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르텟 ㅡ 노년의 판타지

아마도내인생가장늦은시간에본영화가아니었을까,

영화시작이늦은아홉시오십분이었으니

일부러그런것은아니고딱그시간에만했다.

다행히가까이사는지인이좋다고해서아홉시이십분에집을나섰다.

어디가나외출할때마다유심히보는엄마는꿈나라들어간지오래시고

하마봤다면아니이밤에영화를???놀래셨을것이다.

나와아이들에게만문화차이있는것아니다.

울엄마와나사이에도상당히넓은강흐른다.

등산도여행도

그리고마누라잘내보내는사위도

아부지만보고살아오신엄마에게는미스터리일것이다.

찻길도한가하고

주차장도한가하고

영화관도아주한가하다.

어느소설에선가….아이들을밤에학교로불러모아공부를가르친다면

엄청나게실력이향상될거라는…..

집이얼마나아늑하고행복한가를알게할것이라는대목을읽은적있다.

아마도그작가는밤의생태를두려워하는것같았다.

고요하긴했다.

어둠은낮의소란스러움을잡아먹고시침떼는

체격큰음험한도둑처럼보이기도했다.

그러나소란함을잡아먹는도둑이라면

그가아무리음험하다고해도그를싫어하지않겠다.

어딘가,

아무데서도상영안하는

콰르텟을늦은밤

한번이라도보여주니

딱네명이서봤다.

어느젊은커플과우리둘.

하긴젊은이가무슨늙은이들만가득나오는영화를보랴

그렇다면늙은이들은

.아마도이깊은밤자고있거나

이런영화꿈도꾸지않을것이다.

그렇다면누가이런영화를봐야하는가.

얼치기나같은준할매들…..

젊음은다아보내고다가오는늙음을기웃거리고있는

늙을것을알면서

늙음에대한호기심이왕성한이들,

비첨하우스는은퇴한음악가들이모여사는곳이다.

주름진늙은이들도충분히밝고경쾌할수있다는듯….

베르디의축배의노래가아주건강하고싱싱하게

여기저기서옹달샘처럼솟아나온다.

아름다운주변환경도그들이살고있는집도정갈하고아름답다.

늙음에대한누추함은어디에도없다.

밝고세련되며순수했다.

줄기찬재담들도지니고있었다.

더군다나그들은전부한가지공통주제음악을지니고있다.

풍성한노년을즐길수있는자질을갖춘셈이다.

그래서수십개를색색으로불어묶은풍선뭉치처럼보이기도했다.

나와같이영화를본지인은치매센터를경영하는원장이고

나역시그곳을자주방문하는터라

그런로맨틱한늙음!

없다는것을너무나잘알고있으나

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

젊은아이들로맨틱한러브스토리보는것처럼

혹시나의늙음은저렇게기대를하며보게했다.

늙은이는환상을볼것이요..우리성생님말씀하셨지만

환상까지는아니더라도가벼운꿈정도야….

콰르텟은오페라가극점을항하여차고오를때

소프라노태녀베이스알토….주인공넷이함께부르는노래를말한다.

네사람의주인공들은한때전성기를구가했던,..

자그마한무대위에서최선을다해공연하며영화는끝난다.

커튼콜12번을기본적으로받았다는소프라노…..

그녀는과거의기억속에서만살고싶어한다.

그러나친구들은현실을인정하라며부추키고

그녀는과거속에서슬며시걸어나온다.

결국은현재의자신을두려워하는모습이었지만,

편안하고넓적한돌위에앉아조용히흐르는물을바라보는것처럼

영화는격한스토리없이흘러간다.

강렬함에질린터라….

저주름진인생살이에더무슨자극적인게필요하랴

노년의판타지..노년을주제로한동화….노년의해피앤드….

그러나영화가끝나고

자막이시작될때영화는콰르텟이지닌

가장큰비장의카드를꺼낸다.

그어떤스토리보다더강렬한스토리가배어있는…..

슬프고장엄하며가슴을치는….

아익숙한곡들이아름다운풍경과더불어흐르는것도

아주경쾌한맛이었다.

빈주차장…

또각거리믄발자국소리

혹시어디에선가나타날지도모르는무서운숨소리…..

와함께흐르는

자유…

우리는자주밤영화보기로약속했다.

그시간을공짜로얻은것같았거든.

12 Comments

  1. 참나무.

    2013년 4월 2일 at 11:02 오후

    그레타가르보는전성기의모습으로기억되길원하여늙은모습을숨기며살았고
    디트리히(릴리마를렌주연)는늙은모습도일반인들에게공애하며여생을보냈고…

    멋진전성기를보낸somebody들은저같은평민이안가지는부분도있구나…
    영화보면서벼라별생각도많이했더랍니다…

    저는밤영화는한번도안봤는데…음악회는어렵게어렵게가지만서도
    푸나무님은또’팔자좋은..’소리또듣겠습니다그려…ㅎㅎ

    소설이나영화보기,잠시라도비현실적인세계에빠질수있어서저는더좋답니다
       

  2. 푸나무

    2013년 4월 2일 at 11:08 오후

    저두참나무님닮아가나봐요.
    이것포스팅해놓고나가려고….
    ㅋㅋ이젠종일컴못하는곳으로…..
    아니근데언제출발하시는거여요??   

  3. 해군

    2013년 4월 3일 at 1:13 오전

    저도이영화놓칠뻔했는데참나무님덕분에봤습니다
    대한극장에서저녁6:50상영

    음악선수두분이함께갔었는데
    한분이너무좋다면서생맥주한잔산다고해서
    맛있는맥스생맥주까지얻어마셨지요ㅎ

    영화의현실성이야굳이따질필요없겠죠
    어차피판타지인걸…   

  4. mutter

    2013년 4월 3일 at 5:42 오전

    이영화볼생각이었는데요.
    봐야겠어요.   

  5. 士雄

    2013년 4월 3일 at 12:17 오후

    우리는,,,,,,,,,,,,,,,,,,,이라는문장이참좋습니다.ㅎㅎ   

  6. 푸나무

    2013년 4월 3일 at 1:17 오후

    남수오빠
    이대감님께서…
    음악박사님과함께관람하셨다구요.

    호,혼자가시지않고….
    맥스가진론가요?
    아직도진로에서벗어나지못하시고….
    진로를북북서로….

    ㅋㅋㅎㅎ가가   

  7. 푸나무

    2013년 4월 3일 at 1:19 오후

    무터님아마도무터님취향에곡맞으실듯…
    또혼자보러가실거예요?

    혼자….바람너무세게불면
    중독될가능성이있사오니
    이번에는누구와든같이가서보시옵소서.

       

  8. 푸나무

    2013년 4월 3일 at 1:20 오후

    우리…….같지않게사웅님은참친절하신분이세요.ㅎㅎ   

  9. 데레사

    2013년 4월 3일 at 11:13 오후

    그렇게늦은시간에영화를보여주는곳도있군요.
    몇년전부터밤에는거의외출을안해서밤문화를모르거든요.
    늦은밤에특히잠안오는밤에영화상영하는곳이우리동네에도
    있는지당장알아봐야겠어요.

    오늘도좋은하루보내세요.   

  10. 푸나무

    2013년 4월 3일 at 11:37 오후

    더늦은시간에도…열두시무렵…도하던걸요.
    근데무슨밤에다니시려구요.
    그냥편하게낮에보셔요.
    저야그때한번만해서그랬지요만…..
    데레사님도오늘정말환한봄날환하게지내셔요.   

  11. 김성희

    2013년 4월 4일 at 7:21 오전

    작년11월마지막날,
    Mybucketlist라는파일만들어작성하기시작했었죠,,
    29번까지작성한뒤론,,,시들해졌는데,,
    24번째에혼자영화보기가
    3월에퇴근후혼자영화보기를감행?
    제로다크서티를감상했는데,관객이5명뿐이었어요,,
    처음앉는순간상당히쑥스러웠지만
    영화도좋았고,,밤거리의공기도신선하고~~
    혼자도괜찮네!!하는느낌??
    가끔혼자영화보러가야지,,,했답니다.
    아마도푸나무님도이런영화좋아하실것같은데요?
       

  12. 푸나무

    2013년 4월 4일 at 8:48 오전

    외출했다가
    들어와서다시외출하려다성희님댓글보고로긴했어요.

    11월마지막날은
    연애소설읽어야하는날인데
    늦어도십일월에는이런류의….ㅋㅋ
    근데버킷리스트를작성하셨다는거죠.
    그것도스물아홉이나….
    괜찮기도하네요.
    뭔가분위기듬뿍있기도한날이니까…….

    마치
    글처럼
    ㅡ글은혼자써야하고혼자있거든요.
    그러면서도또엄청사람을좋아하기도하지요.ㅡ
    나는
    혼자있기를좋아하면서도

    사람에대한지대한관심이많아

    성희씨님?^^
    버킷리스트가궁금한거예요.
    그리고그스물아홉개의버킷리스트를알면
    성희씨를다알수있을거라는느낌…..
    언제우리
    아주친근한모습으로…ㅎ
    버킷리스트….나누어볼까요?
    (ㅋ이말하려고….)
    그리고혼자…그것
    은근중독성있어요.
    우선아주편하거든요.
    누구랑시간맞출필요도없고
    스텝맞출필요도없고

    요즘은책이밀려서영화볼틈이자주없어요.
    하지만기억해야지….
    좋은밤되세요.김성희씨.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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