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여인이 그린 한국의 들꽃과 전설

책을만나는일아무리생각해도사람비슷하다.

책두사람처럼첫인상으로함부로판단치말것이며

자신을고집하지말일이며

호오도삼갈일이다.

도서관에가면

읽지도보지도못할수많은책을대하면

그책들이내는특유의냄새를맡으면

나는그렇다.

진중한사람들이옷깃여미는느낌,

시간을허비하거나방탕하지않으려애쓰는,

욕심에취해있지않는사람들이아주조심스레산책하는모습,

그래서나도왠지조금마음을다잡게된다.

거침없던발걸음소리에살짝조심을실는다.

들고있던핸폰을떨어뜨려고요를깨긴했지만,

도무지헤아릴길없는수많은지력앞에서의절망감은

오히려생기를준다.

사소한일에일희일비할일이아니야,

마치나는풀이되고책은물조리가되는듯,

빌리고싶은책….

삶이조금지루하고피곤할때면소설처럼좋은게없다.

담방약이다.

쉽고즐겁고꽃처럼즉시다가온다.

빌리고싶은책을손에들고.

버릇처럼400번호대식물책장으로간다.

생각보다는식물학책그다지많지않다.

그래서읽은책이상당히많다.

한국의들꽃과전설이란양장본책이보였다.

난양장본책을싫어한다.

왠지그내용도두껍고딱딱할것같아,

그리고꽃을좋아하지만꽃의전설….꽃말….이런것은별로관심없다.

피어나는꽃이아주세련된오케스트라라면

꽃말전설이런것은낡아서직직거리는엘피판같은것….

그렇지요즈음그런낡은엘피판이뜨더라만,

근데제목앞에푸른눈의여인이그린..이란글이붙어있었다.

꽃을그린세밀화에는관심있다.

예뻤다.

그림이나보고가자

그렇게이여인….

<푸른눈의여인이그린한국의들꽃과전설>

나에게다가왔다.

1931년만들어진책이다.

우리나라최초의야생화도감이라고추측하는,

그것도벽안의여인이선교사의아내로순천에와서그평생을살며

우리나라야생화를아주예쁘게그린책이다.

종이한장에대개세네가지의그림을그렸는데

내가처음매혹당한것은

그녀가그린그림도어여뻤지만

꽃그림곁에있는그녀의글씨에눈과마음이머물렀다.

아주가느다랗고작고섬세한글자다.

한글도있고한문도있다.

가령동빅나무耐冬花부방등伕芳籐차나무이런식이다.

개나리를신이화라부르고

다정큼나무를해동화라불렀다

할미꽃은할머니꽃

제비꽃은오랑캐곷,안즌뱅이꽃….해서상당히많은종류가그려있다.

엣날에들판에둥지를튼종달새가하늘높이떠올라노래를부르고잇었다.

작은제비꽃하나가하늘에서지저귀고있는종달새에게마음을뺐겨그를바라보려고

복을빼고올려보다가뒤로넘어지는바람에절름발이난쟁이가되어버렸다.

그후사람들이그꽃을작은절름발이꽃이라고부르게되었다.

각시붓꽃을산란초라고했는데그에대한이야기.

유월에산란초물에머리를감으면머리가길게자랄것이다.

뿌리는그릇을닦는수세미로애용된다.

말린줄기는가루내어벌레를없애는데사용한다.

쟈스민중에서가장아름답고달콤한향기를가진

락석은한국에서바위와나무위에야생으로자라난다.

이락석은마삭줄이다.

그리고지금우리가부르고잇는이름인은방울꽃인풍경란

거인이화룡의보금자리숲에서만나칼이초생달처럼휘어질때까지싸웠다.결국용의목을베었다.그가산을내려갈때멈추는곳마다풀과꽃이시들어갔으나그의피가떨어진곳에는마치그의힘에대하여고증을하려는듯풍경란이피어났다.

이리하여이곷에는희귀힌향이주어졌다.

절에는풍경란모양의작은놋쇠종이매달려있는데

그모양이꽃과유사하여꽃에절의종이라는이름이붙어졌다.(요약)

마지막문장의정확도는그냥내버려두자.

그둘사이의선후가뭐그리중요한가….

오히려그래서더애틋하지않은가.

그녀가들었던이야기들이그래서더선명하지않은가.

망우초는사람의근심을사라지게해주는나라의은인이다

이파리는확실하게아들을낳게해주는음식이다

냄비가끓을때마다..

원추리에대한이야기….

어디선가읽기론아름다워서근심을잃게해준다고들엇는데

그럼또어떠더랴.

우리가잘알고있는물봉선을그녀는들봉선화로적고있다

.

옛날한소녀가초저녁별을사랑하였다.그녀는매일그별에게로달려가서은방울같은목소리로노래를부르곤했다.하루는별이그녀의부드러운목소리를귀기울여들으려고몸을낮추자가그만하늘에서떨어져그녀의발밑에서죽고말았다.(후략)

그녀는낯설고물설은머나먼이국저한데아래지방순천에살면서

복음을전하는틈틈이들판의작은꽃들에게눈을주었을것이다.

그리고그들을아주섬세한손길로그려냈을것이다.

얼마나고향이그리웠을까,

커피와하얀빵이얼마나먹고싶었을까

그럴때마다아마그녀는그림을그렸을것이다.

그리고꽃에대한이야기들을

아마도틀림없이이사람저사람다그뉘앙스가다른전해져오는이야기들을

머릿속에채곡채곡담았을것이다.

초저녁별을사랑하는소녀를생각하며마음을달랬을것이다.

별이그녀에게몸을낮추는모습

그러다가하늘에서떨어지는모습…..

아주재미있고

아주상냥하고

아주아름답고

아주고운….

아주아주사람을기분좋게만드는좋은책이다.

(아무리자료를찾아도없어서책사진을찍었는데

형편없다.책그림이훨씬더온후하고어여쁘다.)

1926년휴가를위해고향에들른플로렌스는그동안그녀가그린그림과수집한이야기를적은기록들을노드캘로라이나더램대학의왓쓰교수에게보여주게된다.왓쓰교수는은둔의나라의아름다운야생화와신비로운전설에깊은감명을받는다.

왓쓰교수가사망한지얼마후왓쓰교수의미망인은크레인여사에게그아름다운책의출간을제의하게된다.섬세하면서도선의터치가굵은스케치에7가지색을써서그린마흔다섯개의수채화,나무판화와꽃의학명과전설들로구성된내용들은일본의식물학전문가들의자문을받아1931년도쿄의산세이도출판사에서출판된다.

이책이아마한국의야생화에관하여영어로쓰인최초의책일것으로생각된다.이책은출간된지오래되어서원본은이미수집가들이찾아다니는희귀도서가되었다.그후이책은1969년과1970년에한국의가든클럽에의하여한정본으로다시출판되어한국의꽃을사랑하는주한외교관부인들에게돌려졌다.이책의출간은꽃에대한사랑이남달랐던당시박정희대통령의부인육영수여사의특별한관심과지원으로이루어졌다고한다.아직도필자는작년봄"양화소록"등희귀고서적을발굴한바있는재야문화사학자박영돈선생이보여준이책의초간본으로부터받은놀라움과경이로움을결코잊지못한다.

70여년전에나라잃은사람들과애환을함께한꽃을사랑한푸른눈의여인이그린담백한수채화,논두렁밭두렁에서손짓발짓과마음으로전해오는말을직접듣고기록한이이야기들은백년이라는시간의벽과동서양이라는공간의벽을넘어오늘우리에게문득다가온다.꽃을사랑하는이나라사람들뿐만아니라꽃을사랑하는지구촌의모든가족에게도특별한의미를전해줄것으로생각된다.

[YES24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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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凸凸峯

    2013년 5월 24일 at 1:00 오전

    푸른눈을가진여인의눈에는
    세상이푸를게보이지않을까..?
    뚱딴지같은생각이듭니다.
    文鄕順天에서順天하면서그린
    들꽃그림들이참담백합니다.
    그여인의심성이그렇겠지요.
       

  2. Hansa

    2013년 5월 24일 at 1:24 오전

    책은앞서걸은사람들이자신의행적을남기려는의지.
    "진중한사람들이옷깃여미는느낌"

    푸나무님말씀에공감합니다.하하

       

  3. 참나무.

    2013년 5월 24일 at 3:49 오전

    이런우연이…
    풍경화란얘기듣고우연히검색해본사이트에서읽어본글이…!
    꽃이름부분만재밌어서안게에다올려뒀거든요

    M형
    으로시작한편지내용은길어서생략하고들꽃이름만올린부분
    (…)
    무엇보다흥미로운것은그녀가밝힌꽃이름들이오늘날우리가사용하는
    이름과일치하기도하고일치하지않을때도있다는점입니다.
    이를테면인동꽃,범부채,마타리,산수국,산박하,용담등은표기방식에
    약간의차이가있지만오늘날우리가쓰고있는명칭과거의일치합니다.
    그러나은방울꽃을비비추또는풍경란(風磬蘭)이라고부르고,
    참나리를개나리또는백합화(百合花)라고부르는가하면,사위질빵을쇠명역굴,
    백작약을함박꽃,동의나물을나귀발꽃,산부추를산괭이,모시대를초롱꽃이라고
    각각부르는것은오늘날의공식명칭과상당한거리가있음을말해줍니다.

    그리고개나리를신이화(莘荑花),각시붓꽃을산난초(山蘭草),큰꽃으아리를전자련(轉子蓮),
    때죽나무를제돈과(齊墩果),원추리를망우초(忘憂草)등의한자명칭으로만
    부르는것도흥미있네요.(중략…)

    출처:

    http://www.indica.or.kr/xe/people/2387245

       

  4. 벤자민

    2013년 5월 24일 at 4:12 오전

    오늘은
    그냥음악이참좋읍니다   

  5. 데레사

    2013년 5월 24일 at 11:49 오후

    고아운분이네요.
    서점에서팔면한권사야겠다고생각합니다.
    꽃에대해서모르는것뿐인제게큰도움이될것같은데요.

    고맙습니다.   

  6. 士雄

    2013년 5월 25일 at 12:12 오전

    한국을사랑하는좀특별한외국인이더러있어
    우리스스로를한번돌아보게합니다.^^   

  7. 산성

    2013년 5월 25일 at 12:48 오전

    어려서집엔식물도감같은책이있었어요
    꽃나무좋아하시던아버님책이었지만
    남동생이랑엎드려서이꽃이이쁘네아니야이게훠~~~ㄹ씬더이뻐
    그런장난하던생각이나요.
    야생화도감이랑사연들,다시천천히읽어볼께요.
    한번후르륵읽어서는아무생각이안나요
    그래도초저녁별사랑…은마음에남네요…^^

       

  8. 말그미

    2013년 5월 25일 at 5:52 오전

    푸른눈여인의그림이어쩌면저리동양적일까요?
    아무리봐도입이벌어집니다.꽃이름까지…

    개나리를’신이화’라고부른것도재미있습니다.
    그런데’다정큼나무'(해동화)가어떤나무인지
    궁금해요.
    인터넷에찾아보고싶은데그새찾아본다는일조차
    안잊어버릴지…
    이래요,제가.

    많은도움이될책일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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