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BY 푸나무 ON 11. 25, 2013
편지,
참좋은글태입니다.
단순히좋다기보다는사랑스러운장르이기도하지요.
길지도않고그렇다고짧지도않은,
그런가하면길어도되고짧아도되는
품새넉넉하여자유롭기이를데없어요.
시처럼깊은사고를담거나낭랑하지않아도되고
산문처럼지성을담거나고급하지않아도됩니다.
물론소설처럼삶의행간이녹아있지않아도됩니다.
철학적일필요는더더욱없구요.
원한다면어떤철학서보다더심오할수도있습니다만,
편지는그저아주가볍고고요한장르이지요.
타인을아주깊게생각할수있는시간에만쓸수있는글이구요.
가장깊은무게를지닌글이편지가아닐까,
무시무시할정도로자신을드리는고백록이기도하니까요.
더불어다정하기이를데없어
이화에월백하고은한이삼경일제
병처럼앓게되는글이기도합니다.
편지를읽고있군요.
아마도사랑에빠져있는듯합니다만또모르지요,
멀리떠나있는부모형제들에관한소식일지두요.
어쨌든오매불망그리워하는…
그리움가득한편지일겝니다.
날마다우체부를기다렸을것같아요.
그러다가편지를건네어받고정신없이혼자만의공간으로들어왔을거예요.
사람들있는곳에서는읽기싫은내밀한편지니까요.
침대와의자…간결해보이는방의구조이긴합니다만,
창문이있어방은환합니다.
햇살탓인지붉은색의커튼보다녹색의커튼이우아해보입니다.
아,커튼을매달고있는봉도커튼과같은톤이군요.
빛의화가라는별호에맞게
벽의색이지닌농담은참섬세하고대단해보입니다.
얼마나정성을들여야저렇게자연스런빛의결을그릴수있을까요.
아침부터날씨가좋았는지…
붉은커튼을창문에걸쳐걷어놓은채환기를하고있던방인것같아요.
여인의성품이보이기도하죠.
정갈하고밝고순후할것같은…..
창문뒤의커튼과..그녀의실루엣이창문에비치네요.
자세히보니편지를읽고있는그녀의표정이
조금어둡지않은가…싶기도하군요.
정말기다리고기다리던편지였던가봐요.
침대위과일접시좀봐요.
편지를보고싶은마음이얼마나급했던지
아무데나놓아서과일은접시위에서굴러떨어지고….
저보세요.
아주편지에몰입되어있습니다.
눈은숫제편지속으로편지의글자들을눈에아니마음에새기듯합니다.
얼마나종이를반듯하게펴고보는지
손에는힘이가득들어가있구요
세상에힘줄조차보이잖아요.
아이게무슨말이지…또읽고또읽는중인지도모르겠어요.
편지를쓴지도받아본지도아득합니다.
문득참건조한세상을살아가는구나싶어서늘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