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앙코르왓에서

건기인앙코르는먼지가많았어요.

툭툭이를타고달리던길가옆나무들은붉은단풍처럼보이더군요.

단풍일리가없죠.

황토가루를뒤집어써서그리보였던거예요.

앙코르톰을둘러싸고있는거대한해자….

고여있는물이면서도썩지않는이유가바로황토때문이라고하더군요,

황토가지닌정화작용.

아무리그래도신기한일이기도하죠.

엄청나게

넓고길기는하지만

그래도고여있는물인데

모든것을흐물거리게하고도남을뜨거운더위가날마다내리쪼이는곳에서

썩지않는다니요.

같은일행중에은퇴하신수학선생님이그러시더군요.

어디선가읽었는데앙코르는지반이아주약한곳인데

해자가그지반을지탱해주고있다는설두있다구요.

그럴수도있겠구나….고요한물처럼강한힘이또어디있으려구요.

上善若水의근본태가아닌가…..해자를바라보며그런생각도들던걸요.

생각해보니다시앙코르를오고싶었던것은

비때문이었을것같기도해요.

이년전앙코르왓에서…..

사원입구에서스콜을만났었거든요.

비라는존재와의실재대면!햇으니까요.

비의원형이라고나할까,

구름같아보이기도하는,

채빗방울이안된비의모습

덩어리진채다가오며소리를내던

그리고순식간에비로화하던….

세월의더께가까맣게내려앉은

여기저기구멍뚫린

쳔여년이되어가는사원안에서

바라보는세찬빗줄기….

그비에흔들거리던오래된나무들나무줄기들나무이파리들….

사무치던그순간의정한을무어라형용해야할까요,

내가사라지는느낌….같은것,

사람들도많았고한낮이었고오래된사원안에서들려오는빗소리도선연했죠.

모든것들이다실재했는데….

그런데도실재하지않는듯한

아주모호한느낌…..

나는그때아마시간의정지를간절히원했을거예요.

바람도있었겠지만

왠지나무를흔들어대는것은비의힘일거라는….

아주굵고세찬빗줄기가마치그네를타듯이리저리

사원의정원을밀려다니곤했어요.

그런비내생전처음이었지요.

해자를관통하는다리를지나사원앞에다다르니

세상에연꽃이피어나있더군요.

연못은너무나자연스러워서….땅인지연못인지

구별하기어려울정도로야트막했어요.

그러나얕은물이라고는믿을수없을정도로가득연꽃이피어나있는거예요.

그리고연꽃과함께피어나는

앙코르왓의돔들….

그림자는기억과비슷해요.

문득연못에비치는돔의형상을보며

물이지나왔을성상도보이고,…

실제사원보다

물속그림자가주는…….

광폭한느낌같은것…..

사진찍는내내날업습하더군요.

인도차이나반도를다스리며호령하던전쟁의왕,

오랜영화를위해사원을짓게되나

결국은자신의묘를준비한왕…..

이거대한도시가밀림속에홀로연명해왔을시간도

생각해봤어요.

사람이만든건물은

아무리거대해도죽어있는데

그죽어있는건물사이로

생명의환희를거침없이내보이면살아있었을

열대밀림의식물들…..그식물이지닌생명력을….

솔로몬왕의신전에버금가고

미켈란젤로같은장인이만든앙코르왓은

로마인의그것들보다더장엄하다고했던

앙코르왓을세상에알렸던앙리무어의말이아니더라도

전부돌로만들어진거대한석조물은오래된시간과함께

사람에게서솟아나올수있는모든영탄을……하게하고야맙니다.

거대함은차치하고라도

그거대함속에마치석류알촘촘히배인것처럼아니그이상으로알알이배인

그섬세한부조와조각은….

어떻게돌에다,저단단함위에.

이렇게자유로운상을그려넣을수있을까,

강인한모습은더욱강인하게

부드러운모습은더욱부드럽게….

압살라…..의여인들은

설령백지위에사비연필로그린다한듯

이토록유현한선을그려낼수있을까.

이토록다양한표정을지어낼수있을까,.

이토록아름답게이토록자세하게이토록그윽하게…..

그옛날크메르제국시절

그나라의모든국민들은모두가미켈란젤로였던것일까요?

적어도어느한두명이아닌수많은사람들의예술품인앙코르왓.

그들은삶자체가예술이어서저런조각이며부조를만들어냈던것일까요?

문명이랄지,과학이랄지,기술같은것들이

오히려일천해서

저런광대한작품을만들어낼수있었던것일까요?

그래서이거대함위에이토록섬세하고아름다운예술을남길수있었던것일까요?

그들모두의삶은정말모두가다미켈란젤로였을까요?

아마도벽을잇는돌이었을것같아요.

사이사이파서문양을새긴쪽은마치천으로만든커튼같았어요.

거기에다그부조와조각사이에넘치도록배인

수많은스토리들은….

회랑한면의부조만보고서있어도하루해가짧을것같은….

여전히이번에도그런갈증은지난번처럼똑같이겹쳐나와

차라리성큼거리며걸어다녔습니다.

어느땐가이더보다앞장서기도했구요.

내가그를알수없듯이그역시나를기억이나하겠습니까?.

한자리한공간에이렇게만지며서로를바라보고있더라도

나아무리애타는눈빛으로바라본다할지라도

우리는그저스쳐지나가야만하는사이이니까요.

설령오래바라보며

시간만큼무엇인가를그에대해안다손치더라도

그게또무슨대수이겠습니까?

내안의적막만늘어나는일이겠지요.

여행ㅡ

무엇인가를담기위해서가아니라

무엇인가를새기기위해서가아니라

기억하기위해서도아니고

즐거움과환희는더더욱아니고

적막을채우는일일수도있다는것.

하노이에서탄비행기를내려시엔립공항에들어서니

더운기운이얼굴맞대고서있는사람의숨결처럼훅다가오더군요.

내내추위에떨었던몸이화악열리는느낌이었어요.

이런더위를생전체감해보지않았던듯,

이렇게얄팍한사람인걸요.

12 Comments

  1. 데레사

    2013년 2월 12일 at 10:57 오전

    올라갈때는별힘안들이고계단을올라갔는데내려올때는
    엉덩이,손,발,다사용해서겨우내려왔습니다.앙코르왓에서요.

    연꽃이참예쁘게피었네요.
    제가갔을때는없었던것같았거든요.불과3년전의일인데어느새
    기억이가물가물하네요.ㅎㅎ   

  2. 조르바

    2013년 2월 12일 at 12:10 오후

    가보구싶어져요굴뚝에연기피듯무럭무럭~
    순전히푸나무님후기땜에….^^   

  3. 士雄

    2013년 2월 12일 at 12:20 오후

    좋은여행하셨습니다.ㅎㅎ   

  4. mutter

    2013년 2월 12일 at 5:52 오후

    앙코르왓은가보고싶은곳인데   

  5. 멜라니

    2013년 2월 12일 at 6:17 오후

    천년도더되어가는사찰에서만날수있는,바라볼수있는세찬빗줄기..
    아..갑자기가슴이싸-해집니다.
    지금제가사는곳에는비가내리거든요..
    그래서인지님의글을읽으면서세찬빗줄기는대목에가슴이울렁울렁..ㅎ
    (제가비오는것을무척좋아한답니다.)

    앙코르왓이죽기전에가봐야할문화유적지라고하던데..
    언젠가는..저도^^
       

  6. trio

    2013년 2월 12일 at 8:20 오후

    멜라니님따라서저도꼭가보고싶네요.ㅎㅎ
    모네의수련과는분위기가많이다른데..너무아름답네요.
       

  7. 푸나무

    2013년 2월 14일 at 1:12 오전

    데레사님아마여름에가셧으면저연꽃못보셨을거에요.
    저두여름에는못봤거든요.

    저는어제일도가물거리는데요.ㅎㅎ   

  8. 푸나무

    2013년 2월 14일 at 1:13 오전

    조르바님위풍다앙다님이랑한번다녀오세요.
    아마더욱위풍당당해질실것!

    사웅님,감사합니다.
    언제나부지런하셔요.

    무터님….
    한번다녀오시지요.   

  9. 푸나무

    2013년 2월 14일 at 1:16 오전

    멜라니님….
    비를좋아하시는구나.
    저두무척무척비좋아해요.
    아마저처럼비를좋아하신다면
    멜라니님도
    아주아주오래된비내리는사원에서스콜을한번만나시면…..
    평생잊지못할기억되실듯…..

    트리오님과한번같이엮어보시지요.
    두분가시면저두…한번.더…ㅎㅎ
    모네의수련과는…..
    상당히다르지요.   

  10. 산성

    2013년 2월 14일 at 10:32 오전

    둘째가며칠이곳엘간다는군요.
    그아인휴가철에휴가안쓰고꼭뒤늦게가더라고요.
    그래서이사진들보여줬습니다.
    비슷하게라도찍어와보라고…^^
    그리고저사람들조심조심내려오는곳,
    알았지!!해뒀습니다.

    저도아직못가본곳이라…찬찬히살펴봅니다.

       

  11. 말그미

    2013년 2월 14일 at 12:11 오후

    ‘세찬빗줄기가마치그네를타듯
    이리저리몰려다니듯사원의정원을밀려다닌다’는표현은
    꼭그모습을보는듯했습니다,푸나무님.
    표현이근사했습니다.

    연꽃도있네요?
    지금그곳은무슨계절인가요?

    저는그거대한예술품을도저히표현을할수없더구만요.
       

  12. 멜라니

    2013년 2월 15일 at 9:04 오후

    푸나무님,그래볼까요?
    trio님과한번..^^
    그런데몇년은기다리셔야할텐데요..
    내친김에트리오님따라서프랑스도왔다리갔다리해보고..

    정말그럴날이오면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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