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
BY 푸나무 ON 10. 16, 2013
가끔은그가나를찾아서오기도한다.
드물긴하다.
대개는누군가의소개에의해서
그를만나거나소문을듣고그를찾아나서거나
내가그를만나려고보고싶어하며애를쓰는데
그런데어젠그가나를찾아서왔다.
소리소문도듣지않았는데어떤전갈도없이
푸른옷의그가나를찾아온것이다.
푸르른글씨,푸르른집나무조차푸르른모습이었다.
당연히그집의창도푸르르다.
가을비오락가락내리는날이었다.
어느때는마치바람끝에매달려서
비가내리는것같기두하더라.
미술관가는버스를기다리며서있는데
길가에철모르는철쭉이두송이피어나있었다..
전라도에서는약간경박한아이를가리켜재성덕하다고했다.
아마도귀양오신선비님깨서말씀하신재성덕박…을흉내내다가
말줄이기좋아하는습성대로박은떨궈내고
재성덕…만쓰는지도모른다..
하여간송두리째계절을잊은재성덕한아이가
비에젖어그래도나름함초롬하더라
누가아는가
그깊은속내를
겨울을봄으로여기는바지런함일수도…..
달리기줄앞에선유독잘달리는아이일지도.
그길에서1을만났다.
간송미술관뜨락에는산국이피어나있었다.
산국은말그대로산에서피어나는국화인데
아마누군가마음먹고심고기르고했을것이다.
그곳뜨락은…
봄가을마다소소한꽃몇그루가마음을앗아간다.
봄엔당연히희디흰함박꽃….
싱그러운나뭇잎사이로드문드문피어나
기다리는눈을지루하지않게…시간을줄여준다.
언제나꽃송이많지않아드문드문….
격을보여주는꽃,
그리고어젠산국
국화라는단어가어울리지않을정도로아주작은꽃송이다.
작은것들이거의그러하듯함께오밀조밀피어난다.
하나로보아도좋고무더기로보아도좋다.
국화차만들기에가장좋은꽃이니당연히향도그윽하다.
코에작용하는것은아주옅은향기이다.
향이풍겨와향의세상으로데려가는것그것이진짜향이다.
산국의형은내게로다가온다기보다는
그의세계로데려간다.
숲깊은어느골짜기…
굳이거기까지아니더라도국화저에게로….
간송미술관에서그림을보는일은
그림께서특별히시간을내어만나주는
그림과의접견이요
그림과의알현이다.
접견과알현이라…..표현하지만무슨접견?무슨알현?하듯이
실제그림들께서는
도달하기어려운그윽한…뻥에
마치살별의꼬리처럼길다랗고흐느적거리며자유롭기그지없으시다.
너희들세상에나는속해있지않아,
별같으시다.
그림.
왜아니그렇겠는가,
별이되고도남으시지..
오래된성상은결국별이니…..
그렇다고일별을우습게보지마시라
그일별로평생죽을것처럼아파하는사랑도태어나고
그일별로다아는것같은교만함도잉태되나니
그리고그일별에는그리움의씨앗…..
바람속에날아다니는민들레씨앗처럼부유하고있나니.
혹여그일별의순간에그리움의씨앗을들이키게되면
당신은평생을그리움이라는병
그것도중증에시달릴수있다..
알현하는중
여인2가등장했다.
우리는손을마주잡았다.
건강하고싱싱한젊은그녀2….
약간여윈듯한그녀1
그리고그사이….나3
밀려서미술관을나오니
여전히비는내리고있었다.
차없이는도무지움직이지않는다는여인2께서비맞는것을싫어하는것같아
가까운국시집으로들어섰다.
그리고그순간우리는
신호등무시건널목무시를했다.
비가왔으므로비를덜맞기위하여….
무시하고길을달리며우리엄청웃었다.
마치스릴있는영화장면이라도찍듯이그렇게….
사소한것들에참을수없는웃음을날리는게십팔세소녀만아니더라.
오십넘은아지매들도춤분히소녀처럼웃을수있다.
사실그게뭬즐겁고웃으운일인가.
그런데도정말우습고재미나고신도났다니까.
국시집방에앉으니아늑하다창문이커다래선지
비오는밖이훤하다.
2가말한다.
저기저성곽길밤이면불이켜지는데아주좋아요,누군가와같이가면….
가지도않을것이고
무슨이나이에…하지만그래도마음은솔깃하다.
아밤이좋다고…불이켜진다고…
그런이야기들으면늙은아지매가슴에도당근불이켜진다.
반짝…..
이윽히져버러셔문제지.
국시는…담백했다.
약간의밀가루냄새….가좋았다.
느끼하지않는냄새라.
그리고비오는밖을내다보며먹는감자전….
택시를타고그녀2가차를세워둔대학에가서갈아타고
시인의집으로향했다.
그녀1이원래부터아는시인인데
시집을사고책에사인까지받은시인인데
그녀1이블로그에자주쓰던시인이라….
그녀2의전시회오프닝때시인이왔고
그녀2와시인은막역한친구라…
우리는무람없이대학로에있는시인의집으로갔다.
그리고그곳시인의집에서
푸르른그가내게로왔다
여인2의작품이표지가된책.
‘나는세상을떠도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