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쓸쓸하고 망막한 이야기

그것을잘모르겠다.

내가울증이많아서유쾌한사람을좋아하는지

혹은울증이없어서유쾌한사람을좋아하게된것인지

유쾌함이밝은에너지라면..혹시그에너지가소멸되어가는즈음이라선지,

하여간이즈음유쾌한사람이좋다.

유쾌란마음이양명하고명랑한상태를말함이다.

어떤정점을이른다기보다는지양하는과정속의상태일것이다.

울한상태에서조금나아지는……유쾌한일이다.

전혀유머가없을것같은사람이던지는난데없는가벼운유머유쾌한일이다.

얼굴은소녀처럼천진한데갑자기어느순간열정이그얼굴에나타나난다고치자

이얼마나유쾌한일인가,

그녀도그렇다.

얼굴은동그맣고눈빛은천진하고미소는아이같다.

그런그녀가스피드를즐긴다.

언젠가주차장에서탄그녀차….슈욱~나가는데…..

나는주차장이순간고속도로인줄알았다.

그녀가밤길고속도로에서220을달려서사진에찍혔다고한다.

경찰서에서오라고해서갔단다.

경찰이그러더란다.

설마220이것잘못찍힌거겠죠.

그럼요,전속도잘못내요….

예의그천진한얼굴에거기다가나중에팁이있었는데느린말투가꼭필요하단다.

느리면약간어눌해보이고

어디그모습에아우토반에서도힘든220이란괴이한속도가들어있겠는가,

그리고쉼없는인사와미소,

어떻게됐냐고?

당연히잘못찍힌거라며없는일로되었다고

그녀는광화문에서차를세워놓고사진을찍었던경우도있단다.

당연히경찰이다가와서나무란다.

천진한미소와느린말투는필수다.그리고거기에

저기제가오늘처음으로시골에서여길왔는데요.

너무예뻐서요….여기다좀세우면안되나요?

적어도아마사진찍을틈정도는무리없이번다.

그녀가차안에서이야기를하는데

유쾌해서죽을(?)뻔했다.

유쾌하면시트도손으로막치면서박장대소를한다.

차안은아무리박장대소를해도누가머라안한다.품위없어도된다는이야기

아주시원하게웃어젖혔다..

그렇게유쾌한여인,

삶의재산이다.

어젠볕좋은날이었다.

중추의양광이세상에가득했다.

세상의모든것들에게아름다움이란,

쌕쌕함이란색을입히는햇살.

이제얼마남지않으리

이알맞은볕의온도.

차갑지도덥지도않는서늘한온도..

그리고살랑거리는바람.

푸른하늘에흰구름은여기저기…..

내마음처럼오락가락하고있었다.

사실은가고싶어서간자리는아니었다.

내심피곤하기도했고가장좋아하는자세로빈둥거리며

도서관에서빌려온책이나들입다읽고싶었다.

억지로참석한자리인데

날씨가나무가…..숲이….

한방에그마음을몰아내버렸다.

아름다운얼마남지않는가을을독서하는것….

책은집에있지만

날과시간은속절없이사라져버린다.

아침고요수목원을지나차로산을넘었다.

산그리메가발아래로무수하게펼쳐졌다.

거기어디숲카페를들어갔다.

젊은아이가라벤더커피를강추했다.

커피와리벤더를함께넣어추출한다며….

부드러운생크림아래….커피..그리고커피의향과라벤더향이

섞여있는데오래된묵은어울림은아니더라도

새로운사람과의만남처럼신선함은있더라.

밥처럼매양먹을것도아닌데…..

새로우면가하시오.,

그러다가어느사람이야기를들었다.

지인의지인의시아버지의유언.

돌아가시면서남긴유언한줄,

절대네엄마와합장은시키지말아다오.

엄마는모르는자식들에게만공유된비밀.

그한마디속에숨겨진언어를우리는찾아냈다.

지겹다니엄마정말싫어참을만큼참았으니죽음의세계에서만이라도함께하기는싫다.

내인생은아무것도아니다라는선언,

인내외에는….사람도즐거움도그아내어쩌면꿈도꾸지못할유언아닐까.,

어쩌면지금도깊은밤남편없이잠들며허전해하지않을까,

그는냉정한사람일까아니야얼마나싫었으면…..

나도그렇고대부분,

돌아가신분의인생에대해연민쪽으로기울어갔다.

무엇보다아주쓸쓸한이야기였다.

그러나또생각해보니

어느인생인들

시간이라는모든것을잡아먹고야마는탐식의존재앞에

남은게무에있을까,.

그러려니하지

그렇게분별해서…..

그런분별때문에오히려힘든생애를스스로자초했는지도…..

젊음.설렘사랑.기쁨긴장.좋음,탄력

이미사라진

사라져버린부드러운크림….

차가워진커피에는

따뜻할때느끼지못했던약간의쓴맛이생겨나있었다.

마치단한마디의유언을남기고간인생

그뒤안처럼….

어느여인이고르고고르다가파리유학생과결혼을했다고한다.

결혼식을마치고

신혼여행도다녀오고

남편이파리에먼저들어갔다고한다.

뒤따라그녀가들어가야할차례…..

그런데파리로가지않고

그때로부터혼자지금까지살아온다고한다.

삼십여년이흐른지금까지…….

?

너무답이많아서

도무지답을헤아릴수없는이야기를앞에두면망막해지게된다.

그여인의인생

참으로

망막한일아닌가…..

유쾌하고쓸쓸하고망막하던날

달이밝았다.

개밥바라기별도더불어밝았다.

공기의숨결,점차낮은데로흘러가는물의흐름,

바다의동요,대지의푸르름,찬란히터오는하늘,별들의섬광,

이모두는내가위대하다고여기는것들이다.

우리는어렴풋이예감하게될것이다.

이부드러움의법칙이야말로우리인류를인도한다는사실을.

페터한트케의글에서만난구절이다.

스티프터라는사람이했다고한다.

스비리도프♬OldRomance 

14 Comments

  1. 소리울

    2013년 10월 22일 at 5:33 오전

    우리를인도한다는구절
    이방인에서도영원히여성적인것이우리를인도한다
    제기억이맞는다면…
    유쾌한것,저도좋아하는데,
    혼자사는것도그리나쁘지는않는것같아요.
    너무공감되는부분이많아서어디를꼭집어낼수가없네.
    같이묻지말라고유언하는건..   

  2. 김성희

    2013년 10월 23일 at 12:40 오전

    푸님은어찌기억력이그리좋은신지??
    페터한트케의왼손잡이여인을20대초에읽었었는데,,
    도무지기억나는부분이,,,ㅎ
    구멍난셔츠에무심히손가락을집어넣는..것밖에는,,ㅋㅋ

    나이가들어감에따라아무래도뇌의밀도가점점희미해지는??
    요즘입니다,,

    혼자있는시간좋지요!!
    출장가서혼자서밥먹는일에도이젠씩씩하게,,ㅋㅋ
    요즘엔출장가서꽃이나나무들,,,보면
    사진을찍게되요,,
    어느분의영향인지??자연에관심을갖게된건??ㅎ
    하루를또열어가요,,   

  3. 푸나무

    2013년 10월 23일 at 12:52 오전

    그유언은자기삶의한결을
    그렇게모질게표현한것아닌가싶었어요.

    그젠산국을따왔어요.
    아무도다니지않는길에가득피어났길래
    누군가봐줄사람도없고해서
    목을따고가지를따는데
    미안해서미안하다…
    혹시더오래사는법아니겠니?
    아이고,염치는…

    그래서살짝씻어
    뜨거운물에아주살짝데쳐말려놓았는데
    국화차가되려는지….ㅋ
    그래도하여간향기는너무좋아요.
    소리울님댁도국화향그윽하시겠다요.
       

  4. 푸나무

    2013년 10월 23일 at 12:57 오전

    성희님
    긴이별에짧은편지는
    제목처럼로맨틱하지는않았어요.
    왼손잡이여인두그렇게쉽게읽히지않았다는기억밖에…

    설마저문장을제가외워서?기억해서?
    라고생각하신것은아니시죠?
    지금읽고있는책
    세잔의산을찾아서읽다가발췌한거죠.

    하하두분께는확실히
    자연전도사되었군요.
    전에는아마보이지도않았을
    마가목사진찍어보내시는분도계시니…
    좋은하루되세요.
    성희님.

       

  5. J cash

    2013년 10월 23일 at 1:44 오전

    세잔의산을읽고있으시다…구요
    ‘생트빅투아르산’그림의위쪽반을가리면추상화지요?
    추상적패턴을형성하는최초의흔적들이라고제가지금읽고있는책에써있네요
    화가가안개를그리기전까지는런던에안개가없었다는글도있구요
    안개가없다는뜻이아니고화가에의해서사람들이안개를볼때
    흥미,짜릿함,아름다움을느끼게된다는말이더군요ㅡ

    푸..께서풀,나무,이름없는들꽃들을보고아름답게쓴글을읽고
    사람들이
    아름다움을느끼게된다는말…
    그래서
    마가목열매도아름답다고찍어보내고…하하   

  6. 푸나무

    2013년 10월 23일 at 2:07 오전

    아진짜요?요즈음아이들말로레알?ㅎ
    정말그렇군요.
    산…위…추상적패턴….
    흠,그작가누군가요?눈도밝네요.

    세잔의산을찾아서는
    …생트빅투아르산을걷기도바라보기도하며
    세잔과자신을들여다보는
    글인데요.
    깊어서…
    세잔이거기까지?

    그러나설령세잔이거기까지생각을안했어도
    페터한트케가그리느꼈다면
    거기이미그림에있는거겠죠.
    몬드리안의나무를보며….
    생각하게되는나무가꼭몬드리안의나무가아니듯….

    마가목나무는이파리도예쁘고
    꽃두좋구열매는더욱화려해서
    이즈음관상수로많이심는수종이죠.

    산위에가면또달라요.
    아주많이더새롭고그래서사랑스럽고….
    처한위치에따라사람다르듯….

    산위의마가목은고생스럽게는살지몰라도
    그만큼품위가또다르죠.

    사진에찍힌마가목은
    보낸사람의마음이살짝덧입혀지니
    산위의마가목열매못지않구요.ㅎㅎ
    요즈음그열매어디엔가좋다고술담는다고하더군요.

    안개…이야기도멋집니다.   

  7. 벤조

    2013년 10월 23일 at 2:34 오전

    220킬로(몸무게가아니고)여인은유쾌,라벤더커피는쓸쓸,
    이유가많은여인은망막?
    모두바다에쳐넣으면한가지맛,짭짤…심했나요?
       

  8. 인회

    2013년 10월 23일 at 3:37 오전

    누굴기다리면서읽었는데댓글을쓸려니엄청어눌해지네요.
    사무실들어가서찬찬히다시보고글남겨야겠어요!!   

  9. mutter

    2013년 10월 23일 at 4:00 오후

    유유상종이라했으니푸나무님은밝은사람입니다.   

  10. 푸나무

    2013년 10월 23일 at 9:41 오후

    벤조님
    이즈음엔거의절여진배추를사다가
    김장을하곤하죠.
    그배추는대개바닷가곁에서바닷물로절여지곤해요.
    모두다잘절여지면좋겠는데
    밭으로가려고하는배추두있어요.ㅎ
    네,약간심하신듯…ㅎ
       

  11. 푸나무

    2013년 10월 23일 at 9:43 오후

    인회님.
    너무나..장대한여행기와사진들..
    많이부러워서
    에혀…
    한숨만쉬다가나오곤했어요.
    어눌함보다…더바보죠.ㅎㅎ   

  12. 푸나무

    2013년 10월 23일 at 9:44 오후

    무터님…
    네저두제가상당히
    밝은사람이라고생각하기는해요.
    울두있기는하지만요.
    가을볕…뜨락에가득하시겠습니다..   

  13. 산성

    2013년 10월 24일 at 1:02 오전

    긴이별을위한짧은편지,페터한트케
    그사람이그사람이오?

    ‘내가저항하기를그만두고마침내…’
    원문도모르면서번역된그런문장이
    쿵!가슴에떨어지던젊은날.
    지나간그런날들이생각나요.
    유쾌한이야기,망막한이야기

    그래이가을날어찌보내시오.
    전이래저래좀바쁘다는인사…입니다만.

       

  14. 푸나무

    2013년 10월 25일 at 12:01 오전

    저두이래저래바븝니다.
    그래산성님처럼문을조금닫아걸까…
    유쾌한이야기
    망막한이야기는
    아주익숙하실테고ㅎㅎ
    푸나무라선지
    열매도맺지못하면서
    여기저기오라는데는가야할곳은왜이리많은지
    어젠엄마가총각무우다다듬고
    파두까주셔서.ㅎ
    가볍게김치담앗어요.
    무가맛이들었는지아주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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