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ㅡ 그 동중정의 시간

무성하게차오르며녹음의정점을향하여가는

유월의숲은

동중정이다.

이른봄작은풀잎에서

혹은이파리도없는척박한땅에서꽃대궁쑤욱솟아나며

세상을향하여토하듯내지르는그여린함성을

만약들을수만있다면

작을까,

고요할까,

아마도그꽃을발견할때우리에게서저절로발해지는

탄성못지않을것이다.

자그마한풀꽃들의소리만그러랴..

나무들

햇살여유로워지고

그햇살에땅들이몸을열고

깊은스트레칭으로기지개를켜며

넓어진수관속으로햇살을담는다..

양양해지는식물들….

거침없이꽃을피워낸다.

아마식물의때중가장수선스러운시간이아닐까,

형형색색의꽃들이빚어내는요요한함성들….

그화려한빛깔을지닌군무가

주춤해지면

조금키큰나무꽃들이서서히열리기시작한다..

나무꽃이라하여

무게잡고심각할까.

어쩌면눈에보이지않을수있고

잘보인다하여도거의흰빛이거나

덩치에어울리지않게

꽃송이자그마한것들이태반이다.

그들의속삭임은

그리하여

내적이고지적이며기품있다.

겸손하다..

대갓집부인네들의소리죽인수다…….

지인들과천리포수목원을가기로했으나

컨디션나쁜사람이있어광릉수목원으로방향을틀었다.

내심거의일년만에가보는천리포수목원이그리웠지만

광릉길…에들어서고부터

그바람…숲의바람….초록바람….

초록냄새….

숲의향기인초록향기

그리고초록그늘….

그무형의것들이아주선명해져

금방그리움따위…..잊었다.

꽃들의속삭임이사라지고없는숲.

새순가지들

아직가느다랗고여리지만

나무의맏형인뿌리들은그새순에게자신의모든에너지를보내고있다.

여름내내

단단한수피를그여린가지들에게덧입혀주어야하니깐.

그러니가만생각해보면

여름은겨울을위해준비하는시간이다.

아니서로를위한시간이라고해야할까.

숲에서는

가능한한사람들과조금떨어져걸어야한다.

걷기로한다.

걸었다.

그래야무엇인가다가온다.

초록기운이데려온귀신같은기억들.

숲만이불러내는지나가버린시간이있다니까,.

동그랗게만든자그마한대바구니

바구니위가그냥펼쳐진게아니고약간은오무라져있다.

일상으로쓰는대나무바구니보다는

더이쁘고반질반질윤이난다.

그안에담긴

색색의종이조각들

종이가귀한시절

무엇으로오렸는지도기억밖의일이다.

그냥그바구니를옆에끼고

앞으로나가면서종이조각들을뿌리라고했다.

내곁에같은포즈를하고있는남자아이가누구였더라

사실정말있었는지조차기억이나질않는다.

그러나

화동을여자아이혼자하지는않았겟지.

아마생전처음이었던일..

사람들앞에나서서홀로무엇인가를해야한다는것…

싫었던가?

좋았던가?

혹은부끄러웠던가?

그런감정의기억도있을턱이없다.

자그마한예배당이라

지금생각해보면몇발자욱안되는아주짧은거리였는데

그길을아주빨리나아가며

뭉텅이로종이조각들을던졌던(?)기억은선명하다.

그리고

사진…..

그러고보니그사진을찍은기억인지

외할머니집에서사진을보아서생긴기억인지도….

아이는머리를아주높다랗게올린머리를하고있다.

그때도유월이었을까.

약간더운듯한날씨..에아이는반팔옷을입고있다/

하마오십여년전의일이다.

그들의결혼식에종이가루를뿌리던

(근데그무렵이면장미철이었을텐데장미몇송이면

멋진꽃가루가되었을텐데…….

왜종이를뿌렸을까?)

그어린아이는……

어디로가버렸을까….

자취도없고

흔적도없는그아이……

함박꽃은지고….피고있었고

국수나무는도열해있었다.

때죽나무는나무보다땅위에더많이있었고

주걱댕강나무는몇개

줄댕강나무는그늘에서피어나고있었다.

그냥댕강나무는….그냥….지고조금남아있었다.

은행나무유종을찾으려햇으나못찾았고

불두화는하얗게피어나고노랗게져가기시작했다.

말발도리는무늬비비추위에하얗게져내리고

고광나무꽃은….웨딩드레스처럼….깨긋하고우아했다

개회나무는먹음고있었고

쥐다래잎은변해가기시작했다.

만병초도피어나고

보라색엉컹퀴는선명했다.

어성초는비린내가나는지킁킁거려보았다.

숲속트레일에서는소풍온아이들이그림을그리고있엇다.

보여줘…..

아이들은수줍은듯가렸다.

그아이들중

오십여년전의아이혹있을까……

살폈다.

살펴보았다.

어른이된다는것은

이상한슬픔덩어리한조각

부판…같은질머지고가는일이기도하다.

꽃진자리….

많이보였다.

특히숲트레일…어둑신한속에서피었다지는

동의나물꽃진자리가

아이처럼….

어여뻤다.

잘있니…있는거지.

유월의숲ㅡ

동중정의시간.

짙어가는녹음의숲에서

그아이….새삼….그리웠다.

그래서

나무들자라는소리……를들어야할텐데

생각했다.

나이에관한한나무에게배우기로했다
해마다어김없이늘어가는나이
너무쉬운더하기는그만두고
나무처럼속에다새기기로했다

늘푸른나무사이를걷다가
문득가지하나가어깨를건드릴때
사랑한다!는그의목소리가심장에꽂힐때
오래된사원뒤뜰에서웃어요!하며
숲을배경으로순간을새기고있을때

나무는나이를겉으로내색하지않고도어른이며
아직어려도그대로푸르른희망
나이에관한한나무에게배우기로했다
그냥속에다새기기로했다
무엇보다내년에더욱울창해지기로했다/나무학교.문정희


11 Comments

  1. 벤조

    2013년 6월 5일 at 3:23 오후

    "꽃송이들의속삭임은
    대갓집부인네들의숨죽인수다…"
    뭐랄까…절제의아름다움이있죠?가슴빠근한…

       

  2. 산성

    2013년 6월 5일 at 3:55 오후

    나의옛나는어디로갔을까
    김사인시인의시’아무도모른다’…끄트머리

    꽃가루뿌리는화동도하셨구나.
    이쁘시단증거^^
    광릉숲의넓은길을따라올라가다가
    살얼음낀호수를내려다보기도했던어느겨울
    지금은향기로운유월의숲인데
    기억은그렇게…멀리

    귀여운어성초,
    반가운마음으로흠흠들여다봅니다.

       

  3. trio

    2013년 6월 5일 at 7:11 오후

    푸나무님은어찌이리도나무이름꽃이름을많이아시는지…
    저는도무지몰라요.오늘아침에도카메라들고나가사진찍으며걸었더니
    시간가는줄모르고2시간이훌쩍지나더군요.
    6월의꽃들을….
       

  4. 참나무.

    2013년 6월 6일 at 11:47 오전

    두세번오르락내리락!!!

    …그리고~~화동사진보고싶어요
    언제조우하는날꼭가지고나와보셔요
    그럴일이좀있거든요…^^
       

  5. 푸나무

    2013년 6월 7일 at 12:36 오전

    벤조님
    그냥풀꽃과나무꽃은확실히다른것같아요.
    우열의차이는아니지만
    차이가있어서
    더좋은것들이죠.
    여름신나게…보내시는것같아요.
    넘절믄벤조님.ㅎ   

  6. 푸나무

    2013년 6월 7일 at 12:46 오전

    산성님
    김사인시….
    딱내맘이네요.

    사진과기억속의나
    지금의나….
    어디에있는지
    과연있긴한건지
    정말아무도모르는것같아요.나조차두요.

    절보시고도
    이쁘시단증거…
    하시면.유모어?하하

    산성님어성초비린내.맡아보셧어요?
       

  7. 푸나무

    2013년 6월 7일 at 12:52 오전

    트리오님
    꽃이름은이제사진찍으시면서아마도
    저절로알아지게되실거에요.

    이상하게어느대는줄줄이잘나왔다가
    어느땐갑자기막혀요.
    하나외우는데적어도다섯번이상시행착오후….ㅎㅎ
    아마트리오님은두세번하시면외우실거예요.
    음감이좋으시니…
       

  8. 푸나무

    2013년 6월 7일 at 12:56 오전

    화동사진은우리외갓집에있는데요

    언제보성가면제가찍어올께요.
    근데무엇때인지급궁금하네요.ㅎㅎ
    오늘은나들이하실까
    아이와함께실까,
    그것도궁금하고…..ㅎㅎ   

  9. 凸凸峯

    2013년 6월 7일 at 1:59 오전

    정중동,
    그속에내가있습니다.
    대갓집부인네들
    소리죽인그런
    정중동속에….
    정인가동인가도
    모를지경으로…   

  10. 김성희

    2013년 6월 7일 at 4:19 오전

    푸나무님의글과사진은,,,,
    되새김질을하면서읽고봐야해요,,
    그냥그래요,,,정말그래요,,,
    맨위의사진과밑에서다섯번째의사진에
    한참눈길이머무네요!!

    와!!!
    나도보성가보고싶퍼라,,,ㅎㅎ(한번도가본적이없어요)
    작년에장흥에가본적은있는데,,,

    점심후커피한잔마시는중,,,   

  11. 2013년 6월 21일 at 10:22 오전

    보성에도창랑정이있을까?

    마치창랑정기를다시읽은듯합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