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 감독의 판타지ㅡ 엔젤스 셰어

광화문에서내려시네큐브가는길에는언제나바람이좀있다.

오늘도비막그친..

그래서습기가득한바람이한가득이리저리

몰려다니고있다.

망치를들고서있는검은아저씨는

느린몸짓으로거기약간휘는길가의공간에서있다.

오늘은바람이불어선지그가점유하고있는공간이….

뚜렷이보였다.

그가있음으로

그로인해창출되어지는공간.

노동에대한인식을새롭게하는아저씨다.

펜대만굴리는동네에서

혼자서서장렬한노동으로

노동에대한심화학습을

온몸으로하고있다

켄로치감독은영국감독이라기보다는아일랜드감독같다.

보리밭에부는바람탓이다.

아일랜드는왠지내겐

영국보다소박하고

영국보다순수하고

영국보다정겨워보인다.

몇년전아이리쉬송인thefoggydew를참많이들었다.

그노래에배인맑음약간높음(가수의목소리탓인지는모르지만)…

서정이좋았다.

엔젤스세어도처음부터영국보다는아일랜드느낌이물씬풍겼다.

세상눈으로보면그저루저인사람들의삶이라선지

그러나그루저에게도하나님께서아주독특한특기를부여하셨나니

위스키에대한타의추종을불허하는탁월한감각이다.

폭력세상에서살고있는그에게애인이있고애인이아기를낳고

애인의아버지는그에게돈을제공하며딸과손주를잊으라한다.

그래도아이가생겨나고

그는아이를안으며새로운삶에대한결심을한다.

다시는사람을상하게하지않겠다는,

하여간주인공..얼굴에흉터가있어취직시험면접도하지못하는….그는

자기와같은루저들과함께세계에서가장희귀한위스키를

훔치게된다.

그리고그장물로인하여그는돈도벌게되고취직도하게된다.

물론아이와아내와새살림을꾸리게되고,

리얼리스트감독의판타지다.

이제그도나이가들어가는게지.

부드러워지는것,

그게어느편에서보면

타협이고수용이고인식의변별력이없어지는일처럼보이기도하겠지만

옳다하여칼처럼행하면

그역시다른번민을불러오는경우가허다하더라.

그옳음이언제나옳음인가.

누군가에게는그림자라는것을

참도

그늘이생긴다는것을

지각하게되는일이늙음아니겠는가.

그래서사람은나이들어가며순해지고연해져서

이감독도그렇게따스한눈을지니게되었는지도모르겠다.

그런모호한시선으로

비싼위스키를도둑질한행위에대한응징이나회한같은것이없다.

도둑질이라는근원에대해감독은눈을감는다.

아니한수더더스릴잇는유모어로슬쩍위치격상시키는내심조차엿보인다.

하여어린아이처럼

그들의앞길에순진무구한푸른색빛을내려보낸다.

그대목이걸리긴했다.

나는영화가미치는영향이대단히중차대하다고생각하는사람이라

뭐야,아이들이그러질않겠나.

한탕만잘하면되겠네….

촌스럽더라도권선징악….

음과양같은이야기로필요한것아닌가.

그럼에도엔젤스세어라는

위스키가지닌스토리는매혹적이었다.

오크통에서익어가는위스키….

통의나무향기가배이고날씨가배이고세월이배이며

저만의것으로익어간다.

그런데익어가며약간..0.5%정도위스키가줄어든다는것이다.

그것이바로천사의몫이라는것,

얼마나서정풍부하며그윽한이야기인가.

적어지는몫에대한승화이며시적변형이다.

거기다가더깊이생각해보니

천사의몫은사라지는게아니었다.

오히려천사의몫이위스키에서사라짐으로인해

남은위스키에는더욱더풍성한맛과향이내려앉은게아닌가말이다.

사라짐으로인해위스키가되는….

나는그순간사자의몫생각이났다.

가장좋은부위맛있는부위를그것도많이먹는사자.

사실이이솝우화는많이먹는사자가초점이아니라

가까운사람의불행을보며자신의위치를아는분별에대한

아주슬픈이야기이다.

당연히사자는사자가아니라사람이다.

똑같은share에대한이야긴데

자연의현상과

사람의현상사이에는극단적인차이가있다.

.

만나자는친구의카톡에오늘바빠

해놓고혼자영화를보러갔다.

이젠점점혼자가즐겁고편하다.

누군가와시간약속을하고시간에맞춰야하고대화도맞춰야하고

어느땐성격까지맞춰가며미소를짓는것보다는혼자가편하고좋다.

혼자는자유다

이런시간들이

앤젤스셰어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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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1. Lisa♡

    2013년 7월 15일 at 2:18 오후

    시네큐브자주가시네요….

    특히비오는날은더욱…

    위스키딱한잔하고프네요.
    저기나오는그향긋한엔젤스쉐어가
    빠져나간비싼위스키살짝훔친걸로.   

  2. 푸나무

    2013년 7월 15일 at 2:30 오후

    갈수록철이없어지는건지
    비오면가만있지를못하겟어요.
    내일도비오신다는데…

    맞아요그위스키맛보는표정들.
    정말
    그리황홀할까요…..
    그들의얼굴표정이
    입맛을다시게하더군요.   

  3. J cash

    2013년 7월 15일 at 7:02 오후

    혼자보셨어요?음ᆢ
    그럴듯한글들을카톡으로보내주는친구가보낸
    "나이들어가며해야하는7가지ㅡcleanup,dressup,shutup,
    cheerup,showup,payup,giveup"중
    showupㅡ부지런히모임에끼고,익숙한모임보다는새로운이색모임이
    좋다고되있던데ᆞᆢ
    져도늙어갈수록혼자있는것이편하고좋으니….젊었을때부터의
    기본성격이겠지요ㅡ먹고사는라여기저기기웃거렸지만ᆢ

    그래서제블로그도없이사이버세계에서기웃거리고
    댓글도달아보는것이재미있나봐요…..   

  4. mutter

    2013년 7월 15일 at 10:23 오후

    혼자가편하다?
    음…나도약간..친구들이갑자기내가전화해서만나자하면힘들어하니까..

    그리고엔젤스쉐어마지막장면에서술을훔치고대신그만큼다른술을
    붓잖우.그리고그술을시음하면서음..기가막힌술이라고전문가들이
    전부그런단말야.그대목이통쾌하거든…

    가짜가방을들고다니면서느끼는그맛이그맛아닐까?
       

  5. 해군

    2013년 7월 16일 at 10:43 오전

    술에관한영화도보시나요?
    저는한참전에봤거든요

    스코틀랜드글라스고우같은술공장이몰려있는동네에가면
    온천지가술냄새라서숨만쉬어도술에취할수있는데
    그게오크통에서술이공기중으로날아와서그렇다네요

    천사의몫,참시적인표현이죠?
    그래서시인들이술을좋아하나요?ㅎ   

  6. 산성

    2013년 7월 16일 at 11:59 오전

    나무향기,햇볕,그늘,바람
    그흐르는세월이배어들어?그래서줄어든?
    딱그만큼은천사의몫..이라.

    이다음에혹시바빠요라는문자뜨면
    광화문시네큐브로출동해야지^^

       

  7. J cash

    2013년 7월 16일 at 12:41 오후

    아ㅡ댓글도고수들이달면다르구나ᆞᆢᆞ
    소생은
    앞으로공부좀더하고달아야겠네요ᆢ   

  8. 푸나무

    2013년 7월 16일 at 1:22 오후

    무터님도이제까끔은아니자주신가혼자영화잘보시죠.
    이영화도혼자보셧어요?
    저는그아까운위스키가깨트려질때
    소리질렀어요.

    정말그대목도아슬아슬했지요.
    가짜와진짜가합일되는,ㅋㅋ
    가짜가방도그럴수있겟는데요.ㅎㅎ
    잔재미가많은영화였어요.
       

  9. 푸나무

    2013년 7월 16일 at 1:28 오후

    술을안먹는다고하니
    어떤분께서특별하게무알콜맥주를가져다주시던데
    하도그냥번평소에는까칠한분이라
    세상에…하며
    놀라며….마셨는데
    맛있더군요.
    며칠전신문에일본에서무알콜맥주가잘팔린다는기사를보았지요.
    그러면저는술을안먹으니
    그런기사도안봐야하겠네요.그치요.?ㅋㅋ푸승

    스코틀랜드술공장이야기는
    상당히그럴듯한뻥같은데요.
    설마요..

    근데설마시적인표현,
    시인들이술을좋아함….
    기이한표현을하시며
    시인그룹으로들어서시는건가요?.
       

  10. 푸나무

    2013년 7월 16일 at 1:30 오후

    산성님
    내일당장시험해보셔요.
    오늘바쁘세요?푸나무님?하면
    게어디요,하며달려갈테니…

    밥은
    (갑자기밥생각이나네라디오…밥….ㅋㅋ)
    그것도..
    맛잇는밥은언제묵어사쓸랑가….   

  11. 푸나무

    2013년 7월 16일 at 1:44 오후

    박사님이공부를더하시면
    뭐가되는건지몰겠네.
    그위에뭐더있나요?

    현대갤러리에서
    아니갤러리현댄가…
    그둘이다르나요?
    하여간
    김환기백주년기념전시회를하던데
    김환기미술관과는아무런상관이없는건가….
    문득궁금하던데요.

    세상에그아까우신분이
    미국에서디스크수술후,,,,
    마취에서깨어나기전
    침대에서떨어져뇌손상으로죽었다니…
    차암,…

    그불가해한
    생과사의문제가종일머리에서떠나질않더군요.

    그게나와무슨상관이냐구요.
    쟈니캐시님께서
    공부운운하시니
    갑자기머리가열리며횡설수설하게된거지요.

    아까조카아이들배웅하러나갔더니
    비가바람과함께어깨동무하며
    나뭇가지들
    마구그네태우더군요.

    버드나무는바람이세차게불면
    올리부나무처럼보여요.
    등을보이니
    버드나무잎등이빛나는회빛이거든요.

    이란에서는버드나무가
    사랑에빠진사람들의혼란을나타낸다고하더군요.
    별생각이다들어요.
    비가와선지……ㅎㅎ

       

  12. J cash

    2013년 7월 16일 at 2:13 오후

    취미로그리는그림도한참안그리다가갑자기
    몰아서그리면,프로들이보면금방알지요ㅡ
    댓글도고수들은압축,생략,번뜩이는윗트가있는데ᆢ

    평소에글을써보지도않는소생이단댓글을읽어보니
    거ᆢ참shutup,giveup해야될것같아서…   

  13. 참나무.

    2013년 7월 16일 at 10:04 오후

    …위스키한병얼빵한친구가깨버렸을때
    저도고함질러조용한극장안웃음바다만들었어요
    그래서덜미안했고요

    어제본문읽고도답글못달고…
    빨간동그라미7개쯤쳤을거에요

    늦어서어쩌나요
    오늘도최고로좋은날되시길~~
       

  14. 아카시아향

    2013년 7월 19일 at 5:56 오전

    오랫만에소리내서웃으면서본영화였어요.
    그런영화들흔치않잖아요.ㅎ
       

  15. 푸나무

    2013년 7월 19일 at 3:34 오후

    저는오랜만에소리질렀어요.
    위스키깨질때.ㅎㅎ

    맞아요.흔치않죠.

    비슷하게개봉햇는가봐요.
    독일에서도보신것보니….

    댓글은막으셧꼬
    이리가끔뵈니반가운걸요.   

  16. 푸나무

    2013년 7월 19일 at 3:36 오후

    참나무님빨간동그리미
    일곱개접수합니다.ㅋ
    다섯개도아닌일곱개니대박입니당.

    지금은깊은밤인데아마도틀림없이아주좋은밤되고있으실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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