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지코지는 해저물녘에 가라

어디선가승효상건축가가썼다.

세상의모든터에는그터만의무늬가있다고.

터무니가있어야한다는이야기다.

땅도기억이있다고하며그기억을밝혀내고덧대는게건축이라는,

이런저런표현이긴한데

사실자연이라는이미만들어진그리고고칠수도없는터에

건물은당연히그터에맞추어조화롭게지어야한다는이야기가아닌가,

설령저혼자굉장히아름답다하더라도

혼자우뚝하거나잘나서는

아름다운괴물이거나

홀로외롭거나할수밖에없다는,

건물도사람처럼

성찰이필요하다는이야기로정리해서들었다.

건물에대해서문외한이면서도

강화가언제나좋은이유는그나지막한집들탓이아닐까생각한다.

가슴을그저답답하게하는아파트

자연과조화는커녕혹여자기사이로자연이보일새라.

가리고또가리고….

소양없는이가자신의무지함을모르며

화가앞에서그림에대해논하는것과비슷한형상이다.아파트.

은평뉴타운생기기전만해도우리동네서조금나가면북한산볼만했었는데

그아름다운산자락을이제많이가려버렸다.

사람들눈어디서쉬라고,

정치경제가결국바로앞을선택했기에북한산은가려지고

사람들은집을얻게되었다.

살아가는내내우리는언제나선택을해야만한다.

가장큰선택의문제는결국두가지로귀결되는것같다.

지금바로눈앞을선택할것인가

아니면미래를선택할것인가.

종교도결국선택의문제다.

삶의중심을아득한미래에죽음에그죽음너머에둘것인가

아니면바로지금여기에둘것인가.

단순한선택인데그결은아주많이달라진다.

마치산에서헤매는것과비슷하다.

처음에는조금몇발자국다른길을걸었는데나중에는아주다른위치에서게되는,

그작은발걸음이엄청난다름을몰고온다는거.

지난번제주에서차를가지고우도에들어갔다가오후에나왔다.

그리고섭지코지를갔다.

사실섭지코지는아주오래전드라마세트장처음만들었을때갔었는데

어설픈세트장….그리고더위사람….해서

보잘것없는관광지라는인상만남아흥미가일지않았다.

이상하게그땐그아름다운바닷가절경도눈에보이지않았다.

그러니눈믿을게못된다.

눈못지않게느낌은더더욱그러하다.

나를신뢰하며살아야하고살아가는데

살짝만비켜나서바라보면오자투성이에오독까지곁들인다.

술먹은뒷날해장술처럼..

작년에제주도갔을때

친한분께서카톡으로안도다다오건물을꼭보라고권유하셨는데도

섭지코지라안갔다.

그러나나오시마에서안도다다오체험(?)을하고

이번에는섭지코지를일순위로넣었다.

여행쟁이한분이

섭지코지에가려거든해저물녘에가라

그리고성산일출봉을보라는강력한권유도있었고…..

가을해가짧으니식물의키도짧다.

산책을하며동네풀숲을들여다보는데

아직도진한꽃분홍색이질풀연보랏빛닭의장풀

연핑크쥐꼬리망초가곳곳에피어나있었다.

하두작아서마음유심하지않으면절대보이지않는다.

이질풀은원래도작지만닭의장풀은정말손가락만하게자라나꽃을피우고있었다.

늦봄부터피어나여름내내피어나는닭의장풀은풀치고는그다지작은키는아니다.

그런데가을닭의장풀은어쩌면저렇게작은가……

당연히풀도아는것이다.

살수있는날이많지않다는것을,

그러니급하게우선적으로꽃피어내고열매를맺으려하는것이다.

가슴서늘한가을풀이야기다.

섭지코지는강아지풀띠억새….이름모르는가느다란풀들의세상이었다..

아마도세찬바람에

풀아니면

무서우면거침없이땅을향해몸을눕히는

풀아니라면

무에살수있을까.

존재의존엄아닌가.

약함도서두름도

그러니가을풀서늘하듯섭지코지에서도그렇게가슴이서늘했던것..

글라스하우스….가보이고

다가서고

푸르른바다와푸르른하늘을배경으로….

아주오래된벗처럼공존하고있는

우정과다정함이엿보이는모습….

해를너무많이받아들여

미친건물’‘광기어린건물이란애칭으로도불리운단다.

사실글라스하우스는

지추미술관이나

이우환미술관

그리고본태박물관의나지막한모습과는달리

조금강한느낌이없지않아있었다.

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

마치난건물이에요하면서도자연에귀의해있는,..

약간도드라져도순응해있는…모퉁이의헤택이라고나할까,

거친세파를살아온여인이품큰남자에게안긴것처럼편안해보였다.

건물을지나갈때건물사이로보이는푸르른바다는실제보다더푸르르다.

건물이라는액자안으로들어서며몸을응축한탓이리

그바다를보고한참앉아있었다.

저물어가는해는아주길게몸을눕히기시작했다.

어쩌면땅의키작은풀을따스하게쓰다듬기라도하듯,

그리하여충분히,충분히가슴서늘했다.

지니어스로사이는주말에만개방을한다고했다.

기웃거리는거야선수이니….

살짝아주조금…..들어가봤는데…..

그초입에서….‘무엇인가가선명하게다가왔다.

형체없는어떤것이….

순간아득하여들숨날숨없었다.

친한여인네가

이즈음가슴이서늘하다고…….해서

찬바람머리라그럴거라고했더니

새로운논리가필요해서..라고했다.

지금있는것도많은데새논리는왜?

자세히믈으려다가….

그것깊이알아서머할건데…생각이들었다.그래

나이도가을이잖아….부드럽게말해주었다.

그냥가볍고유쾌하게살아….도

그래도

이즈음온통서늘한것투성이다.

하긴한로가한참전에지났으니….


가방을들고
차를타고가면서
집으로돌아가고싶어하는
내가있고

집에돌아와
가방을정리하면서
떠나온곳으로돌아가고싶어하는내가있다

어떤것이진짜나인가?/여행/나태주

박서보의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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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소리울

    2013년 10월 14일 at 1:52 오전

    그윽한분위기가너무나아름답습니다.
    푸나무님건강하세요.오늘제가다른아픈이의글을푸나무님글인줄알고
    아프신가하고얼마나놀랐는지…
    아,이게정든것인가보구나
    눈물이왈칵났습니다.   

  2. 푸나무

    2013년 10월 14일 at 3:03 오전

    북한산진관사지나산중턱입니다
    아침에마시고온쉐이크한잔이체했는지
    머리가아파서쉬다가
    소리울님댓글읽고감동
    산에서로긴했습니다ㅎ
    그기분충분히이해합니다
    마이란네방문이닫혔을때저두
    아주아주서운했거든요
    근데아픈사람을저로생각하셨으니…
    소리울언니가
    정말정많으신분이구나…
    새삼더느껴봅니다

    매실물한잔마시고
    이제또숲을걸어야겠습니다
    풀벌래소리와함께
    내발자국소리와벗하여
    터벅터벅
    오늘저가을숲이내게무엇을말하는지
    귀를밝히열구요   

  3. 김성희

    2013년 10월 14일 at 4:23 오전

    오우!!
    너무부지런한푸님,,
    저같으면그냥집에늘어져있을거예요,,ㅎㅎ
    그러니,살이절대안빠지지요,,ㅎㅎ
    이나이에도여전히잠도많고,,,말이죠,

    푸님은블닫으시면안되는거아시죠??ㅎㅎ
    가끔,,방학은허할께요,,ㅋㅋ

    내일은가을숲이무어라애기했는지를,,,^^^**   

  4. 지안(智安)

    2013년 10월 14일 at 10:10 오전

    사진차~암좋다~~!
    제주하늘색이저렇게파랄때저녁놀에가야하는건데..
    갔다온지한참되어서다시가야겠어요푸나무님.
    세상풍파겪은아낙네가품큰남자품에안긴것같다구?
    건물에그런표현진짜쥐기넹?
    에봐캐시디가부르는오대니보이!
    내가좋아하는곡
    오늘통했네요?   

  5. 참나무.

    2013년 10월 14일 at 2:22 오후

    음표같은거미줄사진바로아래
    직선박서보푸른그림편집하시는센스라니요
    제주도는한달정도는묵어야분이풀리겠슴둥…^^   

  6. 八月花

    2013년 10월 14일 at 2:43 오후

    여행을마치고집으로돌아갈때
    탈것을기다리며
    집으로가아니라또다른곳으로떠나고싶다는마음이
    정말로사무쳐서..
    그럴때있으시지요?
    나는매번이그럽디다…   

  7. 열린맘

    2013년 10월 14일 at 3:01 오후

    전체인제주와한낱부분인섭지가
    서로서로막힘없이소통하는듯한분위기랄까—
    전체속에부분이잠들고
    부분속에전체가잠들고
    그러는것같은데—   

  8. 산성

    2013년 10월 15일 at 12:29 오전

    제주에가본지가참오래되었구나합니다.
    공사중일때스쳐지나갔으니까요.
    사진속풍경과는달리
    오늘은많이흐린날,
    흐르는음악에마음도함께흘려두고…

       

  9. 푸나무

    2013년 10월 15일 at 1:01 오전

    성희님가을숙제한거여요.
    하두운동을싫어해서정말유일한운동이라고할수있는취미산인데
    게으름과사소한일들때문에가을이되었는데도
    거의못갔어요.
    겨울되면무서워서못가는데
    좀부지런해져야겟어요.
    가을숲이야기는오늘지금아가야되어서…
    목날화천다녀와서석어서?하하
    분위기끝내주는날…즐겁게지내세요.
       

  10. 푸나무

    2013년 10월 15일 at 1:04 오전

    지안언니도에봐..좋아하시는구나.
    가끔들으면아주좋아요.
    이노래….
    심금을터치하는뭔가가있죠.
    근데지안언니랑원래많이통한거잖아요.ㅎ
    물론시구는하고두남으시죠.
    아그러나김준호너무쁘잖아요.ㅋㅋ

    정말묵은김치….새김치가묵은김치되겠네요.ㅋ   

  11. 푸나무

    2013년 10월 15일 at 1:06 오전

    참나무님
    아그대목바라봐주시는센스라니요.
    정말제주도…
    사랑스러운이에요.
    보면볼수록…매력있는
    아주잘생긴멋진….
    근데그런제주도같은사람없나몰라요.ㅋ
       

  12. 푸나무

    2013년 10월 15일 at 1:08 오전

    팔월님상당히많이다니시잖아요.
    제가보기엔엄청나게..
    그래도매번그렇게다시가방들고나가고싶으시다?
    느낌아니까?
    인가요?
    하하,
    오늘도돌아다니실거죠/
    비오시니..
    저두댓글만쓰고나갑니다.   

  13. 푸나무

    2013년 10월 15일 at 1:10 오전

    열린맘님
    이름은그냥매우평범하게지으셧는데
    가서뵈오니글은….
    논문에…
    종교라면
    교주분위기…
    하하,농담입니다만
    글을매우잘쓰시고
    또사회현상에관심이많으신듯,,,,

    뵙게되어서반가워요.   

  14. 푸나무

    2013년 10월 15일 at 1:12 오전

    산성님오늘저는외출해서
    두여인과함께간송에가기로했는데
    아주설렙니다.
    간송도좋고
    두여인도좋고
    날씨도정말딱내스타일이니요.ㅋㅋ
    나같은사람술안먹는것아주잘한거에요.
    이런감정에술까지더해지면…

    산성님게서도오늘잘지내세요.
    너무나아까운시간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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