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숙전ㅡ 스미다 번지다 ㅡ 낙수(落穗)
BY 푸나무 ON 5. 10, 2013
落은떨어지다의뜻도있지만쓸쓸함도내포하고있다.
落은저뭄과뒤안,못다한애달픔을아우라로지니고있으니
쓸쓸함은
落이라는몸에지니고있을법한어울리는변주이기도하다.
그러니
낙수는꼭뒷이야기만을일컫는것이아니라
주제가되지못한쓸쓸한이야기라는뜻도있지않을까,
금요일을갤러리방문으로정한것은
그날이雨요일이라는예보를보았기때문이다.
가는봄에게굿바이하는마지막봄비일지도모르겠고
갤러리도한산할것이고
‘마지막봄비일까요?’
‘그러게요,그럴것같은데요’.
작가선생과더불어느긋하게이야기할수있으리.
더불어비오는날외출을하기위하여
장화를한켤레장만했기때문이기도하다.
이즈음아이들은여름이면멋으로장화를신더라만
그런멋은아니고…
장화는비오는날나만의로망이다.
그러고보니어렸을때도무척비를좋아했던듯
고무신에물이들어와발가락이하얗게불때까지돌아다니던기억이많다.
그리고그러던어느해여름엄마가사주신장화.노란색
장화때문에기다리던비.
그게수십년전의이야기가아니었다.
새벽녘줄기차게내리던아침이되자스멀거리며약해졌고
외출할무렵이되자말짱하게개었다.
장화에게두어번눈길을주고외출을했다.
지축에서구파발까지펼쳐지는지상구간.
북한산이건듯손에잡힐듯보여어김없이가슴설렌다.
산은오르고나서야보인다.
물론북한산을오르기전에도거기산은있었지만
산을자주오르면서산을좋아하게되니
그냥산이아니라는이야기다.나의나만의것(?)이라는느낌…..
더군다나완연한신록이었다,
가까운데나무들…..먼뎃산의아련한연두들….
겨울보다성큼가까이다가와있는느낌.
인사동에서지인과만나점심을먹었다.
오래된목백일홍이야기를하셨다.
‘정원에있던꽤나오래된백일홍나무가….
아목백일홍나무다른이름이뭐지?‘
‘배롱나무요.중국에서는자미화라고한대요’
(더할수없이아름다운나무라는뜻으로ㅡ
괄호에넣는이유는이말은안했기때문이다)
‘약해졌는데죽을것같아서….
그리고고목을집에두면좋지않을수도있다는이야기가있어서.‘
화원하는사람에게파가라고했다는이야기
‘대신남천을심었더니…남천…예쁘지…’
‘그럼요.사계절이다예쁜나무가남천이죠.’
오히려정원이넓어보이더라는것,
‘근데그나무안죽었는지몰라….’
‘저기아프리카어느나라에서는나무를베어내려면온동네사람이
그나무에게며칠동안엄청난욕을해댄대요.그러면그나무살짝만해도
쓰러진다네요.‘
식사후에서야보았는데
잘보이지않는곳에마치숨어있듯이모란이있었다.
아마도내일이면활짝피어날듯,
잠간멈추어바라보다가결국은이미저만큼걸어가고있는지인을불렀다.
‘모란이있어요.’
‘아,그렇구나.모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