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볍지 않는 적요함이라니ㅡ 창덕궁에서
BY 푸나무 ON 7. 25, 2013
창덕궁의관문인돈화문을지나내원에들어선다.
정승나무라고도하는회화나무가울울(鬱鬱)하다.
느티나무와회화나무를일컫는괴(槐)는주나라이래궁내에심는나무의대표적수종이다.
사람들은꽃처럼덧없이사라지지만
오랜세월나무는그저무상여일하다.
비온뒤찬연한햇살이푸르른잎들사이로눈부시게내리꽂힌다.
왠지마음한켜고즈넉해진다.
겨우門하나지났을뿐인데
이가볍지않는적요함이라니,
서울에서가장오래되었다는돌다리금천교를천천히지난다.
맑게흘렀을,
그래서궁으로들어가기전자신을비추어보았다는명당수는어디로사라져버렸을까?
말라있는물길이현대를사는우리의갈함을상징적으로보여주는지도모르겠다,
하긴유장하게흐르는한강위의거대한다리를수없이지나다니면서도
어디거기마음비쳐볼생각을한번이라도했었던가.
창덕궁은비정형적조형미를갖추었을뿐만아니라
주변환경과의완벽한조화로움이라는덕목으로
1997년세계문화유산으로등록되었다.
이제우리만의것이아닌세계인의문화유산이된창덕궁은크게네권역으로나누어진다.
치조영역인인정전선정전,
침전영역인희정당대조전,
왕후와후궁들의거처인낙선재와
동국여지승람에서‘상림’이라불렸던‘금원’이자‘비원’인후원ㅡ
장마속이라선지경내는의외로한가하다.
진선문숙장문인정문을지나인정전에다다른다.
이중의월대위에중층으로세워진궁인데
전각안천정중앙에는봉황한쌍이장식되어있고,
중앙에는닫집으로용상이자리하고있다.
안녕하세요,마마.
그렇게홀로높고먼닫집에앉으셔서외롭지않으셨습니까?
왠지마음이가는정조대왕께마음속의인사를건네본다.
인정전옆은창덕궁에서유일하게푸른색기와가선명한왕의공식집무실인선정전이다.
낡아있는푸른빛기와와
청와대의짙푸른지붕이자연스레연상되면서
왕과대통령의자리를반추해본다.
그때나지금이나높아서외로울것만같다.
선정전곁으로약간방향을다르게하여희정당이있다.
희정당은일상적인생활을하는곳이라선지
선정전이주는느낌과
왕비의공식집무실인대조전이주는느낌과도현격한차이가있다.
일종의완충지대라고나할까.
아마임금은인정전이나선정전에서입었던옷을
희정당에서는벗고
좀가벼워진마음으로왕비를만나러가지않았을까.
여러번증개축을했다는대조전은
큰것을만들어낸다는이름이지닌뜻처럼고압적이다.
큰것은대를이어갈왕자를이른다고하니
문득남자는세상을다스리고
그남자를여성이다스린다는
유머러스하면서도진실이가미된문장을떠올리며
슬며시미소가나온다.
크고작음의여상함도아울러훈풍처럼감지된다.
조선시대정원의전형적인특징을지닌
사단의화계에는이제꽃잎은보이지않고
짙은초록잎우거지는매화앵두살구나무가심어져있다.
오래된화단,
그안에서살아가는살아있는식물들앞에서한참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