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편지,

참좋은글태입니다.

단순히좋다기보다는사랑스러운장르이기도하지요.

길지도않고그렇다고짧지도않은,

그런가하면길어도되고짧아도되는

품새넉넉하여자유롭기이를데없어요.

시처럼깊은사고를담거나낭랑하지않아도되고

산문처럼지성을담거나고급하지않아도됩니다.

물론소설처럼삶의행간이녹아있지않아도됩니다.

철학적일필요는더더욱없구요.

원한다면어떤철학서보다더심오할수도있습니다만,

편지는그저아주가볍고고요한장르이지요.

타인을아주깊게생각할수있는시간에만쓸수있는글이구요.

가장깊은무게를지닌글이편지가아닐까,

무시무시할정도로자신을드리는고백록이기도하니까요.

더불어다정하기이를데없어

이화에월백하고은한이삼경일제

병처럼앓게되는글이기도합니다.

편지를읽고있군요.

아마도사랑에빠져있는듯합니다만또모르지요,

멀리떠나있는부모형제들에관한소식일지두요.

어쨌든오매불망그리워하는

그리움가득한편지일겝니다.

날마다우체부를기다렸을것같아요.

그러다가편지를건네어받고정신없이혼자만의공간으로들어왔을거예요.

사람들있는곳에서는읽기싫은내밀한편지니까요.

침대와의자간결해보이는방의구조이긴합니다만,

창문이있어방은환합니다.

햇살탓인지붉은색의커튼보다녹색의커튼이우아해보입니다.

,커튼을매달고있는봉도커튼과같은톤이군요.

빛의화가라는별호에맞게

벽의색이지닌농담은참섬세하고대단해보입니다.

얼마나정성을들여야저렇게자연스런빛의결을그릴수있을까요.

아침부터날씨가좋았는지

붉은커튼을창문에걸쳐걷어놓은채환기를하고있던방인것같아요.

여인의성품이보이기도하죠.

정갈하고밝고순후할것같은…..

창문뒤의커튼과..그녀의실루엣이창문에비치네요.

자세히보니편지를읽고있는그녀의표정이

조금어둡지않은가싶기도하군요.

정말기다리고기다리던편지였던가봐요.

침대위과일접시좀봐요.

편지를보고싶은마음이얼마나급했던지

아무데나놓아서과일은접시위에서굴러떨어지고….

저보세요.

아주편지에몰입되어있습니다.

눈은숫제편지속으로편지의글자들을눈에아니마음에새기듯합니다.

얼마나종이를반듯하게펴고보는지

손에는힘이가득들어가있구요

세상에힘줄조차보이잖아요.

아이게무슨말이지또읽고또읽는중인지도모르겠어요.

편지를쓴지도받아본지도아득합니다.

문득참건조한세상을살아가는구나싶어서늘해지는군요.

손가락터치한번으로지구의반대쪽에도보낼수있는마음과

펜을들고또박또박써내려가는마음…..

근수가같을까요.

편지속그녀처럼우울한시선으로마음을들여다보니

영특한생각도떠오르던걸요.

……너의기도는하나님께드리는편지이고

네가읽는성경은그분께서너에게보내시는편지아니니…….

베르메르의

<편지를읽는여인>

이란그림을보며생각이많습니다.

오늘프루스트의편지를읽기도했어요.

자신을형편없이폄훼하는편집자에게

몇가지자신의글에대한이야기를하는데

그중의하나가

외적인행동묘사를하지않는다거였어요.

창문을닫거나코트를걸치는등의….

그가얼마나치밀하게….

글에대해접근을하는지알수있는대목이었지요.

코치가시키는대로스트레칭겸근육운동을4-5분하고

정말제일싫은것은윗몸일으키기에요.

힘도가장많이들고하기도가장싫고가장못하는,

가장이셋이나함께하는운동은정말지겹죠.

열두개..그것도손으로바지잡고간신히일어난다고했더니

제친구는100개도거뜬히한다고하더군요.

니가사람이냐운동선수지….

시작할때이십분사이클을타며책을읽었고

운동을끝낼때쯤걸으려다가다시사이클을탔어요.

삼십오분.

책을읽으면서사이클을타니하나도정말하나도안지루했거든요.

그러니도합55분을책을읽은거죠.운동하면서

아마윗몸일으키기100개하는친구는감히운동하면서책을본다

상상도안할거예요.ㅎㅎ

푸르스트는지드에게그런이야기를했더군요.

아름다움과욕망은별개의것이다.

젊음은가장변하기쉬운것이기에그의미적기준에적당하지않다,구요.

그는

<비의도적기억>을아주중요하게여겼어요.

그가어릴적먹었던마들렌과자맛속에서

잃어버렸던시간들이새롭게태어난것….

이런기억들이야말로진정이고자유로우며시간을초월하는본질이된다는것,

책을읽으며

그의비의도적기억을

여기저기얼기설기

현대미술과줄긋기를해보았어요.

이우환과는비교적자연스레연결이되는데

컨템퍼러리아트….의아이콘,

무라까미다가시와는

거리가너무멀어선지

혹은폭이깊어선지진도가나가질않더군요.

그가창조한인물스완은

만나는사람들마다그림속인상과연결시키는버릇이있었죠.

그의아내오뎃트도

보티첼리의그림속십보라와닮았다고느낀후부터

사랑하기시작하거든요

그리고그녀에게보티첼리의그림속드레스를사다주기도하고…

스완이아니더라도…

그의비의도적기억은…

초현실주의의태동과궤를같이하니…

이래저래편지를생각하는하루였어요.

<창가에서편지를읽는여인>/요하네스베르메르

아래사진은박노수미술관창문

아그리고저위약간의문장은자펌이에요.

자펌은자신의글에서퍼왔다는만든조어.ㅎㅎ

22 Comments

  1. 지안(智安)

    2013년 11월 25일 at 12:47 오후

    베르메르의그림한점으로이런포스팅을?
    곽아무개기자도울고갈판!
    나도편지받고파라~

    오늘같이멜랑코리한날심수봉위노래라도들어야지
    이런신파조차없었더라면세상이너무쓸쓸해..   

  2. 푸나무

    2013년 11월 25일 at 12:52 오후

    ㅋㅋ신파조노래를올렸다가
    제가제글을읽어도못읽겠어서
    바꿨어요.ㅋㅋ
    지언니만들으신음악…

    한솔에서가져온엽서한장있는데
    보낼까요?ㅎㅎ
       

  3. J cash

    2013년 11월 25일 at 1:16 오후

    어…?
    어디서읽은거구나..했는데
    자펌?..이었구나..하하
    푸..어록집에있는거…ㅎ   

  4. 푸나무

    2013년 11월 25일 at 1:22 오후

    저거
    다른분들옮겨써도
    다모르거든요.
    근데아실것같아서ㅋㅋ

    아이고…
    츠암,
    ^^*   

  5. 벤자민

    2013년 11월 25일 at 3:19 오후

    으~~음

    저도왕년에는편지에일가견이잇엇던사람인데^^
    편지때문에울고편지때문에웃고..
    저도그런시절이잇엇읍니다
    아닌것같죠
    뭔참모총장출신이냐고요ㅎㅎ

    여기는편지에엮힌사연이참많은나라이지요
    왜냐하면은식민지초기에는
    본국에편지한번보내면은
    갓다왓다일년이좀더걸렷어요
    편지기다리는사연이참많앗어요
    성질급한놈은편지기다리다
    바람난다소리도ㅎㅎ

    오늘은다잘~~읽고갑니다
    제가다읽고가는날은
    제가쪼금이해가되는날이랍니다^^
    편지!
    좋아요   

  6. trio

    2013년 11월 25일 at 4:45 오후

    포스팅도어쩌면한편의편지일지도몰라요.
    요즘에야우체국에부치는편지를받기는힘들어도
    공중에붕…..띄워놓은포스팅!
    언제날라갈지도모르는…
    그래도편지이지요.
    사랑하는사람이든지,사랑하는이웃이든지간에
    그들에게보내는편지예요.
    어떨때는아이폰으로만보니까답장도제대로못하는…ㅋㅋ
       

  7. 술래

    2013년 11월 25일 at 6:21 오후

    편지가아니면소통이전혀안되던시절도있었는데요.
    말수가비정상적으로적은남녀가만나함께늙어가는
    사이가되는데는…^^

    창문을통해보는단풍에
    고이적은편지가담겨있네요.
    푸나무님한테서받은편지…ㅎㅎ   

  8. 아카시아향

    2013년 11월 25일 at 8:02 오후

    저는저그림속의여인이읽고있는편지는
    이별을통보하는것일게다하고
    생각했던사람입니당.
    편지지를쥐고있는양손에어찌나단호함이느껴지는지…ㅎ
    (맘대로추측^^)

    우연일텐데요…
    저도지금서간문하나읽고있어요.
    마침표없이어찌나질질무념무상생각을나열배열하는지.
    편지한편읽고나면
    널뛰기몇판하고난모냥,어찔어찔합니다;ㅋ

       

  9. 凸凸峯

    2013년 11월 25일 at 8:26 오후

    편지없는세상..특히육필편지가없어졌지요.
    반고흐와동생테오도르와의편지는비록
    형제간에오간편지지만참감동이있었는데..
    요즘국회의원도회의중에애인과스마트폰으로
    연서를주고받읍디다.나참….
       

  10. 소리울

    2013년 11월 25일 at 9:41 오후

    지금손편지두편을써야할숙제가있습니다.
    밤까느라고그숙제를못했네요.ㅎㅎㅎ
    부지런하긴요.평생무수리지요   

  11. 산성

    2013년 11월 26일 at 1:29 오전

    그림속여인은어쩐지슬퍼보입니다만?
    흐릿한그림속얼굴을살펴보니그런느낌이…
    기다리던내용이아니었을지도?
    흘려둔음악탓인지도모르겠습니다.
    근육운동하시면서도온갖생각을다하시네요.
    그러면이제푸는몸짱되시는겁니까?
    우리그만만날까요?ㅎㅎ

    읽고나니저도
    이래저래편지를생각하게됩니다.

       

  12. 조르바

    2013년 11월 26일 at 4:00 오전

    아침에와서참좋은글이다하믄서읽다가
    다못읽구갔어요.바뻐서~
    아껴두었다가이따가한가한시간에다시읽어야징하공
    후다닥나갑니다…^^;   

  13. 김성희

    2013년 11월 26일 at 6:00 오전

    푸님!!
    어느덧가을이사라져가고있네요!!

    말씀은그분이우리에게보내는편지,,
    기도는우리가그분께보내는편지,,,
    까톡에회자되는글…

    으막이오늘날씨와딱이네요!!
    나도푸님께노래하나보내야지!!

    지난주일엔갑작스런지인의부고를받고,,
    경희의료원으로,,,
    사진을가까이들여다보며,,,멍?했었요,,
    불과3-4달전까지웃고얘기했던이가,,,

    왜?우리는영원히살것만같이생각하는가?
    남은삶의길이를측량할길은없는데,,,하면서..

    "죽음은풍문과도같은것,,
    귓전에들려오지전까지삶을즐겨야만하는것,,"

    어느작가의말을떠올리며,,빗속을돌아왔지요,,,   

  14. 푸나무

    2013년 11월 26일 at 12:44 오후

    성희님
    그러니요.
    가을이저만큼사라져갔어요.
    오늘밤은눈이오신다는데
    눈은소리도없이오시는분이라
    귀가밝든지
    마음이밝던지해야맞이할수있을것같아요.

    근데저글
    기도편지…
    정말카톡에회자되나요?
    아,나는서놓고
    으음,제법/맘에들었거든요.
    하긴해아래무슨새것이있겠니껴,

    죽음은풍문과도같은것…

    경험할수없으므로
    영원한관념일지도모르지요   

  15. 푸나무

    2013년 11월 26일 at 12:45 오후

    조르바님…
    댁에갔더니정말멋진수….가있더군요.
    그런멋진수를
    후다닥노실줄아시는분이시니…
    후다닥…ㅎㅎ
       

  16. 푸나무

    2013년 11월 26일 at 12:50 오후

    산성님저아침에산성님댓글읽고웃겨…서
    아이고참혼자한참웃었다니까요.

    푸가몸짱이라니…
    그게가능한일이십니까?
    가능한일이실께요…ㅋㅋ
    몸짱은커녕
    께끼손톱만큼이라도조금유연이라도….
    해가미(산성버젼)
    오늘도두시간가차이운동했습니다.
    운동중독되면
    얼마나신날까…
    저는중독을기다린답니다.ㅋㅋ   

  17. 푸나무

    2013년 11월 26일 at 12:51 오후

    소리울님무수리라하시니…
    사실제가무수리급이긴한데…
    저두소리울님같은무수리되고싶니더…

    바다가바로지척인집에서사는
    무수리….ㅎㅎ   

  18. 푸나무

    2013년 11월 26일 at 12:53 오후

    철님아니그런국회의원이있어요?
    세상에…

    근데
    또생각해보니
    다정하기도하겠군요.
    정치도좀다정하게하면좋을텐데요….
    아닌가요?ㅎㅎ   

  19. 푸나무

    2013년 11월 26일 at 12:56 오후

    아향님…
    아마…향님추축이맞을지도…
    참그손…정말힘이들어가있지요.

    마침표없이어찌나질질무념무상생각을나열배열하는지.
    편지한편읽고나면
    널뛰기몇판하고난모냥,어찔어찔합니다;ㅋ

    아니도대체무슨서간문이길래….
    궁금해요.갈쳐주셈.
    남이읽고있는책
    저무지궁금해하는것,아시죠?

       

  20. 푸나무

    2013년 11월 26일 at 1:00 오후

    술래님.

    편지가아니면소통이전혀안되던시절도있었는데요.
    말수가비정상적으로적은남녀가만나함께늙어가는
    사이가되는데는…^^

    아주재미납니다.
    술래님부부를이렇게잘표현하시다니…
    근데사실예전에는우리모두그렇지않았나요?

    창가에적힌편지를읽으시는
    놀라운아름다움!
       

  21. 푸나무

    2013년 11월 26일 at 1:02 오후

    트리오님
    요즈음사진강습뿐아니라
    글강습도받으시는것같아요.
    물이올라서
    포스팅도
    댓글도
    아주탱글탱글하십니다.
    이악장도아니고
    혹시알레그로….일악장???^^*
       

  22. 푸나무

    2013년 11월 26일 at 1:07 오후

    벤님….
    편지로웃으시는것은이해가가는데
    우시는벤님은얼른와닿지를않는군요.
    제가닥보아하니편지보내놓고
    성미급하셔서바람나신분이
    벤님이신것같은데요.
    아니시라구요?
    에이,
    맞아요…..
    맞다고치고
    끝까지읽어주셨다니
    이해까지해주신다니
    좋다고까지해주시니…..

    비자금없는제가
    호수공원에오시면
    자판기커피…대접해드릴께요..
    산성님과함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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