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ㅡ 바람흔적 미술관
BY 푸나무 ON 3. 18, 2013
어쩌면인류역사상
가장화려한인생을살았을전도자의마지막말은
기이하게도헛됨에대한탄식이예요.
‘헛되고헛되며헛되고헛되니모든것이헛되도다’
전도자는헛됨에대한
이야기속에서바람을슬며시집어넣어요.
‘바람은남으로불다가북으로돌아가며
이리돌며저리돌아바람은그불던곳으로돌아가고…‘
바람은사람의삶을나타내는정직하고강렬한은유.
돌아가다!는죽음에대한상태기도하고
본향으로의귀향…도있어요.
처음과끝이맞물려져있는지점….
기실바람을이야기하는듯하지만
산에서발아래숲을내려다볼때온나뭇잎을흔드는….
유현한슬픔의모습은바람의흔적…..이
만물을물론
이내마음에까지숱한길을만들면서도
만듬과동시에흔들어버려
소멸
사라짐…
흔적없음의흔적이되곤하죠.
눈에보이지않는숱한존재중
어쩌면가장선명하면서도강력한게바람아닌가싶기도해요.
잊기위한여행.
상처가혹시조금이라도순해질까
상처가이끄는걸음.
흘러보내야함을알면서도흘러보내지못하는,
도무지사람의힘으로안되는부분때문에
훌쩍떠나는,
혹시낯선곳이
혹시낯선바다가
혹시낯선공기속에서면상한마음을다스려줄
거기어디부드럽고혼곤한바람….
있을까싶어떠나는……..여행을동행했어요.
말을해도괜찮고
하지않아도괜찮다면아주퍽괜찮은사이죠.
그녀는침대위에누워서스마트폰의글을읽고
나는식탁위의자에앉아서책을읽었어요.
글로사람을만나고글로사람을안다는것은특별한일이기도해요.
그것도무려15년이란장구한세월을요.
그러니어느부분서로에대해별관심없는
중년의부부같기도하더라니까요.ㅎㅎ
말이없어도전혀불편하지않는,
나는아라클럽에있던저자의사인이든통증에대한책을
식탁의자에앉아다읽고난후에서야잠을청했어요.
통증에대한치료법을쓴책이었는데
상당히쌩둥맞아보이는주제의책한권을내쳐읽은것은
그치료방법이매우자연친화적이어서
여행지….에서읽어도괜찮더군요.
밤바다는어두워서…..
바다도자는듯….자니?
그리고나도잤어요.
겨우네시간아래로내려갔는데
남해삼천포..는너무부드럽고너무따뜻했어요.
봄이지닌혼미함아련함나른함이세상에가득차
우리오기전그날아침인지그전날밤인지….
혼곤한봄기운이나무를노크했고
부지런한나무들은
활짝문을열어꽃을내보냈더군요.
아라클럽301호는,
아니어느방이나그렇다고하시던데
바다가바로발아래…펼쳐져
베란다에서서멀리바라보니
바다위에떠있는것같은느낌도들더군요.
아라클럽쥔장께서손수끓여주신
도다리쑥국으로거한아침을먹고
(사실도다리쑥국은처음이었어요.그특별한맛…..)
렌트한차를기다리며지도를여기저기들여다보다가
<바람의흔적미술관>이잡혔어요.
바람의흔적이라니…..
이렇게시적인제목의미술관이라니…
의기투합할일도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