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 봐 목련꽃 봐.

오늘우리동네목련이벙그러졌어.

조금먼길을다녀오던길이었네.

차를마셨던곳은소래포구

둥그런다리가보이던곳.

월곳달의곳이라는뜻인가….

그림전시회를세번이나했던….

그러나

자신의그림을무척부끄러워하던쥔에게물었네.

그녀의그림중붉은포피공중에떠있던.

아래벗은여인의자태는

그녀의부끄러움탓인지

일행의농담이되었네.

그녀는더욱부끄러워했네.

농담을한사람은나이들어보였고

수줍어하던그녀는수줍음탓인지갑자기젊어보였네

며칠전인사동갤러리환에서하는

자작나무를보다라는전시회에갔었는데

자작나무처럼수려하게생긴작가에게물었지

전시회하면….

속을내보이는것같아혹부끄럽지않으신가요?

그러고보면나는쓸데없는질문이많은사람이야.

누구에게나잘묻거든.

그리고대답하는사람들을이윽히바라보곤하지.

그는아직젊고잘생겨선지

별다른감흥……

적어도부끄럽지는않다고하더군.

자신의벗은전시회전날잠을못이룬다고하면서…..

자작나무를그린

자작나무처럼수려하던

그친구에대해서도한마디해야할텐데.

나는마치그녀의부끄러움을상쇄라도하듯조금커다란목소리로

손가락까지가리키며물었지.

전엔저다리약간둥근저다리하나였던것같은데요.

아새로하나가더생겼어요.아파트때문에

다리……

햇살탓인지바다를이어주는다리가

사람을이어주는다리……로여겨졌네.

눈이부셨네..

햇살도눈부셨지만

햇살이다가서니햇살보다격한몸짓의

물살이빚어내는설렘탓이었네.

햇살을등지고선거대한높이의아파트들이

지평은무대고

그는모델길어서우아하게휘청거리는이라도되듯아름다웠네.

벌집같은아파트도서있는곳에따라

아름다울수있다는것,

생경한경험이었네.

아름다운장면은마음을꺼내게해.

내옆자리빈의자에

나는내마음한귀퉁이꺼내놓고

가벼워진모습으로앉아있었네.

블라드미르나보코프가

다섯살침대열차에서햇살을볼때….

환상적이던한줌의햇살이

자신의검정색밸벳주머니속으로미끄러져들어왔고

그는지니고있던재산의무게를덜어내기위해

그다이아몬드를자신의작중인물들에게나누어주었다는것,

이꿈같은,

너와나를이어주는다리같은,

그러나지극히현실적인꿈이어서아름답고

현실적이어서더욱참람한,

한구절!

오늘아침

지하철삼호선에서서서읽은

그귀절하나를

책세권과바꾸지않겠다,,,,

생각했다는이야기를했던가

그리하여생각이비상하더군.

어느사람의아주작은한부분이

수많은사람보다오히려더클수있다는,

가치론까지…..

혼자저만큼….

진보인사들이

아주싫어할공평과상치되는…생각

창밖의그풍경….

바다와다리와햇살.

그리고거대군락의실루엣은

미안하게도

그곳의그림보다훨씬더아름다운모습이었어.

비가오면얼마나아름다울까….

사람들은황혼이되면을생각했지만

나는그바다위에

하염없이내리는비를불러왔네.

바람은차가웠고….

바람이차가워선지

돌아오는길마음이서늘했어.

사람과의만남뒤에찾아오는서늘함은….

어쩌면새벽에내리는

이슬같은것일거야.

서늘하지않으면

익숙하거나천박하거나…..

그러니서늘함은아주좋은거야

이슬처럼,

관계가빚어내는맑음.

차이에서오는청랑.

공간에서만들어지는투명

그래서서늘했던거야,

목련이벙그러졌어

바람이서늘해선지

벙그러진동네목련나무가슬펐어.

웃는것처럼보였는데…..

벙그러진목련가엾었어.

어제그제눈조차비에섞여내렸는데

오늘도이리도서늘한데

결국피어났던거야.

햇살때문에

따뜻해진날씨때문이아니고

그동안내려준빗방울때문이아니라

피어나야했기때문에

피어난거였어.

목련꽃봐/정완영

석삼동굳게닫힌대문밀고들어서서

목마른길나그네물한그릇받아들듯

저것봐목축이는법알려주는목련꽃봐.

안죽고살았더니좋은봄이다시와서

뽀얗게먼지낀창입김불어닦아내듯

저것봐하늘빛환하게닦아내는목련꽃봐.

베네치아야상곡(VeneziaNoturna)-연주-RondoVenez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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