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속에서 오월 가더라

이즈음약간울하다.

시간이너무빨리간다는생각때문이다.

봄이언제오려나….했는데오월이벌써지려한다.

대부분시간에대한생각이내하루첫생각이라해도되겠다.

아니분명또다른생각도있긴한데일단나는그렇게생각하려한다.

사실무엇인가를정확히적는다는것은매우어려운일이다.

그것은마치자신의속내를살펴보는일과도비슷하다.

또한생각을정리하는일과도비슷하다.

그렇지않은가머릿속생각을한번들여다보라

얼마나수많은갈래들이천방지축날뛰는지,

도무지종잡을길없는망아지와도같다.

망아지라니

망아지는말의새끼인데언제내가망아지를본적이있는가.

나는단한번도망아지를본적이없다.

그러고보면인생사태반이그런것아닌가

모르면서아는것같고알면서도모르는척살아가는것,

아주자세히귀를기울이면비오는소리가설풋들리기도한다.

오월이저물어갈무렵내리는빗소리에는푸르른수국이깃들어있다.

수국은사실유월의꽃이다.

원추리와함께피는유월혹은칠월의꽃이다.

그런데나는이른아침….

내가이야기했던가하루중가장울한시간을꼽는다면

아주이른새벽이라는것,

새벽이주는그푸르른미명은사물의본질을가장극명하게드러내는시간이란것,

화정에서원당가는지하철그리고다시지하로내려섰다가삼송에서지축가는

지상의길아주이른아침다섯시조금넘은시각

지하철을탔을때온세상에가득찬그푸르른여명은

눈에띄는모든사물들….집이랄지산이랄지나무랄지조그마한개천이랄지

그모든것들을가장투명하게내비치는시간,

아마도어둠이사물속으로깊이깊이스며들었다가

밝은빛에의해다시그존재를감추려는시간……

즉어둠이사물속에서새어나오는시간

그사라지려는어둠에묻혀존재의근간이사라질까남을까를

갈등하는…..

그래서가장본질에다가서있는시간일수도있지않겠는가.,

그래서이른새벽푸르른시간은가장울한시간일수있다.

희디흰나무꽃시간을거쳐

시간은천천히아주느리게푸르른수국빛속으로자맥질해간다.

작년유월해가저물무렵제주도에서수국가득한정원으로들어섰다.

카멜리아힐이던가…..무슨동백꽃단지였는데

아니다기억이섞였는지도모르겠다.

하여간그곳에정말크고풍성한수국들이

그것도붉은색은없고거의가다약간흰빛에서푸르른빛

그리고짙푸른수국들이가득피어나있었다.

저물녘.

햇살사라지고어둠다가올무렵이라선지푸르른빛은장엄하고스산했다.

저렇게커다란꽃에

저렇게풍성한모습에

열매가없다니

열매대신열매맺을힘까지다해서피어오르니

저다지도풍성한것인가.

혹그저산화하고마는슬픔이빚어내는아름다움.

후지와라신야의수국…..도함께떠오른다.

흰우산을쓴여인이수국앞에서있던사진.

그사진의흐릿함과이야기역시흐릿했는데

오늘아침생각해보니

그수국이그여인이그흰우산이혹은그이야기들이

흐릿하지않고아주선명한색채와선명한결론을지닌이야기였다면

이렇게이른아침어쩌면생각나지않았을거라는…..

결국나는흐릿한내인생에대한어떤빙증을요구하고있는지도모른다.

그리고나는나를위하여그수많은결들속에서

흐릿함…..이란친구를찾아내는것이다.

불두화는이미만개했고백당나무도피어올랐다.

그리고이제산수국과나무수국차례다.

다음주에….천리포수목원에간다면나무수국만개해있을것이다.

그리희망해본다.

그젠가그그젠가우연히들었던강연…..에서

공자의사위공야장에대한이야기

사위삼을만한사람이다.비록옥살이를했으나그의죄는아니었다.

며그에게딸을시집보냈다는…..

공야장은새소리를들어내는사람이었다.

어딘가를가다가새들이말을한다저기청계에가면사람고기가있어.

동네에들어서니노파가울며사람을찾는다.

아무래도새들이하는소리속에서듣는사람같다.

저기청계에가서찾아보시오.

새소리를알아들어서그는살인자가된다

감옥속에서새의말을듣고나라를위기에서구한다.

노나라군주는그에게벼슬을주려하나그는다버리고공자의곁에머물었다.

강의하던한문학자는공자의이부분에대해서수많은사람이왈가왈부하나

그것은전인적인공자를만들어내려는시점에서비롯된오해이고

실제공자는자신의딸만큼은

솔직히새의말을알아듣는쪼잔한

다른식으로표현하면섬세한,

그래서아내사랑할게틀림없는그런인간성을지닌공야장에게시집보내지않았겠는가..

인터미션시간에

그게선생님이하신추론인가물었다.

그러니자신만의해석이라고

그래서나도혼자자신만의해석을덧붙여보았다.

아주냉소적으로….

왜냐면나의냉소는최근들어다시읽은1984의조지오웰탓이다.

그의글1984와동물농장그리고그의글글은왜쓰는가….

들은시니컬하기이를데없기때문이다.

잔혹한인간들에대한서사를읽는다는것은

잔혹해질수도있는일이며

그에반하여따뜻하고부드러운것에대한맹목적인순애보를

품게하기도함으로.

공자는왜공야장을사위삼았을까…..

새소리를알아듣는섬세함으로딸과알콩달콩살라는…..??

실제강의하는선생은논어를이야기하며정과심정을강조했다.

해석은특이하고재미있었지만

나는그가노나라군주의제안을거절한그대목에유심해진다.

공자는유명한사람이었지만사실정처없는나그네였기도했다.

누군가그를우대해주기를바라는마음없었겠는가.

(안주하지않는탓에그는더욱거목이되어갔겠지만)

그런그의눈에노나라군주의청을버리고자기곁에있겠다고한

공야장이얼마나귀해보였겠는가.

자신의위치는공야장으로인해얼마나상승되었겠는가.

노나라군주의청을거절한공야장을휘하에거느린공자….

그러나또다른상상도가능하다.

새의말을알아듣는공야장이라면

공자의딸…..의특별한관심을받을수도있지않았을까,

그수많은제자들중에서

새의말을알아듣는사람이

아버지에게그저오직처세와군자에대한질문을해대는수많은제자들속에서

공야장군계일학처럼보이지않았을까,

정말새의말을알아듣는거예요?

지금저새가뭐라고하는거죠?

신기함호기심….탓에그들사이에애정전선이드리워지지않았을까,.

비가와서비오는공원으로걸으러갔다.

장화를신고갔다.

생각만큼텅비어있지는않았지만

그래도비오는공원은한적하고고요했다.

비오는소리는언제나적막을더한적막으로몰아가는신묘한소리다.

공원안에는아주한적한곳에중국정자가하나있다.

사람이잘드나들지않는정자라선지….

세상에새소리가가득했다.

지붕에제비집이여러채였다.

사이사이에어린새끼들이나를자꾸만바라보았고

부모일큰제비들은아주날카로운소리를질러댔다.

공야장은아니지만,

아니저몹쓸인간이왜여길들어선거야.

나가,여긴내거처라고……

왜아니그렇겠는가.

푸르른수국대신불두화…..산딸나무하얗게피어나있었고

연못에서는빗방울담은연잎들의구슬만들기놀이가한창이었다

또르르구르다가합해지고

합해졌다가큰물방울이되어다시연못으로굴러가는….

빗방울제법세차고

더불어안개까지자욱한공원에서는

오히려잡다한생각사라진다.

그저그득한오월

오월.

9 Comments

  1. 騎士

    2013년 5월 29일 at 11:57 오전

    6원이오면
    도라지꽃곱게핀달밤에
    뱀이나오는꽈리나무숲에서
    가지끝에서우는새소리가있었지요
    나를향해손짓하는소리소리소리
    목잘린언어들이
    어둠이깊을수록
    서슬퍼런칼날이되어
    요란한꿈을깨우지요
    동편밝아오는하늘저편에
    얼굴,얼굴,얼굴들
    나를향해웃고있는
    그리웠던…..
    젠장헐6월하다보니웬청승맞은헷소리
    미안혀유^^   

  2. 해군

    2013년 5월 29일 at 1:33 오후

    산에서만나는오월의푸르름을보려니
    눈이부시다못해눈물이나려고하던데요ㅎ

    배경음악이무슨곡이지요?   

  3. 푸나무

    2013년 5월 29일 at 2:36 오후

    예쁘다는말을
    가볍게삼켰다

    안쓰럽다는말을
    꿀꺽삼켰다

    사랑한다는말을
    어렵게삼켰다

    섭섭하다,안타깝다,
    답답하다는말을또여러번
    목구멍으로넘겼다

    그리고서그는스스로꽃이되기로작정했다./꽃.1/나태주

    ****

    오늘오랜만에신경숙의책한권을읽었는데
    사십대후반의나이에편해진것
    연애감정을잊어버려서…..라는대목이있더군요.
    도서관책인데
    누군가언더라인을쳐놨더군요.
    아마그언더라인친사람은아직사십대가안되었을것
    ,무슨이야기냐면기사님젠장헐이
    그리그리연결되어지지않나…싶어서요하하
       

  4. 푸나무

    2013년 5월 29일 at 2:40 오후

    산에
    음악에
    영화에
    독서에
    바이크에….
    이젠
    문학적감수성까지…..
    섭렵하시면
    절친께서혹부담스러워하지않으실까저어됩니다만,ㅋㅋ
    이대감휘앙세께서는좋아하시겠지만서도…..ㅎㅎ   

  5. Lisa♡

    2013년 5월 29일 at 3:14 오후

    맞아요.
    다음주쯤에수국이필거라면서
    아는분이정원보러오라고…ㅎㅎ   

  6. 푸나무

    2013년 5월 29일 at 3:20 오후

    화요일에갈예정인데.
    입구에있던
    목수국이정말어여쁘드라구요.   

  7. 좋은날

    2013년 5월 30일 at 1:12 오전

    젊은날
    고전을더많이접해보지않은것이
    후회됩니다.

    부두화가소담스레대웅전뜨락을환하게
    밝혀서더욱눈부신오월.

    오월이갑니다.

    세월저리가는구먼요.

       

  8. 士雄

    2013년 5월 30일 at 2:34 오전

    5월이가야6월이옵니다.ㅎㅎ   

  9. 참나무.

    2013년 5월 31일 at 3:29 오전

    장소는달랐지만같은날비슷한시간비슷한풍경보며
    푸나무님은깊은사색…전얕은잡생각한것같아요…^^

    오늘말그대로5월끝날
    쥐똥나무향에취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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