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유장한 서사시ㅡ 네번의 식사

네번의식사 저자 메이어샬레브(MeirShalev) 출판사 시공사(단행본)(2013년04월22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비율빈은우기가시작되었다고했다.

가이드표현으로는아주가까이다가와있다고,

실제로첫날밤갑자기하늘이번쩍번쩍하더니비가내리기시작했다.

창문으로리조트가로등하나가보였다.

비는그가로등아래둥그런반달모습으로내렸다.

아주가느다란몸짓이었다.

나는빗소리를듣기위해창을열었는데

가로등아래온화한모습과는다르게제법소리가세찼다.

모기생각을하긴했지만이정도세찬빗방울이라면

어딘가로다숨었으리….

편안하게문을열고책을읽기시작했다.

한페이지도채못읽더니먼나라로떠난분

코고는소리를보아하니내일아침까지는절대뒤돌아보지않을낌새다.

그제야온전히혼자다.

빗소리를다정한벗삼아……네번의식사중두번째식사를하게된다.

아니이건마치….<백년동안의고독>같잖아.

레베카는<백고>의레메디오스같고……

라틴아메리카의그어둡고웅숭한맛은아닐지라도

습한나라와건조한나라의차이일지도모르겠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사람….그리고사랑에대한서사가

내겐처음부터<백고>를연상시켰는데

나중에보니출판사서평난에도비슷한문장이쓰여있다.

네번의식사역시대중성과작품성모두를충족시켜주는메이어샬레브의특징이잘드러난소설인데,영역본출간후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가토니모리슨의솔로몬의노래를다시쓴것같다는극찬을받았다().

모든사람이보자말자사랑의열병에휩싸이게하는아름다운여자레베카…..

그녀의남편은그런아내보다…..

유디트라는….아이잃고남의집에서일을해주는

여자가동네에들어서자마자그녀를보자말자….그순간사랑에빠져버린다.

그녀의미모에대한이야기는전혀없다.

그저자신에대한이야기를침묵으로일관하는.

사랑에는전혀관심이없는이여인,

그러나평생세남자는깊은상처를지닌이여자를끝까지그리고겁나게사랑한다.

이런대목은사실매우통속적이다.

한눈에사랑에빠지고

평생을사랑하고

그리고그것도모자라한남자도아닌세남자와한여자어린이까지도그녀를사랑한다.

사랑의방법도성격처럼다르고…..

세남자는서로를질시하면서도합종연회,

인정할때는인정하는

어찌보면기이한우정까지도엿보이는관계를지속해나간다.

그런여자어디있을까.

또한그런무지한사랑,

계산할수없는운명이란엉킨실타래속의사랑.

그리고또자연처럼한결같음……의사랑이어디있겠는가.

없는이야기를있는것처럼하는것을나는통속이라여긴다.

그러나

통속없는아름다움이어디있으며

통속없는진실이어디있으며

통속없는사랑이어디존재하겠는가.

무엇보다이작가는이통속속에서만존재하는게아니라

통속의바깥까지도아주자유롭게넘나든다.

시점의특별화라고나할까.

세상의창조에대한이야기인에덴동산의이야기는

뱀을싫어하는이유일수도있다는,

사랑의시작을사랑하는사람과의만남에두지않고

그이전의수많은갈랫길…..운명이나숙명이라고불러도되는

작은산들강들바다들….

그리고사람들이지어내는생과사오고감……

그들의인과에대한시점을아주저멀리서부터시작해낸다.

어쩌면태어났기에….

사랑은시작되었다.

어쩌면부모가사랑했기에그들도사랑할수밖에없었다.

닭장에불이나거나누가왔고누군가가물에빠져죽었기때문에유디트가왔다.

사랑에대한필연성.

삶에대한어찌할수없는숙명에대해

수많은사람을등장시켜변주해낸다.

시간에대한작가의개념이야콥을통하여유장하게펼쳐진다.

네가소젖을짜는시간에나무의그레이프푸루트는익어가고

누군가의영혼은천천히그의몸을떠나가고

네가잠을자는동안지렁이는일을하고있고

하늘에선구름이흘러가고있다.

고기는정말이지부드러웠고맛있었다.온갖빛깔과맛,

그것은들판과봄을수놓은것이었다.

들판과봄을수놓은맛……을맛보고싶게했다.

낯선땅비율빈의리조트안에서창문을열어놓고빗소리를들으며

네번의식사를읽을때

그렇다.

어디선가누군가의영혼이자신의몸을떠나갈것이고

비율빈의국화말리화는꽃향기를짙게뿜어내고

그아래왼쪽귀에꽃을꽃은어린소녀는

그밤여인이되기위해꽃인지향기인지모를숨을깊게들이쉬고…..

맹그로부나무사진을찍을때아마도연인이었을젊은이들이하나는서고하나는앉아있었다.

사진을찍고다시자그마한공원을한바퀴돌아올때도

그들은그자세로서고앉아있었다.남녀중에여자가내게핼로,했다.

미소가아름다웠다.습기없는미소…..

아이들이지나갔다.

아이엄마들은아직젊고조금작고뚜렷한윤곽을지니고있었는데

머리에물기가있었다.

아마도아침샤워를좀전에한모양이었다.

조그마한여자아이는들고있던봉지를엄마발앞으로던졌다.

무엇엔가심통이가득난듯했다.

엄마보다더길게오래살아온

그리고살아갈남편은코를골며자고있었고

그곁에서나는네번의식사를읽는다.

밤마다빗소리를벗삼아.

책을읽다가나는슬퍼졌다.

그들의간절한사랑이슬펐고

이제는이미내게서사라져버린사랑의그림자가…..

그들가운데서는여전히끊임없이불타올랐고

놀랍게도사람이공기처럼사라져가버린후에도

사랑은도저하게흘러갔다.

비는밤만되면찾아왔다.

필리핀의스콜은밤을좋아하는듯했다.

아침이되면언제그랬냐는듯멀쩡해졌다가…..

나흘밤내내그랬다.

546페이지의이글을다읽은뒤첫챕터를다시읽었다.

그러면네번의식사알레고리가아주아주선명해진다.

메이어샬레브는영리하고재능있는스토리텔러다.

눈(雪)과함께힘을합해

유디트를죽여버린

그리고자신조차결국은죽게된

그러니누군가를죽이는일은자신을죽이는일도된다는묵시를읽게하는

유칼리나무가급궁금해진다.

1930년대,팔레스타인의시골마을에홀아비가된모셰라비노비치의가정부로유디트란여인이오게된다.그녀를사랑하게된세명의남자,모셰,야콥,글로버만은각자나름의방식으로구애를하지만,유디트는자신의마음을그누구에게도보여주지않는다.몇년후의문의사건으로유디트는자이데(‘할아버지’라는뜻)란이름의사내아이를낳고,세남자는모두그아이가자기아들이라고주장하며보살핀다.유디트가세상을떠난후,그중한아버지인야콥은29년의세월에걸친네번의식사에자이데를초대해수수께끼에싸인여인유디트와세남자에얽힌마법같은이야기를들려주고,역시어머니의사랑에관한가슴시린비밀을간직하고있는자이데는야콥의이야기를들으며유년시절의퍼즐조각을맞추어가는데…….(출판사기사펌)

10 Comments

  1. 士雄

    2013년 6월 15일 at 4:44 오전

    시공사의책이군요.
    어쨌거나좋은책이많이나옵니다.ㅎㅎ
       

  2. 騎士

    2013년 6월 15일 at 8:42 오전

    삶의사색이깊어서좋습니다
    저는삶의소용돌이속에서허덕이다보니사색할여유도없습니다.
    사색을깊이할수있는여유와깊이를부러워합니다.
    저같은놈이사색해봤자지만.ㅎㅎㅎ
    팔다리가없음으로오히려편하게진화한동물이뱀입니다.
    팔다리가없음으로뱀은어디던지살수있습니다
    인간은팔다리때문에한정된곳이서만살수있습니다.
    인간은팔다리뿐아니고머리까지있어서더욱더불편하게살고있습니다.
    모든것을안다는것과아무것도모른다는것의차이가없습니다.
    모든것을알기는불가능하지만
    아무것도모르는것은쉽습니다.
    모든것에초월하면아무것도모르는것이된다고합니다.
    사색의깊이는오히려삶의에너지를약화시키기도합니다
    햄릿보다동키호테가행복한인생이었습니다
    좋은책많이읽으셔서좋겠습니다.

       

  3. 참나무.

    2013년 6월 15일 at 2:23 오후

    있잖아요~~요담부턴
    바로위기사님맘씀처럼이런글엔연주심지마셔요
    (제경우음악은잡글캄푸라지용…;;)

    음악때문에집중이안되거든요-문론Esc누르기도하지만…
    오늘아침은일찍산책가기전클릭했다가
    음악에취해그냥나갔거든요…^^

       

  4. 푸나무

    2013년 6월 15일 at 3:16 오후

    오늘은종일아주쉴틈도없이집안일을했더니
    허리가아프군요.
    좋은아내좋은엄마되려구요.
    시공사비슷하죠?하하   

  5. 푸나무

    2013년 6월 15일 at 3:25 오후

    기사님글은언제나솔직합니다.
    짧은댓글속에서기사님마음이잘보이거든요.
    이친구글말이야…..
    그럴듯한것같은데
    뭔가
    액션이없질않나.
    그저머리속에서만나오는글이자나.
    대목대목봐줄만한것같긴한데
    그래도뭔가맘에안들어
    내친구주회장얼마나솔직해
    우직하고단순하고매력있자너
    푸나무한테는그게없어..
    아는게대순가말이지.

    그거그냥힘없는거야.

    그럼에도불구하고
    기사님
    사색의깊이는오히려삶의에너지를약화시킨다!!!!!
    에공감합니다.

    하지만굳이가르자면
    햄릿형으러태어난걸,어쩌라구요.
    동키호테…..
    되고싶어도될에너지가없는걸어찌하라구요.

    기사님께푸나무글은언제나계륵인가?
    (안삐침ㅎ그냥긍금함)   

  6. 푸나무

    2013년 6월 15일 at 3:27 오후

    그럴까요.
    참나무님.
    저두가끔…..음악넣는것싫기두좋기두하긴해요.

    그래도참나무님포스팅읽으며음악들으면엄청좋던데요.
    내일아주잠깐…..어딜다녀올텐데….
    ㅋㅋ혹시또헤딩하실까봐……
    미리두툼한라택스깝니다.
    푸나무이삐죠?ㅎㅎ   

  7. 김성희

    2013년 6월 17일 at 1:46 오전

    세월은유수와같다,,,
    인생은일장춘몽,,,
    참!통속적이야!!,,,너무진부한표현이야!!
    아직젊은시절엔그랬었지요,,,

    이제살아온날들보다,,살아갈날들이
    점점적어지는어느때부턴가,,
    아무렴,,,진리는가장보편적인거야,,,,
    공감하게되더라구요,,,^^^***

    푸나무님의,,엄청난(?)독서량에주눅이드네요,,,ㅎㅎ
    지난달에구입한책을읽다가,,말다가,,,
    것두주제별로꼭지로구성된책인데두말이죠,,

    았!!
    비율빈,,,,오랜만에보는옛드러운단어가정감이갑니다,,,
    저두햄릿형,,,해서에너지가없는건가??
    쟂빛하늘나즉이내려온월요일,,
    한주를이렇게열어갑니다,,,푸나무님!!!   

  8. 騎士

    2013년 6월 18일 at 9:02 오후

    계륵이라니요
    값비싼쇠갈비지요
    맛은있어보이는…비싸서못먹는ㅎㅎㅎ

    많은책들이있습니다
    누군가말했습니다
    저자가죽은지20년이지나지않은책을읽지않는다
    검증되지않은책까지읽을인생의시간이없다.
    인생은짧다.
    푸나무님은사색적인책을좋아하시는데
    저는인생의이야기를기록한책을좋아합니다.
    소위말해서통속소설류지요.
    대표적안것이미국작가어스킨골드웰,트루만캐포티,존스타인백
    우리니리최인호,정비석같은작품말입니다
    저는사색적인책을읽을아이큐가못되기때문입니다
    그래서전에오르한파묵의레드라는책도읽다가팽개쳤습니다
    두뇌구조가푸나무님하고다른모양입니다.
    뇌세포의신경연결구조가
    저는직선으로만연결된듯합니다
    어디가신다는데잘다녀오십시요

    삼손의머리를깍은데릴라
    신이주신능력을함부로낭비한삼손
    나자신도신이주신아주조그만능력마저도
    개굴창에다흘려버린….
    내머리를깍아버릴데릴라도만나지못했으면서….
    스스로머리를깍아버리고
    처박힌인생….
    나는푸념하노라..신에게…withoutword…..   

  9. 푸나무

    2013년 6월 19일 at 8:24 오전

    어제비행기에서내리니비가오더군요.
    습한것은싫은데
    비는좋아하니….

    오늘은주부없엇떤부엌청소하고
    아래싱크대
    문열어놓고선풍기바람시원하게보내주었습니다.

    쫌뽀송해졌겟죠?

    성희님도나없는동안잘지내셨구요.   

  10. 푸나무

    2013년 6월 19일 at 8:26 오전

    푸념대신기도는어떠세요….기사님.
    아이구
    장맛철되니
    기사님로맨틱기질이
    발현현현양양하신듯하옵니다.
    절친께서는
    로기라는이름을본이름보다더많이사용하시던데
    작명료주셔야하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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