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ㅡ 돌아오기 싫지만 돌아오는것도 좋다
BY 푸나무 ON 9. 27, 2013
제주도를가기전‘파리의우울’이오길기다렸다.
드가의그림이표지로된민음사책이었다.
압생트한잔….드가의그림속여인은우울하고지친표정이다.
보들레르….의글속에다분히자리잡고있을그블루한감정때문에
아마도북에디테는저그림을선택했을터.
독한술….한잔을앞에둔여인…술이취한표정일거라고…사람들은이야기하지만
이런삶을…이렇게끝없이지속해두되는것일까…답없는생각속에빠져있는,
압생트한잔으로생각을…자신을,,,,,잊어버리는…여인.
마스터에서호아킨피닉스가….
아무도모르는자신만의비법으로술을만드는데
그때압생트생각이났다.
보들레르가아무리상징과은유를많이사용한다하더라도
집을떠나낯선곳에서책을읽으면….
대개의경우머리가맑아지는경향이있으니
조금딱딱한책…괜찮을거라고생각했는데
파리의우울과함께
조희룡이쓴매화삼매경도구매했는데
두권가져가서틈나는대로읽으면더욱좋으리..했는데
책은오지않았다.
대신한병철의시간의향기를가방속에넣었다.
한번읽고또한번설렁거리며읽었는데도
일목요연해지지않는책
읽었다는기억을남기고싶은데글이써지지않는책이다.
무엇보다아주얇아서가볍다.
나흘동안묵은콘도…방앞에는
삼층이었는데
커다란야자나무두그루가서있었다.
야자나무잎들이부딪히는소리는날마다들어도
야자나무소리야..중얼거려도
빗소리같았다.
그것도아주세찬작달비가내는,
드문드문시간의향기를읽었는데
책내용탓인지
불탓인지
차분하지못한내탓인지
빗소리아니야자나무잎들부딪히게하는바람소리가
그무엇보다세찼다..
바람많은땅제주도에서
바람의소리를어느때보다아주세밀하게들었다.
특히숲가운데혼자있을때..
어느길가혼자서서걸을때…
나무들이지어내는바람의소리.
풀들이노래하는바람의소리
우도를여기저기어슬렁거리고걸을때는
바람의소리를바다가대신해주고있었는데……
그날바람은크고우람하면서도
니케의여신..그녀의날개….
무늬같은움직임같은…
아주강해보이면서도여린그선들….우아한옷자락을온바다에가득펼치는게아닌가.
햇살을산란시켜바닷물위에은빛으로부서지게하는것도
바람의일이었다.
거의위로는자라나지않고땅으로만기던
갯쑥부쟁이는겨우꽃대만조금위로치솟았다.
이것들국화죠.
같이간지인이물었다.
원래들국화라는꽃은없어요.
아마갯자들어간쑥부쟁이일거에요.그리고구절초…..를들국화라고하죠.
그작은꽃
겨우손가락마디하나쯤솟아나피어나는연보랏빛쑥부쟁이꽃송이도
한결같이흔들렸다.
눈으로듣는바람소리
당연히바람은내게도불어오고있었다.
거침없이…주저함없이…
나는손을내밀어바람을잡았다.
나는바람을찍고싶었다.
바람을만지고붙잡고안고싶었다.
바람은무소부재하되기실존재하지않았다.
바람은존재의양상에대한생각을하게했다.
선명히존재하면서도존재하지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