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

가끔은그가나를찾아서오기도한다.

드물긴하다.

대개는누군가의소개에의해서

그를만나거나소문을듣고그를찾아나서거나

내가그를만나려고보고싶어하며애를쓰는데

그런데어젠그가나를찾아서왔다.

소리소문도듣지않았는데어떤전갈도없이

푸른옷의그가나를찾아온것이다.

푸르른글씨,푸르른집나무조차푸르른모습이었다.

당연히그집의창도푸르르다.

가을비오락가락내리는날이었다.

어느때는마치바람끝에매달려서

비가내리는것같기두하더라.

미술관가는버스를기다리며서있는데

길가에철모르는철쭉이두송이피어나있었다..

전라도에서는약간경박한아이를가리켜재성덕하다고했다.

아마도귀양오신선비님깨서말씀하신재성덕박을흉내내다가

말줄이기좋아하는습성대로박은떨궈내고

재성덕만쓰는지도모른다..

하여간송두리째계절을잊은재성덕한아이가

비에젖어그래도나름함초롬하더라

누가아는가

그깊은속내를

겨울을봄으로여기는바지런함일수도…..

달리기줄앞에선유독잘달리는아이일지도.

그길에서1을만났다.

간송미술관뜨락에는산국이피어나있었다.

산국은말그대로산에서피어나는국화인데

아마누군가마음먹고심고기르고했을것이다.

그곳뜨락은

봄가을마다소소한꽃몇그루가마음을앗아간다.

봄엔당연히희디흰함박꽃….

싱그러운나뭇잎사이로드문드문피어나

기다리는눈을지루하지않게시간을줄여준다.

언제나꽃송이많지않아드문드문….

격을보여주는꽃,

그리고어젠산국

국화라는단어가어울리지않을정도로아주작은꽃송이다.

작은것들이거의그러하듯함께오밀조밀피어난다.

하나로보아도좋고무더기로보아도좋다.

국화차만들기에가장좋은꽃이니당연히향도그윽하다.

코에작용하는것은아주옅은향기이다.

향이풍겨와향의세상으로데려가는것그것이진짜향이다.

산국의형은내게로다가온다기보다는

그의세계로데려간다.

숲깊은어느골짜기

굳이거기까지아니더라도국화저에게로….

간송미술관에서그림을보는일은

그림께서특별히시간을내어만나주는

그림과의접견이요

그림과의알현이다.

접견과알현이라…..표현하지만무슨접견?무슨알현?하듯이

실제그림들께서는

도달하기어려운그윽한뻥에

마치살별의꼬리처럼길다랗고흐느적거리며자유롭기그지없으시다.

너희들세상에나는속해있지않아,

별같으시다.

그림.

왜아니그렇겠는가,

별이되고도남으시지..

오래된성상은결국별이니…..

그렇다고일별을우습게보지마시라

그일별로평생죽을것처럼아파하는사랑도태어나고

그일별로다아는것같은교만함도잉태되나니

그리고그일별에는그리움의씨앗…..

바람속에날아다니는민들레씨앗처럼부유하고있나니.

혹여그일별의순간에그리움의씨앗을들이키게되면

당신은평생을그리움이라는병

그것도중증에시달릴수있다..

알현하는중

여인2가등장했다.

우리는손을마주잡았다.

건강하고싱싱한젊은그녀2….

약간여윈듯한그녀1

그리고그사이….3

밀려서미술관을나오니

여전히비는내리고있었다.

차없이는도무지움직이지않는다는여인2께서비맞는것을싫어하는것같아

가까운국시집으로들어섰다.

그리고그순간우리는

신호등무시건널목무시를했다.

비가왔으므로비를덜맞기위하여….

무시하고길을달리며우리엄청웃었다.

마치스릴있는영화장면이라도찍듯이그렇게….

사소한것들에참을수없는웃음을날리는게십팔세소녀만아니더라.

오십넘은아지매들도춤분히소녀처럼웃을수있다.

사실그게뭬즐겁고웃으운일인가.

그런데도정말우습고재미나고신도났다니까.

국시집방에앉으니아늑하다창문이커다래선지

비오는밖이훤하다.

2가말한다.

저기저성곽길밤이면불이켜지는데아주좋아요,누군가와같이가면….

가지도않을것이고

무슨이나이에하지만그래도마음은솔깃하다.

아밤이좋다고불이켜진다고

그런이야기들으면늙은아지매가슴에도당근불이켜진다.

반짝…..

이윽히져버러셔문제지.

국시는담백했다.

약간의밀가루냄새….가좋았다.

느끼하지않는냄새라.

그리고비오는밖을내다보며먹는감자전….

택시를타고그녀2가차를세워둔대학에가서갈아타고

시인의집으로향했다.

그녀1이원래부터아는시인인데

시집을사고책에사인까지받은시인인데

그녀1이블로그에자주쓰던시인이라….

그녀2의전시회오프닝때시인이왔고

그녀2와시인은막역한친구라

우리는무람없이대학로에있는시인의집으로갔다.

그리고그곳시인의집에서

푸르른그가내게로왔다

여인2의작품이표지가된책.

나는세상을떠도는집이라는

시집…..

시간이흘렀다.

부질없음이때로우리에게허용된

유일한생의도구임을알아차리기

그에게실려진서문에

시인이쓴한구절이어젯밤눈을감게하더라.

가끔어떤정곡을찌르는

혹은부드럽고로맨틱하면서도서정적인문장을대할때면

눈부신햇살아래일렁이는

바람같거든.

어젯밤나를잠못들게하던시들….

저시이야기또써볼까,

시인의집옥상에서바라본구름낀북한산

내의자에앉은책

길에서만난재성덕한철쭉과

간송미술관의산국과벽한모퉁이

>

John_Dunbar_Theme늑대와춤을주제곡

12 Comments

  1. Anne

    2013년 10월 16일 at 2:49 오전

    어제(15일)서울출장.
    새벽4시에일어나좌석버스타고졸다가부산역출발뒤깨어서
    다시택시타고부산역….
    아침부터피곤한하루.
    원래는일마치고꼭간송들를랬는데
    비도오고너-무피곤해서
    그냥서울역갔어요ㅠㅠ
    참,
    한성대역내려서성북초등가는길오른쪽
    멸치국수집이지금도있나요?   

  2. 푸나무

    2013년 10월 16일 at 3:14 오전

    아마도우리가먹었던곳말씀하시는곳같은데요.
    멸치국수집.
    오래된…
    근데건녀편인데요성북초….
    그길을신호무시하고달렸고…

    잘하셧어요.
    줄서서기다리고…
    일별해야되고…

    나도케티엑스타고부산가고잡다요.ㅎ

       

  3. 아카시아향

    2013년 10월 16일 at 5:55 오전

    시,더소개해주세요~~
       

  4. 산성

    2013년 10월 16일 at 8:16 오전

    첫번째사진,안도류의작품이되었습니다?

    어려서어른들이재주많은아이나무라실때
    재승덕하기는…그러셨지요?그말이그말인지…
    재주없어그런야단은안맞았습니다.
    흐르는음악이자꾸만우리집구름위를떠다니게해요.
    비행기에서내려다보는사진에붙여뒀던터라
    그리고하오랫동안헤매며들었던터라…^^
    이렇게들으니또새롭습니다.

    슬슬하루가저무는시간
    언제우리무단횡단의기쁨을함께…!헉~

       

  5. 소리울

    2013년 10월 16일 at 9:58 오전

    간송..시인의집,북한산,
    가려뽑은단어가마음을잡습니다.   

  6. J cash

    2013년 10월 16일 at 10:41 오전

    흐르는배경음악…참근사하네….
    푸블로그읽으며
    글의맛을배우는데….
    이왕이면무슨곡인지표시도해주시지….
    듯는것은좋아하고몇몇곡들은아는체도하지만
    뭐…음악은깜깜이라….ㅎ
       

  7. 푸나무

    2013년 10월 16일 at 12:50 오후

    그럴까요?
    아마도아향님께서도좋아하실듯,
    유명한시인은아니시지만
    마음담긴혹은내맘조차담을시가여기저기보이더라구요.
    저녁에봐서써보구요.만약쓰게되면향님께…ㅎㅎ
       

  8. 푸나무

    2013년 10월 16일 at 12:52 오후

    산성님께서는요즈음사진안찍으셨나요?ㅎ
    아마재승덕…이맞을듯합니다.비슷한뜻으루요.
    재가승하면박하다의…
    약간뉘앙스차이는있어보입니다만…
    그래언제우리국시도먹고
    무단횡단도같이하십시다.ㅎㅎ   

  9. 푸나무

    2013년 10월 16일 at 12:54 오후

    제글이라기보다는
    가려보신
    그리고뽑으신안목탓이아닐런지요.
       

  10. 푸나무

    2013년 10월 16일 at 1:02 오후

    박사님께서배우신다니
    저를알고박사님을아시는분이
    이글을보시면웃으시니더.

    제이님께서는
    미술은안괜찮고
    음악은몰라도괜찮으시다면서요,
    그러니그냥가르쳐드릴수는없어요.
    하나라도키를쥐고있어야하니까.ㅎ..   

  11. 말그미

    2013년 10월 16일 at 1:25 오후

    간송미술관.
    가을개관소식을듣고도잊고있었습니다.
    맨날이래요.

    비는와도친구도좋으니
    더욱멋진가을나들이입니다.
       

  12. 푸나무

    2013년 10월 17일 at 2:20 오후

    안가면어때요.
    내대신누군가가가주겠죠.뭐….

    그림같은손주가잇는데요.
    그림보다더멋진사위도있고….
    딸도있고….
    갤러리안가셔두되요.
    충분히좋은가을지어가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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