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드는것의미덕중하나가
사람눈에잘보이지않게되는거죠.
반짝반짝빛나지않으니까
낡아서…흐릿하니까….주변이약간어둡기도해…
하지만그래서
빛나는것들환한것들을바라볼수있고…..
아름다움속에묻혀있는무리수를보며고개를끄덕일수도있어요.
무엇보다여행을가서즐겁게놀지않고
가만히책을읽는다해도
아무도관심이없거든요.
혼자여행이편한것은
다른사람의시선을의식하지않아도되는걸거예요.
그러나아는사람들과의여행은그렇지않죠.
여행을와서도독서를?……
라는눈빛으로바라보기때문이죠.
그래서비행기안에서나저녁먹고헤어지고나서
침대에서나가져간책을겨우만날수있었죠.
이스라엘작가메이어샬레브가쓴‘네번의식사’라는책인데
이게꼭올베쌀같더라는거죠.
올베쌀은옛날추석음식중가장좋아하는거였어요.
서울에서는찐쌀이라고부르는…
어원적으로보면전라도말올베쌀이근원에더충실하죠.
이른벼를살짝쪄서만든쌀이니
찐쌀이라는말은과정을나타내는말이구요.
이게첫입에는거칠고딱딱하고…고소한향기외에는그닥….
그러나몇번올뻬살을씹기시작하면
그고소하고달큰한맛은무엇에견주기어려워요.
마블링이감칠맛이라면…..
올베쌀과침과이빨과시간이지난후의섞임은…..
감칠에감칠이되어요.
전에어느작가의
햄버거먹은뒤콜라…..햄버거와콜라가입안에서뒤섞이는….묘사는
부정적인측면과
생각안해도될것들을헤집는듯한느낌이있었는데
올베쌀은입안에서담박하죠.
겨우쌀과침….그리고그것을갈아주는(ㅋㅋ)시간..
하여간그맛은
단순하면서도뭉근하기이를데없는데
처음이책그렇더라는거예요.
그러다가점점…..피어나기시작하는데
어느때는노오란싸랑부리만가득피어난자유로운들녘처럼….
어느땐화정일산가는길오월의이팝나무처럼
그러다가피어나는노오란모감주나무꽃처럼…
그렇게<사랑>이되어가는거예요.
사랑의끝은…..
이책을읽고서야문득알았는데
(정말이제까지몰랐을까요?)
꽃처럼사랑이피었다가지는게아니라
지속된다는것,….
아사랑이이렇게지속되어져가는구나.
사랑의시작과정그리고결과물…..에대한새로운인식을하게해주었다고나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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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생각을했는데
아들래미결혼식을보니
사랑했고
이제는비록헤어졌지만
여전히사랑의열매는이어지고있다는감격이몰려오네요.
그렇잖아요.
우리들
우리모두.
우리자식들….
우리들어느순간에꽃으로피어났고
그꽃이열매맺어서
새로운생으로이어지는것,
역사라는무거운이름아니더라도
그단순한여정이선명해보이네요.
하늘나라
아이들의엄마그아지매도…..여전히보이구요.
여행을다녀오니고추가몇그루비실비실한거예요.
엄마고추가다죽어가네…했더니
‘아야니는머슬보냐,그것은그것이아니랑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