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한 사발

나도

언제쯤이면

다풀어져

흔적도없이흐르고흐르다가

그대상처깊은그곳까지

온몸으로스밀

,한사발되랴//죽한사발/박규리

//////////////////

죽은,

이미죽어있는,

죽에게조차생명을주는시이긴합니다만

약간반대편에서살펴보면,

가끔은그러고싶을때가있지요.

담쑥엎여가고묻혀가고흔적도없이기댄채가고싶기도하지만

비스듬하게팔짱끼고발한쪽한쪽다리에슬며시기댄채

시를바라보고싶을때도있더라는말이지요.

물론그럴경우대개는시보다는

당연히시뒤의시인이의식될때입니다.

죽을형상화한시인의감성은놀랍기그지없지만

문득

당신정말죽이되고싶은거요?’

묻고싶어진다는겁니다.

풀어져서흐르고흐르다가흔적도없이스며들죽한사발이과연,과연,되고싶은게요?

만약에그게아니라면당신혹시사기치는거아뇨?

그냥죽이야기만했다고……..

그냥바램이라고……..

하긴흐르는인생도죽한사발정도나되겠지.

혼자자문자답하는겁니다.

이시를읽으며

날씨탓입니다.

이런눈부신가을날에는두가지마음이공존하거든요.

극과극을아우르는,

다르게표현해본다면

마음의깊이가가장멀어지는그래서깊고아득해지는날이라고도할수있구요.

이과수폭포처럼마음장대해지면서도

소낙비올때생겼다가사라지는마당가실또랑처럼

가늘어지기도하는,

그래서감히시앞에서도빼딱한눈초리를줄수도있는,

가을이기때문이죠.

아시죠.아직매미살아있어요.

가을매미한선의소리는여름의강성을잃어버렸어요.

시절에따라소리도변하는지,

여름매미소리가아니라는거죠.

이제어느매미살아있어짝을해줄거라고

저리일찍도일어나애달프게우는지,

어쩌면매미처럼아침을빨리알아채는생물도없지싶습니다.

사실새벽과아침의사이를어느누가나눌수있겠습니까,

언제나아침은새벽속에숨어있다가

마치꽃피는순간처럼어느순간나타나는걸요.

그런데올해,

아침과새벽을구별하는법을알아냈습니다.

매미가울면아침이고

매미가조용하면아직은새벽이라고여기시면틀림없습니다.

매미가탈피를시작하고마치는시간은모두비슷하다고합니다.

심지어땅을뚫고올라와일찍자리를잡은애벌레나

한참을헤매다늦게자리를잡은애벌레나거의비슷한시간에탈피를하곤한데요.

마치같은시간에탈피를하기로약속이나한듯

늦게자리를잡은애벌레는나무에매달리자마자허둥지둥탈피를한다고하니,

어느동화작가는이런매미가

같은손목시계를차고있는거라고표현하기도하더군요.

울엄마마당잡초들과견주어보면잡초나매미나똑같습니다.

이른봄에솟아나는잡초는아주느긋하게열매를맺지만봄가고여름온뒤

그보다도한참무성한여름에솟아나는풀들은

땅에서솟아나자마자열매를맺기시작한다는거지요.

매미도그런잡초들처럼지금급할겝니다.

그래서더욱애달프게우는걸거예요.

입추부터처서까지는가을의냄새를맡으려고킁킁거리게되고

처서지나백로시면

완연해진가을이품으로다가듭니다.

말라가는풀냄새는비릿하면서도향기롭습니다.

나뭇잎들도바삭거리며몸안의습기그향기를내보냅니다.

나무의그늘이짙어집니다.

언제나나무밑에는그늘이생긴다구요?

그럼요.사시장철나무의그늘이야존재하지요.

하지만가을의초입

초추의양광이비치는이즈음의그늘은다르죠.

단순히햇살아래와그늘사이의온도차가많이나는것만이아니구요.

그보다는나무그늘아래가만히앉아보면

청랑한가을햇살은

존재하는모든것들을아주투명하게보이게합니다.

유모차타고가는아이들보셨어요?

아이들의표정은정말무념무상입니다.

실제로는수많은표정을짓곤하죠

그러나그안이무념이라는거에요.

무엇인가새겨들틈이없는투명함.

스쳐지나가고흘러가고다시다가오고…..

여전히아주여전히세상의시간은흐르고있습니다.

누군가는태어나고누군가는죽고

백로의초후니저기강화들판어디에는

기러기가날아들고있을겝니다.

그무서울정도의공평함이얼마나무사한지,혹은냉정한지,

깊은시랑을품고있는지.

창조주의속성을그대로엿보이게합니다.

가을에는기도하게하소서.

라는시인의권면이아니더라도

가을햇살은사람에게탐욕을줄여주는광선이아닐까싶기도합니다.

그래서어느때보다사람의이면,

그리고자신의이면을깊게들여다볼수있는시간이아닐지

어젠여느여인이그러더군요.

그녀는미국에서상담을공부한아주차분하고고요한여인인데요.

이즈음오십견때문에인생이재미가없다는거예요,

그런데그아픔속에서문득그런생각이들더라는거죠.

이런오십견의모습을한채하나님께빌붙어살아온게아닌지

너무나아픈데도그저같이동행해야하는,

아주싫은데도….공존해야하는,

그녀의이야길들으며문득그생각이들더라구요.

아픔은존재의가장치열함이아닌가.

다가오는모든것들……보다가장우위고

생성되는어떤생각이나이념보다강렬하고

그래서아픔은우리에게어떤각성제보다더깊은각성을하게하는것..아닐까,

오십견아니었으면

그녀에게다가오지않았을성찰아닌가

여름이갈때용서하자,푹푹찌는더위가

등에자꾸만들러붙어옷이하루를만들때

생각이들어앉을틈이없는여름은용서하기좋을때이다(하략)/박주택

그대를기억하며몇자적습니다..

맨위는좀작살나무열매

아래는단풍취그리고까마중….꽃잎뒤.처음봄…저런빛깔….

12 Comments

  1. 士雄

    2013년 9월 16일 at 7:31 오전

    아픔이극에달하면철학도문학도음악도그림도
    먼나라이야기가될것입니다.
    그래도견딜만한아픔일때이런저런이야기를할수있을것입니다.^^   

  2. 쥴리아스

    2013년 9월 16일 at 9:58 오전

    굉장히독한시로보입니다…그대상처깊은곳까지들어가야하기에죽이되어서온몸으로스며들어가야할마음의상태가있는지모르겠어요…그풍광은어떤것일까?뭐그런생각을해봤…푸낭구님.^^   

  3. 바위

    2013년 9월 17일 at 4:15 오전

    아름다운사진,가슴을적시는문장.
    고향을두고도못가아쉬운제게미소를짓게하는글이됩니다.
    겨울나그네를들으면가슴이포근하듯이…

    즐거운한가위보내세요.   

  4. 산성

    2013년 9월 17일 at 7:59 오전

    유모차타고가는아이들은아니지만
    어제,이쁘게한복차려입은꼬마들의행렬을봤어요.
    어딜가는지오는지모르지만얼마나이쁘던지요?

    용서하기좋다는여름은멀리가버렸고
    이미들어선계절에
    까끌까끌남은마음,어이해야할지…ㅎㅎ
    어머님계시니모두들푸님댁으로오시는지?
    추석잘지내시고요…

       

  5. 푸나무

    2013년 9월 18일 at 10:21 오후

    사웅님.
    추석날아침인데….잘지내시길요.ㅎ
       

  6. 푸나무

    2013년 9월 18일 at 10:23 오후

    쥴님…
    독한시라구요..
    음언제나해석의방향이독특하셔…
    밀란큰데라형님티를넘맣이내시는것아녀요?
    하긴내공없는푸낭구는그도잘안되긴합디다만,ㅎ
    해피추석하세요.
       

  7. 푸나무

    2013년 9월 18일 at 10:25 오후

    바위님
    엄청난칭찬이시죠?ㅎ
    제글이바위님께
    겨울나그네같다는말씀이시잖아요.
    감사합니다.

    바위고개언덕을…..오르내리는것같은
    바위님글도…
    참좋아요.

       

  8. 푸나무

    2013년 9월 18일 at 10:28 오후

    설마부드러우신산성님께
    까끌까끌한것들남아있으려구요.
    제가보기엔.그딴것,
    전지지시면서이미버리셨을것같은데요.

    이리저리옮겨다니는중입니다.
    큰오빠네도가고
    여기저기기웃거리기도하고
    일단뭉치기는뭉쳐셔요.

    시댁어른들소천하시고
    이제우리가어른이니…
    명절이편해졋어요.ㅎ   

  9. 참나무.

    2013년 9월 19일 at 8:40 오전

    좀작살,그라데이션용케도자알잡으셨네요
    까마중도지금까지봐온사진중최고!
    이러니큰카메라무거움도참나봅니다들…

    늦은점심으로느끼한차례음식제치고
    신선한야체샐러드내었더니모두자알먹고좀전에야떠나갔네요
    흔적은보이는데답글이없어서찾아왔구먼요..ㅎㅎ

    달뜨면달보고있을사람들생각할게요~~
       

  10. 푸나무

    2013년 9월 19일 at 3:40 오후

    저두요즈음뭐가바쁜지…
    마실도못다니고댓글도제대로못달고있습니다.
    좀한가해지면….
    ㅎㅎ
    하여간돌아오셔서조블이가득찹니다.ㅎ   

  11. Lisa♡

    2013년 9월 20일 at 1:38 오후

    사진간지작살입니다.

    작렬인가?

    근데저는스며든다해도죽은싫습니다.
    희생하기싫어하는성격인가봐요.
       

  12. 푸나무

    2013년 9월 21일 at 1:36 오후

    간지나요?
    하하감사…

    북한산그넓은ㄱ소에서저단풍취한그루…봤어요.
    특이하게생긴친구요.
    까마중이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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