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지 않았다

혜시는백수인장자와는달리명민한친구였다.

출세도하고..돈도많은,

그런혜시가장자에게말한다.

자네말은도무지쓸모가없어…..

우리의장자가대답하신다.

저땅은턱없이크고넓지만길을걸을때소용되는곳이란발이닿는지면뿐이네

그렇다면발이닿는부분만빼고그둘레를황천까지파내려간다면

남은부분이쓸모가있겠나.

쓸모가없지.

그러니까쓸모없는것이실은쓸모있는것임이분명하잖은가.

명민한혜시는쓸모있는것만을추구해왔고

장자는쓸모없는무나공이나자연정진자유만을추구해왔다.

그렇다고장자가혜시를얕보았다는것은아니다.

아마도장자는그가틀렸다는것이아니라그의좁음을이야기한것일게다.

비유치고는아주기막힌비유를들어서.

종일집에서살림하고책보다가오후여섯시쯤외출을했다.

버스를타고지하철을타고다시지하철을갈아타고명동을갔다.

아주편한슬리퍼를신었다.

점점신발에민감해진다.

신발이편하면온몸이편하고신발이편치않으면온몸이편치않다.

편한것은돈과도상관이없고볼품과도상관이없다,

발에맞는것,

몸만그럴까.

존재역시소유나다른사람의시선….보다자족할수있는삶의태도에

자유로움과즐거움이있지않을까,

혼자하는외출.

아좋다.

바람은신선하고….

어디에있다이렇게다가오는거니.가을.

명동은이제한국같지가않다.

뭔가이상한느낌뭔가은밀하게변해있다.

후각에스며드는느낌이다르다.

아니냄새가다르다는게아니라

바라보는것들그런데그게후각으로느껴져온다.

여러가지것들이섞여있어아주탁한느낌

먼나라로여행온자들의방기와

그들의지갑을열기위한호시탐탐의눈길들이이루어내는팽팽한긴장

중국말과일본어….

수많은호객행위..

그리고아직햇살이남아있는데도

어쩌면여분의햇살보다더눈부신전깃불들

그모든것들이..보이지않게

그러나촘촘히,아주질긴거미줄처럼얽혀서

기묘한향을뿜어내는것같다.

명동예술극장앞도….소란스럽기그지없다.

명동치고는넓다고할수있는극장앞공터에의자들앉아있는사람들

갑자기그곳이무대가되고

저들은모두배우아닌가.

지금자기가맡은역할을아주충실하게해대는,

나역시내인생의주인공인데

굳이이렇게조작된타인의삶을들여다보고자하는것은무엔가.

…..

문하나를열고극장안으로들어서니….

오히려적막하다.

테네시윌리엄스가1947년발표한원작희곡은퓰리처상과뉴욕극비평가상을수상하며명실상부한현대고전으로자리매김했고비비안리와말론브란도가주연한엘리아카잔연출의동명영화(1952)로도잘알려져있다.

몰락한지주의딸블랑쉬(김소희)는가난한노동자의도시뉴올리언스에살고있는동생스텔라(김하영)를찾는다.모든것을잃고남은것은허영심뿐인블랑쉬는삶의의미를현실의쾌락에두고있는스텔라의남편스탠리(이승헌)와사사건건부딪힌다.스탠리는고고한척가식을일삼는블랑쉬의과거를캐내고자끊임없이극단의상황을연출한다.

평범한가정비극에지나지않아보이는이야기이지만연극은단순히탐미적이고퇴폐적인낭만주의에그치지않는다.블랑쉬와스탠리의긴장관계는시대성에근거한다.블랑쉬는교양을중시하는과거지향적인물이며스탠리는본능적욕구에충실한현재지향적캐릭터다().

정통극이라정통은있어뵈는데신선함이없다.

블랑쉬연기도좋았고….스탠리도좋았지만.

문제는캐릭터가

고전이라약간구식처럼여겨지더라는것

아니면너무나강렬한펙트속에서살고있어이정도가지고는…..

위선과이중적인성향이그득하면서도허약하기그지없는블랑쉬

죽음의반대는욕망이라는귀에톡들어오는대사가있었는데

그녀의욕망….

가령낯선남자의친절에기대어살던부도덕한성적욕망은

욕망이라고하기에는

그녀는지적인체하는지에대한욕구가강했고…

우아하고싶어하는우아체도강했다.

무엇보다약했다.

너무허약해서너무외로워서너무부서지기쉬워서

욕망이라는

단단하고사나운동물이들어가살기에는…..

아그래서결국은부서지고말았던가…..

아니그렇다고해도적어도그런욕망을그리려면….

그녀어느면더징그러운면이있어야했다.

연극은인터미션없이두시간이십분동안진행됐다.

연출가의섬세한의도가여기저기보이며

잘보여야보인다며함께엮어가라고내게명령을하는데도

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지루했다.

연극이끝난시간이열시가다되었는데

오히려초저녁보다더밖은환해졌다.

눈이부시다못해시리게하는파르스름하게빛나는좌판위를비치는등들은

사람의그림자를더욱짙게하고

거리는더욱더러워지고

사람들은느끼해졌다.

벌겋게..그리고충혈된눈빛들이서로를탐색했고

팔짱을끼고다니는사람들은딱붙어서빈틈없는사이처럼보였는데

오히려그사이로휑뎅그레한공간들이엿보였다.

한여름의잔서가여기저기서고독하게침울하게걷고있었다.

어디쯤에선가무엇인가툭내머리위로떨어졌다.

회화나무꽃잎이었다.

아직도피어나있었니

슬프고우울한꽃잎이었다.

왜아니그렇겠는가져가는데

내손안에서도위로를얻지못햇는지

어디론가가버렸다.

지하도시로들어갔다.

어두운땅속에서

자신만의길을그저맹목적으로달리는지하철

아주중요한캐릭터로다가왔다.

저환한불빛….갇히는사람들..

그리고다시토사물이되어흩어지는….

특히홍대역지하도시

공항철도와이호선과경의선이연결되는

그거대땅아래도시에는

가을기운에밀린,

거리에서조차서성이지못하는쇠약한여름이

노숙자들처럼모여서성거리고있었다.

가야할길이아득해

우리는어디로가게되는걸까

이도시를

이사람들을우리는혹은저들은사랑했었던가

회의로가득찬서성거림

아,사람만이아닌계절도

그렇게어두운회의에젖어고독한시간을보내고있엇다.

다리가잘빠진아이는남자에게기대어

하염없이남자의얼굴을바라보고있었는데

그들은무대위에있고

나는주연인그들의연극을바라보는관객이었다.

얘들아제발키스는하지마라.

아직시점이아냐..

연극은삼대요소사대요소가있지만

그렇다고연극이되는것은아니란다.

타이밍도중요하고때와곳은더중요하지.

더군다나니들이지금하는연극은연습도없고

재공연도없는그저한번뿐인직선의연극이란다.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를타지못해선지

연극은끝났는데도여전히아쉬운눈빛으로

나는연극을찾으며.

하다못해지하철.창..

그저어둠뿐인까만그곳에서조차

무대를연상하며집으로돌아왔다.

나는어젯밤장자였다.

쓸모없는….

깊은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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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omments

  1. Hansa

    2013년 8월 27일 at 12:50 오전

    푸나무님오늘글이쓸쓸한듯좋군요.
    장자이야기,편한신발,지하도시’젊은연인’을바라보는시선,,
    장자가된푸나무님.하하

    추천!

       

  2. Anne

    2013년 8월 27일 at 1:30 오전

    여유가부럽습니다.
    무엇이된들어떻겠습니까?   

  3. 2013년 8월 27일 at 3:14 오전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를타지못했다.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를타지않았다.

    오래오래전아직도서울시내에서전차가다닐때
    월요일아침통학길.보통은만원전차를타고학교에가야했다.

    월요일아침은주말에빤깨끗한하복을
    풀을먹여다림질해새하얀칼러까지하고입고나오는
    일주일중교복이가장깨끗한날이었다.

    그깨끗한교복을만원전차속에서형편없이꾸겨지게하는것보다는
    차라리30분정도걸어서학교에가는편이월씬더낫다고생각하고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를타지않았다.

    한편,다른학생들은차라리깨끗한교복이엉망으로구겨지는한이있어도
    30분이나오래걷지않고편하게(?)학교에가느라고
    아수라와같은만원전차에올라타려했으나
    다른사람들에게밀려결국은그전차를타지도못하고
    다음전차로가느라고지각하고말았다.

    때문에(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는
    타지않는것하고타지못하는것하고는
    하늘과땅만큼이나차이가있은것만같습니다.
       

  4. 김성희

    2013년 8월 27일 at 3:48 오전

    푸님의’친애하는,,,’에기분이좋아졌어요,,,ㅎㅎㅎ
    별로변덕이없는성격인데,,말이죠..ㅎ

    10대후반에사무엘베케트의’고도를기다리며’를
    그곳에서,,맞은편엔정명훈씨부모님이운영하셨던시라노백화점이,,
    ㅋㅋ20대시절엔주로종로1-2가에서놀았지요,,

    아!저장자좋아요,,
    멋있잖아요!!
    시간도,공간도,성별도,존재도,초월한,,,
    경계가없는..

    헐,말론브란도도좋아하는데,,
    지옥의묵시록,대부,,워터프론트,,
    좋아하는사람참,많지요?
    그러고보니남자들이네,,,ㅋㅋㅋ

    날마다푸님의블을드나드며,,
    기다린다면무척부담스러우시겠지요??ㅎㅎ

    점심후커피한잔마시는중,,,,
    가을속으로걸어가고싶은,,,,,
    늦가을이좋아기다리고있어요,,,푸님!!!   

  5. 해군

    2013년 8월 27일 at 4:12 오전

    글속에서가을이느껴집니다

    팔장긴사이로휑한공간이보이면
    시공을초월할만큼득도하신거네요

    지하철2호선..하면설국열차가생각납니다
    이영화관후감을쓸까,말까?도…   

  6. 八月花

    2013년 8월 27일 at 2:27 오후

    굽이높은신을신고나갔다가
    발이아파난전에서싸구려슬리퍼를사신고
    마음까지헤풀어져돌아다녔던날이생각나네요.

    힘빠진여름도기세가아직은대단해서요…

       

  7. 말그미

    2013년 8월 27일 at 3:05 오후

    섬세한감정에가을이여태안올리없지요.
    그래도아직더워죽겠습니다.
    나이드니더위도추위도왜그리못견디겠는지요.

    이초가을에멋진나들이…
    ‘젊은거리’더욱그렇습니다.
       

  8. 조르바

    2013년 8월 27일 at 11:13 오후

    장자푸나님
    아침문안드리옵니다.
    지체일양만강하소서m(__)m

    절대루쓸모없지는않사오니얄궂세상은얄궂은세상에맡기고
    재미난야그또올려주세요~~~ㅎㅎ   

  9. 나를 찾으며...

    2013년 8월 28일 at 12:34 오전

    아~전나중울딸한테푸나무님같은시모님만났으면좋겠다는생각을
    글읽으면서가끔씩하곤했었는데요….오늘은학실히~~!!ㅋㅋ

    제목이작년에읽었던’화차’라는책이생각나게하는데요..ㅎㅎ
    ‘템테이션’의주인공,,데이비드아미티지는워낙많은양의책과영화를
    보는사람이었어요…..방송시나리오작가로성공하게되면서표절시비에
    휘말렸어요…아니라고,,자신은아니라고부인을하지만…결국은이쪽에서조금,,
    저짝에서조금…철이네것조금,순이네것조금..그러다결국절망의나락으로잠시..
    스스로체득되어나타난,,,몇줄의글때문에표절이라고하기엔그런것아닐까?요..
    욕망…이또한,,,스스로오래품게되다보면제가그전차에탔는지…안탔는지는
    모르는것아닐까요?앗..아니다싶을만큼놀랐을땐벌써…욕망이란터널의한중간쯤
    달리고있어..이러지도저러지도…뭐..탔다싶을때를미리안다면속도를늦추거나
    아님정지를시켜야되는데…푸나무님께서는그정도를잘아시고계신것같아서요.
    댓글이리길게쓰다보면…실수할때가있어..조심하는데…이정도는모…푸나무님의
    넓으신아량으로봐주시리라~ㅋㅋㅋ

    그나저나어제제집오셔서박수너무많이치셨어요.
    손바닥멍들지않으셨쎄요?ㅎㅎㅎ   

  10. 푸나무

    2013년 8월 29일 at 12:49 오전

    한사님
    아침부터제법세찬비가내리고있습니다..
    이비에
    가을발길성큼거려지겠지요.
    비뒤에언제나숨어있어요.가을.   

  11. 푸나무

    2013년 8월 29일 at 12:49 오전

    앤님

    그럼요
    그렇구말구요.

    무엇이된들…
    이미앤님은앤님이시니….ㅎ   

  12. 푸나무

    2013년 8월 29일 at 12:51 오전

    무님.
    저는아마도
    틀림없이아수라같은전차를탓을것같아요.
    지금도그렇지만
    어릴때는
    정말걷기를싫어햇거든요.

    구김없는교복을입으신무님이돋보이셨을듯…..ㅎ   

  13. 푸나무

    2013년 8월 29일 at 12:54 오전

    친애하는성희님.
    전변덕이좀있어요.
    그래서사람을판단할때변덕을잘보죠.
    변덕없는사람…
    좋아요.
    신뢰할만하잖아요.

    이제글올리고
    성희님댓글안보이시면…
    어???
    하게되었으니
    성희님도.혹시부담스러우실까?하하

    비오는아침좋아요.
    성희님께서도아주좋은시간되시길….   

  14. 푸나무

    2013년 8월 29일 at 12:57 오전

    아마지하철이호선을보며
    설국을떠올리는분은해군님….
    돌고도는순환이긴하지만말이죠.

    전여전히서툴러서
    홍대에서갈아타며
    반대쪽으로타가지고다시내려서이쪽으로건너오려며
    도우미아저씨부르고..
    난리를쳤답니다.
    이호선은제겐어려워요.
    설국열차보다더…

    참제별명이푸도산데….ㅋㅋ   

  15. 푸나무

    2013년 8월 29일 at 12:59 오전

    팔월화님.
    공감공감합니다.
    편한신발에마음까지헤벌어졋다는…..ㅎ
    그러니
    팔님께다가서려면신발부터봐야겟네요.
    편한가
    열렷을까?

    오늘비오니어디나가셨나요?   

  16. 푸나무

    2013년 8월 29일 at 1:00 오전

    말그미님뭐가그리바쁜지…
    준호보러가보겠습니다.
    잘생긴사위분도..ㅎㅎ

    덥긴하죠.
    그래도가을느낌이사방데에떠다니긴해요.
    오늘비시원하시죠?
    지금?
    .   

  17. 푸나무

    2013년 8월 29일 at 1:03 오전

    장자푸…푸도사…

    이것아무래도
    자리하나사야겟습니다.

    아침문안인사주시니
    저두비문안합니다.

    이비에/….
    일향만강하옵시며
    오늘도조은날지어가셈.ㅎㅎ

       

  18. 푸나무

    2013년 8월 29일 at 1:05 오전

    나찾님딸이몇살인가요?
    울아들은스물넷인데
    해병대제대에키180에
    제가보기엔
    이승기못잖은데..ㅎㅎ
    이것참
    시어머니되어도좋을것같다니
    엄청…기분괜찮은데요.

    나찾님딸혹며느리삼게된다면
    엄마처럼사랑은못하더라도
    공평공정은할수있어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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