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사관에서

보성집에는엄마떠나오실때까지한쪽울타리가탱자나무로되어있었다.

탱자나무곁사철나무.그리고큰길가쪽으로만벽돌담이다.

이젠사실시골도탱자나무울타리같은것거의없다.

왜나무울타리를없애는가몰라

이집저집구별을위해서라면

나무울타리처럼은근한게어디있겠는가.

도둑을막기위한방범작용이라해도탱자나무가시

시멘트벽돌보다훨씬더낫다.

새로움이라는이름을쓰고

시멘트벽돌이오래된탱자나무보다더좋게여기던무지한시간들이어디쯤있었으리라.

울아부지하라부지그리고나의정선금할무니계시는묘지주변에도

탱자나무조금심어져있다.

물론그곳에도내기억으로는예전에는아주많았는데지금은그다지많지는않다.

울아부지

이미아부지께서만들어놓은가묘에입장하실때

,아부지의몸도혹시위리안치되신걸까….

가을이라추석무렵이라거기탱자나무에노랗게탱자가익어가고있었다.

아니아주샛노랗게는말고조금약간노란빛돌정도로

아부지새로운집을향해가시는모습바라보기뭣하여

내내그탱자만을바라보았다.

그때아부지붙잡고울었어야되는데

이상하게아부지돌아가실시간….의사가준비하라고한말뒤에부터흐르기시작한눈물이

식구들모두돌아오고목사님오셔서임종예배드리고..

그두세시간동안

아마도내평생울었던눈물보다더한눈물을그시간에다쏟아냈다.

아슬퍼하며눈물이흐르는게아니더라.

그냥눈물이저절로지혼자한도없이

지가무슨샘물이라도되는양,

눈물이얼마나몸속에많이저장되어있는가….

이번기회에확실히알려라도주겠다는양호기롭게흘렀다.

이제생각해보니

그때가아부지영혼이떠날즈음이셨을까,.,,,

이젠탱자나무만보며아부지무덤이떠오른다.

저기강화에가면오래된탱자나무한그루있다.

잘만하면엄청나게탱자열매바라볼수있다.

십여년전처음볼때는오백년세월의위엄이있는나무였는데

이즈음엔가지치기를많이해버려서그저평범한나무처럼보인다.

밭자락안에있어.

바로곁에는매해새로운배추파무들이자라나아그리고강화순무도

아마도사람없을때

탱자나무는자신이살아온세월이야기를그들에게해줄것이고

그푸새들은똘망한모습으로

겨우삼사개월살아가는

봄도그리고겨울도모르는순전한눈빛으로

감잡을수없는세월에대한길다란이야기들을들을것이다.

오백년된탱자나무라고하니

위로솟구치고아래로펼쳐지는은행나무나느티나무생각하지마시라.

탱자나무는참으로마디크는나무다.

그러니오백년이라야느티나무일이년보다더작다.

주의궁전에서의한날이다른곳에서의천날보다낫다는사실을

탱자나무몸으로보여주는일이기도하다.

제주도이틀째

처음방문지를숙소에서멀지않던추사유배지를택했다.

승효상건물

내조카결혼식때기도를해주시던분이시라….마치친한사람처럼여겨진다.

물론전혀안친한데.

유배지에주차를하다보니

오래된샘물대정우물터라는팻말이보인다.

우리저그가봅시다.

정말오래된샘물이거기있었다.

골목을요리조리휘돌아가며찾다가

없는것아냐?할때눈앞에딱나타났다.

바로샘이보이는게아니라그분위기가딱엿보였다.

그리고이제는물이없는샘….

우물터깊은곳까지환삼덩굴가득하고

주변에는계요등꽃도있었다.

돌로된비바리가물통을짊어지고샘으로걸어가는모습….

주변이정말우스꽝스러워졌는데도

샘은그래도오래된샘의정취를지니고있었다.

엣날대정리의유일한우물인이곳에는

명관이부임하면용출수가솟았고잘솟다가도그렇지못한사람이부임하면

물이사라졌다는

아주영험한용출샘이었다.

그렇지.

아마도무력한민초들은

저런아름다운전설로자신들을다스리는사람들을견제했을것이다.

사람들은두려워하지않더라도

자신이좋은사람인가나쁜사람인가

더군다나생명의젖줄인우물이보여준다는데

오금저리지않았겠는가.

물없는우물을한참바라보았다.

어쩌면물이가득차있으면틀림없이거기나비쳐졌으리라

너구나…너맞니…우물이,물이,거울이되어물었을지도….

추사관들어가는길

계단이아주특이했다.

휠체어길을그리만든듯

치매센터원장인지인은

아이런길처음이에요놀라워요하며사진을담는다.

도드라짐없는건물….

제주사람들은추사관을감자창고같다고했다고한다.

은거와유배의느낌을살리기위한지하속으로들어간다n

지하전시관은추사에대한자료가아주많았다.

특히글씨가

여러대의모니터에서는

추사에대한애니메이션이틀어져있었고…..

입구에있던허련이그린추사…..는아주후덕한모습이었다.

미남이었고….

세한도의느낌과는조금다른….느낌.

….아주느릿하게보았는데도

결국일별이었고수박겉핧기다.

계단에유배지가는길이라는글씨가보였다.

군더더기아닌가…

생각을했다.

백미였다.

그곳은텅비어있었다.

처음에는약간어두웠다.

세한도의창에서들어오는빛.

추사의반신상이거기고적하게놓여져있고

빛과

어둠과

추사만존재해있었다.

세한도의그림인

둥그런창에서들어오는빛…..

추사의절제가여백이저절로떠오르고

군더더기없는공간이주는느낌이……

슬펐다.

고요한슬픔.

슬픔처럼마음적시는게어디그리흔한가….

유배지를벗어나자

초가을햇살이눈부시게들이차던

길다란창으로가득차게밀려와있던마치밀물같던…

바깥의자연스러운풍광

였다.

이번제주여행에서느낀건데

그아무것도아닌풀들이

띠나억새같은……

흔하디흔해그저풀외에아무것도아니어서시선을붙잡지도못한던것들이

딱민초같던풀들이주는정한이기이할정도로사무치더라는것,….

추사관옆에

위리안치되어살던추사의유배터에

샛노란탱자가익어가고있었다.

12 Comments

  1. 凸凸峯

    2013년 10월 5일 at 1:44 오전

    유배형(流配刑)이라는형벌을
    참괜찮은제도가아니었나
    싶습니다.우리나라의문호들
    대부분이유배지에서훌륭한
    작품을남겼으니말입니다.
    어찌보면극히나인간적인
    형벌제도가아니었을까.
    비좁은독방에서는아무리
    훌륭한분도思考能力을
    펼칠수가없을것같구요.

       

  2. 지안(智安)

    2013년 10월 5일 at 5:26 오전

    푸나무님안녕?
    정말시월의멋진날들이가고있네요.
    특별한푸나무님의제주여행이었군요.
    제주도좋지만..
    .
    중학교일학년땐가홍영자국어선생님이수업말미에
    가끔씩읽어주시던신지식의"감이익을무렵"에나오는
    단편탱자아주머니가생각났어요.
    탱자나무울타리가있는푸나무님집!
    어찌잊을수있겠어요!
    그러니그대가남다르다는..ㅎㅎ
       

  3. Anne

    2013년 10월 5일 at 6:11 오전

    이윤기씨의수필에서
    소리에장단맞추는북채로탱자나무를쓴다는걸읽은뒤로
    탱자나무만보면그의글이생각납니다.
    푸나무님,’보고잡네요’ㅎ   

  4. 士雄

    2013년 10월 5일 at 7:11 오전

    푸나무님의부지런함과좋은글과사진에덕을많이봅니다.ㅎㅎ   

  5. 2013년 10월 5일 at 1:26 오후

    요즘은아마도보기힘든,예전엔시골집이나과수원등에서
    담장으로심었던탱자나무.
    그리고그탱자나무하면생각나는두가지……

    1.강남의귤나무도강북으로옮겨심으면
    탱자나무가된다.
    2.옛날에는,길거리에서번데기만큼이나흔하게팔곤했던다슬기
    신문지로만든작은삼각형봉지에담아팔았던
    다슬기를하나씩탱자나무가시로콕찍어서빼먹던일

       

  6. 아카시아향

    2013년 10월 5일 at 4:14 오후

    지난번황기자님블러그에서본곳이네요.

    근데말이죠…지난번에도생각했었던건데
    저같았으면…
    추사를다르게모셨을거같아요.
    위리안치되었던분이셨는데…

    범박한아낙네의…無知의所致에서나온한마딥니다;;
       

  7. 무무

    2013년 10월 6일 at 9:20 오전

    탱자나무로만든북채가최곱니다
    적당히무게감이있어쥐기쉽고
    단단하여아무리큰신명이나서세게두들겨도
    잘부러지지않고제소리를내주었죠

    탱자로차를마셔도향이참좋던데요
    여기진주에선아직까지새벽시장에가면흔히살수있어요
       

  8. Anne

    2013년 10월 7일 at 12:25 오전

    이윤기의글에서
    그단단한탱자나무가소리꾼의박자사이긴장된순간을딱치고들어가면
    그만뚝부러진다면서집중하는이의기를얘기했어요.
    어떤고수가일년에스무개정도부러뜨린다고….   

  9. 푸나무

    2013년 10월 7일 at 12:38 오후

    지안언니
    탱자는…묘하게추억이깃든나무에요.
    아무우리전세대에두그랬나봐요.
    오늘아트마켓에가서
    엄청구경은잘했는데
    머피가내내제곁을따라다니던날이엇어요.
    글로쓸까말까….생각하는중이어요.
       

  10. 푸나무

    2013년 10월 7일 at 12:40 오후

    앤님.
    이윤기는저두참좋아하는작가중의한분이시죠.
    탱자나무북채는안읽었지만서두….
    박자를맞추지못할경우
    탱자나무가소리꾼의기에의해부서진다..
    우와스무개요….
    하여간미묘한정신의시게가잇긴해요.
    헤아리지못해서그렇지….   

  11. 푸나무

    2013년 10월 7일 at 12:46 오후

    무님맞아요
    그두가지저두선명합니다.
    남귤북지….

    가시는…
    고동은지금도저기산정호수에가니팔고있더군요.
    가시는…아마도아니겟찌요.지금은탱자나무가거의없으니…
    엣날에는참맛있엇는데
    지금은지저분해보여먹고싶긴한데못사먹어요.   

  12. 푸나무

    2013년 10월 7일 at 1:15 오후

    아향님…
    맞아요.올리브님.노부님도추사관포스팅하셨지요.

    다르게요?

    아마도그랫을것같아요.
    위리안치되었다해도
    사실그가살던집은
    강도순이란사람의집으로
    제주도땅에서그의땅을밟지않고서는
    걸을수없는부자였다고하니
    그의아래채///
    조금다른대우를받은것은사실이었을것같아요.

    범박한추론이아니신걸요.ㅎ
    저는가보고서야겨우..그럴까.했는데
    아향님께서는
    앉아서
    그것도저먼독일에서
    ㅎㅎ
    엄청눈밝으신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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