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

밤나무골가게,180x120cm,Acrylicinkpenonpaper,2012

이즈음나는줄기차게당신을기다렸다.

목을길게빼고,

두근거리는마음으로

실제두근거리는소리를가끔내안에서듣기도했다.

당신,….

기다리면더디오신다는것을내이미알고있거늘,

그런다하여기다리지않을수가…….

나는없다.

그리고오늘당신이오신다는이야길들었다.

시간이더디갔다.

기다림…..

물리학에들어서면어떻게변할까

기다림의강도가녹록치않다보니별생각이다든다.

드디어열한시조금지나

당신….현현하셨다.

가볍고

우아하게

그리고다정하게

몸안,

저깊은곳에서요동치며솟아오르는설레임.

벌써오십여년이되어간다.

그날엄마는동지죽을만드신다고팥을고르고계셨다.

바람이약간부는날이었다.

언니는왼발뛰고오른발뛰는균형잡힌뜀을했지만

나는그게안되어서한발뒤고다시한발뛰는….그런뜀을하며

골목으로나갔다.

뭔가어린맘에도설레였는데….

지금도그다지좋아하지않는

팥죽때문은아니었으리라.

내게있는유일한재능….

자연에대한예민한센서가

암것도모르는그나이즈음에도

작동했을것이라고

나는생각한다.

눈이올것같은날씨에설레는….

그리고실제로

그때,

무엇인가나풀거리는하얀것이날기시작했다.

하늘에서내리는것이아니라

공간을날아다니는,

그리고그것은점점조금씩커졌고휘몰아치며비어있는공간들을하얗게채워갔다.

빈들판

아랫샘.

사이사이골목길….

그아이…..

당신속에가만히서있었다.

어린아이가

가만히서있엇다는것,

그것은자연스러운일이아니다.

아니그것은매우특이한행위이다.

아이가할수있는아주거대한일일수도있다.

당신에대한첫인식의순간.

장독대에쌓여있는눈은조금더전의기억속에도존재하는지모르지만

그때

그날

그시간이.

당신이내게로처음온시간이라고

나는그렇게정리하고싶다.

누군가가벽에기대서신음하고있다.

무지하게아픈소리를내며배를부등켜안으며울부짖는다.

나는갑자기무서워서다시집으로돌아온다.

엄마,누가소리를지르고있어,아프다고

엄마는달려나가셨고,,,,

그날우리집에는아이가하나태어났다.

미역장사?

(여기서부터약간기억이흐리다.산모를위해미역을사와선지,아니면진짜미역장사인지…)

어둡고흐릿하던그림자.

부엌에서있던낯선남자의쩔쩔매는모습도눈에잡히고,

엄마의허둥거리던몸짓

검은솥에물을가득장작을모아불을때고….

기억이란친구도호오가분명하다.

더수많은것들을듣고보았을텐데

지가기억하고싶은것만남겨둔다.

여기저기들춰봐도더는없다.

아큰오빠가툴툴거렸었다

자기방에서나쁜냄새가난다고

그얼마후우리집에는굵고넓적하게만들어진인절미가한참동안벽장에놓여있었다.

(이게말이되나?그러나기억은그렇다.)

엄마가고마워서그미역장사부부가해온인절미는돌이지금거렸다.

비위약한우리식구들은

비록떡이귀한시절이었는데도

그떡을먹지않았다.

그들의정성이벽장안에서말라갔다.

투덜거리던큰오빠는이제칠순을앞에두고….

왼발오른발균형있게뛰어내지도못하던어린아이는

이제육십이지척이다.

남이만든음식에무담시떠오르는여러가지상상때문에

거부된인절미로시작한비위는

한참예민할때친구들과도시락도같이먹지못했지만

어데예,

이제두꺼운비윗장으로

무엇이든거침없이먹어대는아지매가되어있다.

그렇다

모든것은그렇게시간속에서변해간다.

어느것들은형체도없이사라져버린다.

그러나

단하나,

당신에대한내연애의감정은오십여년전과동일하다.

아이에게

당신나풀거리며강림하실때

그어린아이가할수있는최대치의우아함!으로

아주잠깐당신속에가만히서있을때

그때이미우리는합일하지않았을까?

변함없는연애의시작이바로거기그즈음아니었을까,

그리하여나는당당하게말한다.

나는

!

당신의

조강지처다.

남문점빵,100x80cm,Acrylicinkpenonpaper,2012

경춘상회,100x100cm,Acrylicinkpenonpaper,2012

그림은전부이미경의작품임

6 Comments

  1. 벤조

    2012년 12월 5일 at 6:34 오후

    눈오는날애기낳고싶어…
    아름다운글에너무무지막지한답글을달았나요?
    눈오는날은
    어수선한고요함이있지요.
       

  2. 참나무.

    2012년 12월 5일 at 11:59 오후

    이청준소설을읽은기분…

    그나저나숲,나무,꽃…비…애인들은어쩐대요

    이미경씨그림눈과도자알어울리고…참좋습니다…^^   

  3. 푸나무

    2012년 12월 7일 at 1:34 오전

    눈오는날애기낳고싶다….
    충분히이해가는말이지요.
    애기를낳을수없는상황이지닌바램이라는것,
    뉜들모르겠습니까,
    어제어느식당에서저녁을먹는데
    정말금방이라도애기가박차고나올것같은
    배를지닌젊은이….
    그사랑스러움이라니…..
    나도언젠가그리했을텐데,,,,,
    나를보면서도누군가나이드신분이
    아름다이여겼을텐데….
    흘러가는생이지요.
    어수선한고요움…
    맞습니다.   

  4. 푸나무

    2012년 12월 7일 at 1:38 오전

    참나무님…
    그런애인들에게전부이름붙여볼까요.
    조강지처부터시작해서

    애인
    연인
    정인,……
    그리워하는이.
    흠모하는이
    숨겨두고싶은이,
    홀로짝사랑하는이
    외사랑의근간,

    아숨겨두고싶은이에게마음포옥간다…..요
    참나무님은오늘눈오시는날
    어딜가실까?
    팔월화님은
    눈오는데무지헤매서몸이아프셨대나…….ㅋㅋ
    눈길조심하셔요.

    그쵸,그림이볼수록어여뻐요   

  5. 데레사

    2012년 12월 7일 at 12:06 오후

    그림이너무예쁩니다.
    그림의제목이가게,점빵,상회로재미있게붙여졌네요.
    시골고향마을에있던가게같기도하고점빵같기도하고상회같기도
    해서정이많이갑니다.

    내일은눈내린후의학의천엘한번나가볼까생각해요.
    아마도저런풍경은못보겠지만.   

  6. 술래

    2012년 12월 7일 at 7:29 오후

    저남문점빵울아버지가가게인데
    어찌알고그렸을까?ㅎㅎ

    비위약해서칭구들이랑함께도시락못먹던거
    비슷했군요.
    지도지금은암꺼나잘묵지예~~

    좋으셨겠습니다.
    서울에흠뻑내린눈…
    저도그뉴스보면서
    칭구랑하루종일눈쌓인거리를휘비던기억
    더듬었습니다.
    미끄러지면클난다면서외출금지령내린동생네당부를
    무시하고이제몇해나미끄러운눈길걸을수있겠냐며
    외출강행했던날…

    서울가고싶어혼났습니다.
    뉴스보던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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