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에 대한 심오하고 내밀한 고찰.
BY 푸나무 ON 8. 29, 2013
깊은밤이다
열두시가한참넘은시각이다.
기실꼭해야할일이있다.
써야할글이있는데그글을쓰기가싫다.
뻑뻑하기가….케이투새로산등산화신고…릿지걷는것과비슷하다.
한걸음한걸음바위에딱딱엉겨도무지미끄러지지않는다.
아까,아니다이제보니어제네.
인사동에서팥빙수를먹었다.
올해는내생애가장많은팥빙수를먹은해일지도모른다.
밖에서밥을먹은후차마시는…것이팥빙수로자주대치됐다.
심한더위때문인지
아니면늙어가는탓에달콤한맛을선호하게된때문이지잘모르겠다.
육칠천원짜리팥빙수도있지만웬만한집가면거의만원이훌쩍넘는다.
만원넘으면당근둘앞에한그릇이다.
관례로여기시라.
밥대신팥빙수를드시는경우가있으신가.
물론드물게그런경우도있긴하겠지만
태반팥빙수는후식이다.
그러니만원넘으면꼭둘이다정하게먹어야한다.
한그릇에둘이먹는팥빙수.
그게마이브라더와새끼들과는괜찮은데..남과는…
그래도그런생각을하면서도이젠어른이라.
아시겠지만,
위대한어른은..상대방과같은생각을하는것이다.
어른은상대방이아무렇지도않은것에대해
같이아무렇지도않아야된다는것,
이것은어른의아주중요한,필수조건이다.
그렇잖은가팥빙수한그릇을가지고둘이먹는데
상대편이나와한그릇에수저를담고먹는것에대해아무렇지도않다면
나도당연그렇게심상하게여겨야한다는것이다.
저기언니,이것나눠주실수없어요?
언니여기앞접시요,
하게되면
깬다.정말
만약당신이…그런사람이라면….
당신은술마실때특히들깨를조심해야할것이다.
들깨를먹으면아마도영원히술이들깨!
일수도있다.ㅎㅎ.
무엇보다팥빙수는나눌수없는음식이다.
왜냐면그안에든모든것들을다반으로똑같이나눠야맛있는팥빙수가될텐데
얼음반팥반.견과류반연유반…
특히홍차빙수에서는연유와견과류가따로나왔는데
연유를딱반으로나누기는아주베리어려울거라고사료된다.
연유가어느한쪽으로듬뿍가버리면
다른한쪽은무슨맛으로팥빙수를먹겠는가./
연유만이아니다팥빙수에는그외기타…심오하고오묘한것들이
많이들어있는바그모든것들을어찌반으로나눌수가있겠는가말이다.
그러니올여름에
나는팥빙수를먹으며
어른만된게아니고
무릉도원을가지못한그러나무릉도원을쓴도원명처럼…
꿈이야기만듣고몽유도원기를그린안견처럼
사소한셈에대해서아주너그러워졌다.
세상엔나눌수없다는것이아주많다는
심오하고오묘한철학적인명제를
팥빙수에서배우게된것이다.
가령옷을반으로나눠보자..옷이되겠는가쓰레기지
수건을나눈다면수건은수건이아니다걸레나행주이지…
가정을나눠버리면..새끼들은갑자기편모슬하나편부슬하가된다.
우리나라도남북으로나눠있어서파생된문제가오죽많은가.
나무를반으로나누면아마나무는죽을것이다.
이제피어나는새싹이두이파리가솟아나는데
한잎씩나누면…그새싹은죽고말것이다.
무슨이런말도안되는비유를하느냐고.
냉소적인어조로묻지마시라.당신,
나누는것보다함께먹는것이더좋다는것.
나누는것이분별이라면
함께하는것은정이라는것,
인사동은작은것이아름답다는것을일깨워주는동네다.
그콩만한작은골목들이풍기는환상들
그골목안에서자라나는아주작은식물들이지닌
생기들을오늘아까보지않으셨으면
보라언니쉬잇!이다.
아작은것좋지..사랑스럽고..
메가리없는그런긍정은
하루내좌판위에서뜨거운햇살받고누워있던
오징어껍질벗기는대답이시다.
오늘본인사동은특히좋았다.
사람들탓일지도모른다.
여튼인사동은좁고아늑하고복잡다단한동네인데
아름다운차박물관은인사동답지않게넓고쾌적하고심플했다.
무엇보다하늘이반투명재질사이로느껴져…시원했다.
보이지는않아도..ㅎ
우리가앉아있는곳은실내같지만사실은마당이었다.
비오면좋겠다.빗소리들으면서차마시면……..
우리모두는마치묵념하듯이잠시비를생각했다.
그리고심오하고장고끝에팥빙수를시켰다.
네명이었는데당근두그릇,
빙수가격은한그릇에15000원
녹차빙수와홍차빙수를시켰다.
녹차빙수는..마치떼(잔디)입힌자그마한운동장같았다.
먼저나왔기에우리넷은다한수저씩먹기시작했다.ㅋㅋ
잠시후
홍차빙수가등장하셨다.
보라언니처럼…
그연한보랏빛…
홍차의쌉싸름한맛과기가막히게어울리는견과류들….
잠깐만요.아~
아쉽게도팥이리필이안됐다.
오백원더달라고했다.
빙수먹으면서도열난다.오백원땜에.
만오천원이나받으면서말이지
다른데서는되등마….
그런데그열이.
금방식었다.빙수때문에…
팥빙수의달콤함속으로사라져버렸다.
나는깨달았다.
팥빙수에는독특한열도생성되지만
그열도금방사라진다것을,.
집에돌아오니울엄마전동차타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