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그의 형제 죽음 ㅡ 이한탁씨를 기억하며

어제그제자주이그림이생각났다..

존윌리엄워터하우스의<잠과그의형제죽음>

죽음의신타나토스와잠의신힙노스가아주사이좋게잠에빠져있는그림이다.

죽음과잠은너무친근하여설핏보면

잠이죽음같기도하고죽음이잠같기도하다.

제목처럼잠과죽음은형제다.

어둠의신닉스에게서잠과죽은은태어났다.

뿌리가하나라는,근원이같다는의미다.

죽음은팔을넓게펼치고잠이라는동생을껴안고있다..

잠은너무나편안하게형인죽음에게기대어있고

죽음에기대어있는잠의모습은

가장좋은사람에게기댄듯편안하고아름다워보인다.

이세상가장좋은사람과함께하는듯보이기도한다.

그러고보니그냥도상학없이혹은제목없이그림을본다면

참으로사랑하는사이처럼도보인다.

고운다리선우아하고흰피부

듬직한남성에게기댄사랑스러운여성아닌가.

새벽에깨났다가

이른아침세상잃어버린듯

아주잠간깊게든잠….의모습이저럴까.

그때잠아주달다.

가끔그런잡을잘때자면서생각하곤한다.

아잠이왜이리좋은거야.더자고싶어계속자고싶어

작가는죽음을조금어둡게그리고조금크게그렸다.

죽음의표정은고독해보인다.

방기한듯한아무것도관심없는듯한,

그리고그죽음너머세상을형상하는듯한

어두운건물들

향로들

아마틀림없이멈추어서있을것같은어두운색깔의시계

….

경험해보지못한

그누구도가까이다가설수없는

그러나그누구든지가야하는기이한곳을나타내주고있다.

잠이지닌세계는밝고환하나

죽음의세계는어둡고그늘져있다.

그둘은멀면서도지나칠정도로밀착되어있다.

생이지닌모든생명이결국은죽음을향하여나아가는아이러니를

이렇게친근하고아름다운모습으로작가는바라보고싶었던것일까?

그림은우리에게이야기해준다.

다른게아니란다.

거기가거기야..

바로거기잠에서한발욱만떼면죽음이라구.

죽음은깊은잠과같은거야..

조금더긴시간

약간더우수에젖어있는시간이기는하지.

원래이별이란게그렇다.

처음에는아주죽을듯슬프다가도차츰희미해지곤하는,

그렇게흐르는것이시간이라고

저그림속뒷편…죽음속의시계는

아주단호하게멈춰서서

째깍거리며움직이는

잠속의시간…을오히려명징하게바라보는것같기도하다.

그림이주는

요즈음유행되는단어로표현하자면

힐링이저절로되는그림이다.

아니건강하고씩씩한거칠것없는젊음의시절말고.

노년에들어서….

쇠약해져서

무엇보다삶에대한분노가가득찬사람...

어찌할수없는생의절대적권력인숙명이라는마차에올라타

아주긴시간무려23년이란세월을….

지치도록…쉬지도못하고

가야할곳이아닌그저낯설기만한길을

처철한고통과두려움외로움속에서

내리지도못하고

아무런희망도없이그저마차속에서만살아온사람이라면

….

혹시저그림에서위로를얻지않을까.

그러네

생과사의경계가한침대위에저렇게사이좋게있는것을,

지난주토요일깊은밤티비를켰더니

젊은여자가거침없이물속으로들어가고있었다.

아니이게뭐야,

드라만가했더니저널리즘프로인그것이알고싶다였다.

아니무슨다큐..탐사보도프로그램시작이저래.

드라마도저런드라마가없네….

하긴시청률을생각하면뭘못하겠니.

드라마그것도아주자극이나박장에쩔어있는시대인데….

그런생각을하면서도눈을뗄수가없었다.

<나는딸을죽이지않았다-BN9599무기수의마지막항소>

지난19897.미국펜실베니아주한마을에서화재가발생했다.불이난곳은교회의수양관으로이용되던한오두막.그곳에는마침재미교포이한탁씨와그의딸지연양이머무르던중이었다.이상한냄새에잠이깬이한탁씨는곧장오두막밖으로뛰어나갔고불은삽시간에오두막전체로번져나갔다.30분이지나서야불은겨우진압되었지만딸지연양은미처화를피하지못한채결국처참한모습으로발견되었다.

검찰이주목했던것은현장바닥에서발견된9개의구멍이었다.이는휘발유와같은인화성물질을일부러뿌리지않는한나올수가없는데,누군가오두막에고의로불을질렀다는것이었다.수사당국은누군가지연양을죽이고오두막에불을질렀다고판단했다.그리고사건발생닷새만에체포된용의자는현장에있던유일한생존자이자,죽은지연양의아버지인이한탁씨였다.

검찰은당시최신과학수사기법을이용하여,그가딸을죽인범인이라는것을보여주는움직일수없는증거들을확보했다고했다.특히,당시오두막난방에쓰이던기름탱크에는방화에쓰인것을말해주는듯기름이비어있었고현장에있던이한탁씨의옷에선탄소성분이검출되었다.그리고무엇보다,사고직후이한탁씨의행적에서의심스러운점을발견한사람들이있었다.‘그는테이불에앉아서불타는건물을보고있었으며슬퍼하지않았습니다.

미리챙겨가지고나온듯한짐가방도가지고있었습니다

딸을죽이고증거를없애기위해불을지른비정한아버지에게동정의여지도없다고판단한재판부는이한탁씨에게가석방도감형도없는종신형을선고했다.하지만,사건이후부터,20년이넘게무기수로살아가고있는지금까지,수형번호BN9599이한탁씨는한결같이자신은결백하다며무죄를주장하고있다.자신은딸을죽인비정한아버지가아니라딸을잃고누명까지쓴억울한아버지라는것이다.하지만자신의무죄를입증할기회를얻기위한재심청구등20여년에걸친노력에도불구하고그의재심청구는단한번도받아들여지지않았다.그런데지난해최신화재감식기법에근거해이사건에의문을제기한전문가의보고서가미재판부에의해증거로인정되면서,당시수사가잘못되었을수있다는가능성이다시제기되었다.그리고사건발생24년만에미연방항소법원은이례적으로이한탁씨의항소를승인하였다.‘과학은극적으로발전했고당시의증언은오늘날엔절대법정에서받아들여질수없습니다’-펜실베니아이노센스프로젝트관계자

내가40년동안법의학을하면서가장억울하고

마음이아픈케이스중에하나입니다’-미법의학전문가()

아마올년말쯤

이한탁씨는석방될거라고방송은조심스럽게추론했다.

그런데이제.

석방된다하여

오십대의한참나이에감옥엘가서이제팔십노인이되어세상으로나선다한들

감옥에서보낸이십여년이넘는세월을무엇으로보상할수있을것인가

만약에내가그라면…난어떡해야할까

깊은밤

잠들기전에도잠에서깨어난아침에도

마치막힌고래처럼그래서아무데서나새어나오는연기처럼

이한탁씨그의세월23년이생각났다.

답없는역지사지속에

이그림이생각났다.

헤라의여사제에게아주효성어린두아들이있었다.

여사제가그아들들에게복을빌어달라고하자

헤라는지극한복을내려주었다.

아들들에게내려준지극한복은다름아닌잠이었다.

그것도영원한잠…..

잠자는공주도

왕자가찾아올때까지아주긴시간동안아주아주깊은잠을잤다.

이한탁씨도

혹이그림을보면

23년의세월이꿈같구나

마치오랜잠을자고난것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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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김성희

    2013년 9월 10일 at 8:49 오전

    워터하우스의,,,오필리아가,,,
    물속에누워있는오필리아가,,,
    웰빙도그렇지만,
    나이가나이인지라웰다잉에도점점관심이가는,,,
    자는듯이가는거,,,희망사항이지요!!!

    비가내리네요!!!푸님,,,
    비가내려요,,,~~~~
    비를맞으며,,퇴근해야지,,,^^**

    어허,,,두리번거리다보니1등이네,,,ㅎㅎ
    내일또다시,,,   

  2. shlee

    2013년 9월 10일 at 9:13 오전

    저도그것이알고싶다를봤는데….
    그딸은왜죽었을까…
    그것이알고싶었어요.
    가족을불행의구렁텅이로몰아넣은딸에게
    말못할사정이있었을텐데….
    그한스러움을어떻게다풀수있을까요?
       

  3. 산성

    2013년 9월 11일 at 8:39 오전

    처음듣는이야긴데그분
    긴잠에서깨어난듯그랬으면.
    만나고싶지않은악몽이었겠지만
    그나마깨어나서다행이다
    오랜기간동안분노만키웠겠습니까
    어쩔수없음이주는또다른길도보였을것같고
    참안쓰럽네요

    오랜만에들러갑니다.

       

  4. 凸凸峯

    2013년 9월 11일 at 2:33 오후

    잠과죽음
    결국
    한뿌리
    그런거같습니다.
    이한탁씨
    결국
    人爲網에걸린
    셈이겠군요.
    좋은결과가
    있었으면…..
       

  5. 푸나무

    2013년 9월 11일 at 11:55 오후

    벌써자는듯이가는거…성희씨희망이세요?
    울엄마희망이기도하고
    내엄마를위한저의희망이기도한데요.
    나이드시면다아아프신가봐요.
    울엄마는다리가아주많이아프셔요.

    그래요어제비내렷어요.
    내일도비소식잇던데요.
    전오늘산에가려구요.
    뭐가그리바쁜지
    백수가일주일에한번산에가기두힘들어요.

    혹시오늘도비가일찍내리면
    비속에서퇴근하실수도있어요,
    좋죠.
    비,
    온통세상이비의속삭임으로가득찬다는것…아주멋진일이죠..   

  6. 푸나무

    2013년 9월 11일 at 11:59 오후

    쉬리님.
    하도세상이요란하니
    별별기사거리가많긴하더군요.
    친딸에대한폭행…
    설마…그것은아주정신병자아니면가능한일이겠어요.

    방송에서도그부분은…그냥넘어가더군요.
    하긴그옛날일…어차피어떤자그마한소스들을연결로스토리써야하니…

    세상엔이해할수없는일이너무도많아요.
    잘지내시죠?동네아줌마….ㅎㅎ   

  7. 푸나무

    2013년 9월 12일 at 12:02 오전

    오랜기간…감옥에서살면서..
    ,,,
    그래요저두그랬으면합니다.
    하지만
    자책하는의미의
    내가죽였어….
    아내에게말한토로를
    옆에아이가듣고증언했다더군요.

    이제일은다끝나셨어요?
    가을바람아침저넉아주선선합니다.   

  8. 푸나무

    2013년 9월 12일 at 12:05 오전

    그리스신화에서는잠과죽음을정말같은선에서해결하더군요.
    그런인식두
    죽음에는괜찮을듯두요.
    이한탁씨…
    아하루라도빨리나와야할텐데요.
    추운겨울이오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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