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BY 푸나무 ON 11. 9, 2013
나혼자국립극장을
‘달보기좋은곳’으로정했다.
앞이툭트여하늘이광활하다.
이즈음에는해가이르게저문다.
강변북로를거쳐국립극장을가는데강물은어두웠고
하늘은그보다는조금더밝은블루였다.
크고작은건물들이어둠가운데창백한빛을내보내고있는데
세상을뒤덮는어둠의힘에눌린듯
햇살아래서위용을자랑하던거대한건물들도가냘프고고독해보였다.
어둠은사물을축소시키는힘이있다는것을
예전에생각했었지.
달은강물위에서건물뒤에서드문드문보이더니
결국국립해오름극장앞에떠올라있었다.
아주초생달….인데도키가훌쩍커보여….날씬해보였다.
서늘한날씨탓인지도
고독할때만이글은탄생하는것인가,.
베르기리아단테의신곡도
고향을떠난방랑의시기
그리고사랑하는여인을잃고난그리움때문에써진글이다.
단테는
아홉살에베아트리체를만나가슴이심각하게떨렸다고한다,
한눈에사랑에빠진것이다.
그리고다시숙녀가된열여덟살의베아트리체를만나다.
그녀는길에서단테에게아주상냥하고우아한모습으로인사를했다고.
단테와베이트리체는다른사람들과약속에의한결혼을하지만
베아는스물네살나이에세상을떠나고만다.
아마도단테는매우소심함성향도있었던지베아에대한사랑을
처음엔숨기려고애를썼다고하는데
만약그에게저돌적인성격이있어베아와결혼을하였더라면.
베아트리체는구원의여인이되었을것인가.
그리고이렇게아름답고고귀한시가태어났을것인가.
시인만이할수있는기가막힌로맨스아닌가.
사랑하는여인을인류에회자하는구원의여인으로만들어버리다니…….
딸래미는벼락공부하듯이며칠전부터
단테의신곡을들고다니며출퇴근시간에읽는다고했다..
도무지무슨말인지잘모르겠어..이런서사시를어떻게연극으로만든다는걸까.
그러니작가와연출가가재미도있겠지….
엄마다읽으셨어?
아니읽는척했어..
말해놓고보니절묘하다.사실신곡.읽는척했다.읽은게아니고….
무대를보니…괜스레설렌다.타인의삶을보며나는왜설레는걸까..
이제조금있으면새로운세상..새로운인생…내가경험치못한삶이거기펼쳐질것이다.
공감하고싶고위로받고싶고그렇지만무엇보다나를향한손짓…
어딘가를향한정확한손짓을기대하는지도모른다.
색다른것
혹여다른것이거기어디숨어있을까….
보물찾기에서찾은번호적힌쪽지를기다리며이름부를때를기다리는것처럼
무대아래서나는기다리고있었다.
단테는무엇인가에쫒기다가베르길리우스를만난다.
(베르길리우스…실제로단테는배르길리우스를좋아했다고한다.)
그리고그와함께시작되는여정.
지옥….
사람들…혹은지옥을지키는이들에게서포효되는시는진득했고어두웠고깊었다.
왜아니그러랴
그들은시를읊는게아니라
삶을,읊은거니까.
인생이라는고통을호소하는거니까.
젊은이가…35살이면참으로빛나는청춘아닌가.
무대위에서고통스럽게넘어지며엎어지며
그는아마사랑에대하여
내게는생이라는그광장에대하여
성찰하는자만이낼수있는고통스러운모습을보일때
아,갓딴오이의꼭지에서나는냄새처럼그는싱그러웠다.
커튼위에어른거리는검은그림자들…군상들…군무들…은
지옥을나타내는디지털미디어의효과였는데정말그럴듯했다.
지옥을다스리는자는이츰에서나타나고
지옥은바로그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