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대한 잔상

글이란게태반이기억속을뒤집는일이라서

가끔은똑같은소재가전혀다른모습으로나타나기도한다.

조금길다란글을하나써서혼자만보다가블에올렸다.

이젠점점부끄러움이없어져가는증거다.

조금있으면금방한발자국더육십에다가섰으니

부끄러움은무에,

오히려부끄러움있는것이부끄러울일아닌가.

호의어린이야기를해주셨지만

내가나를모르랴.

소설의형식을빌리긴했지만저글은소설이아니다.

소설이지녀야하는진득함이없다.

좋게말하면해맑은수필같은글이다.

수필이맑으면야첨화지만

소설이맑으면말짱도루묵이다.

소설은찐득하고차져야한다.

촘촘해야하고줄기차야한다.

소녀보다는아줌마여야하고

무엇보다용감해야하고

그아줌마는통찰력을겸비해야한다.

문체로말랑거리는감동을줄게아니라

캐릭터로승부해야한다.

어느때는아줌마의가방처럼글은날아야한다.

지하철에서발이늦을것같으면핸드백을먼저던지는아줌마..

핸드백이휙날아가자리를잡아주듯이

글은저혼자날아갈수도있어야한다.

핸드백을던지기는커녕

지앞자리가나도멈칫거리는아줌마….글쓸자격없다.

인격이야기가아니라단호함.

목표를향하여돌진하는에너지이야기다.

독백체는소심한사람이즐겨하는어법이다.

편하거든,

여기저기너무내디밀지않아도되고

지만봐도되거든.

그러니여무진글이되랴.되지않을수밖에없다.

전에어느분이

사람이클래식해가지고무슨소설을쓰고싶어하느냐고

그냥이런글쓰며살라고하셨다.

생각해보니정말클래식은아니더라도적어도글을쓰려면

사람과도맞짱을뜰수있어야하고

글과도맞짱을뜰수있어야한다.

근데난맞짱뜰일있으면,생기겠다싶으면

오리갈길삼십리라도돌아서피해간다.

너무차진사람도싫다.

특히집요한사람무섭다.

그러니안될수밖에

전에외갓집에가면울아짐각시샘으로빨래를가곤했다.

논한가운데에있는샘인데

왜하필이름이각시샘일까

각시처럼어여뻐서…

각시처럼수줍어서…

각시처럼고요해서….

각시처럼신선해서…

나무로물솟아오르는곳이막아져있고

물흐르는곳에는판판한돌몇개놓고그위에서빨래를했다.

겨울이면각시샘주변은자욱한김에덮혀있었다.

밖은춥고샘안에서솟아나는물은따스햇으니.

눈에보이게퐁퐁물이솟아오르곤했다.

동그란물방울을그리며

소리까지내며

아무리한겨울이라도아니한겨울일수록

물은따뜻했다.

아주자그마한새우도..이름모를물고기도그안에서살았다.

어린나이였지만

아니그뒤조금자라서덧입혀진생각인지도모르지만

그샘은정말자연스럽고맑았다.따뜻하고아름다웠다.

누가일부러만든것도아니고판것도아닌

저혼자샘이된샘새우도살고고기도살고

흐르는물에빨래도하는

그런각시샘같은글을쓸수있으면좋겠다.

나는아직러스킨의책을본적이없는데하여간이분아주유명한문예비평가셨다고한다.

그림에음악제목을붙이기를좋아하던

휘슬러가

‘검정과황금의녹턴’이란그림을전시회에내놓았다.

존러스킨이평을했다.

관객의얼굴에물감통을끼얹은대가로200기니를요구하는

낯짝두꺼운사람을본적이없다.

휘슬러가명예훼손으로러스킨을고소했다.

러스킨을대변한변호사가물었다.

얼마동안그렸나요

반나절이요.

아니그럼고작반나절그린그림으로200기니를요구했다는겁니까?

아니요그대가는제평생에걸친경험의축적에대한것입니다.

온세상을수퍼플랫화한

무라카미다카시가들으면

하품할이야기지만

질과양에대한

근원적이고날카로운,

성찰할대목이묵지근하게놓여있다.

아밀도도

누가알겠는가.

타인이지니고있는그깊은강을,

내안의강도채들여다보지못하고사는게사람아니던가.

강은커녕..

강을정신이나마음이라는선반으로밀어놓고

잘보이는몸은어떤가.

글에대한이야기로풀어도될것이다

삶에대한이야기로도,

이생각저생각많음은

십일월이사라져가고있기때문이다.

혹감기가점점심해져가서인지도모른다.

/////

겨울꽃밭/이안

꽃진꽃밭에가서꽃을보았네
꽃없는열매가메마른향기를감추고있었네
부서지는껍데기속에서부서진알맹이가흘러내렸네
나는부서진꽃안으려다말고
그꽃의껍데기와알맹이거두려다말고
산산이흩어놓았네
처음을묻자모든길이끊어지자
대답없이눈이내렸네

(사진펌)

18 Comments

  1. mutter

    2013년 11월 29일 at 8:55 오후

    소설과수필의차이
    그렇군요.그거였어요.
    감이오지않았었는데.
    난글을길게쓰지못하겠어요.
    길게쓰면읽는사람이힘들어할가봐.늘줄이고줄이거든요.ㅋㅋ
    푸나무님의글은무언가뼈가있는듯해요.   

  2. 참나무.

    2013년 11월 29일 at 10:00 오후

    …소설(글?)쓰는일,빨가벗고거리를뛰어갈용기가있어야-박경리선생께서…
    근데도너무다드러내는사람들좀그렇지요

    어제많이울면서본다큐있는데
    늘바쁘시니보시란말도못하겠고…;;
       

  3. 푸나무

    2013년 11월 30일 at 12:28 오전

    무터님줄이시는것,
    그것굉장히잘하시는거예요.
    그래서시가되고,,
    일목요연한맑은글이되는거지요.

    전그게잘안돼요.
    오히려끝없이팽창하려는….ㅋㅋ
    뼈요?
    멋진칭찬인데요…감사합니다.^^*   

  4. Hansa

    2013년 11월 30일 at 12:36 오전

    "꽃진꽃밭에가서꽃을보았네"

    첫문장이좋군요.푸나무님

       

  5. 푸나무

    2013년 11월 30일 at 12:49 오전

    아,진짜
    박선생님께서그런말씀을요?
    오~~~
    그분성격이랑미루어짐작컨데…
    이해가푸욱오네요.

    참나무님은참…기억력도…
    잃어버리는지갑과는전혀다른..ㅎㅎ
    좋으셔요.
    하긴그런것들
    그렇게많이담어놓고계시니
    일상생활…잃음….그런거죠.

    제길치도거기에슬쩍편승해갈까요?ㅋㅋ   

  6. 푸나무

    2013년 11월 30일 at 1:07 오전

    그죠한사님.저시….
    좋아요.
    보이지
    않는것을찾아내는시인의눈이할수있는일이죠.
    이안을위영으로읽으신것아니시죠?ㅎㅎ
       

  7. 트레이더

    2013년 11월 30일 at 7:07 오전

    푸나무님은소설보다는’시’가맞는타입아닐까?
    소설을쓰려면진짜치밀해야한다는말씀너무지당….뻔뻔하기도해야하고
    몇년을준비하고1년을쓰고다시고치고

    독하지않으면소설은쓰지못할것같해여….여러명의캐럭터도준비해야하고
    소설은내마음속의생각을인물로만들어내야하니까무에서유를창조해야하조   

  8. 느티나무

    2013년 11월 30일 at 4:21 오후

    처음제블로그에글을쓰면서
    제가생각했던것은,
    사실있는그대로의내모습을쓰면되겠지….했었고,
    그마음은그때나지금이나조금도변함없어서
    이제는제늙은모습의사진도커다랗게딱올려놓는배짱까지….^^
    그런데이거너무내자신을감추지않고드러내는것아닐까?싶어서
    요즈음은슬며시꼬랑지를내리고싶어질때도더러있어요.

    그래도,글은진솔해야지싶어요.
    너무가식이많으면곤란하기도하겠구요.
    가끔씩푸나무님이부러워요.
    푸나무님안에서한없이풀어져나오는글의실타래가요.

       

  9. 푸나무

    2013년 12월 1일 at 5:37 오전

    트레이더님
    그낭이생각저생각해보는거죠..뭐.ㅎ

    그곳
    사시는곳도
    겨울이왔겠지요.
    온르은온도가높닫고하는데도서늘해서
    겨울이죠…서로그랫어요.ㅎㅎ   

  10. 푸나무

    2013년 12월 1일 at 5:41 오전

    사진으로뵙기에는
    전혀안늙어보이시고.
    오히려건강해보이셔서
    아주멋있어보였어요.

    그무거운배낭…..은..우와,저두그냥침낭이좋을것같아요.
    블로그글은특별한겨웅아니면
    대개너무적나라한데에문제가있죠.뭐.
    저두얼마전
    북클에관한이야기너무디테일하게썼다고
    맴버들께…이야기들어서
    새삼글쓰기어렵구나싶었어요.
    글실타래는
    다른것부족한대신
    풀리기쉬운위치에있나봐요.하하
       

  11. 士雄

    2013년 12월 1일 at 8:34 오전

    12월1일이고휴일이고그렇습니다.^^
    속초항에는도루묵과양미리가풍년이라고하네요.
    해안가난전에서숯불에구워,,담백한맛을즐기고싶습니다,,
    좋은친구가곁에있으면금상첨화이겠습니다.ㅎㅎ
       

  12. 조르바

    2013년 12월 1일 at 1:28 오후

    푸나무님도각시샘같아요..^^   

  13. 푸나무

    2013년 12월 1일 at 11:13 오후

    사웅님
    오늘은12월2일이고
    월요일이고
    그렇습니다.

    담백한맛도즐기시구
    좋은친구와함께하는한주간되시길요.   

  14. 푸나무

    2013년 12월 1일 at 11:13 오후

    조르바님
    고마워요.^^*   

  15. 잎사귀

    2013년 12월 2일 at 2:55 오전

    단호함
    에너지
    두단어가제눈에탁걸리네요^^
    푸나무님의글단호하고
    에너지솟는거느낍니다.   

  16. 푸나무

    2013년 12월 3일 at 1:30 오전

    하하,
    그렇습니까?
    근데전
    단호함과는거리가좀있어요.
    잘끌려다니거든요.
    잎사귀님께서는
    단호하셔셔?
    혹은그리하지못하셔서?
    어느쪽이실까….   

  17. 凸凸峯

    2013년 12월 4일 at 4:13 오후

    독백체글
    제가좋아하는
    문체입니다.   

  18. 푸나무

    2013년 12월 5일 at 5:24 오전

    ,
    철님께서는
    겨울잘보내고계사는지요?
    아사시는곳은따뜻한곳이구나….
    이곳은요며칠미세먼지로…
    추위가오든지
    비가오든지해야할것같은데…..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