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는 벌을 내려다보며 연다

도토리는벌을내려다보며연다

포천평강식물원팻말에적혀진말이예요.

여러번그곳을갔는데도처음보았어요.

서리가가득내린아침이었죠.

아마도마이브라더와내가수목원첫손님이었을듯,

크게한바퀴돌려고산쪽으로돌기시작했어요.

숲에서는가을향이뭉클거리며다가왔죠.

막연한듯소진한듯

를품은향기요.

찬서리지나하얗게언서리들이숲에가득하다가

따뜻한햇살아래사라져가는중이었어요.

약간비스듬하게경사진땅들에는서릿발들이하얗게고추서있는데….

온도차로내려운물방울도있겟지만

땅속의습기가저리변하기도했을터..

습기로있을때는보이지않던것들이얼음으로화하며보여지니

죽음뒤달라지는현상속의우리도그럴건가….

땅속얼음을보며생각들더군요.

이제막떨어졌는지아주굵은떡갈나무이파리와아마도개오동이파리일듯.,,싶은

굵은나뭇잎들이조그마한길에자욱했어요.

오동일엽이라해도사실나무의생명도각각이죠.

오동잎떨어지면가을의시작인데이깊은가을에도여전히지고있으니

문득우리가알고있는것들의협소함을인식하게되더군요.

초추가아닌

만추의숲속에내리는오동나무이파리

사그락거리는나뭇잎부서지는소리

그리고그아래서리밟히는소리…..서늘한느낌.

가을속에있다.

끝무렵이긴하지만…..

그러다도토리는벌을내려다보며연다팻말이서잇는거예요..

벌이뭐죠?

벌판이겠지.

아그렇겠구나.황산벌만주벌….이즈음은잘쓰지않는단어아닌가.

과학적인이야긴데모심을때비오는것,도토리열매에는비가안좋을수있고

비가안오니모에게는아주열심히도토리가달린다는….

도토리의인화괜찮네.

사람들심성이야기지어느방향으로주제를가지고보는가

두런거리며이야기하다보니생각의가지가많아지더군요.

도토리거위벌레있잖아요.

여름에도산에가면덩어리진채참나무이파리떨어져있거든.

그게다거위벌레가씨를심은거라네.지새끼땅으로고이스며들어가게하기위해서

나무를자른다는거지,

선악의불분명함이선명한대목이네.

당신깍정이아셔?

도토리감싸고있는받침그게깍정인데워낙야무지게잡구있어서,

그래도마르면맥없잖아….

그거야세상모든만물이다그런걸

숲길을걷다수목원중앙쪽으로나오니햇살이아주눈부셔요.

글쎄갑자기꽃천지가펼쳐지는거예요.

가장아름다운꽃나무는단풍나무였어요.

빨갛게물든단풍잎다져내리고몇개만나무위에솟아있는

그숱한열매들이햇살을받아은빛으로빛나며일렁거리는데

이른봄은근한산수유못잖아요.

그윽하기가말이죠.

거기다희디희게억새는낱알로부서지며꽃이되어현란하던걸요.

수국은색깔좀변하면어때요.

여전히나꽃이야…..하며피어날때의참한자세를견지하고서있는걸요.

아이참너주책이야..

하려다가

생각해보니나기도하던걸요.

그래서아주정성스레사진을찍어줬어요.

이리좀해봐이렇게

아니내가그렇게돌았다는거지요.

언제그렇게아름다웠냐는듯

복자기잎쭈그렁바가지되어….

포천가는길에잠시곁길로새포천아트밸리를걸었어요.

아트자가들어가면다그럴듯해보여요.

유별나게포천화강암은희다고하더군요.

그화강암을다캐내고버려진채석장에

자연친화적인공원을만든거예요.

바람직한사례로교과서에도실렸다고하더군요.

물을담아….자그마한인공호수를만들었는데

그이름이천주호에요.

과장이너무심한것아닌가우습기도했어요.

막걸리이글루가있었는데포천막걸리가유명하다고하더군요.

그래서프랄스틱막걸리병만으로이글루를만들엇더군요.

야외조각공원은포천화강암으로만들어진것이대부분이엇어요.

신기하게도

디자인한사람따로

석공따로더군요.

왜석공은작가로이름붙여질수없나…

그리고반달이있었어요.

낮에나온반달은하얀반달은….

필리핀소식이엄청나요.

수많은생명들…

그들의소식이가슴아프면서도

사람이

도대체얼마나잔혹한지

그수만명보다

가장가까이에있는

지인의아내가아픈것이더맘아파요.

마음아파하면뭐해요.

여전히가을은무심하게깊어가고

저두무심하게가을뒷자락따라다니며사는걸요.

18 Comments

  1. 士雄

    2013년 11월 13일 at 8:23 오전

    글과사진은점점좋아지고,,

    포천막걸리이동갈비산정호수그렇던가요.
    평강식물원가보지못했습니다.아트밸리도..
    내년봄쯤기약하면되려나?!   

  2. 참나무.

    2013년 11월 13일 at 12:03 오후

    거위벌레랑도토리깍정이이야기좀더해주셔요
    여라튼지간에나무에관한한푸님처럼많이아는분
    딱한분빼고첨이라니끼니…ㅎㅎ

    평창동안가셔도안잡아가리다..^^

       

  3. trio

    2013년 11월 13일 at 1:42 오후

    벌이라고해서꿀을만드는꿀벌을말하는줄로알았네요.
    자연의오묘한이치에숙연해지기까지하네요.
    Longlongago…작품이네요.
       

  4. 해군

    2013년 11월 13일 at 1:47 오후

    우리나라안에도참좋은곳이많네요
    다리떨리기전에많이다녀야하는데…

    그런데안내판사진찍는실력이늘던가요?ㅎ   

  5. 데레사

    2013년 11월 14일 at 1:02 오전

    아트밸리는저도가본곳입니다.
    늦가을풍경이아주아름다워요.
    도토리가흉년에열린다니…놀라운사실을배웁니다.

    우리들어릴적에는도토리묵과도토리넣은밥,죽…이런걸많이
    먹었어요.밥대신으로.   

  6. Anne

    2013년 11월 14일 at 1:17 오전

    세번째사진,
    억새도보이고물가이겠지요?갈대도보이네요.
    딱사진찍은그자리에퍼질고앉아서무심히바라보고있고싶은사진입니다^^   

  7. 김성희

    2013년 11월 14일 at 2:20 오전

    포천-이동갈비먹으러,,
    동두천-떡갈비먹으러,,
    의정부-부대찌게먹으러,,
    산정호수는-구경삼아,,ㅎㅎㅎ

    사람이이리달라서야,,,ㅎㅎ
    이곳으로이사오기전강북에살때,,
    참,그렇게순전히식탐으로만다녔으니,,ㅉㅉ

    인간의격(?)이이리달라서야,,,
    보고자하지않았으니,안보일리밖에,,

    첫사진부터,,참좋아요,,
    사진이많은얘기를하는것같아요!!!

    이렇게사진을잘찍으시는건
    기술의진보인가??안목이신가??
    그나저나마이부라더와는엄청,,,좋으시다,ㅋㅋ   

  8. 푸나무

    2013년 11월 14일 at 2:32 오후

    어디나잇는자리에서아름다움찾는것….좋죠.
    사웅님창밖좋던걸요.   

  9. 푸나무

    2013년 11월 14일 at 2:34 오후

    참나무님나무이야기.좋아하시는분저두좋아요.
    저는그림도나무그려진그림무조건좋아하거든요.
    오늘이말막했는데
    맘에안든나무그림이딱나오더군요.한솔뮤지엄에서.ㅋㅋ   

  10. 푸나무

    2013년 11월 14일 at 2:35 오후

    트리오님저두막처음에보면서…벌이뭐지했어요.
    그렇죠,
    모든것들에숨어있는그늘과양지이야기죠.
    약육강식의변형이라고나할까…..   

  11. 푸나무

    2013년 11월 14일 at 2:37 오후

    해군님안내판사진찍는실력이전혀안느니저모양이죠.ㅎㅎ
    의상봉
    눈오는날…
    혼자는못가고
    우리부클들이랑한번가십시다.
    약속하신거예요.ㅎ
       

  12. 푸나무

    2013년 11월 14일 at 2:38 오후

    데레사님
    예전에흔하게먹던음식들이지금은아주좋은귀한음식이되었지요.
    뭐든조금작고부족할때가
    좋은것…..
    이많은게아닌가생각하곤해요.
    오늘도가을이었어요.깊은가을..   

  13. 푸나무

    2013년 11월 14일 at 2:40 오후

    앤님.
    저사진찍은곳은느낌상으로봄과가을이혼재해있었어요.
    아니다.초겨울까지도….
    아니더뻥을좀치면
    저찬연한햇살은여름것…..
    봄여름가을겨울…좋다하시니더뻥을….ㅎㅎ

    잘계시죠.아름다운도시부산에서.   

  14. 푸나무

    2013년 11월 14일 at 2:45 오후

    성희님
    식탐은저두무척많아요.
    오죽하면누가밥먹으러가자면별로반갑지안겠니껴,
    인간의격이야기를하시니…
    사람의격이거기서거기지
    저두콩나물국밥먹은이야기
    송이짬뽕먹은이야기하면
    성희님식탐보다몇수더뜰거예요.
    단지모든이야기를다적을수없으니
    그저하기좋은이야기를하니
    그럴듯해보이는거죠.
    글이만들어내는
    혹은지어내는그림이있다니까요.

    마이브라더와다툰이야기할까요?
    너무많아서…ㅎㅎ   

  15. 멜라니

    2013년 11월 15일 at 12:57 오전

    ‘벌’
    글의제목을보면서
    처음에는하늘의‘별’이라고생각했고(-착각),그다음에는‘꿀벌’을생각했었습니다.
    도토리가하늘을향해열리는구나..
    어..도토리나무에는꿀벌이많이있나보지?그런데우리집앞도토리나무근처에서
    ‘벌’은못봤는데..
    막이런생각을하면서글을읽기시작했었습니다.
    그렇군요..도토리라는게심성이그리착해서흉년이들때많이열리는군요..
    어려서는도토리묵맛을몰랐는데,나이가들어가니도토리묵의쌉싸르한맛이정말
    좋은거예요.그래서마켓에가서묵가루를사려고보면매번다productofchina..
    들었던묵가루를아쉬운마음과함께내려놓기일쑤입니다.
    흠..한국에풍년’만’들어서도토리가많이안달리나요?ㅎㅎ

    가장아름다운꽃나무..단풍나무..아..정말예쁜표현입니다.
       

  16. 산성

    2013년 11월 15일 at 1:23 오전

    저도그랬어요.
    도토리는별을올려다보며..로,
    마음대로고쳐읽기.
    석공들의그힘듦은알겠는데요.
    도무지안해도될일들아닌가싶기도해요.
    그냥화강암덩어리를여기저기놓아두는편이.
    사방만들어둔조형물들이가끔은고단하고슬프기도한
    아무데나아트를붙이는것과도비슷한.

    나무를비쳐내는하늘이맑고아름답습니다.
    그아래나무들도…

       

  17. 푸나무

    2013년 11월 15일 at 3:08 오전

    산성님
    저산에서파낸돌로대리석바닥을깐다더군요.
    음화강암덩어리….
    그도괜찮은듯….
    하지만혹시거기무엇숨어있어…나좀내줘……
    할지도…ㅎㅎ
    나무조각하시는분작업실갔더니
    거기나무많이있는데
    나무…가그럴것같아서…ㅎㅎ
       

  18. 푸나무

    2013년 11월 15일 at 3:12 오전

    멜라니님.
    벌…별….풍부한상상력이보이는군요.
    그게더낫네..도토리가
    하늘을보며열리는것요.
    벌을바라보며열리는것은애잔한듯….해보이고
    하늘을보면서열리면
    왠지밝고…또랑한소리를낼것같아요.
    도토리?하하

    아정말예쁜표현이란말에
    저두멜라니님이급예뻐지는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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