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水節에 난분분 날리던

어젠

우수의절기중중후….

기러기가다시추운나라로날아가는시간이었어요.

기러기의길도있을테니아무데서나기러기가보일까만….

괜히푸른하늘을기웃거리기도했었지요.

한로시에

초대를받은듯모여드는기러기는유심한마음으로보이는데

떠나가는기러기는무심하죠.

기러기난자리에드는것들이

유별나게사랑스러워선가요.

정말삐애기눈물만큼벌어진노오란생강나무…..꽃술이

북한산대남문에서구기터널로내려오는길에서

한그루보이는듯도했어요.

하도옅고작아서정말보긴했는데

처럼아련했어요.

내내대남문오르는길에서도내려오는길에서도

커다란귀룽나무휘늘어진귀룽나무식당(?)……을찾았는데없어서….

마음이이상했어요.

없다면그커다란귀룽나무를베어내버린것인가……

??무엇때문에….

집에와서야갑자기머리가회전을하며혹시해서

그쪽산길에익숙한남편에게물었더니

대남문가는길이아니고승가사가는길에있다고하더군요.

기억이란것이선명한것같아도

삶의갈래처럼

주인인나도모르게얼크러지기도하더군요.

귀룽교앞에서같이간사람들에게잘난척도한번했어요.

왜귀룽교일까요?

계곡바로다리옆에휘늘어진가지가지천인나무가바로귀룽나무라고…..

그래서귀룽교라고….

귀룽나무는연두가기가막히게어여쁜나무에요.

어느연두든안그럴까만특별하게눈부셔요.

세순막움터오르고

그리고아주조금씩자라나며휘늘어진가지

굳이역광으로가지않더라도

마치역광아래서나뭇잎속들여다보는것처럼눈부시게환하죠.

오죽하면이윤기씨가나무고아원이란글을썼고

그글속에서는

귀룽나무가사람만큼주인공이라니까요.

좋아하는나무가주인공인글을읽는기분삼삼하죠.

근데왜그분그렇게일찍세상을떠나셨을까요?

그분가시는길에그수려한문장들

살짜기즈려밟고가셨을까요?

아그렇다면아마도저승길은진달래

절대,개꽃아닌참꽃말이에요.

그아련한연분홍색일지도모르겠어요.

오히려햇살보다더난분분한

이런수다와함께산길을오르는데,

가끔눈발다가왔어요.

정말이냐구요?

네에정말요.

나뭇가지에살짝얹혀있던눈들이가볍게부는바람결에날리는거예요.

아무리우수절이라해도

모두가다물로흐르지는않죠.

바람속으로증발하는눈도있겠구나…..

건조한슬픔처럼말이지요.

같이가는산길을즐거워하면서도

아무도없이혼자타박거리면걷던혼자만의산행을그리워하는것처럼….

굳이파랑새가무슨보물일지행복일지만이야기하는것은아니라고봐요.

파랑새는그렇죠.

파랑새는그리움같은거예요.

봄에서가을을

겨울에서봄을

이곳에서저곳을

여기에서저기를

그리움은그저아득한눈빛이구요.

날리는눈을맞으면서

얼마나겨울이그립던지….

잔설속의산그리메…….는얼마나깊던지.

계곡응달진곳바위위에모자처럼산뜻하게얹혀있는희디흰눈들은

얼마나청순하던지

마치초겨울의서설처럼보였어요.

겨울속에서겨울을그리워하는것

눈을보며눈을그리워하는것,

병이지요.

중증이에요.

산을같이오르는분이야기예요.

이렇게오래살다보니내체질이가르치는것에적합한사람일거라는생각이들기도해요.

대학삼학년때과대표를했는데아무래도그러다보니교수들사회가조금보이더군요.

그때만해도대학교수라면…..

뭔가다른사람

고아하고고급하고적어도천박하지않는인격체라고여겼는데

들여다보니시장판만도못하더군요.

동기교수님끼리바로옆방에살면서말을안하고지내요.

친하게지냈던교수님께서손을잡아주겠다고대학원가라고하셨는데….

저는사양했어요.

그런교수라면안하겠다…..고그래서안갔어요.

사회에들어와보니그래도교수사회는양반이더군요.

그런데그때는그걸몰랐어요.

서늘한이야기죠.

그이야기를듣는데참서늘했어요.

그렇잖아요.

사람의인생이얼마나사소한것들에의해달라지는가….

그가녀림이참으로애잔하지않은가말이죠.

젊은이의시선,

그맑고투명함속에서보이던사람의모습들

지금의우리는어떤가?.

그래서아마도그사고력높고문장력기이한박경리선생도

젊은시절Q씨에게라는글에서

그렇게로맨틱한감정을풀어헤쳐놓았을거에요.

토지처럼잘쓴글보다

오히려감수성짙고깊은그녀를더잘나타내주는.

그녀의Q씨는대상이있었을까요?.

아니면퀘스쳔?

아니면아큐정전의큐씨?

마침교수하는교수가농담을하더군요.

교수는두가지교수가있다구요.

하나는이상한교수..

그리고또하나는더이상한교수…..

우리는아주즐겁게웃었죠.

문득지난늦가을산행이떠올랐어요.

드물긴하지만

길이아주잘나있는산길에서도길을잃을때가있긴하죠.

이제는거의익숙하다고해도될만한

삼천골을통하여문수봉을오르는데

그전날은가을비가장맛비처럼내린후였어요.

숨어있던계곡줄기가빗물의손짓에따라여기저기솟아나있었어요.

길을따라갔는데

그리고길이었는데

그런데길이아니었어요.

다시뒤돌아서기도이미멀어진길….

오래전사람들이다니던길이었지만

지금은다니지않는길로들어선거지요.

산길을가며

길을생각했어요.

우수절은물이되는시간이죠.

눈도물이되고

얼음도녹아물이되는길

당신도…..

녹아내리는중,

물이되는길을걷는중이신가요?

>

24 Comments

  1. 푸나무

    2013년 2월 24일 at 11:06 오전

    벤님….
    순이언니…
    곡진한언어로불러주신참나무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넘게빈자리를그래도열심히찾아주신많은분들….
    감사합니다.
       

  2. 트레이더

    2013년 2월 24일 at 11:33 오전

    아직도해찰중이신가….ㅎㅎ
    저도산에같다왔는데…

    눈내린산은너무좋아요…   

  3. 쥴리아스

    2013년 2월 24일 at 1:05 오후

    중간의교수사회얘기에피식웃습니다…포괄적일반성의관점에서는맞을수도있겠네요…다만지엽적준개체적관점에서는그러지않을지도…..^^

    녹아내리고있는중인것은맞아요…아마50대가가장황금기가아닐까합니다…없던너구리도맘에들어오고삶을관조하는자세도생기고그런데그게맞아요…   

  4. trio

    2013년 2월 24일 at 1:46 오후

    자주올라오던글…모가지가조금더길어졌습니다.방가방가!
    혹시…아프신가,여행중인가…
    잠시쉬고싶은때도있으니까안부묻고싶어도묻지도못하고…들랑날랑…ㅋㅋㅋ

    "길을따라갔는데,그리고길이었는데,그런데길이아니었어요."…

    와,잔설이남은겨울산…한폭의전통산수화를보는느낌입니다.
       

  5. 해군

    2013년 2월 24일 at 2:41 오후

    저렇게눈까지쌓인산을어떻게갈수있을까요?
    성격이상한사람들아닌가요?
    대남문하고남대문하고는다른건가요?
    오랜만이지요?
    시시한질문이너무많지요?ㅎ   

  6. 凸凸峯

    2013년 2월 24일 at 11:47 오후

    낯읶은지명들
    대남문,구기터널,문수봉,승가사
    ……..
    옛날엔막걸리니떡,또는국수장사를
    대남문과구기터널서만나한잔씩
    걸쳤었는데….사진으로만보면
    산천은의구한게맞네요.   

  7. 소리울

    2013년 2월 25일 at 1:24 오전

    물이라니요?
    녹아내리려면아직도숱한세월이흘러야될까말가한경지이지요.
    불암산,자주오르던의정부의산에서빤한길을두고다른길로접어들다가
    길을잃었던적이있었지요.
    산에북에서온삐라는흩어져있고해는저물어가고
    참으로혼난적이있어요.
    멈추면보인다.그걸체험했던산길
    조금높은곳에올라몸추어보는데다니던살길이빠안히보였지요
    많은생각을하게하는산입니다.   

  8. 벤자민

    2013년 2월 25일 at 11:44 오전

    첫답글에
    제이름이등장하는영광을ㅋㅋ
    삐치는않으신것같음ㅡ안심!!

    건데다시삐칠라고폼잡는이유는
    교수를욕하다니요?후후
    그우와한교수님들을?
    그러나시장판보다못한교수사회
    쪼끔은동감합니다^^
    건데나중에보니그건그래도양반이라면
    푸나무님은도대체
    지금어떤사회에서살고계십니까?ㅎㅎ

    우리같이때묻지않은사람은
    이해하기가힘들어요~~~^^   

  9. 푸나무

    2013년 2월 25일 at 1:14 오후

    트레이더님해찰만잘해도…남는장사죠.
    나이들어갈수록
    해찰을잘해야
    해요.
    여유도잇어지고
    눈에보이는것도많아지고…^^*
    어디산다녀오셧어요?
    저야맨날주로북한산…..저부카니스트에요.ㅎㅎ   

  10. 푸나무

    2013년 2월 25일 at 1:17 오후

    지엽적
    준개체적관점에서는다르겠지요.
    저야당근교수가아니니
    교수사회를알리가있겠습니까만

    쥴교수께서는
    일반론적으로
    이상한교수?
    아니면더이상한교수?ㅋㅋ

    독서력을보니
    절대더이상한교수그룹은아니실것같긴한데요.^^*
       

  11. 푸나무

    2013년 2월 25일 at 1:18 오후

    트리오님
    목이길어지셧으면
    제가목이길다란…미녀를만들어드렸다는이야기죠.
    트리오님음악미술만해도아름다우신데
    거기에목까지길어지시면
    저곁에가까이못가요.ㅎㅎ   

  12. 푸나무

    2013년 2월 25일 at 1:22 오후

    음해군님…..
    소화아지매증상이보이시는듯…^^*

    말씀하신것처럼
    시시한질문은….
    그깔끔하신글력과도배치되고
    신문에자주회자되시던
    전력과도배치되는듯하와……
    전전긍긍
    두루뭉술
    받잡기민망하옵니다.^^*   

  13. 푸나무

    2013년 2월 25일 at 1:24 오후

    철님
    대남문내려와서우리는아주예쁜카페에서
    단팟죽을먹었답니다.
    아커피두마시구요.
    지금도아마막걸리는여기저기서다파는줄로알고있습니다.
    그리우시면한번다녀가심이….
    ㅎ~너무멀지요.북한산….

       

  14. 푸나무

    2013년 2월 25일 at 1:26 오후

    소리울님.
    다른분들께는
    지송하지만
    오늘주신댓글중에서가장맘에드는댓글이시옵니다.
    뷰포인트를
    한눈에잡으시고
    멋진사진을찍으신것같아요.
    고맙습니다.
    소리울님.
       

  15. 푸나무

    2013년 2월 25일 at 1:29 오후

    벤님
    우리는그날등산뒷풀이
    차마시고단팟죽먹으면서
    굉장히심도깊은
    인생담론을한참펼쳤답니다.

    결론은
    아주단순했지만요.

    모든인간은거기서거기다.
    ….

    겨우언문이나해독하신울엄마를
    저는아주훌륭한인문학자로여긴답니다.

    비슷한이야기죠.^^

    비자금은다시모으시는중이시죠?   

  16. 말그미

    2013년 2월 25일 at 1:36 오후

    일주일넘게비우셔도그것도모르고
    그냥일이있어글을못쓰셨나만생각했어요,푸나무님.
    이런이웃이?…

    귀룽나무가뭔지도대체뭔지감이잡히지않습니다.
    혹시나무를보면시골에서보았을라나요?
       

  17. 士雄

    2013년 2월 25일 at 2:52 오후

    가르치는일이좋고
    멋있고보람있고가치있는일이기는해도
    세상에서가장힘드는일이기도합니다.ㅎㅎ   

  18. 騎士

    2013년 2월 28일 at 9:31 오전

    열댓명이앉을수있는교자상을
    세로로붙여놓고
    한밤중에일어나
    상위에빈그릇을보았지요

    크고작은접시며
    열댓개의술잔과
    은수저열댓벌
    커피세트두어벌
    아름다운물주전자
    한가운데전골냄비….

    교자상한가운데는
    열댓송이의장미를꽂고
    불빛가물거리는램프도켰지요

    일부러전등을끈
    거실에는
    바흐의무반주소나타가…

    창밖엔
    어느새
    축복처럼봄비가내리고
    교자상에둘러앉을
    이름을불러봅니다

    3월,4월,5월,6월,7월,8월……
    길잃지마시고
    가신듯
    도셔오소서

    봄이옵니다
    벌써날씨가봄냄새가짙어지는군요
       

  19. Lisa♡

    2013년 2월 28일 at 10:31 오전

    사진이너무쨍하고시원하고

    좋습니다.

    야호~~   

  20. 푸나무

    2013년 3월 1일 at 12:08 오전

    말그미님올해는가능하면꼭
    귀룽나무연두순과
    구름처럼보이는꽃사진…보여드릴께요.
    아귀룽나무는구름꽃이라고부르기도한답니다.
       

  21. 푸나무

    2013년 3월 1일 at 12:09 오전

    사웅님께서도선생님???이신갑다요.
    수많은눈들앞에서
    앞서간다는것쉽지않죠.   

  22. 푸나무

    2013년 3월 1일 at 12:10 오전

    리사님야호!!!!
    나도경쾌하게한번따라서해봅니다.
    리사님따라쟁이….푸.^^*.   

  23. 푸나무

    2013년 3월 1일 at 12:12 오전

    기사님.
    열댓송이장미….와램프
    그리고바흐의무반주첼로라구요.

    축복같은봄비….
    어제늦은밤조금내렸는데…..

    로기님맞네요.
    누가이름을지어줬는지참.^^*

    설마제가어디로갔다는이야기는아니시죠?

    비의가득한글입니다.   

  24. 꼬낀느

    2013년 3월 5일 at 6:13 오전

    글이좋습니다.음악도.
    예전에는저도이렇게배경음악으로제가듣던음악을즐겨깔았는데,
    언젠가부터저작권말이나오며엄청겁을주길래,저는소심해서더이상음악을깔지못하게되었지요.오래간만에조용하게배경음악과함께음악에어울리는글을읽으니편안해지는군요.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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