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마지막 날 ㅡ 우현 환상곡

빗줄기는하늘에서땅으로이어진이어서

나뭇잎은수만개건반이어서

바람은손이안보이는연주가여서

간판을단건물도추녀아래고양이도웅크려귀를세웠는데

가끔천공을헤매며흙입술로부는휘파람

화초들은몸이젖어서아무데나쓰러지고

수목들은물웅덩이에발을담그고

비바람을종교처럼모시며휘어지는데

오늘은나도종교같은분에게젖어있는데

이휘황한,젖은몸에우주가헌정하는우현환상곡//우현雨絃환상곡/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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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창고에서이무렵이면꼭꺼내보는시

여름

장마

비같은시다.

거기웅대한서사없다할지라도

철학이나가치의미같은담론없으면어떤가.

없어서더홀가분할수도있다.

생이주는무거움좀외면하면어때.

정진일지숭고일지….기도일지…..

아니더라도

나뭇잎수많은건반

바람은손안보이는연주가

가느다래서

눈이밝아서

귀가밝아서

사람눈에쉬보이지않는것들

밥두떡두되지않으면서

지금막응시하지않으면사라져버릴것들

마치추녀아래고양이눈빛같은것들,

그말할수없이가벼운것들이라

소중한데

서로에게종교가될수있는데

서로에게젖을수있는데

저가벼움의

저극진함이라니

소리없는연주의탄식이라니

비탓이다.

어제아니오늘새벽

칠월마지막날새벽비.

베토벤황제처럼….

소스라치듯사라지듯…..그렇게비내렸다.

어제산…..

깊었다.

나무도깊었다.

숲도깊었다.

그늘깊어

햇살깊어

만개한여름칠월에꽃은피어나지않는다.

겨우바위채송화몇개체

그리고이제조금씩며느리밥풀꽃피어나있었는데

그가녀린몸짓으로어떻게그높은곳까지올라가는지

땀하나안흘리고하늘거리고있는지

가느다란초록몸에

분홍몸매달고세상을이윽히굽어보고있는지

봉우리에올라

그녀곁에자리를펴고잠시누워있었다.

바람이얼마나힘이센지

내무거운몸을들썩이며가끔불어왔다.

바람이나뭇잎만흔들거리는것이아니라

내몸도흔들거리게한다는것….

누워서야알았다.

누워서야보이는것들도있다.

늙어서야보이는것들도많을게다.

그래서나는혹은당신은

칠월마지막인오늘도살아갈것이다

사는게늙어가는일이라는것을생각하며.

밤새날을새웠다면

이른아침조금자는잠은깊을까….

산처럼깊어야할텐데,,,,

칠월이가고있다.

가까이갈수없어
먼발치에서서보고돌아왔다
내가속으로그리는그사람마냥
산이어디안가고
그냥거기있어마음놓인다//산/정희성

12 Comments

  1. 산성

    2013년 7월 30일 at 11:49 오후

    우현환상곡이제목으로올랐지만
    어쩐지’산’이란시가아프게다가오오~

    무엇이든무엇에든종교처럼…이되면아니될것가터
    부귀영화까지도종교처럼생각하고마구달려드는세상이라
    그냥
    산아…네가거기있어참좋구나하면될것가터
    말은이렇게하지만그또한쉬운일아니란것
    우리이미잘알고있…

    ‘빗줄기는하늘에서땅으로이어진絃이어서’
    참마음에오는귀절입니다.
    현하나다녀감.굿모닝!^^

       

  2. 푸나무

    2013년 7월 31일 at 12:35 오전

    현하나다녀감…..
    이런
    매력적인단어쓰시면
    제집오시는지인께서
    아주산성님께혹산디우.
    하긴나두혹하니…ㅎ

    종교는
    내식의해석을가하자면
    어느한부분한개가아닌두루영향을미치는,
    그러니
    종교처럼….은
    처럼이니…

    근데이젠장마간건가요?   

  3. Anne

    2013년 7월 31일 at 12:45 오전

    가는칠월이,
    살아가는일들이,
    늙어가는일들이절절합니다.푸나무님   

  4. 아카시아향

    2013년 7월 31일 at 5:21 오전

    첫번째사진꽃나무이름이뭔가요?
    무슨열대나무인가?했는데
    우리나라산에도있나보네요.

    칠월마지막날,상기시켜주셨습니다~

       

  5. 박로뎀

    2013년 7월 31일 at 12:41 오후

    귀한분이라서문턱이상당이높아서무릎이쪼금힘드네요.
    계절과환경..
    자연과삶의철학,종교등을두루필로휘젖고멋진나래를..
    자연을삶의현장으로이끌어내는독특하고감칠만나는위영작가님일본은잘다녀오셨지요..
    만나고,노니고,다니고,오가고심히보기가좋군요
    너무섬세한글들이마음을가만히안놓아두네용
    종종남의집에함부러들어와도될려나ㅎ   

  6. 푸나무

    2013년 8월 1일 at 1:18 오전

    앤님
    벌써…라고해야할까요
    드디어라고해야할까요…
    이팔월요….ㅎ   

  7. 푸나무

    2013년 8월 1일 at 1:21 오전

    꽃이름은산이아니라화분….
    외국에서들여온…꽃이라
    몇번들었는데자꾸잊어먹어요.
    다음에
    기억날때알려드릴께요.
    이렇게생각안나다가
    어느순간팡나거든요.ㅎㅎ

    칠월가버렸어요.
    사랑하는님처럼…..드디어…..   

  8. 푸나무

    2013년 8월 1일 at 1:24 오전

    박님.첫글농담에웃습니다.
    다리는건강하신게지요.

    제글이
    박님마음을가만히안놔두다니…
    제탓인가요글탓인가요.

    그나저나저두심히반가워요.
    아주오래전친구의방문을
    심히?환영하는바입니다.
    성모는아직도컴안하나요?ㅎ   

  9. Lisa♡

    2013년 8월 1일 at 12:17 오후

    8월이거기있는건

    늘있어서~~~~슬퍼   

  10. 푸나무

    2013년 8월 2일 at 2:31 오후

    리사님.
    즐겁게웃을날기다려요.

    시계두차봐야지ㅎㅎ   

  11. Lisa♡

    2013년 8월 18일 at 11:37 오전

    이꽃이름

    후크시아!

    맞나요?   

  12. 푸나무

    2013년 8월 18일 at 11:28 오후

    후크시아…

    이꽃은
    후크시아보다아주더흔한꽃이에요.
    여전히아직이름은모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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