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해저물녘의 제주
BY 푸나무 ON 10. 2, 2013
<펌>
보들레르는해저물녘을좋아했다.
어스름저녁어스름새벽을주제로시를쓸정도로
예민한시인의감성을촉발해내는그무엇이어스름사이에있는것이다.
황혼은미치광이를자극하고광기를발산시킨다고도했다.
그러면서도그는
어스름에서안정아늑함이다가온다고도여기기도했다.
나도무지하게해저물녘을좋아한다.
위대한시인이나범박한사람이나
사람의감정이그다지다르지않다는것을여실하게보여주는대목이다.
빛이나햇살이없으면살수없으면서도
그빛이힘을잃어가고
그빛이어둠으로바뀌는시간
빛도아니고어둠도아닌
밝음도아니고깜깜함도아닌
밤도아니고낮도아닌그사이….
보이지도않고헤아릴수도없는그사이에
그무엇이있어사람을홀리는것일까,
카메라도그시간대를좋아한다.
가끔내가찍은거라고는생각할수도없는사진이될때가있는데
해저물무렵이다.
해뜰무렵도좋다고하는데게으른사람에게는요원한일이고,ㅎ
길게저물어가는광선은한낮의부신햇살이감추고있던
사물의그림자랄지속내를내면을솜털을부드럽게내보여준다.
평이한길을천천히걷다가
굵게패인웅덩이를만나가볍게팔짝뛰는연상일지몰라도
그사이를
그어스름시간을‘고뇌’로바라보자.
롯의아내가되는소금기둥으로화하는시간,
거기연민이가득차고애조가넘치고
그리움이차고넘치는시간….
그래서앞으로도뒤로도나아갈수없는
고뇌의시간대.
휴양림을벗어나방주교회와포도호텔마을로차를몰았다.
이타미준.유동룡.
한국계일본인,
그러나한국인이었던그의유해는고향인거창에
반은제주도에뿌려졌다고한다.
그는건축을가슴으로하는거라고했다는데…..
돌바람물의건축가인그의작품인방주교회는
물위에떠있는듯,
하늘을물빛에안아마치하늘을품고있는듯….
그러면서도저먼하늘나라로그스스로떠나갈듯….
오후네시가넘어불행히도교회안에들어갈수가없었는데…
어딘들어디리오만,그래도거기서기도한번하고싶었는데….
산꼭대기에배를만들던노아를묵상하고싶었는데…..
거기안에서면별빛과십자가빛이아주자연스레비추어진다고했는데….
바로지척에포도호텔이있었다.
역시이타미준이설계했다고한다.
여전히그나무….작년에도나를헤매게하던그나무가있었다.
사스레…정도만기억나는..이름이생각안나서정말쨩!나는
결국난집에와서작년내글을검색해서야그이름을알아냈다.
우묵사스레피…..
납작한집들..그리고마치비누방울처럼둥그런지붕들….이몇개보였다.
전혀손을댄것같지않는제주도의자연들이호텔앞으로
마치길처럼정원처럼마당처럼펼쳐지고….
비싸서잠은어렵고ㅎ….
유명하다는왕새우국수를먹어보기로했다.
국수치고는만팔천원이니엄청비싸다.
면발은나름부드러움을지닌채쫄깃거렸지만,
국물은맛을내려는듯간이강했다.
싱거운간속에음식의제맛이살아나고
싱거우면서맛있어야진짜맛인데
유명하다는것은아마도허명아닐까….,
국수위에마치마네의비너스처럼얹어나온커다란왕새우튀김은
반은그냥아사삭먹었고나머지반은국물에말아(?)먹었다.
하루내내걷다가푹신한의자….
저물어가는햇살이길게들어오는사람적은호텔식당에서먹는국수맛
그래도괜찮았다.
숙소가있는한림으로돌아오는길
의도치도않았는데선인장자생지팻말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