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희 ……심각하게 나의 존재를 묻는

선희

선희라는이름은적어도일반적인이십대의이름은아니다.

이십대후반이면우리딸래미또래인데

우리세대는

이름이이미지라는것을….

그사람을나타내준다는것을명확히인식하고있는세대이다.

그래서이름에멋을부리기시작했고

순자금자영자등자를벗어났고

흔하게쓰이는글자를경원시했다.

그런데이십대후반의선희다.

아마각본을쓴홍상수감독은

선희라는지극히평범한이름으로

수많은이십대후반의여성들을대표하려고했거나

그녀가지닌개성이나똑똑함을평범한이름으로

중화시키려는의도가있었을까,

도드라진이름....

우리담휘….우리규서….라면

이름이주는강한느낌으로누구에게든다가서기어렵지않겠는가,

그러니

우리선희….

무람없고친근하며내이야기처럼..나처럼….느끼게한다.

우리는또어떤가,

나의선희..너의선희그냥,

선희….보다(오수정!도있지만)

우리선희훨씬더부드럽다.

영화과졸업생선희(정유미)는오랜만에학교에들린다.미국유학을위한추천서를최교수(김상중)에게부탁하기위해서.평소자신을예뻐한걸아는선희는최교수가추천서를잘써줄거라기대한다.그러면서선희는오랜만에밖에나온덕에그동안못봤던과거의남자두사람도만나게되는데,갓영화감독으로데뷔한문수(이선균)와나이든선배감독재학(정재영)이두사람.

차례로이어지는선희와세남자들과의만남속에서,서로는서로에게좋은의도로삶의충고란걸해준다.선희에게관심이많은남자들은속내를모르겠는선희에대해억지로정리를하기도한다.그런데이말들은이상하게비슷해서마치사람들사이를옮겨다니는것처럼보인다.‘삶의충고란말들은믿음을주지못하고미끄러지는거같고,선희에대한남자들의정리는점점선희와상관없어보인다.

추천서를받아낸선희는나흘간의나들이를마치고떠나지만,남겨진남자들은선희란말을잡은채서성거린다().

선희의그리고선희가만나는남자들과의나흘동안에벌어진이야기다.

스토리는단순하고

영화는스토리와별반다름없이

어디가영화인가..

즉영화적인어떤구성도모티브도극적긴장도없이

마치멀겋게끓인흰죽처럼펼쳐진다.

일상도이런일상이없다.

그런데잘만하면

아마도눈이밝다면돈엄청나게들어간설국열차보다

훨씬더많은질문이곳곳에숨어있다

(질문하는영화와질문하지않는영화의차이는

생각하며사는사람과생각하지않고사는사람의차이만하다는게내생각이다)

어쩌면홍감독은숨은그림그리기의귀재일지도모른다.

아이러니의대가라해도괜찮다.

단순한장면속에는상징이가득하고

반복되는심상한일상과평범한언어앞에서우리는멈추게된다.

영화속주인공들이처음등장하는장면들.

역시지극히일상적인것처럼보이지만

주인공들의성격에대한함의를숨기고있다.

길을걷는선희

(적어도계속길을걸어가기는한다),.

길가에서만난상우

(중요하지않으므로…….만남도헤어짐도길가에서처리한다)

교수실이아니고난데없이벤취위에앉은최교수

(교수가교수실에있지않고교정의벤취위에앉아있다는것,여러가지추론이가능하다)

이층생맥주집에서선희가우연히눈에띈문수를부르고

(문수는아직도헤맨다.혹은헤엄을치고있다.

적어도조금높은곳에서부르는선희보다는…..

술먹는연기가농익었더라아,약간코멩멩이목소리가술연기에어울리는건가

파고가고깊게파고….가고그런단들거기무에있을까혹은그자신이라도?)

문수는골목길아래층에서이층집재학을부른다.

(재학은자기만의세계에거하고있다.

누군가불러내지않으면계속칩거할태세다)

이런부분도보인다.

선희가학교에서맨처음만나는사람은상우이다.

약간바람기가있어보이는상우는선희가만나려는최교수가외국에갔다고한다.

다시만난상우에게선희는거침없이화를낸다.왜거짓말을했냐며….

상우는장난이었다고얼버무리고….

영화속에서선희가가장자신을환하게들어낸대목이었다.

거짓말앞에서가장투명하게자신을드러내는,….

저절로드러나는것,

최교수의처음추천사와

와인을받고술을같이마시고그리고은근한고백과탐색후친근해지고나서

선희가받아쥔추천서의차이를살펴보는것도재미있다.

막연하고건조하고시시하기만했던우리선희에대한추천서가

갑자기색을입고화려한어휘에둘러쌓인채영롱한색채를띄게된다.

막연하고건조하고시시했던선희가

갑자기영롱해진것이다.

실제선희는누구인가……

아마도선희자신이

가장궁금했을지도모른다.

기실영화는

우리선희찾기이다.

아니우리선희가아니라

어쩌면우리찾기일지도모른다.

문수는감독으로이미데뷔를했지만여전히갈바를몰라헤매고

재학역시감독이되었는데도….책가득쌓인좁은이층방에서

담배를피거나화장실에있거나누군가가아래층에서부르지않으면

그저멍하게앉아있는사람이다.

그러고보면

우리선희는또다른촛불같은존재일까.

새로운길을찾으려는

그새로운시도조차……

과연잘될까.어디론가유학을떠날수있을까,

설령떠난다하더라도….떠나서….

영화를보는누구에게도안정감이나확신을주지못하는

금방닿아없어질것같은….

여린불빛….인데도

그불빛에겨우비치는으슴프레한사람들……

그들은모호한언어로우리선희에대한판단을하며걱정을한다.

최교수는우리선휘를사랑하는듯,

혹은감정의유희를즐기는듯.

그러나선희의실체는감추고

문수는우리선희를사랑하다며여기저기내보이고

재학은어쩌면가장선희가마음을준대상일지도모르는데

선희에대해아무에게도이야기하지않는다.

술집여사장은만나는사람마다치킨시킬까요….를묻는다.

기름기적고바삭거리는치킨,

그런치킨있을까….

치킨을싫어하는우리선희인데도….

영화의엔딩장면

우리선희에게관심많은세남자는고궁에서만나고

우리선희는그곳을떠난다.

그세남자는우리선희의허상들이고

실존인우리선희는어디론가떠나버렸으니..

다시부재다.

우리선희……

그리하여

심각하게나의존재를묻는

우리선희.

사족:이영화19금이다.

키스장면한번나온다.

감독이직접요청했다고한다.

아이들이보면…시끄러울것같아서…영화보는분위기를위해서….

우리선희에서반복적으로나오는최은진의고향…오래된노래가생뚱맞고어울린다.ㅎ

18 Comments

  1. Anne

    2013년 9월 23일 at 12:02 오전

    전이영화아직못봤지만
    홍상수의영화는많이봤죠.
    푸나무님의영화평이늘영화를업그레이드시켜주는것같아요.
    정유미는독립영화감독이좋아할타입의여배우라는생각이에요.
    추석도지났고
    푸나무님의포스팅에집중해야할때가시작되었네요ㅎㅎㅎ   

  2. 소리울

    2013년 9월 23일 at 1:15 오전

    짬을내면얼마든지짬을내는데영화관가는일,서울나들이나가야하는것
    이게사는건가싶고그거아니면또내가무얼하고돌아다니겠나싶기도하고,
    어잿거나참,부럽습니다.선희…   

  3. 좋은날

    2013년 9월 23일 at 1:25 오전

    아이디가써니인사람들이참많습니다.

    그사람들이름자가선희입니다.
    제초동해교여자동창이름에도
    안해친구이름자에도
    직장여직원이름자에도
    우리의선희라는낯익은이름자가많습니다.

    아..저동영상을보면서갑자기옛시절로드는마음.
    월요일아침이까마득히아련해집니다.

    참좋다.

       

  4. 해군

    2013년 9월 23일 at 7:55 오전

    써니~
    그녀를주제로하는팝송도있고

    김선희,이선희,박선희,최선희,위선희…
    다어울리는데20대는아닌가요?ㅎ

    저노래는딱제수준이네요   

  5. 松軒

    2013년 9월 23일 at 12:52 오후

    아고나..지금선희라는여자의모호함에
    이거상대해말어이러고여길들어왔는데
    이름하여"선희=아리송"이런생각하고있어서
    저기저우리선희도아리송하고모호한사람이라는생각이..드네요…

    노래가진짜쌩뚱맞군요
    이런노래도있었나요…???처음듣는것이라서
    풍각쟁이급노래로들려요…ㅋ   

  6. 푸나무

    2013년 9월 23일 at 1:47 오후

    유미는영화배우같지않는
    미묘한똘망함을지녔더군요.
    목소리좋아노래잘하는것처럼
    어느부분,.자연스러운연기….력이있는것같기두햇구요.
    나오시마때문에설레시겠습니다.
    아나두가고자퍼요.ㅎ   

  7. 푸나무

    2013년 9월 23일 at 1:48 오후

    소리울임을부러워할사람은전걸요.
    그무엇보다그런멋진바다를아침저녁날마다보고사신다는것,
    보통행운아니시잖아요.
    다른사람은아주가끔다가올까말까하는거구요.
    이제
    아라클럽에
    국화꽃향기가득하겠습니다.   

  8. 푸나무

    2013년 9월 23일 at 1:49 오후

    매양이좋은날이신님께서는
    무엇이든좋으실것이라….
    저노래은근히…..
    멋지던걸요.
    도무지제스타일은아니었지만말이죠.   

  9. 푸나무

    2013년 9월 23일 at 1:52 오후

    홍상수감독은아이를그냥지나쳐가지못하는것이
    저랑
    닮앗더군요.
    하라부지처럼보이지만
    저보담도어리구요.ㅎㅎ

    옛날노래가느다란목소리로꺽으면
    중국경극목소리도좀나와요.
    북한노래같기두하구요.

    아마해군님저여성보다열배는더잘부르실거압니다.요.
    근데설마저노래원래아시는것은아니시죠?   

  10. 푸나무

    2013년 9월 23일 at 1:57 오후

    송헌님주변에아리송한선희가있으신갑다….
    아저노래저두처음이에요..
    이상하죠?

    그이상한게..쌩뚱맞은게
    아마도홍감독눈에들었나봐요,

    오래된묵은향수같은것과
    이십대후반의튀는아이
    그어우러짐….

    오늘신문에보니김지하선생께서
    아우라지….에대한공부를한다고하던데…
    그도어우러짐이잖아요.

    풍각쟁이..ㅎㅎ
       

  11. 아카시아향

    2013년 9월 24일 at 7:20 오전

    영화를보진못했는데
    -언제볼수있을지도모르겠구요.-
    푸나무님덕분에!!

    홍상수감독용열쇠가있기는있나봅니다.ㅎㅎ

       

  12. mutter

    2013년 9월 24일 at 10:48 오전

    영화평을보니
    이영화보고싶어지네요.
    푸나무님역시글을잘써요.   

  13. 푸나무

    2013년 9월 27일 at 3:11 오후

    아향님,

    아멋진데요,
    홍상수감독용열쇠……요.

    제게있다는말씀이지요?
    하하
    저두제게있는것같기도해요.ㅋ~   

  14. 푸나무

    2013년 9월 27일 at 3:12 오후

    무터님
    답이넘늦었죠.
    무터님께서는텃밭에서하시는일
    저는좀먼데가서하고오느라구요,.ㅎㅎ
    감사합니당.   

  15. Lisa♡

    2013년 10월 1일 at 1:26 오전

    악——————이것도봐야해.
    이포스팅도저녁에…..이영화봐야해.   

  16. 푸나무

    2013년 10월 1일 at 1:36 오후

    리사님도홍상수팬?하하,   

  17. 참나무.

    2013년 10월 4일 at 12:06 오후

    오늘조조로이영화보고왔어요
    울동네’KU씨네…’에서메일이오거든요
    영화본후영화배경되는건대근처거닐어보는것또한재밌을거라고…
    김상중과선희가앉았던벤치는햇살이지나치게밝아찾지못하고
    HOTSON치맥집은올려다만보고-치맥을싫어해서들어가보진않았고

    이선균이건너던횡단보도고대~~로건너왔지요…
    전이선균목소리가왜그리좋은지…
    표현하신대로흰죽처럼심심한영화였지만생각을많이하게하는그런영화데요

    영화본이후푸님리뷰열독하는거디게재밌다요.
    잠수타는동안친절한안부고마워서요…ㅎㅎ
       

  18. 푸나무

    2013년 10월 4일 at 3:24 오후

    역시참나무님…..이시다요.
    김상중벤치에앉아잇는폼..웃기잖아요?
    햇살을찾아요리조리몸움직이던…..

    아참나무님은약간코맹맹이소리를좋아하시는구나.
    비음이상당히섞여있죠.
    연기에물이올랐드라구요.

    ㅋㅋ
    제표현괜찮죠?멀건흰죽같은….

    근데나같으면
    그집에가서맥주는안마시더라도치킨시켜놓고
    아래내려다보겟어요.
    혹시
    문수지나가나….ㅎㅎ

    이제잠수안하실거죠?
    제가그랬잖아요.갈데가별로없다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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