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ㅡ 바람흔적 미술관

어쩌면인류역사상

가장화려한인생을살았을전도자의마지막말은

기이하게도헛됨에대한탄식이예요.

헛되고헛되며헛되고헛되니모든것이헛되도다

전도자는헛됨에대한

이야기속에서바람을슬며시집어넣어요.

바람은남으로불다가북으로돌아가며

이리돌며저리돌아바람은그불던곳으로돌아가고…‘

바람은사람의삶을나타내는정직하고강렬한은유.

돌아가다!는죽음에대한상태기도하고

본향으로의귀향도있어요.

처음과끝이맞물려져있는지점….

기실바람을이야기하는듯하지만

산에서발아래숲을내려다볼때온나뭇잎을흔드는….

유현한슬픔의모습은바람의흔적…..

만물을물론

이내마음에까지숱한길을만들면서도

만듬과동시에흔들어버려

소멸

사라짐

흔적없음의흔적이되곤하죠.

눈에보이지않는숱한존재중

어쩌면가장선명하면서도강력한게바람아닌가싶기도해요.

잊기위한여행.

상처가혹시조금이라도순해질까

상처가이끄는걸음.

흘러보내야함을알면서도흘러보내지못하는,

도무지사람의힘으로안되는부분때문에

훌쩍떠나는,

혹시낯선곳이

혹시낯선바다가

혹시낯선공기속에서면상한마음을다스려줄

거기어디부드럽고혼곤한바람….

있을까싶어떠나는……..여행을동행했어요.

말을해도괜찮고

하지않아도괜찮다면아주퍽괜찮은사이죠.

그녀는침대위에누워서스마트폰의글을읽고

나는식탁위의자에앉아서책을읽었어요.

글로사람을만나고글로사람을안다는것은특별한일이기도해요.

그것도무려15년이란장구한세월을요.

그러니어느부분서로에대해별관심없는

중년의부부같기도하더라니까요.ㅎㅎ

말이없어도전혀불편하지않는,

나는아라클럽에있던저자의사인이든통증에대한책을

식탁의자에앉아다읽고난후에서야잠을청했어요.

통증에대한치료법을쓴책이었는데

상당히쌩둥맞아보이는주제의책한권을내쳐읽은것은

그치료방법이매우자연친화적이어서

여행지….에서읽어도괜찮더군요.

밤바다는어두워서…..

바다도자는듯….자니?

그리고나도잤어요.

겨우네시간아래로내려갔는데

남해삼천포..는너무부드럽고너무따뜻했어요.

봄이지닌혼미함아련함나른함이세상에가득차

우리오기전그날아침인지그전날밤인지….

혼곤한봄기운이나무를노크했고

부지런한나무들은

활짝문을열어꽃을내보냈더군요.

아라클럽301호는,

아니어느방이나그렇다고하시던데

바다가바로발아래펼쳐져

베란다에서서멀리바라보니

바다위에떠있는것같은느낌도들더군요.

아라클럽쥔장께서손수끓여주신

도다리쑥국으로거한아침을먹고

(사실도다리쑥국은처음이었어요.그특별한맛…..)

렌트한차를기다리며지도를여기저기들여다보다가

<바람의흔적미술관>이잡혔어요.

바람의흔적이라니…..

이렇게시적인제목의미술관이라니

의기투합할일도없었어요.

우린이심전심이니…..

그리고예측대로바람의흔적미술관은우리를실망시키지않았죠.

길은높은데에있었고미술관은강가낮은데에있었어요.

한참돌계단을내려왔어요.

미술관은보이지않더군요.

바람의흔적….을찾기에는너무따뜻하다….생각도들었어요.

계단을내려가는데그림을철수하는지

두어사람이여러장의그림을들고지나가더군요.

좀보여주세요…..하고싶었지만,

어디그렇게되나요.

그러다가….

아이들의자아래숨어있다가

!!!하며나타나듯이

붉은색바람개비….라고하기에는너무커다란…..

그러나바람의흔적을연상시키기에는

조금도손색없는정경이

물과함께쨘!나타나더군요.

오메~~

오메는제가아주좋을때내보내는감탄사죠.^^*

야트막한앞산

그앞산과의사이에흐르는물….

봄날….이미만개한

드문드문양지바른곳에서는진달래도보였고

개나리노오란빛을내보이고있었으니

산수유매화야말할것도없었구요.

봄날의햇살..그햇살에반짝이는거의움직이지않는물…..방울들.

물은방울들이예요.

작은물방울들이모여서시냇물도계곡도폭포도강도바다도….되는거에요.

그러니까물도마음맞는곳에서는

마음을열곤하죠.

수많은영롱한방울들이알알이엿보이는….

그런것모르는사람누가있냐구요.

그런데….좋으면

마음이열리면

모두가다아는이야기를

아무도모르는이야기를하는것처럼

은일해질때가있어요.

지금제가그렇거든요.

제방,컴앞인데도

여기지금그바람의흔적미술관의정경이펼쳐지고

그물방울들섞이며흐르며숨쉬는모습이보이고

미세한바람이쇠로만들어진바람개비를흔들리게하던

정말바람의흔적이순간엿보이던….

여행은기억이에요.

기억은마음이죠.

마음은…..목화씨같은거예요.

울엄마목화씨는아주콩보다도작은거죠.

그게화분에서자라나면….얼마나그이파리어여쁜지,

꽃은또얼마나수줍고여린지

열매맺히기시작하면얼마나탱글거리고여무진지

그열매에서다시또하얀뭉게꽃피어나는데….

언감생심삿된이내마음이어찌목화같겠습니까만.

가끔은그렇게내원하는아름다운꽃들에

나를슬쩍얹는버릇이

나의유일한명품짓거리!예요.

명품핸드백을드는사람은

그명품과자신을동일시해서….

그렇게명품을선호한다구요.

감히목화에게명품핸드백을견주기나하겠습니까만.

그러니

제가명품을선호하는사람보다어느부분더허황한듯도요.

그런들어찌하겠습니까,

그러고싶은걸요.

다행히목화는품이너그러워서,

우리선생님의사랑을위시한모든귀중한것들이그러하듯

한량없이너그러워서….

마치온실처럼만들어진자그마한커피숍에서

커피를마셨죠.

커피맛아주괜찮았어요.

하긴마음맞는이와함께

형용키어려운풍광을앞에두고마시는커피니

말해무삼하겠습니까.

아주가끔

붉은바람개비…..색깔약간바래기도한바람개비도있었어요.

고흐의분홍색이야기가생각나지않을수있었겠어요.

자칭나무꾼이라는젊은청년인간의조건을읽고있던

무슨회가동했는지이야기하기시작하더군요.

비오는날,

바람세차게불던날

조오기높은언덕위에올라서서이바람의흔적미술관을바라보면

비바람이물보라바람개비…..들

한번보면평생잊지못할정경이펼쳐진다구요.

상상해보니

충분히충분히그럴것같았어요.

언니우리또옵시다

비오고바람부는날…..

그녀에게말하고나니….

문득정말올수있을까…..

그러나

오지못하면어때요.

꿈꾸는것인데….

그리고

꿈도흘러간다는것….

모든것이흘러간다는것을

이제아는

늙음속에있는데…...

워낙제목찍는것을싫어해서…..이사진은남의사진빌려온거예요.

20 Comments

  1. 벤자민

    2013년 3월 18일 at 1:45 오전

    아~~요즘여행에재미붙여셨군요
    그아라클럽이라는곳그렇찮아도생각하고잇어요
    다음한국나가면은몰래살짝하룻밤자고갈라고
    나도301호실달라고해야지
    푸나무님숨결을째끔느껴보고가야지^^

    그라고그무신남자는안태워준다는
    몬도가네여행은이젠안다니시는지?^^
    호주에서그런짓하면은
    남녀차별법으로크게걸리는데ㅎㅎ

    건데그위에뭐이상하게생긴건뭡니까
    바람개비입니까
    원정신사나워서~~~^^
    등뒤로하고앉은여자는또누굽니까?

    명품을가진사람은자신이명품이라고착각한다고요
    그럴수도잇겠네요
    그럼짝퉁든사람은?
    그럼자신이짝퉁이라고생각할까요

    오~~메단풍들겠네ㅎㅎ   

  2. 소리울

    2013년 3월 18일 at 3:35 오전

    두분만보내서미안했는데그리잘즐기셨습니까?
    바람은흔적만있어도좋은데빛바랜빨간바람개비라니…
    저물은강이아니라저수지인데
    남해의척박한논밭드를적셔주는기능을하는…
    더러미술품들이바뀌기도해서언제가도다른분위기가나오는곳이지요.
    바로옆의편백숲과더불어남해의명소인곳…
    수고가많았어요.   

  3. 봉천댁

    2013년 3월 18일 at 4:59 오전

    환상이란상투적인말을쓸수밖에없네요..

    글이정말환상적입니다.

       

  4. 騎士

    2013년 3월 18일 at 2:51 오후

    바람의예술……
    약40여년전세계적으로유행했던
    카이네틱아트(KineticArt)바람의힘으로움직이는예술…
    하여간에좋은귀경하셨시유…
    바람도빛처럼걍왔다가흔적없이가지유..
    바람도외롭습니다
    같이가는친구가없어요
    지나가면그뿐이거덩요..
    그리고어느순간에바람은그이상바람이아니고
    그냥공기일뿐이거덩요…
    빛이사라지면어둠이되듯이
    바람도지나가면그냥공기일뿐이거덩요…
    그래서바람같은사나이를조심하라고하는가봐요ㅎㅎㅎ   

  5. 데레사

    2013년 3월 18일 at 10:46 오후

    바람흔적미술관도있군요.
    그곳잔디에맨발로한번들어가보고싶어집니다.
    잔디가파랗게자라면요.

    산책하기에아주좋은것같습니다.   

  6. 무무

    2013년 3월 19일 at 12:20 오전

    바람흔적미술관,제가아주좋아하는곳이예요ㅎㅎ
    그전엔무인카페가있었는데아직도있던가요?
    커피아이스크림등을맘대로취향대로먹고돈내고싶은만큼
    내면되는양심적인곳이었거든요
    안가본지꽤되어궁금했는데푸나무님글로보니반갑네요^^   

  7. 士雄

    2013년 3월 19일 at 2:28 오전

    미술관이름이참좋습니다.ㅎㅎ   

  8. 벤조

    2013년 3월 19일 at 4:15 오전

    한국의산과물은언제보아도그윽해요.
    아…가고싶다,안기고싶다!
    그런데,
    미술관사진을보니마치
    아라비아공주의방처럼보이네요.
    아라비아공주는꿈속의공주…
       

  9. 오드리

    2013년 3월 19일 at 10:51 오전

    꼭가봐야겠어요.언니는저런곳도안보내주고말야…….ㅎㅎ   

  10. 푸나무

    2013년 3월 19일 at 12:26 오후

    몬도가네여행…..ㅎㅎ
    조용하고정적임여행이벤님께는몬도가네군요.
    몬도가네에대한새로운해석을
    존중해드리면
    벤님의여러가지모습이
    재해석되어야할텐데…괜찮으신지…..   

  11. 푸나무

    2013년 3월 19일 at 12:28 오후

    그게저수지…..라고생각은했는네

    저수지는왠지….흐름이있는강물보다는…..ㅎㅎ
    소리울님함께하셧으면더좋았겟지요.
    감사드려요.   

  12. 푸나무

    2013년 3월 19일 at 12:30 오후

    가끔아주비범한칭찬을해주셔서….ㅎㅎ
    마실갈수도없는봉천댁님집앞을
    여전히서성거렷습니다.

    집단장을언제끝내시려는지…..
    ^^*   

  13. 푸나무

    2013년 3월 19일 at 12:31 오후

    데레사님….의열정에관해
    소리울님과수니언니랑이야기햇어요.
    차암귀하시다구요…..   

  14. 푸나무

    2013년 3월 19일 at 12:32 오후

    무무님가가이사시는거지요.

    바람흔적미술관…좋아하시는구나.
    수니언니도너무좋아서….우리둘이한참….거기에앉아있엇어요.
    지킴이…젊고잘생긴
    젊은이가있더군요.   

  15. 푸나무

    2013년 3월 19일 at 12:33 오후

    그쵸사웅님미술관이름때문에우리도찾아갔어요.   

  16. 푸나무

    2013년 3월 19일 at 12:34 오후

    벤조님…
    아마천연염색한천…전시회를한쪽에서하고잇어서
    아라비아공주….연상이드시나봐요.
    전시회도무료라고하더군요.
    처음만든사람이
    그저자연만을느끼라…….고만든장소래요.   

  17. 푸나무

    2013년 3월 19일 at 12:35 오후

    오드리님,
    자주가시니가보세요.

    그러나언니가가르쳐준것이아니라
    우리가찾아낸곳….ㅎㅎ   

  18. 푸나무

    2013년 3월 19일 at 12:42 오후

    모르시는게없으신로맨틱한기사님.
    키네틱아트는
    괜찮아하시는건가요?ㅎㅎ

    바람에대한서사는
    서정과
    과학을아우르시는군요.
    그참그토록짧은글에서…

    바람같은사나이가….
    과거에도없었고
    지금도없으니….
    앞으로
    혹시생기면
    (세상에이리도야무진꿈이라니….ㅋㅋ)
    조심하는대신…
    바람불어주세요~~~
    하며
    그네처럼타볼까요?하하
       

  19. 말그미

    2013년 3월 20일 at 1:20 오후

    봄맞이하러남녘에멋진여행이었군요?

    집안일,대소가대소사로바쁘다가
    감기나걸리고말았습니다.
    한번걸리면감기도이제잘떨어지지도않는데…

    훌훌건강하게봄바람을쐬어
    온전신에’봄물’이다들었지요?
    아이고,부러워라…
    푸나무님은절대감기같은거들지마세요.
       

  20. 푸나무

    2013년 3월 20일 at 1:24 오후

    오늘만난제친구도감기걸려서콜록거리더군요.
    오드리님도감기걸렸다고하던데….
    전감기가….
    ㅋㅋ
    잘안걸려요.
    이러면감기걸린다고했는데……

    봄물은….
    들었으면좋겠다….싶습니다.
    말그미님손주보러건너갈께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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