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완성되는 슬픔

비오는날이다.

봄비다.

봄이면

마치봄의전령이라도되듯기억나는

수주의비….

그만의비내리는모습

나직하고그윽하게내리는비다.

하여아침은상당히경쾌한이다.

자연이주는

특히비나눈이주는울은거의가다맑고경쾌하다.

내면의어둠이합하지만않는다면

자연이주는그것들은

보이지않는곳을소쇄시키는아주깨끗한물이다.

어제늦은밤에문상을다녀왔는데

소천하신분영정이참으로젊고아름다웠다.

올해햇육십이라고들었는데사진은사십대초반쯤

나중에확인해보니사십오세,

여자가장아름다울때가삼십대후반에서사십대초반이라.

아주화려한색깔의자켓은쌩뚱맞을정도로선명했고

하지만미소는자연스럽다.

자신이충분히아름답다는것을알고있다는듯한미소.

영정이꼭늙고희끄므레해야할이유야없겠지만

그생경함이

생과사에대한기이한관계를

유별스럽게나타내는듯하여한참무연히바라보았다.

이청준은장례식에서일어난일을적으며축제라명명한다.

인간사모든일들이그렇듯이

하늘에서뚝떨어진일은없다.

수많은실날들이얼키고설켜도무지가닥을잡을수없는것이삶이다.

장례라는,

죽음에대한의식을치루는일

삶이라는휘장이휙걷어내버린껍질아래속살.

사람들의생각은예민하고날카로우며

구운조기껍질벗겨내버린것처럼여리고보드랍다.

거기어디숨겨져있던

날카로운칼날이살며시고개를들고.

하여사방데서고함을지르게되어있다.

그래서哭이필요한지도

곡은슬픔은부르고

슬픔은

죽음과는전혀상관없는자신만의포한을촉발해내니

고함을감추기위해서

곡은필요한것이다.

그래서영리한선비님들께서곡비를

불러오셧던것이다.

크게더크게..

포르테..포르테시모포르테시시모…….

그래야속살을감출수있었던것이다.

어머니의죽음앞에서

소설속화자는이런이야길햇다;

기억에의존하니적확하지않을수도있다.

우리의할머니와엄마들의키가작아지고몸피가작아지는것은

그들이지닌지혜랄지삶의방법을뒷사람에게나누어준탓이라는……

그래서우리는몸이커질수있었고….

커진몸으로살아갈수있는데….

거기슬픔은없고

혹슬픈자…는온통가시다.

장례식에갈때마다느낀거지만

이제어디에도슬픔은별로없다.

혹여슬픔,

무리지어여기저기움직인다하더라도

남은자식이나남편떠나버린그녀를몹시사랑했다하더라도

그리하여

움직이는슬픔에잠시갇혀있다할지라도

손님에게대접해야할음식,음료수,혹은커피부탁,

다리저림

타인의옷차림

묵념하는태도..

시들은국화….

피어나는향의냄새등

지극히사소하고일상적인것들이

아주쉽게슬픔의막을찢어내버린다.

하긴이미우리에게는

찢어내지못할

강철같은슬픔은존재하지않는지도모른다.

죽음은가장큰슬픔과직면할수있는

수많은사람들의발길로다져진소롯길이지만….

이제그소롯길은…..없을지몰라

사람들은소롯길보다는

차를타고달릴수있는길

스피드에만관심이가득하니까

스피드속에슬픔은머물지못하니까.

슬픔은마치연기같은거거든.

그래서슬픔은

흔들리는것들,

하물며작은바람조차없어야

아주조금머무는

지극히섬세한존재이니

봉투내고미소짓고악수하며

살아잇는사람끼리회심의미소를짓는

장례식장어디에슬픔이있겠냐고,

장례식에가면직면하게된다

사소한것들의위대함을….

슬픔

죽음과이별이라는

인생에서어쩌면가장큰별리의장소에서만이느낄수있는

그위대한슬픔도

인사미소.손짓,예의악수포옹,탄성.관심..반복되는설명말…….

이런서푼도안되는것들에의해결국밀리고야만다는것을,

초상집에가는것이잔치집에가는것보다나으니

모든사람의결국이이와같이됨이라

성경에기록한것은

단순히슬픈자위로하라는이야기가아니다.

장례라는축제속에서

너를네미래를보라는이야기다.

생각해야하리,

아니볼수있어야하리.

얼마후면분명히치루어질내장례식을,

설령누군가…..우리규설까?

세상이무너질것처럼아니

세상이적막할만큼슬픔에젖는다한들

그게떠나는사람에게아무런일도아니라는것

그무지할정도의

무시무시한

홀로를,

고독을,

산자여유심하라.

그런데도

지금나를지배하는것은

이런사소한것,

이비에꽃지겠네….

내고향

보성에는대원사라는절이있는데

그절입구까지

약사킬로정도벚나무가심어져있는데

그벚나무는여름에도완강한그늘이지닌서늘함을자랑하는데

그길곁에보성강이흐르는데

지는꽃잎그강물위로져내릴텐데….

거기어디쯤

가만히앉아있고싶은데….

그리고나를지금흔드는것은

이런사소한시한귀절

위로받고싶은사람이생길때비로소슬픔은완성된다.

시인이름은잊었다.

아사소하디사소한생이여

11 Comments

  1. 말그미

    2013년 4월 6일 at 2:23 오후

    뼈속까지녹던슬픔이무덤덤해지기도하고…
    이것도나이먹어가는호르몬의조화인지모르겠어요.

    푸나무님,
    병원엘다녀도아픔이그치질않아푸나무님도못보고
    죽는줄알았습니다.
    아직도조금남았는데3월이희한하게지나가고
    하마4월입니다.
       

  2. 데레사

    2013년 4월 6일 at 11:25 오후

    요즘장례식에서는우는사람이거의없더라구요.
    생과사를초월한것인지아니며우리문화가그렇게변해
    가는지는모르지만.

    우리동네학의천을따라방둑에개나리가지천으로피었습니다.
    일찍성당다녀와서꽃길걸으러갈려고요.

    그런데아마혼자걸어야될것같아요.   

  3. mutter

    2013년 4월 7일 at 12:47 오후

    죽음이어째엄숙하게느껴져요.
    감히글로표현할수없을만큼.
    내근처까지가까이와서인지.
    형제들과헤어져야할시간이자꾸가까워진것같아
    두렵기도하고요.   

  4. 凸凸峯

    2013년 4월 7일 at 4:27 오후

    喜건悲건
    生이든死든
    완성은
    인간의몫이아니라
    자연의몫이아닐까   

  5. 士雄

    2013년 4월 8일 at 1:11 오전

    아직남아있어라하면있는것이고
    그만갑시다하면가야지요.ㅎㅎ   

  6. 푸나무

    2013년 4월 8일 at 2:12 오전

    말그미님
    올봄꽃앓이를꽤길게하시네요.

    ㅋㅋ
    푸나무보시기위해
    괜찮으신것같아
    설마아니겠지…하면서도
    괜히어깨를으쓱해봅니다.

    말그미님께서
    예를들어복사꽃보기위해먼길갔다…….
    굉장히멋진일이잖아요.
    그러니
    푸나무보기위해…..하신것은

    그래서멋지다는
    말그미님께서…
    매우멋지다는말씀이여요.
    화이팅????!!!!!^^*
       

  7. 푸나무

    2013년 4월 8일 at 2:14 오전

    데레사님
    아…정말부지런하심에저절로고개…..가숙여집니다.
    사시는것도
    불로그도
    믈로그댓글도….

    저두데레사님닮고싶어요.

    개나리정말요즈음자지러지게피어오르더군요.
    혼자걸으셧어요?   

  8. 푸나무

    2013년 4월 8일 at 2:16 오전

    무터님
    형제도자식도….
    죽음은애닯긴한것같아요.
    그러나죽음의한부분일뿐….
    그한부분에축제두있으니.

    설명해내기어려운인생지사아닌가싶습니다.

    이제농사지을차비하셔야죠.
    자연가운데사시는무터님.   

  9. 푸나무

    2013년 4월 8일 at 2:18 오전

    철님요즈음은
    완성…
    꿈두꾸지않습니다.
    어쩌면모든일들이다아
    과정중에있는것아닌가….
    생각두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다흘러가구요.
    흐름!에
    시선이자주멈춥니다.   

  10. 푸나무

    2013년 4월 8일 at 2:19 오전

    네에
    그래야지요
    그럼요.
    그럴수밖에없지요.
    그렇구말구요.
    ㅡㄱ러하다니까요.
    아암요.
    .   

  11. 좋은날

    2013년 4월 8일 at 9:19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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