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그녀와 나

이상하게요즈음소설은거의읽지않았는데

소설을읽고싶었다.

도서관에가서빌려야지했는데시간이가버리고

공항에가서한권사야지했는데시간이촉박했다.

비행기를타고손전화를끄면서

육날을책없이보내야겠네….생각하니

뭔가스멀거렸다.

굳이스멀거림의정체를표현해본다면불안감에가장근접하다.

등산용배낭속에도물병처럼책은필수인사람이…..

구채구여행도함께가고

이번여행도같이하게된신쌤에게물었다.

요즈음재미있게읽은책있으세요?

나요즈음은유마경이다.

난도스토엡스키는별루다.문체그게말이다문체가글인것같아

도스토옙스키는철학은있는데생명력있는문체가아니야.

그보다는로리타….아난로리타못읽었는데요.

그게말이다.

문체가기가막히더라….살아서숨쉬는문체야

문학은문체야.나는그런펄떡거리는문장이좋아.

블라디미르나보코프…..최고야,

푸르스트는,,,기가막히지.

다읽으셨어요?

아니한권읽었는데더안읽어도되겠더라고(이놀라울만한패기라니)

너는?

전한권으로뽑혀진책읽고있어요.팔백여페이지되는데

뭔가시선을만들어주는것같기도하고덮여있던것을벗겨내주는것같기도했어요.

한해아주좋은책한권만잘읽어도그해아주잘산거야.

맞아요.그럼요.그렇고말구요.

신쌤은나보다일곱살위올해예순넷이다.

그런데여전히그녀는이십대후반

내가처음그녀를만날때의모습성정을그대로지니고있는듯하다.

그래서오히려나보담한참젊은여성.

그녀에게대해간직하고있는몇가지이야기들…..

언젠가그녀와나는같은기차간에앉아있었다.

무슨이야기였는지전후가기억나질않는다.

그러나그이야기중내가<절대>라는단어를사용했었는지,

그녀가그랬다.

너는어떻게절대!라는말을그렇게쉽게할수가있니……

난어렸고예민했고그녀는멀고높아보였다.

그뒤로나는절대!라는말을

절대,함부로하지않게되었다.

그런데이번여행에서바라본그녀는

너무나호오가분명한성정탓으로

절대!같은것아주쉽게사용하시드라.

언젠가내편지에대한답신에서

그녀는abnormal한봄볕이란문장을사용했다.

봄이되면나는지금도봄볕에서

abnormal을찾는

abnormal한짓거리를

오십한참넘은지금까지도

abnormal하게하고있다.^*

그녀와나는오래전데미지라는영화를같이보았다.

그래도어쩌면적어도……

한눈에반할수는있다손치더라도아들의연인과….

나라면절대못할것같은데요.

그녀는그랬다.

왜못해충분히가능한이야기지.

그녀는그때도

이미나보다더진보고젊고자유로웠다.

.

내가설흔일곱살….

언젠가우리집에서나는그녀에게밥을지어준적이있었다.

그녀는나만만나면그이야기를한다.

아이들이심한천식으로너무도팍팍한시간을보내고있을때

내가집에서해준밥이그렇게따뜻하고편안했다고….

게토막과냉이를넣어끓인된장국이그렇게맛있었다고….

이렇게늙어서뒤돌아보니

여자들가장아름다운때가삼십대후반에서사십대초반이다.

성숙하고품위있고우아하면서도아직탱탱한,

시들지않는성숙의한대목!!

(욱체는자나왔으나영혼의이대목은어디쯤일까?)

그때마흔네살의그녀는설흔일곱인나에게그랬다.

넌지금빛나는청춘이야…..

하이고청춘이요?

어리석게도그녀의말에

나는코웃음비슷한것을살짝넣은반문을했는데

빛나는청춘이아니라….

내인생중가장어여뻤을때가아니었을까…..

난상투적인것을싫어해,증오해,

그녀는그런말을거침없이한다.

난고개를끄덕이며가만히듣는다.

이세상에서상투적인것아닌것이어디있으랴.

상투적인것싫어하지않는사람어디있으랴

내가생각하는그대목을그녀가생각못할리는없다.

그러면왜나는그런것을표현하지않고

그녀는거침없이하는것일까,

감도의차이일까,

아마도그녀는여전히예민하고날카로운눈부신감성으로

알면서도견뎌내지못해서

말이라도해야견뎌내는지도모른다.

넌왜술을안마시니?못마시는거니?안마시는거니?

둘다요.

난우스개비슷하게말했다.

이렇게풍성한감성에술까지젖으면

품위있게살기어려울것같아서요.하하

넌다좋은데술못먹는것그게맘에안들어…..

쌤은마아니….드세요……

물론전부는아니겠지만중년의여인들술을마실때면

가슴속에가득차있는.

슬픔과가벼움과천박함의어느언저리들이내비치더라.

날카롭고예민하면서도사람은얼마나좋아하는지

내숭떨며쌀쌀맞은나와는궤를달리하기도해

그녀는나아닌사람들과도아주친하게지냈다.

나는그래서자유롭게

마치혼자여행온것처럼

여기저기혼자바라보고혼자쳐다보고혼자사진찍고했다.

아이둘데리고여행을온사십대여성은

신샘에게필이꽂혔는지맥주를마시자고했다.

전화가오길래전안가요.혼자가세요.말했는데

자기방으로오란게아니고우리방으로온다는것이다.

3딸을데리고그리고아이둘데리고온부부교사도함께들이닥쳤다.

사십대여성의호기심은

자신의지적인면을부각시키려는의도가보여서흥미가없었고

딸래미에게맥주를마시게하는태도도

자유롭고멋진부모상에매여있는듯해좋아보이지않았다..

부부교사특히화학선생인남편은재미있었지만

술을마셔댈수록말이느려졌다.

열한시가넘었는데도파할모습이안보여

술다드셨으면마칩시다!!!내일을위해서….

내가파장선고를했

여행태도도그녀는나와아주다르다.

의외로아주식사를잘한다.

내가먹어보지않았던것들에

냄새맛식감등에대해낯설어하며거부감을보일때

그녀는아주여유있고너그럽게모든것을즐겼다.

여행내내나는동남아시아특유의밥냄새가싫은반면

그녀는그런낌새도못챈듯음식을즐겼다.

그녀는한비야처럼육일동안옷하나로버텼고

나는날마다옷을갈아입고

아침저녁으로샤워를해댔다.

촌스럽기는…..아마도그녀는그리생각햇을것이고

나는스스로한심하기도했다.

앙코르왓에서의신쌤.그녀는여전히구식핸드폰으로사진을찍어댔다.

하롱베이가는길에서만난배….나무를여기저기심어놓아아름다워보였다.

원숭이…아주자그마한….그래서까마귀와밀당을했다.

드물게높은곳에서혼자앉아

고상을떨고있는원숭이도있었고…..

꽃이없는베트님에서유일하게본야생화….

일주사…지붕하나위에만들어진절….

지금은시멘트로되어있지만원래는흑단나무였다고한다.

가져가지못한프랑스군들이불을질러버렷다고……오아까운흑단나무..

석가가해탈한보리수나무라고해서찍었는데이모앙이다.

호텔방에서바라본아침해…..

신쌤이산십자수닭과말들…이것두개사놓고엄청즐거워함…..

일달라는팁…

12 Comments

  1. 참나무.

    2013년 2월 3일 at 3:32 오후

    음…푸나무님술못마시는구나…

    이판국에술까지마셔대면뭐가되겠냐고
    술안마셔도늘취해있으니…이카거덩요…^^

    몇편까지계속될까요…잘읽었어요
    눈오시는밤에마종기시에빠지다가

    초안꺼뜨리려고버티는데
    힘들겠에요아직타고있으니…
       

  2. 오드리

    2013년 2월 3일 at 3:33 오후

    음,재밌었겠다.여행땡긴다.근데왠반말.ㅎㅎ   

  3. 말그미

    2013년 2월 3일 at 3:38 오후

    60대가20대같다는분.
    엄청부럽습니다,푸나무님.
    얼마나재미좋으셨을까,좋아하는분끼리여행이라서요.

    푸나무님도술못하시는구나…
    무지반가워요.동지를만나서…
       

  4. 나를 찾으며...

    2013년 2월 3일 at 3:40 오후

    베트남여행다녀오셨군요.
    저도천성적으로술은잘몬하는데
    술잘먹는사람들보면참부럽다는생각은들더라구요..ㅎㅎ

    글을아주재미나게쓰시어서
    하하하하호호호호깔깔깔깔거리고읽었어요.
    특히
    앙코르와트에서의신쌤!!!그뒷야그에서빵터졌어요.ㅎㅎ
       

  5. 나를 찾으며...

    2013년 2월 3일 at 3:42 오후

    아~~~악!!!벌써세분이댓글을올리션네요…
    모두들줌시지도않고…ㅋㅋㅋㅋ   

  6. 푸나무

    2013년 2월 3일 at 3:51 오후

    촛불켜놓고….
    술마시면분위기끝내줄텐데요….
    눈이내려선지잠이들면
    무척아까울것같은…밤이네요.
    근데우리닮은것너무많은거아녀요?.
       

  7. 푸나무

    2013년 2월 3일 at 3:54 오후

    정말땡겨???요?
    구구절절ㅋㅋ
    내일은패키지여행에대해서한번써볼까요?

    가만어딜까?
    오드리님이급친밀감을느끼게되어반말을쓰게된곳이…^^*

       

  8. 푸나무

    2013년 2월 3일 at 3:56 오후

    말그미님도동지???
    브라보!!!

    사실사람이야기는잘안하는데
    신쌤은컴도안하시고….
    그래서뒷담화를ㅎ

    친구이야기한번무심코썼다가혼줄난후로
    사람이야기안쓰려고하거든요.
    그러니쓸거리가줄긴하지만….ㅎㅎ
    나도손주나생기면줄창써댈텐데….
       

  9. 푸나무

    2013년 2월 3일 at 3:59 오후

    나찾님도술을못드시는구나.
    이밤엔전부술못드시는여성분들…..만???
    정말작은핸펀이에요.사진은그것에서반나오는….
    근데그사진밤새구경하면서지울것을찾는거예요.
    너무좋아서지울것이없다면서…ㅎㅎ
    저는디카에카메라에….
    그니신샘이얼마나쿨한거에요.

    근데나찾님은왜줌시지도않으시고????하하

       

  10. 데레사

    2013년 2월 4일 at 12:59 오전

    나도술을마실줄알았드라면인생이조금은달라졌을겁니다.
    술을못마셔서치룬곤욕들이꽤많거든요.
    술은커녕활명수에도취하는나를두고맹꽁이라느니내숭이라느니
    그런소리들을많이했거든요.

    베트남여행,하롱베이를다녀오긴했는데사진을보니전혀낯선곳
    같이느껴집니다.이미기억에서떠나가버렸나봅니다.ㅎㅎ   

  11. trio

    2013년 2월 5일 at 3:57 오전

    베트남에다녀오셨군요.저도가보고싶은곳인데…
    날씨도제법쌀쌀한가봅니다.
    그래도여름보다는이계절에그곳에가는것이좋겠지요?
       

  12. 트레이더

    2013년 2월 24일 at 11:40 오전

    알았다…

    푸나무님은소설을쓰시는구나…여행과는전혀관계없는댓글죄송…

    저는아직도푸나무님의글은좋은데집중이안되서….그이유가지금풀린듯
    준비도안됐는데소설의중간을읽는듯한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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