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크롬에 빠진 날 ㅡ 풍경, 정승희 전시회

treebytree#1_면에목탄,드로잉설치_95×360cm_2012_부분

담긴풍경I,II,III,IV_종이에목탄_220×120cm×4_2012

푸르스트는잠재력있는젊은화가에대한짧은글을썼다.

젊은이는매우초라해서도무지라고는없는우울한집을떠나

루부르에가게될때그가보고싶어하는베로네세가그린웅장한궁전.

반다이크가그린군주의생활이걸려있는전시실대신

쟝밥티스트샤르댕의전시실로젊은이의발걸음을이끌어야한다고,

샤르댕의그림은지극히일상적임에도비범할정도로유혹적이고

무엇인가를환기시키므로

젊은이는그의그림을본후변화되어

초라한자신의식탁에서중얼거리게될것이라고,

응이것참아름답군,이것참멋지군,마치샤르댕의그림처럼말이야..

무슨이야기냐면

위대한화가는우리모두의눈을뜨게해주는존재라는이야기다.

말을조금바꿔보면

보지못하던것을보게하는경우,

위대한화가라는논리도성립된다.

오늘엄청추웠다.

가장따뜻한옷

아주두꺼운다운파커에다무지따뜻한,크고긴털실목도리로

중무장을하고나오니오히려찬바람부딪혀오는얼굴이시원했다.

뭐랄까,

근본이좋은사람기본기가충실한사람만나기분좋은것처럼

겨울다운쨍한날씨가아주시원했다.

(근데지하철은왜그리더운것이야…..에너지타령을그리해대면서도

콘트롤하기가장쉬운지하철조차이렇게낭비를하면

누구더러에너지소비를줄이라는이야기일까….

결국목도리벗고옷도벗어야했다.더워서)

안국역일번출구에있는스타벅스..

비록아마츄어화가이기는하지만

미술에는일가견들이있으신분들과의커피한잔….

그러니갤러리에들어가기도전마음이부드러워있었다는것….

굳이숨기지않겠다.

어느까다로운평론가는스탈부인의회고록을읽을때

십일월의나무밑에서서읽으라고할정도로

독서를하는데도장소가중요하다고했으니

마음이소통되는사람들과

유리창밖이환히보이는…..곳에서마시는

커피한잔의정취가

어떠했으랴.

공근혜갤러리는청와대바로곁에있었다.

정승희전시회

<풍경>

입구의아주깔끔한전시소개…..

블로셔대신도톰한종이에작품하나.

도무지너스레라고는없다.

그러고보니이작가.

별도의초대일시…..식같은것화환같은것도생략한다고했었다.

명함도곁에있었는데

이런단순명쾌한명함처음이다.

정승희라는이름외에어떤설명도붙이고싶지않다는,

작가다운단호함이었을까?

군더더기를싫어하는세련된간결함이엿보이는구석.

그래도딱딱해보이지않은것은네모진명함의왼쪽귀퉁이를살짝동글게잘라냈다.

세군데각에서하나둥금이미소를짓게한다.

검은커튼을제치고전시실로들어선다.

몇개의계단아래

강한….모노크롬의그림네개가있다.

작가가거기있어그림설명을해주었다.

나는참…..그작가가해주는설명을들으면서도

작가와그림이어울리지않는다는생각을한참….했다.

왜냐면

목탄으로만그린….

그림의선이강하고담대해서

남성적느낌이물씬풍겼는데

.이작가는여자기도하지만

너무예뻐서아니고와서….

아니이거친질감의그림작가맞아?????

자꾸만생각이들더라는것이다.

뭐결국참지못하고말했다.

하나님께서도불공평하실때가있어요.

난데없는말에

작가선생눈동그랗게뜨고왜요?묻는다.

아니이런재능에….미모까지….말이죠.

과장이아니게참하고귀티났고어여뻤다.

작가얼굴바라보는즐거움

옆에서사근거리는목소리로설명해줄때너무좋았다면

그래

나이든아지매의

젊음에대한기억이

혹시작용한것일까?

아니

이젊은작가가의외로기억에대한이야기를집요하게했기때문이다.

그녀는예술가다운특별한직관력으로

나이들어가면서야겨우깨닫게되는

기억이라는,

이의외의물질이삶가운데대단한위치를점유하고있다는것을….

벌써알아챈것일까?

나는기억을모노크롬으로본다.

거기아무리화려한옛시절이있다하더라도

시간이라는마술에걸려기억속으로들어가면…..

그렇지,

북한산에내린눈이북한산을순식간에수묵화로변화시켜버리듯..

아니그보다더빠르게

기억속의존재들은모노크롬화된다.

정승희는

그래서자신의기억들을목탄으로그려낸것일까?

그것만으로도뭔가부족해서

그기억들을,

그녀는

담긴기억,이라고했다.

기억을담고싶은

혹은담고싶은기억들을…..붙잡아서…..

그녀는싸맸다.

언제가그녀를홀리게했던포도맛이나던사과……

사과뿐이랴….그시간대의수많은감각과존재….

흔적도존재도없이곁에무한정하게있던공기…..

를인식하던순간도그녀는그려냈다.

생명이며존재이던….

하다못해유학시절그토록많이비워냈던딸기잼이담겨있던유리병은

아이들의장난감통,동전통,…어느땐식물의씨앗을담고있기도했다.

사슴과연관된기억들…….

그러나

사라져가버리던….것들을

그녀는날랜사냥꾼처럼포획해서….

우리앞에데려다놓고있었다.

기억이

미래의삶에대한정교한공식이라도되듯이.

아주길다란광목위에

그녀는숱한나무들….나뭇잎들을그려냈다.

전혀다른….

풍경들이그려져있는

광목캔버스…..

숲의그늘처럼일렁였다.

.

광목위에목탄으로그린그림을한장씩천천히들여다보며

걷노라니

숲가운데나무들과는

또다른숲….

이느껴졌다.

설치미술의매력이기도한,

그림뒷면도그림이었다.

작가에게그말을했더니

거대한작품판위에네장씩펼쳐놓고그리는데그림을그리고난후

그판에새로운그림이생겨난다는이야기

현대예술의과정….이야기를했더니

그래서사진을찍어놓았다는,

그때작가는그이야기도했다.

목탄이자기에게는굉장히잘맞는도구인데….

그번짐의손맛이너무좋다는,

키가저렇게큰그림을그리다보면

입안에목탄가루가꺼멓게묻는다고….

더군다나목탄으로그린후날아가지말라고뿌리는픽사티브도

많이호흡하게된다는….

작은판넬속의28개그림도독특했다.

아주얇은트레이싱지에그녀가보았던수많은나무들을….그렸고

그것들을

세장씩겹치게해서

얼핏단순한그림처럼보이지만

설치미술이기도한….

자리를바꾸면다른느낌이들기도하는,

사랑스런아이디어의작품이었다.

그녀는내옆에서그랬다.

전레이어드를참좋아해요.

이런그림많이그리거든요.

서로바꾸면또전혀다른느낌이들구요……

그녀만이바라볼수있는

기억속의풍경,

어찌보면

그림의아주기본적인도구라할수있는

목탄을가지고

설치미술의장까지여여하게장악하고있는

정승희…..

차경의차원을넘어선

정승희만의

<풍경>

정승희는

이제까지내가보아왔던숲과는

전혀다른숲의정경을보게해주었다.

그러니

정승희는

푸르스트적으로표현하자면

위대한건가?

treebytree#1-#40_면에목탄,드로잉설치_95×360cm_2012

treebytree#1-#40_면에목탄,드로잉설치_95×360cm_2012

정승희_84trees_트레이싱지에목탄_20×30cm_2012

poongkyungbyblue_면,나무,5개의단채널영상설치_108×108×108cm_2012

머무르고기억하고싶던곳과시간을소유할수없는아쉬움을

나는그림을그리며만들기시작했다.

풍경과정물에담긴동경의세계로들어갈수있는통로를만든다.

마음에품고있던닫혀진장면들을그린

목탄의흔적을읽어가며설치의공간을산책한다.

산기슭의풀과나무,나뭇잎,구름,꽃들이여럿이하나로,

혹은확장되며어느새열린풍경이되어우리앞에펼쳐진다.

"풍경이내속에서자신을생각한다.나는풍경의의식이다."(세잔)

"나무는한겨울인

지금도벗은몸으로

서로존중하며의연하게

‘홀로’이면서숲이라는’우리’를만들어내고있다."(위영)

6 Comments

  1. 凸凸峯

    2013년 1월 3일 at 2:53 오후

    목탄을이용한모노크롬기법,
    좋은시도이군요….목탄보다
    ‘토종뜬숯’을이용해보면….

    칼라보다는
    흑백사진이더깊이가있지요.
       

  2. 士雄

    2013년 1월 3일 at 4:00 오후

    좋은음악들으며좋은글잘읽고갑니다.
    잠이오지않는늦은밤에..   

  3. 참나무.

    2013년 1월 4일 at 2:07 오전

    …기다렸어요

    부암동산책갔다겉에서지나치기만하던갤러리가아마공근혜갤러리?
    서촌근처류가헌가는길’비를긋다’2층카페에서내려다보면
    청와대올라가는버스가보이거든요
    언제한번반대로올라가봐야지…합니다

    …고마워요~~
    날씨때문에…는변명이겠지만
    그림과글이닮았네요정승희씨…
    설치미술이라직접가봐야하는데
       

  4. 騎士

    2013년 1월 4일 at 4:28 오전

    칼라사진보다흑백사진을더좋아하는저는
    그전시회좋았습니다
    간결.흑백전시회전체를그렇게꾸민작가의의도가깨끗했습니다   

  5. 말그미

    2013년 1월 4일 at 1:46 오후

    엄청추운날,멋진외출입니다.
    목탄화전시회는흔하지않은거같아요.
    거대한판위에네장씩이나겹쳐그리는화법도있군요.
    전시방법도독특해요.꼭버티컬로가려놓은듯한…

    따뜻한옷입고엄청추운날,쨍한햇빛의상쾌함…
    내가그런듯했어요.
       

  6. 八月花

    2013년 1월 4일 at 1:50 오후

    그앞,데일리브라운의커피도괜찮은데…

    숲을지날때면늘하는생각.
    따로또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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