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눈이라도내려야숨을쉴수있지않겠는가?

타르코프스키의<희생>을보고나서밖을내다보았다.

눈은내리지않았다.온다고했는데….

즐겨찾기에있는일기예보를클릭해보니

열두시에온다고했던눈은새벽세시로밀려나있다.

눈없는겨울은삭막하다.

더군다나일월….겨울의한가운데

초겨울의설렘도없고봄의기운은아득하다.

눈이라도내려야숨을쉴수있지않겠는가?

여기저기….마치산책이라도하듯이써놓았던글을뒤져보다가

눈내리는날…..읽고적어놓았던신영복선생의글이눈에띄었다.

진시황때맹강녀의남편범희양이축성노역에징용되었습니다.

오랫동안편지한장없는(杳無音信)남편을찾아

겨울옷을입히려고이곳에도착했으나

남편은이미죽어시골(屍骨)마저찾을길없었지요.

당시축성노역에동원되었던사람들이죽으면

시골은성채속에묻어버리는것이관례였다고합니다.

맹강녀가성벽앞에옷을바치고]

며칠을엎드려대성통곡하자

드디어성채가무너지고시골이쏟아져나왔습니다.

맹강녀는시골을거두어묻고나서

스스로바다에뛰어들어자살하였다는것이지요.

맹강녀전설입니다.

있을수없는일이지요.

성채가무너지고시골이나오다니전설은전설입니다.

그러나사실과전설가운데에서어느것이더진실한가를

우리는물을수있다고생각합니다.

어쩌면사실보다전설쪽이더진실하지않을까생각합니다.

사실보다전설을더진실하게보는눈이아름답다.

그눈이아름다운눈내리는날!

생각이너무많아도얼른글이써지지않는다.

희생을두번째보는데처음본것처럼집중해서보았다.

주인공알렉산더의중얼거리는혼잣말들은

거의모두다강렬한에스프리를담고있다.

촌스러운비유지만주옥같다.

말을못하는….물고기처럼…..아들인고센에게….하는이야기

죽은나무에정성스럽게물을주어결국

결국꽃을피게하는파메수도승에관한이야기는

고답적이지만

나무심는…..모습..과어울려

어쩌면이시대에는사라지고없는정성이라는꽃이피어난다.

전직교수이자연극배우인알렉산더는

시인은시뒤로사라지지만배우는그럴수없어서

무대에서만솔직한자신이싫어서무대를떠난사람이다.

생일을맞아옛아내와친구들이찾아오고….

그날텔레비전에서는세계3차대전이벌어졌다는속보가보도된다.

알렉산더는참으로두려워하며

참으로간절하게기도한다.

어제같은평화를주신다면자신의모든것을버리겠노라고

아주특별한이야기를수집하는우체부….

마치맹강녀의전설같은….

아들과사진을찍고..그아들이전쟁터에나가서죽고어머니는오랜세월뒤

그사진관에서사진을찍는데늙은어미곁에18살의아들이같이찍혀나온다…..

이야기들을284건이나안다는그는알렉산더에게다가와

그집의하인

교회뒤에사는마리아와동침을해야….

전쟁을막을수있다는이야기를한다.

빠진자전거바퀴살같은

지나치게현살적인상황이펼쳐지고

자전거를탄….

그는마리아를찾아나서는데

찾아나서는길이…..

그냥길인데마치인생의길처럼보이는메타포를담고있었다.

시적이고종교적인

어느면예술적인면으로까지승화되는

길과사건들….

그는통회하듯마리아앞에서

자신의어머니가지녔던황페해진정원에대한이야기를한다.

황폐하지만아름다웠던정원을

그는아픈어머니를위해자르고다듬고파고정말열심히노력한다.

그러나어머니의자리에앉아정원을바라보았을때

그것은폭력이휩쓸고간현장이었다는……

.

꿈과현실을이렇게자연스럽게오고가게해도되는것일까?

그둘이하나인것처럼마치자웅동체라도되듯이어진다.

감독은뭘.그게중요한것은아니지않느냐고,

그딴것은패스해버리라고말하는듯하다.

마리아와의동침은

침대를떠나공중에서이루어지고

그장면은아름다울뿐아니라

지나치게성스럽기조차해서생경하기이를데없다.

삼차대전의장면은…..

피카소의게르니카….

아니타르콥스키가창조한삼차대전의장면이

게르니카와겹쳐지며

이해되며아름답더라는,..

여전히그를위로하는마리아….

두려움과함께이루어져가는동침….

다음날그의기도가응답되듯평온한아침가운데

그는잠에서깨어난다.

정말평온할까….

나도평온할까….

삼차대전이일어나지않는다하여세상도평온할까

영화속장면장면은아름답고

대사는많은뜻을담고있어진동과폭이크다.

더불어등장인물들의관계는매우연극적으로보이는데

범상치않는…..집중하게하는장치이다.

혼자있다..누군가나타나고다시문열리고닫히는소리

새로운사람이등장하고

그들이서있는자리는

그들의할말을대신해주는것같기도하다.

가끔

영화속에서보통의영화들이절대하지않는

카메라를정면으로바라보아

내눈길과대면하는…..등장인물들도있다.

<지루함>

희생이매단메달처럼

다들만지작거리며들어보이는데

내가이상한건가

지루하기는커녕

보는내내잠시도쉴수없이생각하게하는영화이다.

영화의마지막장면

마리아는자전거를타고

길처럼보이는삶의길,아니삶처럼보이는

구원의길로떠나고

어린고센은나무밑에누워서

처음!!으로

!!을한다.

"태초에말씀이있었다는데

아빠그게무슨뜻이죠??"

카메라가나무의밑둥에서부터천천히위로올라간다.

나무가지가비쳐지며

가지너머눈부신강물이반짝이고있다.

끝이안날것처럼보여지는아주작은흔들림들이….

아름답고고요하다.

<마태수난곡〉중제47곡인

‘주여,저를불쌍히여기소서.’

가흐르기시작한다.

어제새벽두시조금넘어..

잠자리에들면서그런생각을했다.

사람은도무지자신을알수없어서

자신을찾기위해….

그렇게수많은사람들의모형을만드는가….

영화속에서

소설속에서

하다못해시인들까지도…..

그래서우리는하염없이기웃거리는가.

그림속으로들어가려하고.

책안으로걸어가고

영화를바라보며…….

찾아가는것아닌가.

영화의마지막장면.

꽃이없어서더욱아름다웠던,

.

아침에보니눈이내렸다.

아주엷게,

굳이맹강녀까지가지않더라도

사실과전설…그리고진실

눈이내린세상은전설이된다.

10 Comments

  1. 참나무.

    2013년 1월 12일 at 1:40 오전

    39번인데…얼른고치고답글지우셔요..^^   

  2. 푸나무

    2013년 1월 12일 at 1:41 오전

    기념으로그냥두죠…
    머댓글보시고…
    알아서입력하시라고….^^*

       

  3. 데레사

    2013년 1월 12일 at 4:23 오전

    오늘은일기예보가틀려서기분이좋아요.
    예보에는눈이내린다고했는데그냥약간흐리기만하네요.
    어딜가나눈에덮혀있는풍경들이이제그만싫어져서요.ㅎㅎ

    주말,잘보내세요.
       

  4. Lisa♡

    2013년 1월 12일 at 4:25 오전

    푸나무님은내장담컨대

    절대치매안걸릴겁니다.

    축하드려요~~ㅎㅎ

    눈왔는데데레사님동네엔
    안내렸나봐요~~?   

  5. 소리울

    2013년 1월 12일 at 4:29 오전

    그럼요전설,그건늘만들어지는것이니까요   

  6. 나를 찾으며...

    2013년 1월 12일 at 3:17 오후

    이글은머..전설속눈내린숲속의아득함을쳐다보고있는듯해요.

    이글보니저도이영화너무보고싶다는생각이들어요.

    하염없이이곳저곳을기웃거리며나를찾아가볼수있는길이
    혹~
    나타나지않을까?하는의문에대한해답이조금은보일지도모르겠다는…^^*   

  7. 騎士

    2013년 1월 13일 at 12:30 오전

    이야기가달빛에바래면전설이되고
    이야기가햇볕에바래면역사가됩니다
       

  8. 해군

    2013년 1월 13일 at 11:15 오전

    영화를좋아하지만이분의작품은접근이잘안되는데
    아직철이없어서그런가봅니다^^   

  9. 雲丁

    2013년 1월 13일 at 12:49 오후

    희생,,,여러번보셨다니끌리는군요.
    우리동네도눈안왔어요.
    겨울엔눈이제격인데,
    골목길이오랫동안미끄러워걱정이된긴하더라구요.
    늙어가나봐요…^^   

  10. 벤조

    2013년 1월 14일 at 7:11 오전

    "사람은자신을찾기위해그렇게수많은모형을만드는가?"
    이거하나만알아듣겠는데
    영화를안봐서그럴까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