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한 사발
BY 푸나무 ON 9. 16, 2013
나도
언제쯤이면
다풀어져
흔적도없이흐르고흐르다가
그대상처깊은그곳까지
온몸으로스밀
죽,한사발되랴//죽한사발/박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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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미죽어있는,
죽에게조차생명을주는시이긴합니다만
약간반대편에서살펴보면,
가끔은그러고싶을때가있지요.
담쑥엎여가고묻혀가고흔적도없이기댄채가고싶기도하지만
비스듬하게팔짱끼고발한쪽한쪽다리에슬며시기댄채
시를바라보고싶을때도있더라는말이지요.
물론그럴경우대개는시보다는
당연히시뒤의시인이의식될때입니다.
죽을형상화한시인의감성은놀랍기그지없지만
문득
‘당신정말죽이되고싶은거요?’
묻고싶어진다는겁니다.
풀어져서흐르고흐르다가흔적도없이스며들죽한사발이과연,과연,되고싶은게요?
만약에그게아니라면당신혹시사기치는거아뇨?
그냥죽이야기만했다고……..
그냥바램이라고……..
하긴흐르는인생도죽한사발정도나되겠지.
혼자자문자답하는겁니다.
이시를읽으며
날씨탓입니다.
이런눈부신가을날에는두가지마음이공존하거든요.
극과극을아우르는,
다르게표현해본다면
마음의깊이가가장멀어지는그래서깊고아득해지는날이라고도할수있구요.
이과수폭포처럼마음장대해지면서도
소낙비올때생겼다가사라지는마당가실또랑처럼
가늘어지기도하는,
그래서감히시앞에서도빼딱한눈초리를줄수도있는,
가을이기때문이죠.
아시죠.아직매미살아있어요.
가을매미한선의소리는여름의강성을잃어버렸어요.
시절에따라소리도변하는지,
여름매미소리가아니라는거죠.
이제어느매미살아있어짝을해줄거라고
저리일찍도일어나애달프게우는지,
어쩌면매미처럼아침을빨리알아채는생물도없지싶습니다.
사실새벽과아침의사이를어느누가나눌수있겠습니까,
언제나아침은새벽속에숨어있다가
마치꽃피는순간처럼어느순간나타나는걸요.
그런데올해,
아침과새벽을구별하는법을알아냈습니다.
매미가울면아침이고
매미가조용하면아직은새벽이라고여기시면틀림없습니다.
매미가탈피를시작하고마치는시간은모두비슷하다고합니다.
심지어땅을뚫고올라와일찍자리를잡은애벌레나
한참을헤매다늦게자리를잡은애벌레나거의비슷한시간에탈피를하곤한데요.
마치같은시간에탈피를하기로약속이나한듯
늦게자리를잡은애벌레는나무에매달리자마자허둥지둥탈피를한다고하니,
어느동화작가는이런매미가
같은손목시계를차고있는거라고표현하기도하더군요.
울엄마마당잡초들과견주어보면잡초나매미나똑같습니다.
이른봄에솟아나는잡초는아주느긋하게열매를맺지만봄가고여름온뒤
그보다도한참무성한여름에솟아나는풀들은
땅에서솟아나자마자열매를맺기시작한다는거지요.
매미도그런잡초들처럼지금급할겝니다.
그래서더욱애달프게우는걸거예요.
입추부터처서까지는가을의냄새를맡으려고킁킁거리게되고
처서지나백로시면
완연해진가을이품으로다가듭니다.
말라가는풀냄새는비릿하면서도향기롭습니다.
나뭇잎들도바삭거리며몸안의습기…그향기를내보냅니다.
나무의그늘이짙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