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해저물녘의 제주

<펌>

보들레르는해저물녘을좋아했다.

어스름저녁어스름새벽을주제로시를쓸정도로

예민한시인의감성을촉발해내는그무엇이어스름사이에있는것이다.

황혼은미치광이를자극하고광기를발산시킨다고도했다.

그러면서도그는

어스름에서안정아늑함이다가온다고도여기기도했다.

나도무지하게해저물녘을좋아한다.

위대한시인이나범박한사람이나

사람의감정이그다지다르지않다는것을여실하게보여주는대목이다.

빛이나햇살이없으면살수없으면서도

그빛이힘을잃어가고

그빛이어둠으로바뀌는시간

빛도아니고어둠도아닌

밝음도아니고깜깜함도아닌

밤도아니고낮도아닌그사이….

보이지도않고헤아릴수도없는그사이에

그무엇이있어사람을홀리는것일까,

카메라도그시간대를좋아한다.

가끔내가찍은거라고는생각할수도없는사진이될때가있는데

해저물무렵이다.

해뜰무렵도좋다고하는데게으른사람에게는요원한일이고,

길게저물어가는광선은한낮의부신햇살이감추고있던

사물의그림자랄지속내를내면을솜털을부드럽게내보여준다.

평이한길을천천히걷다가

굵게패인웅덩이를만나가볍게팔짝뛰는연상일지몰라도

그사이를

그어스름시간을고뇌로바라보자.

롯의아내가되는소금기둥으로화하는시간,

거기연민이가득차고애조가넘치고

그리움이차고넘치는시간….

그래서앞으로도뒤로도나아갈수없는

고뇌의시간대.

휴양림을벗어나방주교회와포도호텔마을로차를몰았다.

이타미준.유동룡.

한국계일본인,

그러나한국인이었던그의유해는고향인거창에

반은제주도에뿌려졌다고한다.

그는건축을가슴으로하는거라고했다는데…..

돌바람물의건축가인그의작품인방주교회는

물위에떠있는듯,

하늘을물빛에안아마치하늘을품고있는듯….

그러면서도저먼하늘나라로그스스로떠나갈듯….

오후네시가넘어불행히도교회안에들어갈수가없었는데

어딘들어디리오만,그래도거기서기도한번하고싶었는데….

산꼭대기에배를만들던노아를묵상하고싶었는데…..

거기안에서면별빛과십자가빛이아주자연스레비추어진다고했는데….

바로지척에포도호텔이있었다.

역시이타미준이설계했다고한다.

여전히그나무….작년에도나를헤매게하던그나무가있었다.

사스레정도만기억나는..이름이생각안나서정말쨩!나는

결국난집에와서작년내글을검색해서야그이름을알아냈다.

우묵사스레피…..

납작한집들..그리고마치비누방울처럼둥그런지붕들….이몇개보였다.

전혀손을댄것같지않는제주도의자연들이호텔앞으로

마치길처럼정원처럼마당처럼펼쳐지고….

비싸서잠은어렵고….

유명하다는왕새우국수를먹어보기로했다.

국수치고는만팔천원이니엄청비싸다.

면발은나름부드러움을지닌채쫄깃거렸지만,

국물은맛을내려는듯간이강했다.

싱거운간속에음식의제맛이살아나고

싱거우면서맛있어야진짜맛인데

유명하다는것은아마도허명아닐까….,

국수위에마치마네의비너스처럼얹어나온커다란왕새우튀김은

반은그냥아사삭먹었고나머지반은국물에말아(?)먹었다.

하루내내걷다가푹신한의자….

저물어가는햇살이길게들어오는사람적은호텔식당에서먹는국수맛

그래도괜찮았다.

숙소가있는한림으로돌아오는길

의도치도않았는데선인장자생지팻말이보였다.

무조건방향을틀었다.

입구부터선인장세상이었다.

그리고바닷가바로곁에수많은선인장들이검은돌팍위에서자라나고있었다.

세상에~~~

크고굵은무성한숲속의원시림만있는게아니었다.

오래된돌틈에서자라나는야트막한선인장들도시원의풍광을지니고있었다.

오래전중국에서는고양이눈을보고시간을맞추어냈다고하는데

바다는고양이눈처럼저물어가고있었고

멀리지평선에는오징어잡이배들의불이하나둘밝혀지고있었다.

마치거기가밝음의끝이기를알려주듯이

보랏빛갯쑥부쟁이가선인장사이사이피어나

어린듯,청초한듯,빛난듯,기대어선듯마치

늙은남자의젊은연인처럼보석처럼빛나고있었다.

어스름은더욱짙어져

밤으로가는길끄트머리쯤에걸쳐있는시간이었다.

어디나만들어져있는나무데크….

같이간여인둘은쉼없이떠나온가족들이야기로….

여행의대부분을보냈고,

떠났으나떠난게아닌것처럼,

덕분에나는마치혼자인듯여기저기편하게쏘다닐수있었다.

데크마지막지점에서선인장차를판다고해서들어갔다.

그리고얼음이띄워진붉은유리컵을마주했다.

막문을닫으려고했다는주인은

마지막손님이반가웠던지

친절하게도크리마스에나어울리는조명을여기저기밝혀댔다.

안하셔도괜찮은데….

오징어잡이불빛이환해서괜찮은데

속으로중얼거렸다.

바다는천천히아주완만하게

어스름에서어둠으로

밤의색을입어가고있었다.

<펌>

<펌>

21 Comments

  1. 아카시아향

    2013년 10월 2일 at 5:37 오전

    저도어스름해질녘을좋아하는데요…
    그럼,저같은범박한(새로단어하나배워요.^^)사람도
    잠시보들레르와한줄에?ㅎ

    방주교회는…지역사회를위한교회겠지요?
       

  2. 푸나무

    2013년 10월 2일 at 5:42 오전

    그럼요저두그렇게슬며시한줄에꿰는데요.
    아향님께서야…뭐…ㅎㅎ
    방주교회는
    예배를드리긴한다고하던데요.

    자연속에펼쳐진….아주아름다운교회였어요.
    그곳은지금밤인가요?

       

  3. 아카시아향

    2013년 10월 2일 at 5:46 오전

    아침7시59분이예요.
       

  4. 푸나무

    2013년 10월 2일 at 5:48 오전

    아하,아침이고
    이곳은오후고그러네요.
    난언제나시간이다른곳,것이잘이해가안돼요.
    철다른곳은더더욱….
    눈이너무한시적이라선가…ㅎㅎ
    그렇다면
    굿모닝…ㅎ
       

  5. 松軒

    2013년 10월 2일 at 7:03 오전

    아..댓글이또날라갔어요,,아공,,
    어제도조블에들어오려고애를썼는대
    공유기가말썽….

    바다는천천히아주완만하게
    어스름에서어둠으로
    밤의색을입어가고있었다….와아..이글까지
    아~~좋다아,,하면서감성한껏끌어올렸는데
    아고그밑에그림이빼꼽…

    푸나무님빼꼽이하나있어요<<<<<<<<<<<<<<<<<<,
    어쩜좋아
    옥에티…

    그림에넋을잃고,,,글에취했어요…
    푸나무님,,얼른빼꼽좀~~~~ㅋ

       

  6. 士雄

    2013년 10월 2일 at 7:45 오전

    여행은마음을감동적이게하는묘약인가봅니다.^^   

  7. J cash

    2013년 10월 2일 at 9:13 오전

    제가관계했던제주의C골프장ㅡ
    결국망해서설계비도다못드렸는데….
    그,분이설계한클럽하우스와그늘집을
    일본의건축학도들이지금도공부하려견학을오더군요…
    자연과어울려있는듯없는듯한그의건축작품은정말아름답지요ㅡ

    포도호텔설계로프랑스건축문화대상도받으셨고…
    본인이설계한건축물에가장잘어울리는그림으로ㅡ
    청전이상범의산수화를말씀하셨지요…   

  8. 오드리

    2013년 10월 2일 at 1:33 오후

    방주교회보러제주다시가야겠네요.사진이예술이야요.정말좋다.   

  9. 八月花

    2013년 10월 2일 at 1:58 오후

    난저물녘에집으로돌아가야할때가정말싫어요.
    어디론가떠나야만할것같은마음이들어서…
    어스름저녁엔난거의미쳐요…ㅎㅎ   

  10. 나를 찾으며...

    2013년 10월 2일 at 2:53 오후

    그나저나,,,푸나무님,
    늙은남자의젊은연인처럼빤짝빤짝빛나는갯쑥부쟁인어딨어요.ㅎㅎ
    전오늘해질녁어스름녁에쑥부쟁이함잡아볼래다가해져버려서..

    중간,저나무는커피나문가요?   

  11. 순이

    2013년 10월 2일 at 11:28 오후

    물위에떠있는것처럼보이는방주교회신기합니다.
    제주도에가면한번찾아가봐야겠습니다.
    푸나무님사진이너무좋아요.   

  12. 푸나무

    2013년 10월 3일 at 12:20 오전

    송헌님덕분에바꿨어요.
    그사진이아마퍼온사진이라그런가봐요.
    저녁바다…
    나그네여선지참좋더라구요.

    송헌님은
    바다아니더라도ㅎ
    딸과좋은시간자주보내시던데요
    딸은친구죠….
    아주좋은…   

  13. 푸나무

    2013년 10월 3일 at 12:21 오전

    사웅님
    사랑의묘약은아니더라도
    설레게하는묘약은틀림없죠.ㅎ   

  14. 푸나무

    2013년 10월 3일 at 12:37 오전

    그러니가골프클럽하우스를이타미준이설계했다는…
    오~~~
    사진으로보니정말멋지던데요.

    포도호텔은
    옆으로조금보이는건물몇동만보엿는데
    둥글고나즈막하여
    마치땅속으로스며들듯
    조금있으면키큰억새에묻혀멀리에서보면보이지도않겠던걸요.

    이즈음건축가들은
    자연앞에
    얼마나겸허히서는가,,,,
    그리고그를거스리지않는가….를생각하는것같아요.   

  15. 푸나무

    2013년 10월 3일 at 12:41 오전

    오드리님
    이번제주여행은사실
    건물투어라고이름붙여도도리만했죠.나름아주좋았어요.
    그래서하루여행치글네꼭지./…..좀심하죠?ㅋㅋ   

  16. 푸나무

    2013년 10월 3일 at 12:43 오전

    팔월화님그대를
    한국판
    보들레르로임명합니다…..ㅎㅎ

    맞아요,
    있다니까요
    해저물녘…미묘한기운,.
       

  17. 푸나무

    2013년 10월 3일 at 12:45 오전

    나찾님그연인두번째사진에있잖아요.
    늙은선인장곁에붙어서서
    애꾜떨구있는
    싱그러운,
    막핀절믄꽃,

    그리고중간저나무가
    이름이생각안나서
    나를정말짜증나게하던
    우묵사스레피에요.   

  18. 푸나무

    2013년 10월 3일 at 12:47 오전

    순이언니그쵸….
    이름과도아주딱어울리구요.
    이타미준도크리스챤이었을까….
    아닐것같기도한데말이지요.
    가을여행한번해야지요?
       

  19. 밴자민

    2013년 10월 4일 at 7:19 오전

    제주도에는왜요즘이렇게좋고모르는곳이많아졋을까
    하긴안가본지오래됏으니까ㅎㅎ

    포도호텔

    멋집니다
    아무리비자금다떨어졋어도다음에제주도가면은꼭한번^^
    왠지투숙객들에겐포도는그냥먹으라할것만같은~~^^

    뛰김국수
    먹음직합니다
    여기서는시내만나가도
    저정도가격합니다
    부럽습니다

    해질무렵
    전그때만되면왠지쏘주생각뿐인데
    역시난수준이좀떨어지는같아요ㅎㅎ

    참!제쉴동안사진기바꾸셨나요?
    일전보다훨씬선명하고작품들이많군요   

  20. 푸나무

    2013년 10월 4일 at 3:08 오후

    포도호텔…의포도를드시려면
    아마이가좋으셔야할것같아요.

    조오기하늘위에서본건물이
    포도초롬생겻다고하더군요.
    그러니포도호텔포도를드시려면.
    아마도맘대로드시라할것같기는해요.ㅎ

    호주튀김국수는그렇게비싸나요?
    팔월화님은싱가포르에서18000원짜리커피를마셧다고하던데…
    왜갑자기그생각이나는걸까,

    우리동네,,,
    바이커들에게아주유명한국수집은한그릇에4000원인데
    절대혼자서못먹어요.
    너무많아서
    근데한그릇가지고둘이먹으면미안하잖아요.
    가격도싼데….
    그래서먹으러안가거든요.

    벤님아니밴님께서
    비자금가지고오셔서언젠가무엇인가를사주실것같아서살짜기
    알려드리는데요.
    사실이번제주도사진은요dslr카메라로찍지도않았어요.
    손바닥만한디카와스마트폰사진이죠.
    그러니까결국은사진기술이좋다는,그것도엄청,…이야기죠.
    왜그리잘난척을하냐면요.
    글쎄요비자금때문인것같아요.ㅋㅋ   

  21. 좋은날

    2013년 10월 16일 at 5:14 오전

    이가을
    섬에들고파라.

    먼섬.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