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편지

부엌,이라는말을들으면나는곧잘슬퍼져요부엌은늙거나사라져버렸으니까요

덩달아부엌,이라는말도떠나가겠죠?안그래도외할머니는벌써돌아가시고어

머니는부엌에서더는고등어를굽지않아요아,하고입을벌리고있던아궁이

생각나요?아아,나는어릴때아궁이앞에서불꽃이말을타고달린다고생각했어

요그것은말도안돼,하면서도말이된다고생각했어요말이우는소리로밥이익

는다고생각했어요알아요?아궁이는어두워지면부엌의이글거리는눈이되어주었

지요참크고붉은눈이었어요이제아무도자신의붉은눈을태우지않아요숯불

위에말이쓰러져요나는세상이슬퍼도분노하지않아요//붉은눈/안도현

어젯밤깊은밤혼자달을보려했어요.

소동파처럼혹은그친구처럼

달빛때문에친구를찾아오가지는못한다하지라도

벗과함께말없이그저달빛에젖은만물을느끼지는못한다할지라도

달을볼수는있잖아요.

휘영한보름달,추석달..

봐줘야하잖아요.

세상을공평하고소담하게가득비치고있는그달빛.

날카롭과눈부신태양빛을한번더몸안에서삭혀

부드럽고은은하게만들어우리를비추는그달빛이요.

날마다는그리하지못한다할지라도

이무렵..계절이오가는이무렵….

휘영하니요.

유별나게어두운하늘을높고짙푸르죠.

낮에만하늘이푸른게아니에요.

마네선생은그리생각하지아니하실지라도

내겐그래요.

밤하늘….짙푸르죠.

낮의그파아람과는다르지만

밤하늘그어두운짙푸름..분명블루에요.

그러나어제나는그리하지못했어요.

많은사람들과이야기를해야했죠.웃어야했구요먹어야했고과일을깍았고

어느분께는아주깨끗한흰접시에사과를

그왜토끼사과..있잖아요,

여섯쪽을아주예쁘게깍아서네개는가지런히

그리고두개는살짝옆으로….

아주깔끔하고어여뻤어요.평소의나답지않는오랜만의멋부림이었죠.

이즈음은그런짓

야지랑이라고여겨잘안하거든요.

그냥퉁명스럽게…..

사과껍질이좋대드라..그러니그냥먹어

잘씻어서그냥네조각뭉툭하게깍아주는거죠.

생각은어찌보면점점더섬세해져가는것같기도한데

몸으로해야하는일은점점굵어져요.

그리고

어머!...

사실안해도되는데안해야맞는데도어머!를톤높게발하곤했어요.

어느분께는그랬죠.

밥먹는게엄청중요한일인가봐요.

몇번같이식사를해선지지난번먼발치서뵈니디게반갑던걸요…..‘

이말은아주거짓말은아니에요.

그분과는실제식사를했고

그것도자주먹는밥이아닌상당히비싼밥을사주신분이었거든요.

그리고인상도좋으셔서

무슨모임에선가먼발치로뵐때반가운마음이든것두사실이었구요.

그러니까그러더라구요.

그게가슴속에있을때는아주작은거라도

진실이고진심이고진짜에요.

근데그게세상속으로희번득한빛속으로나와버리면

진실은감해지고진짜는약해지고진심은흐릿해지죠.

관계를위해서

내안의것을내보여버리면소멸되어버리는게있구나….

이제자꾸헛헛해지는시간이다가오는데

마음속의것들을그렇게가볍게천박하게자꾸꺼내지말아야겠구나.

토끼사과를한쪽드시는그분을보며생각했지요.

그순간관계항두생각났어요.

공간이나물체..혹은사람사이다보이는것대로느끼는것대로만존재하는걸까.,

때나시간장소혹은관게에따라인식,,,경험조차도변하는것,

관계항….

세상에는두종류의사람이있다.

게르니카를마주한사람과마주하지않는사람

어느작가의이야기이긴하지만…..

어느쪽이든사람속에속할수있으니다행이라해야하나요,

아니면그정도로삶을구별지을수있는피카소의原畵

마주하지못한인생의한계를애달파해야하나,

그러다가그사람에게말하고싶기도하죠.

당신말이야,우리집앞에있는단풍나무알아?그단풍나무가

흰이슬내리는백로무렵바람에선들거리며흔들리는모습봤어?

그바람속에가을흠뻑들어와있는데그런그림당신알아?“

그러나아무리다리를건들거리면서

허리에손을올린채거만스럽게말한다하더라도

아마도그는게르니카를보지못한사람의심술이려니심상하게봐넘길거에요.

성긴관계항이죠.

무엇인가를보고알며느낀다는것은결국삶을바라보는시각의깊어짐이려니

어떤사안에대해서든지조심스러워진다던가,

푸르렀던단호함이엷어진다던가,

편가르기를주저한다던가,가아닐까해서말이죠.

오늘저녁은꼭달을보려구해요.

달두

달빛보려면요.

세상일떨쳐내어야해요.

그러고나서두용감하게집밖으로나서야해요.

추석날아침인데….

조금드시길바래요…..

저두그럴께요.

그리고이따깊은밤….달빛아래만나도록하죠.

달도태양빛받아우리에게다가오나니

그은은해진달빛,,,,

우리도받아당신과나…..서로에게보내보도록하죠.

추석이고.

혹시제비강남으로훠이훠이돌아가는지유심히하늘가도바라보면서요.

백로중후이니말이죠..

22 Comments

  1. mutter

    2013년 9월 19일 at 12:46 오전

    어제는죽자사자?일했어요.
    달?달이뜬다는생각도달을보고싶다는생각도하지못했어요.
    이제차례가끝나고아들네식구들이처가집으로떠났네요.
    다시청소를하고컴퓨터앞에앉으며일상으로돌아왔어요.
    오늘밤은나도달을볼게요.푸나무님이보는달을생각하면서..   

  2. 순이

    2013년 9월 19일 at 12:50 오전

    나도오늘밤달쳐다보며푸나무님생각할게요.
    즐거운추석명절되시길바랍니다.   

  3. 凸凸峯

    2013년 9월 19일 at 2:36 오전

    오래전에줏어들은달이야기.
    한국서이민온어떤딸이
    보름날엄마보고말했대요.
    "미국에도한국과똑같은달이
    뜨네요."
    하나도우습지않지요?
    한국의달은’달’이고
    미국의달은’문’인데..
    박서방과이서방이
    같을수야없겠지요.
    문을보며달을상상합니다.

       

  4. J cash

    2013년 9월 19일 at 11:59 오전

    추석편지잘받아읽었습니다
    물론소생에게만보낸것은아니지만…
    이렇게’자꾸가볍게천박하게꺼내면’안되지만…

    오늘추석..’바줘야하는’달..
    아직’깊은밤’은아니지만ㅡ
    ‘은은해진달빛’..푸..께보냅니다   

  5. 데레사

    2013년 9월 19일 at 2:59 오후

    날씨가좋아서달을실컷봤습니다.
    소원도빌었고요.   

  6. 푸나무

    2013년 9월 19일 at 3:26 오후

    무터님달보셧어요?
    전늦은밤영화보러갈때보고
    영화관에서보고
    집에와서보려하니달이어디로가버렷어요.
    아마아파트어디숨어있나봐요.
    좋은추석보내신거죠?   

  7. 푸나무

    2013년 9월 19일 at 3:29 오후

    순이언니는즐거운추석명절보내시고
    달보면서…저생각하셧지요?
    오늘밤달은유별스레하얗던걸요.
    깊은밤에영화를같이본언니는그러더군요.
    새벽달은더커진다구요.   

  8. 푸나무

    2013년 9월 19일 at 3:31 오후

    철님문을보며달을상상하신다하니
    문득문보다는달이라는달이주는어감이
    훨씬더부드럽고흔연한듯합니다.
    달달무슨달….
    쟁반같이는아니구요.
    좀전의달은
    자그마한아가얼굴처럼하얗고..깨끗했어요.
       

  9. 푸나무

    2013년 9월 19일 at 3:37 오후

    제이님
    은은한달빛….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편지를잘읽어주신것같아
    마음이시원해집니다.ㅎ
    그럼요
    ‘바줘야하는달’이구말구요.^^*

    달보고
    comingout하신기분
    산뜻하시죠?
       

  10. 푸나무

    2013년 9월 19일 at 3:39 오후

    데레사님정말오늘밤달환하던걸요.
    아..저는다을아주열심히보긴했는데
    취하션지…ㅎ
    소원은못빌었어요.
    좋으셨죠?달빛.   

  11. 말그미

    2013년 9월 19일 at 4:12 오후

    푸나무님,
    오늘보름달은맑지않고조금무리가졌어요.
    나이들어눈이흐려진탓인지,엷은구름이조금있는지…

    집밖으로나서진않았고집안에서보았답니다.
    창으로하나가득들어왔습니다.

    평안한연휴되셔요.   

  12. 騎士

    2013년 9월 20일 at 3:00 오전

    달을사진찍으려니대기중에습기가많아
    달무리가생겨깔끔한달을찍을수가없었지요
    부엌하면부뚜막이생각나고
    가마솥,밥솥,국솥반들반들새까맣게닦아걸어놓은
    솥,솥,솥
    푸나무님모빌아트감상기제가폄훼해서삐졌지요
    다압니다
    그래도아직도전모빌아트는고급장난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미술에대하여는호,불호가솔직해서
    죄송합니다
    익지않은쌩감정이튀어나가는세련되지못함
    추석잘보내신것같군요
    좋은추석이었습니다
       

  13. trio

    2013년 9월 20일 at 6:38 오전

    임태경노래인가요?
    방문을여니노래가…노래듣느라편지는읽지않아도되지요?
    노래가편지이니까요.ㅎㅎ
    이곳에서임태경컨서트를한다고해서가려고하는데…
       

  14. Lisa♡

    2013년 9월 20일 at 1:36 오후

    그래~~달봤쑤?

    나도봤쑤!

    그래좀덜먹으셨어요?
    저는억지로많이먹었답니다.
    왜냐구요?
    상할까봐….미친다니까~~ㅎㅎ   

  15. 벤조

    2013년 9월 20일 at 3:43 오후

    소멸,헛헛,천박…이런게꺼내놓은마음이라는?
    아,말도안돼.
    저안도현시인의아,아,아궁이를보세요.’붉은눈’을!
    꺼내놓은시인의마음이이렇게나를감동시키네요.

    하긴,
    예수님은그러셨죠.입으로들어가는게더러운게아니라
    입에서나오는게더럽다고…그래서인데…
    시인이정치하는게이해가안돼.

       

  16. 士雄

    2013년 9월 21일 at 3:29 오전

    올해는이른추석이라밤송이도새파란채로
    나무에매달려있더군요.
    내년에는더이른추석이될거라고합니다.
    그래도가을색은우리앞에도전적으로다가옵니다.   

  17. 푸나무

    2013년 9월 21일 at 1:18 오후

    창안으로가득들어온달이었으면
    조금달무리진들어때요.
    말그미님달이가장컸을것같은데요.

    이번추석은길어서….
    힘들기도즐겁기도햇어요.
    잘보내셧죠?   

  18. 푸나무

    2013년 9월 21일 at 1:23 오후

    기사님동생분들과어머님이랑
    추석잘지내셧죠?

    전우리집가마솥생각은안나는데
    외갓집가마솥생각은나요.
    그윤기나는까만빛….
    당연히아궁이생각두나구요.
    시인처럼
    붉은눈은없었구요.
    그보다는훨씬낮은급의상상…..
    불의혀….를
    날름거리는불길이혀같구나
    생각을하곤했지요.
    모빌…이야취향이고관점차인데
    제가무슨밴댕이도아닌데삐지겠어요.
    그렇다고안삐진것두아니니.
    절친께여줘보시지요.ㅋㅋ
       

  19. 푸나무

    2013년 9월 21일 at 1:25 오후

    트리오님임태경한테가셨어요?
    맞아요,이노래임태경인데
    노래….뮤지칼가수라잘하더라구요.
    근데전뮤지컬은별로….
    안좋아해선지
    뮤지컬처럼부르는노래도약간….
    ㅋㅋ
    그래도이노래는좋아요.
       

  20. 푸나무

    2013년 9월 21일 at 1:28 오후

    벤조님.
    오늘댓글은아주성큼거리시는데요.
    거침없는걸음걸이….

    이상하게문학과
    특히시와소설은
    정치와종교
    이두가지는순작용을미치지는않은것같아요.
    종교는사람을획일적으로
    정치는사람의감성을너무낮게…

    그나저나
    벤조님은엄청생기발랄사시는것같아요.
    좋아보여요.

       

  21. 푸나무

    2013년 9월 21일 at 1:29 오후

    가을이도전적으로다가오시나봐요,.
    제겐..
    가을이
    어쩔수없이다가오는것같은데요.ㅎ
    추석잘지내셨죠사웅님.
       

  22. 푸나무

    2013년 9월 21일 at 1:35 오후

    리사님.설마상할까봐많이?하하
    덜먹는것은언제나희망사항이예요.
    말은그렇게하고
    내키는대로….ㅋㅋ

    가을에는좀투쟁적으로
    갤투사….
    활약을해보시죠.
    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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