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에서 만난 푸나무 이야기

아무일모르고강가로가는사람은

흰아그배꽃핀걸알게되고

바람부는네시를모르고강가로가는사람은

바람많은다섯시를가지게되고

거북한속을달래려강가로나가는사람은,

아무일모르는흰아그배꽃은

강가걷는걸음걸일알게되고

바람많은강은바람많은다리를만들고

물무늬를그리고,

흰아그배꽃을피우고강은

찬바람을줄이느라강물은

깊어혼자

아무일모르고강으로나간사람을

세워두고,세워두고//아침에강으로나간사람//조용미

아침신문에서이시를읽었어요.

아그배꽃이필때가되었나…..

아그배꽃은작년이무렵어느바닷가에서본적이있어요.

인적드문….풍광없는바닷가였어요.

떡갈나무가하도무성해서이친구도맹글로브속성이있나생각했어요.

그떡갈나무곁에한그루아그배나무가있었어요.

희듸흰속살같은꽃을무더기로피어내고있었어요.

꽃이하도많아이파릴덮고도남았어요.

바람이부니아그배꽃눈깨비가날렸어요.

사실나무이야기오늘밤도하면너무심한것아닌가요?

그래도하고싶은걸어떡해요.

그러니다른분말고당신이리오셔서거기쯤앉으세요.

그냥당신에게만하려구요.

답답할때제글읽으면마음이가라앉으신다면서요.

설마명료까지야….

커피는그냥향기로운커피한잔…..알아서드세요.

글이란게워낙허공에그리는그림이니….

향기롭죠?

제가물으면당신은….

나의벗인당신은아그럼요….아주좋아요.

라고대답하실줄믿어요.

저두여기쯤서커피한잔가져왔어요.

<큰애기나리>

사실소나무는조금냉정해선지..

그밑에자그마한풀들에게곁을주질않거든요.

그런데그소나무들밑에….

큰애기나리가무수하게자라나있는거예요.

초록줄기에이파리몇개그리고꽃하나씩.어쩌다가두개씩.

키가작다고해서볼품없냐구요.

큰애기나리는마치나폴레옹처럼…..

당당하구멋져요.

그래서그아이사진기에모시려면무릎꺾고고개숙이고

그러고도잘되지않아서허리까지납죽엎드려야하는데

그제야흘깃눈을주죠.

저몸과눈초리봐요.

양반집처자..

큰애기씨같지않나요.

나중에시집가면

입은무겁고판단력뛰어난지혜로운명문가마나님될거예요.

<병아리꽃>

병아리꽃이친구는참보기드물어요.

내가알기론오월에국립수목원을가도

한군데에두그룬가밖에없어요.

보다싶이청순하기그지없는아주순결해보이는미인이에요.

그래서얼마나사람마을설레게하는데요.

세상에너여기있었니….

안아주고싶고뽀뽀해주고싶고….

그럴수없으니사진몇방찍고

이리보고저리보고한참보다가….

저렇게예쁜데도손이귀한걸보면

틀림없이굉장한새침떼기일거예요.

열두겹새털이불아래콩반쪽

알아채는공주님이든지….

<아그배나무>

그리고아그배나무를만났어요.

여기저기꽤여러그루가있었어요.

거의가다저렇게무성하디무성한꽃을피어내고있었는데

한그루는아주적게꽃을피어냈더군요.

그대신꽃이컸어요.

열매가마치배처럼생겼다고해서아그배라는이름을붙였다는데

실제는장미과라해요.

저시인.

왜하필아그배꽃을

,바람,특히아무일모르는사람곁에서피어나게했을까요.

너무풍성해서

너무희어서

너무아름다워서

도무지외로움이없이그저피어나……있어서

온통….

그저온통피어나버리니

마치백치처럼피어나있으니

그냥그아래앉아있으면

아무일모르는사람덜쓸쓸할것같아요.

<귀룽나무>

귀룽나무도있었어요.

그것도아주많이.

그것도아주커다란….

.

이상하죠.귀룽나무는차가운듯따뜻해보여요.

사실참나무들은….그리고아마대개의나무들은어느면조금씩거만해요.

사람들에게전혀신경쓰지않고저혼자아주잘있거든요.

우선저만크고저만생각하노라무엇엔가홀려있기일쑤거든요.

근데귀룽나무는달라요.

외롬을타는나무같아요.

위로는거침없이자라나기도하나

얼마만큼자라면…..

그가지들사람에게로살며시내려와요.

그리고그윽한눈빛으로사람을바라보는거예요.

나무의눈높이를사람의눈높이에맞추는거죠.

사랑하지않을수없는눈빛이죠.

더군다나구름같은저꽃들을지니고서두말이죠.

친절하고상냥하게…..바라봐요.

귀룽나무는체격과는다르게아주순한나무예요.

오늘은귀룽나무꽃눈깨비엄청맞았어요.

한살짜리진교의손결같은…….꽃눈깨비였지요.

허공에날리고

땅에쌓이고

자그마한웅덩이에서는둥둥떠다니는….

길과조금거리가있는저기숲에서는

철쭉이피어나고있었어요.

진달래와격을달리하는꽃이죠.

동네에요란하게피어나는영산홍자산홍등

동명이인들과도전혀다른격이죠.

동네에서피어나는철쭉처럼선명한빛깔도아니고

수많은덩어리진꽃두아니에요.

진달래처럼죽기살기로무성하게피어나지도않아요.

격은

사람에게나나무에게나거리가있음을뜻해요.

그저드문드문.

여백있게

빛깔은순후하고…..

아주차분하고지성적이죠.

기품넘치는우아한여성.

무슨현호색인지….이런빛깔처음봤어요.

애기똥풀….가지를꺽으면꽃보다더노란아기똥같은노랑이나와요.

하루에조금씩걷는다해서

오래살것도건강할것도아니란것을알고있지만

한자세만취하고있으면몸이굳어지는것은느껴요

조금유연할필요는있을것같아서..

그래요.

젊을때는정신만유연하면된다라고생각하며살아왔는데

이젠몸이굳으면정신도뻣뻣해질것같은생각이들기도해요.

그래서산책을나간거예요.

서오릉으로,

집에서십분이면가요.

천원주고표끊고….해저물무렵….

아니능이있는숲으로들어섰죠.

오월이언제이렇게눈부셨나….

정말눈부셔서백팩에서선그라스를꺼내썼어요.

전에서영은이김동리와연애할때….

그연애의경험을적은글에서

사랑에빠진한여인,

그녀의손길이미치는모든것들이금빛으로빛나는….

하두오래전이라아삼삼한기억이지만….

하여간그비슷한대목이있었어요.

오월은사랑하는달일까요.

햇살과신록이아주지극히사랑하는,

그래서이렇게눈부신시간이되는걸까요.

딱거기였어요.

신록에서녹음으로변하기직전의거기그즈음.

떡갈나무는제법이파리커져있었구요.

서오릉의대표수종적송은진초록으로아주씩씩해보였어요.

언제나서오릉가면왼쪽으로돌아요.

그쪽으로가명장희빈묘가나오는데능하고는질이다르죠.

괜히안됐기도,그러니잘좀살지말해주고싶은묘예요.

하긴누가알겠어요.한사람의인생을,

괜히시답잖은야사로얽어맨드라마탓이지요.

글쎄이미숙이도생각난다니까요.~

시시한이야기라구요?

네에저두그렇게생각해요.

해아래무슨새것이있겠어요.

그래도오월이니…

너그러우신거죠.^^*

14 Comments

  1. 데레사

    2013년 5월 8일 at 5:09 오후

    아그배나무,저는이름도처음들어봅니다.
    큰나무에꽃이아주많이달렸네요.한번찾아봐야겠습니다.

    걷는건제일좋은운동이라고하며,또걸어야만오래산다고들하지만
    요즘와서생각해보면살고죽는건어떤운명적인게있는것에아닌가
    합니다.
    황수관선생님같은분,운동도부지런히하고건강수칙도잘지켰을텐데도
    그렇게허무하게가버렸으니…..
    그래도역시운동은해야겠지묘?

    5월,참좋은계절입니다.행복하세요.
       

  2. 참나무.

    2013년 5월 8일 at 8:21 오후

    아참~~좋고말고요!
    푸나무님이올려주시는푸나무사진들!

    조용미시인…예전에’노날’회원이어서몇번만났지요
    이름처럼조용하고모습도곱고-청담의시인으로몇번이름오르내렸는데…;;

    제가알기로소나무아래잘되는건맥문동뿐인걸로아는데
    조래고운자태의큰애기나리라니요!!!

    봄꽃릴레이…이팝조팝…요즘흰꽃선수들?
    말채나무는좀늦던가요?
    쉬임없이올려주시면꽃이름많이배울게요…
       

  3. 凸凸峯

    2013년 5월 8일 at 9:21 오후

    이야기가절대로시시하지않습니다.
    서오능,옛날에몇번가본적이있었던것같습니다.
    그런,그런나무나꽃들이있었는지는아리송…
    나폴레옹처럼당당한큰애기나리도
    정말당당해보이구요.
    좋은글잘읽고갑니다.
       

  4. 산성

    2013년 5월 8일 at 11:41 오후

    푸나무님

    나무에대한해설편이재미나서멈춰가며읽었어요.
    읽고…나무한번바라보고
    읽고…꽃님한번바라보고

    그러다가
    난구름나무해야지누가시켜주는것도아닌데^^
    다정한구름나무,내맘대로ㅋ~
    그런데그런데
    푸나무님이자꾸변해가시는것가타요크일나써요
    어여뻐지시고있다는말씀
    그러다가궁금해지는일
    당신이누구야요.
    푸나무의당신은푸나무들이지요뭐이런대답은곤난해요^^
    거어디요얼릉달려오시기바랍니다.

       

  5. 푸나무

    2013년 5월 9일 at 12:06 오전

    데레사님아마운동은그래서
    자기만족자기평화일지도모르겠어요.
    하지만그것만도어때요,
    멋진일이죠.
    데레사님은아주멋진오월보내구계신것….
    제가다보구있어요.ㅎ   

  6. Hansa

    2013년 5월 9일 at 12:06 오전

    푸나무님.
    저도위의’아그배나무’시읽었답니다.
    아그배나무의’그저흰’꽃이이쁩니다.

    열매가배닮았을까요?그래서’아,그배’나무?!하하

       

  7. 김성희

    2013년 5월 9일 at 12:12 오전

    아,,아,,!
    글을읽어내려가다,,,이렇게읽어가다간,,
    가슴에탁,,하고걸려체하겠어요!!
    아주천천히느리게,,,마음으로어루만지며,,
    읽어야겠어요!!
    커피한잔을마시라구,,,,사진이이야기하네요!!!푸나무님,,,   

  8. 푸나무

    2013년 5월 9일 at 12:13 오전

    참나무님
    저시는정말아련한봄같은시같다가
    쓸쓸한가을같아지는시예요.
    손에잡히지않는것들을
    어쩌면저렇게
    눈에보일듯이그려내는지….

    맞아요.
    이젠나무꽃들이시작이죠.
    흰꽃들….고광나무고추나무이팝.층층.수국….
    세상은어쩌면이리도아름다운지….

       

  9. 푸나무

    2013년 5월 9일 at 12:15 오전

    글엄청잘쓰시는
    철님께서칭찬해주시니
    마치국어선생님한테칭찬받는느낌인데요.

    정말칭찬이신것같기두하구요.ㅎ.

    감사합미다성생님.꾸벅~~^^*   

  10. 푸나무

    2013년 5월 9일 at 12:20 오전

    댓글쓰고있는데한사님등장하셨다아…
    ㅋㅋ

    글쎄그렇다고이유미씨가책에서적어놓긴했는데
    분재하시는분들은무슨심선인가…심….머시깽이라부르더군요.
    아그배의일본어래요.
    아그배나무는우리나라와일본이원산이구요.
    한사님하하하시니

    혹시이담에가을되어열매열리면
    꼭따먹어봐야지….
    하시는것같은데욤?ㅎ.

       

  11. 푸나무

    2013년 5월 9일 at 12:23 오전

    산성님
    얼굴본고수(?)끼리
    사용할언어는아닌데요?ㅋㅋ
    산성님구름나무하세요어울려요.
    체중이얼마안나가시니구름이어울리구말구요.^^*

    그리고선수끼리
    푸나무당신은잘아시잖아요.
    푸나무아니면

    당신
    산성님이시잖아요.
    게어디요?
    음하하   

  12. 푸나무

    2013년 5월 9일 at 12:25 오전

    성희님….

    바람이분다….무슨이야긴지아시죠?
    커피드셨어요?
    전아침에방울토마토몇개와
    우유와바나나사과넣어간것한잔…..

    근데이간것이살찐다구하드라구요.
    안먹어야되는데….
    마시는게좋아서..ㅋㅋ
    오늘도좋은날되시길요친애하는성희님.

       

  13. 좋은날

    2013년 5월 9일 at 2:16 오후

    요즘애기똥풀이참이쁘게눈밭둑으로피어납니다.

    야상화를가만들여다보면
    꽃과잎새큰장미나국화꽃저리가라로아름답고앙징스럽습니다.

    낮은꽃은무릎을꿇어야만보인다는이치를배워봅니다.
    이봄.

       

  14. 박영호

    2013년 5월 10일 at 7:48 오전

    서오능은오래전에아침마다산책하던곳이라,오늘새로운꽃이름도들어보고화면으로아름답게핀야생화를잘감상했습니다.시적인감각이뛰어난푸나무님의글을얼핏보아도간단한문인이아니라종합예술인이라는것을느꼈어요.꽃이름도제대로배우지못한무식한촌놈이라그분이창조하신아름다운대자연을통해우리는혜택을받고살아갑니다.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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