어야.

느그집에가보면느그엄마가너를을마나이뻐하든지….

내어린소견에도영이엄마가영이를저라고이뻐하니까,저것이저라고못됐구나….

생각을했거든,“

참회(?)하는마음도있었다.^^*

비행기를타기전친구들에게그랬다.

길지않는여행이지만

기대에못미쳐도즐기고헤매도즐기자.

사실여기저기헤맸다.

특히둘째날작가의산책로를따라갤러리투어를하는데

시작지점이잘못되어서택시를두번이나타야했고

작가의산책로가어딘지결국은모른채….헤매고다녔다.

그럼어떤가,

난데없는제주도의야트막한돌담집들.

사람잘다니지않아낙엽수북히깔려있는길,

의도치도않았던다리가나타났는데.

여행은결국부질없이해메는것!아닌가.

시로써무엇을사랑할수있고

시로써무엇을슬퍼할수있으랴

무엇을얻을수있고시로써

무엇을버릴수있으며

혹은세울수있고

허물어뜨릴수있으랴

죽음으로죽음을사랑할수없고

삶으로삶을사랑할수없고

슬픔으로슬픔을슬퍼못하고

시로시를사랑못한다면

시로써무엇을사랑할수있으랴

보아라깊은밤에내린눈

아무도본사람이없다

아무발자국도없다

아저혼자고요하고맑고

저혼자아름답다//,부질없는시//정현종

시인이시도부질없다고여기는데(정말일까?^^*)

하물며여행이랴….

윗시에여행을대비해봐도그럴듯하다.

여행으로무엇을사랑할수있고

여행으로무엇을슬퍼할수있으며….

기당미술관이중섭미술관소암미술관

그리고제주에올때마다가보고싶었던두모악김영갑갤러리….

이중섭미술관부터시작했어야방향이맞는데

기당미술관이먼저나와서…..들어갔다.

차에서내리니어려운사람눈치보듯으슴프레빗방울내렸고

앗비다하기전

우와비다…….내가먼저했다.^^*

조촐한동네길을지나조금오르니기당미술관이나타난다.

뜨락에는예의후박나무….담팥수그리고붉은열매의먼나무…..

그사이로몇가지조각품이있었는데

워낙거대한아니쉬카푸어를담고나선지…..일별하고스쳐지나갔다.

사진을못찍게해서아쉬웠지만

이른시간인데도문화해설사가있어

기당미술관

건물에대해그리고제주도를사랑하던혹은살았던작가들의작품에대해

친절한설명을해주었다.

이층에보고싶었던변시지작품이많이있었다.

황토색.바람,태양,그리고지팡이를든솔리터리맨…..

작가의분신이기도한그림속의남자는

언제나바람때문에헐클어진머리를하고

고개를숙이고있는데그의머리위혹은등뒤에서는태양이빛나고있다.

태양아래모든것들은그부신햇빛에의해황토색으로변하고…..

제주의바람은태양조차흔들거리게하는듯……

일렁이고

그림은고독속에빛나는데

뒷담화같은변시지미술관건립이무산되었다는………

후즐그레한일상의소문같은것.

몰라도될텐데왜기억나는걸까,

하긴

저눈부신제주스런황토색을장판색으로여기시는분도있더라.

지팡이든사람…..꼭등장하는것도별루고.

만화처럼보이는것도별루고..

싫은데고가에판매되는것도별루고……….

그분의별로인

마지막이유가재미있다.

기당미술관을나와서헤매다가

결국소암기념관은택시를타고갔다.

잘모르는글씨들을아는척하며바라보았다.

소암선생의서재에밀납으로선생의실제모습을구현해놓았는데

이상하게잘모르는글씨보다는

그모습속에서…..

아평생글만을위해서…저렇게살아왔구나.

라는생각이

그것도뭉클하게들었다.

연이어서

그러니…저글씨는글씨가아닌게지

저분의정신이고육체고삶인게지…..

당연히이런기특한생각뒤에

글은……달라보여야할텐데.

같았다.

가장유명한이중섭미술관…

거리이름도이중섭거리였는데

산만하고

작품…..은너무작아서보이지도않았고

아,저것이담배종이인가..저게…

그러나그런애틋한연상에도불구하고

미술관이라기보다는

관광지같아서

이중섭의연애편지….도대강읽고나와버렸다.

다리도아팠고

카페와커피를좋아하는,,,,,친구때문에물론나도,

카페에서커피를마시고,

주인여자는같이여행을다니는우리가부럽다고햇고

내친구는이런거리에서커피집을하는쥔장이부럽다고….

내비아가씨는끊임없이다른길을종용했지만

나는의연하게바닷가쪽으로계속차를몰았다.

그리고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도착했다.

입구에서는

그에관한다큐멘터리를상영하고있었다.

아픔이완연하모습의그가그랬다.

아프고나서야오름이보였다는…..

서늘했다.

나는양팔을껴안았다.

왜삶은언제나깨달음이라는비의를

늦은시간에만주는것인가.

바로그것이인생의비의인가,

삶의틀이그러하니겸손하라는…..

변시지의그림도바람이었는데

두모악에서도바람을위주로한사진전시회가열리고있었다.

다산이죽었다는소식을듣고

홍길주는탄식햇다

수만권의서고가무너졌구나.

홍길주의흉내를내보자면

김영갑그의죽음으로인해

제주는제주가지닌수많은아름다움을소실했다.

그의사진을보며

만약에그가나처럼여전히살아있다면.

그는나와동갑이었다……

얼마나더아름다운제주가사람들마음속에새겨졌을것인가,

그가담은

바람부는제주…

바람아래흔들리는나무들…..은

아름답고

고독해보였으며

그의이른죽음처럼쓸쓸했다.

그러나

세상은엄혹하기도하지

눈도깜빡하지않는다.

멀리갈것도없다.

그의서재는그없이여상했고

그가거닐었을뒤뜰의계단….을

그는도무지알길없는낯선여인이천천히걸었고

뒤안찻집에는

네모진창틀로

봄처럼보이는초록빛굴나무가빛나는햇살에반짝이고있었다.

흔적도없는사라짐속에서

겨우그를기억하는거라고는

건물보다몇배더멋진

정성들인정원

그정원에가득찬스산한만추의기운….이나….

10 Comments

  1. 士雄

    2012년 11월 27일 at 2:10 오전

    사람이나이에상관없이정년이없이
    할수있는일을가진사람이
    가장행복하다는생각을해봅니다.
    조블에서도그런행복한사람들이보입니다.^^   

  2. 참나무.

    2012년 11월 27일 at 3:03 오전

    대문의저카페..궁금하여질문할뻔했는데-해결했고…
    전기당에서도사진찍었어요
    벌써여러해전이네요-근데사라진다고요?

    이중섭미술관-하필수리중이어서못드가보고
    (후회없음부암동서울갤러리때문에…)

    길치방향치다녀갑니다…

       

  3. 마이란

    2012년 11월 27일 at 8:24 오전

    이번엔제주…
    푸나무님부러워서미워할라다가
    고상한여행기읽은것으로용서해드릴께요.^^

    딱한번가봤는데
    것도오래전에
    만약선택할수있다면
    나중에살고싶은곳중의하나가제주예요.


    겁쟁이난시.
    제주갈땐푸나무님이필요하겠어요.^^

    조블에변시지화백무지좋아하는분계신데…

       

  4. 산성

    2012년 11월 27일 at 8:50 오전

    저도돈있으면
    변시지의흔들리는누런(?)제주를한점모셔오고싶답니다.
    별루라면서도그림은많이올려주셨네요.이유는?^^

    김영갑의두모악도많이변한듯
    작가의산책길그런것은없었는데요.
    큰나무둘러싼유리벽건물의정체가궁금해요.

       

  5. 푸나무

    2012년 11월 27일 at 12:11 오후

    사웅님은지금행복하신가요?
    행복해보이시긴하지만….^^*
       

  6. 푸나무

    2012년 11월 27일 at 12:17 오후

    저기위
    두번째조각품이기당마당에서찍은것이랍니다.

    이중섭작품도별로없었어요
    서울미술관이보나마나훨더나을거예요.

    기당이층에변시지화백작품이많았었는데
    따로미술관을만들려는계획을세웠나봐요.
    작품도기증받고해서
    근데
    그가족들과의견조율이안돼서
    안하기로결정을내렷다하더군요.

    이번에제주에서갤러리투어를하면서
    새삼문화적인투자가필요하다는생각이들었어요

    제주느낌이물씬나는
    그림들이주는감동이
    어떤빼어난정경…..
    못지않았거든요..
       

  7. 푸나무

    2012년 11월 27일 at 12:19 오후

    마이란님과함께…
    제주…좋죠.
    참나무님이랑덕희님이랑.산성님이랑
    딱한차에타고
    물론운전기사는제가하구요.
    하면아마
    차안이그대로박물관될거에요.
    꿈한번꿔볼까요?   

  8. 푸나무

    2012년 11월 27일 at 12:22 오후

    산성님생각에동감입니다.
    황토빛인지
    향토빛인지….
    벽에하나걸어두면

    근데산성님도글빼놓고읽으시는구나.
    제가아니고
    제지인께서…별루…..라고

    작가의산책길은
    외돌개주변에이중섭미술관기당소암….해서
    엮어논길이랍니다.

    저나무유리벽은소암기념관나무에요.
    건물과맞짱뜨고있는…^^*.
       

  9. 술래

    2012년 11월 27일 at 4:46 오후

    이렇게신기할수가~~~
    어젯밤꿈에제주도갔었는데
    함께간일행이(누군지는기억이안나고)
    김영갑갤러리에는시간없어못들린다해서
    아쉬웠었어요.

    푸나무님제주도여행에
    제마음이딸려갔었나봅니다.
       

  10. 참나무.

    2012년 11월 28일 at 12:24 오전

    CGFA에한국인으로유일한변시지화백님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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