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누리 마티네 콘서트ㅡ 세 남성의 피아노 파티

나의위대한전기수정선금할머니께서는도채비를만난일이있으셨다.

우리집에전설처럼구전되어오는이야기….

회천에서고기를사가지고수덜치재를넘어오시는데

갑자기순식간에정말거짓말처럼눈이캄캄해지셨다고한다.

아이고이것이머시여….

눈을부비고또부비셨지만눈은보이지않았었다.

물론이대목에서도채비에도무지관심없는사람들은

칠흑같은어둠이었겠지..

괜히무섬증이드니잠시잠간현기증난것아니었겠나.

그러나우리의정신좋은정선금할머니께서는

단호하게.(나의봄처럼혹은나의겨울처럼.?^*)

도채비에게홀리셨다고!!!!도채비에게씌었다고말씀하셨다고한다.

홀린다는것은약함을기원으로하는시적행위다.

마치팔꿈치윗부분의살처럼부드럽고상냥하기조차한,

약함은서정의근간이기도하지.

그러니무엇엔가홀린다는것은새로운세계로살짝이양되는일이기도할것이다.

나는무엇엔가홀리는…..기분이들면

정선금할머니의도채비이야기를기억해낸다.

할머니의깜깜함대신……

오늘나는눈물한방울맺혔다가흘러내렸다.

피아노연주를듣다가

그것도아주익숙하게아는곡

라캄파넬라….리스트의작은종…..을듣는중에,

마티네음악회는

주부를대상으로하는클래식대중화를위한음악회다.

그러니주로귀에익숙한곡들이주메뉴이고길이도길지않다,

가령말러의교향곡류는틀림없이빠져있는음악회로보면된다.

가볍고경쾌하면서도아름다운소품위주의음악회.

사실가볍고경쾌하고아름다운일들이세상에어디그렇게흔한가.

그보다는짜증나고우울하고….노가많은인생살이아닌가….

그러니아침여자들끼리모여서듣는음악회는

필히그래야할것이다.

에세이아닌미셀러니면어떤가….

에세이가아니라고하여폄훼할일은절대아니다.

박상륭선생의도무지읽히지않는소설법을읽는것도좋지만

박범신의은교를읽는것도괜찮다.

암괜찮고말고,

고양아람누리올해마티네음악회주제가올댓피아노이다.

총다섯번의연주회중그첫날.

오늘

이월의마지막날

사실은마음속에키우던나무하나를뽑아냈다.

워낙푸나무를좋아해선지쓸데없는나무나풀도맘속에자주키운다.

<폭나무>는일찍부터도려내야하는데

사람이맹탕이라쉬운일이아니다.

등에진부판처럼….

바라만보고있는데저절로뿌리가흔들렸다.

다행이다싶어…..힘을약간주니수욱빠졌다.

내깐에는제법매운짓이었지만

나이가들어선지의외로담담하다..

한번해두번해이골이나면

힘도점점세져앞으로더욱매몰차질지도모르겠다.

그렇다고마음휑하지도않겠는가.

휑한속으로아침라디오음악소리…..가잘도스며들더라.

부드러운흰죽처럼…..스며들더라.

차를몰고가는삼십여분…..갈한마음이으로촉촉해졌으니

음악회준비로는거의완벽했다.

약간거만해보이는…..피아니스트였다.

박종훈

나이타령을해대는데머리는백발이었지만

탱탱한피부가사십중반쯤되어보였다.나중에검색해보니나와딱띠동갑,

빛나는청춘인나이를가지고나이타령이라니….

모자르트피아노소나타…..

너무나익숙해서거의연주되지않는곡을

연주하기가얼마나어려운지아느냐고….

고개를끄덕였다.

그렇겠네.

맞네.

그리고젊은피아니스트박종해와함께투핸즈슬라브무곡을연주했고

박종해혼자서박쥐서곡을연주하는데

혹시박쥐의입모습인가……

공간을시간을깨우는피아노소리를내는데

그젊은친구의기묘한입모습이한축을담당하는것같더라.

아그젊디젊은마치공기가득채워논정구공같은젊음의소리라니…..

브라보!소리가저절로나왔다.

그리고다시

박종훈이나와서리스트….

쇼팽의아름다움을평생부러워하던리스트의사랑의꿈을연주하는데

사랑이아름다운건가

꿈이아름다운건가

아름다운사랑에대한꿈인가

꿈꾸는사랑인가

쏜살처럼사라지는시간……속에담겨진사랑…..

음의허리춤이있다면나는잡고싶었다.

사정하고싶었다.

흐르라….이대도록흐르라…..

마지막음이그의손끝에서솟아나고…..

.음이사라지는동안

그여운은사랑에대한마지막혼절과도같은그리움일진대……

방정맞은이들이

그최고의순간을박수로박살냈다.

오이ㅁㅅㅎ청중이여….

그리고라캄파넬라

입을손으로막았다.

나도그런경험은처음인데

응어리진소리가내안에서휘몰아치듯생성되며

내몸박으로나서려고했다.

음악이내안으로들어가휘젓기시작했다.

햇살같은음들구슬처럼빛나는음들…..그미려한것들이빚어내는탄식….

그짧은곡이끝나고…..브라보는커녕난박수도칠수없었다.

정점이었다.

어쩌면이제까지의숱한음악회중에서

가장몰입했던순간.

희열때문에침묵하게되던때!,

쇼팽의영웅을연주한이윤수는…..

청중에게시선을주지못하는….

무대위가어색해서어쩔줄모르는….

얼른연주하고얼른들어가겠다는,

세번내내나는그의얼굴을보며

그순수함에…..미소지었다.

그가영웅을연주하는태도도좀특이했다.

대개피아니스트자신이음악속으로푸욱잠겨야….

감정풍부한연주를할수있을텐데

그는음악속으로잠겨들기를거부하며

영웅,거기서…..거기가만히서있으면

내가정말영웅을만들어줄테니….

하는듯했었다.

연주가끝나자마자

그렇게빨리피아노의자에서일어날수있다니……차암.^^*

도채비이야기를한이유는

음악회를다녀온뒤내내여기저기검색을하며

리스트를찾아들었는데

어디에도박종훈이주는느낌을주는연주는없더라는것,

일본여인이연주하는유투브가조금흡사하긴햇는데

뒷부분에가니아니었고….

랑랑도아니고

키신도아닌….

오직박종훈의라캄파넬라……..

오늘이월마지막날,

나무한그루뽑아내휑하던날

그러니나의전기수정선금할머니처럼

도채비에게홀린것아닌가

생각되더라는것,

맨위의그림은리스트를보고환호하는청중…..

아래는박종훈……

나도환호하고싶었다.

피아노대신

…..

14 Comments

  1. 벤조

    2013년 2월 28일 at 3:20 오후

    폭나무는또뭔고?
    언젠가답글에오타인지’추나무’라고쓴분이있었어요.
    얼마나고소한지…ㅎㅎ그래서
    구나무,누나무,두나무…가나다순서로불러봤는데
    사실’추나무’가제일이더라구요.

    폭나무뽑은자리에피아노가폭폭들어갔구나…물방울처럼.
       

  2. 푸나무

    2013년 2월 28일 at 3:22 오후

    폭나무는다른나무에피해를주는나무예요.
    가령층층나무같은나무를폭나무라고부르죠
    옆으로막길게자리를차지해서햇살을독차지하는….

    추나무요?
    아하,그분누구신지
    안보고도
    푸나무의실체를알아채셨구나.
    벤조님처럼눈이밝으신갑다요.

    거기는굿모닝인가요?
       

  3. 나무와 달

    2013년 2월 28일 at 9:46 오후

    아~~@.@
    도채비이야기에낚여서(?)들어왔다가…..그냥,갑니다….ㅎㅎㅎㅎ

    아름다운연휴보내세요…   

  4. trio

    2013년 2월 28일 at 9:50 오후

    그래서음악은라이브로듣는것이좋다지요.
    그래서연주자들이있는것이고…

    너무음반으로만듣다보면음악의참맛을느끼지못하는것같아요.
    또한음반은아무래도세계적인명연주자들의연주이기때문에
    그런거의완벽한연주에만익숙해지면다른연주자들의연주를좀시시하게
    여기는경향도있고…

    그래서어떤연주자는음반을내는것을기피하고
    어떤연주자는무대에서의연주를기피하고…
    모두되풀이될수없는연주,무대에서의연주의일회성의매력과공포때문일거예요.

    앞으로도자주자주가셔서마치읽는사람이현장에있었던것같은
    생생하고멋진리뷰를올려주시기를바랍니다.

    멋진ConcertGoer,푸나무님!
       

  5. trio

    2013년 2월 28일 at 9:54 오후

    푸나무님,그거아세요?
    피아노는여자보다는남자가쳐야더멋있다는것을?

    한남자도아니고세남자가쳤으니
    순진한푸나무님이도채비에홀린느낌이었을것같아요.ㅎㅎㅎ
       

  6. 푸나무

    2013년 3월 1일 at 12:24 오전

    달님
    도채비이야기만읽으셨다는????

    저두낙인글쓸줄안다는생각에아주자랑스럽군요.ㅋㅋ
    달님도좋은연휴보내시길요.   

  7. 푸나무

    2013년 3월 1일 at 12:32 오전

    트리오님
    피아노원래이름이…피아노포르테였다고하더군요.
    처음엔피아노가…소리가아주작아서….피아노라는이름을사용했다구요.
    쇼스타코비치의왈츠를
    세명이함께쳤어요.

    피아노건반위의검은..판에
    손여섯개가움직이는데

    아그대목정말사진한장찍었으면…..
    싶더군요.

    다음사월25일이벌써기대되요.

    진짜멋진콘서트고어는
    트리오님이시죠   

  8. 士雄

    2013년 3월 1일 at 3:05 오전

    작은음악회는곳곳에서자주있는모양입니다.
    소위대가들의큰음악당에서의연주도좋지만
    작은음악회에서느끼는유익과감동도좋습니다.ㅎㅎ   

  9. 벤자민

    2013년 3월 1일 at 11:35 오전

    아이구난이런데멋모르고들어오면은당황스러워요^^

    베토벤의본명이벤토벤이라는건아시는지?ㅎㅎ
    그래서저도노래방엘가면은
    벤씨집안의음악성을유감없이발휘한답니다
    먼피아노만쳐야음악입니까?ㅎㅎ
    그래도우리집에는무지무지비싼피아노잇다고요
    피아노그거꼭잘쳐야맛입니까
    그래도나도한곡은친다고요
    사랑의미로!푸하하   

  10. 데레사

    2013년 3월 1일 at 11:39 오전

    도채비가도깨비를이르는말인가요?

    회천이라는지명에반가움이입니다.
    한분뿐인형부의고향이보성군회천면이거든요.

    어릴적우리동네에서도도깨비를만난사람들이많았는데요.   

  11. 푸나무

    2013년 3월 2일 at 2:02 오전

    사웅님
    작은음악회작은전시회….
    작은것들이많아질수록
    작은것에대한안목이트여갈수록

    상류사회……
    세련된사회라고여깁니다.   

  12. 푸나무

    2013년 3월 2일 at 2:05 오전

    데레사님도깨비는아이들…것
    도채비는울할무니것…..^^*
    정선금할무니…
    회천
    바닷가에서고기사오시는중이셨대요.
    해수욕장은율포구요.
    율포….
    이름디게이쁘지요?

    ..
    그쵸,
    울엄마…한테도도채비이야기엄청많아요.ㅋㅋ
       

  13. 푸나무

    2013년 3월 2일 at 2:09 오전

    그럼요.
    피아노는잘치면겁나맛이다르지요.
    사랑의미로는아니지만
    저두몇개칠줄은알아요.
    옛날옛날에
    저두체르니까지땠거든요.

    우리집에있는피아노는
    비자금이ㅎㅎ
    없는탓에
    아주지극히평범한영창피아노예요.
    나도
    푸하하….
       

  14. 雲丁

    2013년 3월 7일 at 2:02 오후

    클래식음악감상회다녀오셨군요.
    도채비에게홀린듯한감동이셨다고요.
    아람누리에서괜찮은공연들을하던데
    저희집에선먼거리라서몇번가보지못했어요.
    한대수였나,,,오래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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