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ㅡ 경주 양동 마을에서

(상략)

오래된것들은다아름답다

저기낡은벽돌과갈라진시멘트는

어디선가날아온풀씨와이끼의집이되고

빛바래고삭아진저플라스틱마저

은은한색감으로깊어지고있다

해와달의손길로닦아지고

비바람과눈보라가쓸어내려준

순해지고겸손해지고깊어진것들은

자기안의숨은얼굴을드러내는

치열한묵언정진중

자기시대의풍상을온몸에새겨가며

옳은길을오래오래걸어나가는사람

숱한시련과고군분투를통해

걷다가쓰러져새로운꿈이되는사람

오래된것들은다아름답다//오래된것들은다아름답다//박노해

옳은길도오래되면갈라진시멘트가되어

거기빛나던모든것들흐릿해진다.

오래오래걸어가는사람

시인은걷다가꿈이되는사람이라고했지만

그죽을것같은희망을피력하는것은

사람은시멘트보다더빨리변하기때문이다.

변하기전새로운꿈이되라

염원가득한아름다운시다

아름답기만할까

절절한시다.

절절하기만할까

걸어가는것을멈추게하는시다.

주위를둘러보며나즈막하게목소리를낮추게하는시

경주양동마을에서내내이시가생각났다.

오래된것이아름답지않다면인생은슬픔의강일거라는것,

몇년전경주에갔을때온도시를연하여흐르던

연핑크의뭉게구름을잊을수없었다.

조금아련한마음으로생각해본다면

그곳은사람사는곳이아니었다.

공중부양되어있는느낌,

그래서금방이라도서서히떠올라어디론가천천히흘러갈것같은느낌

언젠간기필코혼자서느긋하게걸어봐야지하는바램도.

KTX는차비가좀비싸다.

경주왕복이구만원가량

무궁화호나버스는그반이나되는데시간이무려배나더걸린다.

우리동네행신역에서신경주까지두시간반

버스나무궁화호는다섯시간은잡아야한다.

거기다서울역이나고속터미널가지나가는시간까지합하면

하루여행할수가없다.

그러니아무리느긋함을위한여행일지라도

그느긋함을위해서제일빠른KTX를타야한다.

(어디나들여다보면이상한것들많아.)

신경주역에내려서안내센터를들러지도를얻고보니

양동마을간다는버스가한시간에하난데지금막떠낫단다.

아이고,하다가아니웬아이고어차피여행인걸

버스를타고시외버스터미널가지가서다시버스를타는데

그곳에서도양동마을들어가는버스는아주드물게있고

좀걸어들어가야하는버스는자주있다고한다.

걷는거야.

그런데사실마음이란게….

마음을유심히들여다보는사람은알겠지만

참조석지변정도가아니라분초지변이다.

날씨가좀추워선지….별로즐겁질않았다.

,그래도원하던곳에왔잖니,

네가즐겨하는혼자에,가고싶어하던경준데….

마음을다독이는마음은마음의언니정신인가?

버스를탈때보니일본여인둘이서양동?하며?탄다.

나이는내또래쯤….

이웃나라긴하지만둘이서만여행을온듯

양동마을에서내린사람은그녀들과나뿐이었다.

운전기사가저기보이죠?하며가르쳐준곳을바라보니

기와집….귀퉁이가살짝보인다.

걷는데그길….푸르렀다.

민들레는지천으로피어나있었고

강아지똥풀은금방이라도노오란아기똥을낳을듯팽배해있었다.

토끼풀은토실거리며퍼져나있었고

희디흰쇠별꽃,봄까치풀….연보랏빛….광대나물은내세상이얏,

외치는듯피어나있다.

길옆으로철로가나있었다.

철로옆의나무들…..은

어린순으로인해이미연두세상이었다.

맑은물에잉크한방울톡떨어지면푸르른강만들며퍼지듯

연두….

내게..그렇게물길만들며스며들었다.

마음염색…..

그것도저형용키어려운새순의빛깔로….

여행에서거대하거나낯선것을바라보는기쁨도크지만

미미한것에의해변화되는마음을살펴보는

이주는즐거움크다.

나는그런순간을당신에게이야기하고싶다.

매우시적인순간,

상당히지적이기도한순간,

무아의자연化,

자신을바라보는자신만의눈

그눈에비치는내안의연두,

여행의!나만의할!혼자만의옴!

기차가멈추지않는빈역사

양자동이란팻말하나와벤취두개,,,

사람이다니지않아시멘트벽돌위로수북하게자라난풀을보는순간

오래되고낡은역을오르는계단서너개를지나서….

그때이미

여행은완벽해져있다.

그러니까여행은상당한인생사처럼결국마음의문제다.

내가여수의정한을받아들일만한마음상태가되는것,

그것이여행의시작이고끝이다.

새로태어난생명은기억의여신므네모시네의강물을마셔야하는것처럼

어쩌면여행은기억의여신과동행하는일같아.

아주오래전에읽은책승효상의

건축사유의기호에서기억되는한대목

그책은세계의아름다운건물에대한그의사유를적은글이었는데

건축이라는말대신사용한營造.

영조는집을짓는다는,

밥을짓고시를짓고소설을짓듯이집을짓는다는뜻,

세우는것이아닌….짓는일은…..건물에대한이야기가아니라

그건물과함께하는사람들과의이야기를의미하는건가.

잘다가오지않는개념을그렇게우겨넣었는데

경주양동마을에서

그러니까그자연스럽게흐르는…..

혼자가아니라

함께흐르는건물들앞에서나는그영조를실감했다.

영조는건물에대한완성을말함이아닌.

이루어가는어떤과정의이야기로순간이해되더라는,

크지않는동네길은가볍고자유로워보였다.

어디든갈수있는것처럼

여기에서저기로저기에서여기로연하여흐르고흘렀다.

닫힌듯하다가도다시열리는길작은길은집들을이어주었고

큰길은작은길을품었다.

어디하나날카로운각없이

부드럽고유연하게마치물처럼흘러갔다.

사람들이길을걷는게아니라길이사람들사이를유영하며

이렇게살아야지속삭이는것같았다.

그길을따라여기저기걷기시작했다.

새로지은듯한품새가완연한초가집들.

그러나그것들이이상하게거슬려보이지않았다.

왠가…..

바로그자리때문이었다.

비록집은낡아새집을지었지만

위치는엣날그대로….크기도그대로…..

물어보지는않았지만틀림없었다.

그래서아주자연스러웠다.

새집의생경함을

작음이숨음이위치가충분히가려주었다.

검은기와집의아름다움은…..

크면큰대로작으면작은대로…..

마을안에서튀지않았다.

튀지않으면서도아주강렬한품위와아취,높은격을지니고있었다.

권력을나타내고있는게아니라

인품을내보이고있었다.

작은초가집에비하면거대하면서도

거대함보다는아름다움이우선한옥같은선비,

기골이장대한헌헌장부의기상.

그곁의작은초가집들

초라해보이기는커녕역시당당해보였다.

여무진알밤처럼….동네안의당당한일원이었다.

어쩌면그렇게하나같이같은듯다르고

다른듯하나처럼지어진모습일까,

아주예의바른사람들의만남처럼살짝살짝서로를피해있었다.

보는듯마는듯그러나서로를충분히의식하고있는몸짓과눈빛..

무슨이야기냐면

전이쪽….볼께요,

아그렇다면저는조금비껴이쪽을,

아저는요그렇다면여기할께요..

서로의프라이버시를완벽하게지켜주면서도

또한기꺼운이웃이기를멈추지않는,

충분히서로를배려하며그대신따스함을흐르게하는….

아저리도우리옛어른들이세련되셨던가…..

마당은….

안에서보면밖이고밖에서보면안이다.

그마당은이웃과의경계이기도관계이기도하다.

조그마하고아늑하고….

누구든들어올수있고서성거리며기다릴수있는공간

안의사람들은옷매무시를여밀시간의여유를갖게하는공간…..

그마당한편의꽃밭은.어떤가….

이웃과의차이이자경연이며취향이다.

소탈이며풍정이다

꽃밭과연이어흐르는담들

탱자..사철나무….,대나무….야트막한흙담…..

사람을막는담이아니라

사람을나타내주는담.

양동마을의백미는

마을끝나는지점에서한발자국만돌면

다시시작하는

이전보다더욱아늑한새로운동네의시작……

끝인가하면이어지고

다시또새로운마을이나타나는,

동네사이를이어주는조금높았다가푸욱꺼지는

허공으로향하는듯

다시사람의길이되던둥그런길과길들.

숨은길과나타나는길의길항들.

마당인듯텃밭인듯

집을표시하는담인듯길을내어주는인사인듯

휘어졌다또다시휘늘어지는골목과

작은시내와연못……논밭들.

무릉도원유토피아샹그릴라….

현존한다면아마도이런곳아닐까.

홍매도….조팝도….울긋불긋꽃대궐….

설마삼천년에한번열매를맺는다는서왕모의복숭아나무는아니겠지만,

실제도화꽃도피어나있었다.^^*

그래서나는완벽한혼자가되었다..

봄날은간다/조용필

7 Comments

  1. trio

    2013년 4월 24일 at 1:43 오전

    초가집들이있는마을…너무아름답네요.
    그런데사람들이사는마을인가요?아니면
    민속촌같은곳인가요?
    사진으로만은잘모르겠네요.
    마치세트장같아보여서…ㅎㅎ
       

  2. 士雄

    2013년 4월 24일 at 1:49 오전

    왜,,오래된것이아름다울까요,,ㅎ?   

  3. 한국인

    2013년 4월 24일 at 5:13 오전

    우리것은좋은것이여~~~   

  4. mutter

    2013년 4월 24일 at 2:14 오후

    글도예쁘고
    사진은영화의한장면같네요.
    혼자서여행하는용기.
    나도배워야지.   

  5. 凸凸峯

    2013년 4월 24일 at 9:24 오후

    오래된것들은모두아릅답지요.
    문물도,산야도,글도,음악도…
    그런데오래된사람,늙은이는
    그렇지가못한가보아요.
    스스로거울을들여다보면
    예쁘기보다는추해보입니다.
    나만그런듯싶어슬픕니다.

       

  6. 김성희

    2013년 4월 25일 at 2:16 오전

    푸나무님!
    벌써아침일찍외근후삼실에도착~~~
    제리스트에’혼자여행하기’도있어요!!
    푸나무님의일상이저의워너비군요,,
    글잘쓰는사람이진실로부러운데,,
    역시그들은(푸나무님포함)사물과인간과풍경을보는시선이저와는다르더라구요!!
    오늘이포스트에서도절실히느꼈습니다,
    사진은공부를하셨나요?정진몇년차이신지?
    글만잘쓰는게아니라무려사진까지!!!부럽다요,,,푸나무님!!!
    그제출장도,,오늘외근도,,,비를몰고다니는여자,,,
    푸나무님,,맛난점심드시길,,,마음에점을찍자구요,ㅎㅎ,,^^^   

  7. 해군

    2013년 4월 25일 at 1:25 오후

    저도양동마을에다녀오기는했는데
    글로쓰면푸나무님10분의1의절반도안되네요
    사진도그냥그렇고…
    오매,기가팍죽네요

    용필옵빠이노래는이상하게별로네요
    장사익노래가훨나은데…

    저아래글에는사진이다날아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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