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 화장터에서

장례식으로이틀을보냈어요.

저를많이사랑해주시던권사님이소천하셨거든요.

그게벌써구년전일이더라구요.

눈이아주많이온날이었어요.

그래서제기억에는한겨울인데

권사님따님은32일이었다고하더군요.

그러니까삼대가살던집이었는데

홀로된딸의딸외손녀가5학년으로올라가던첫날등교일이었다구해요.

그날눈이많이와서

권사님옆에서새벽예배를드렸는데

권사님이나가시고나서생각이드는거예요.

혹눈에넘어지실까

부랴부랴저두신을신고나갔죠.

그리고팔짱을끼고걸어가면서이말저말을하는데

말씀이없으신거예요.

몇번이나대답이없으셔서

그제야머리가돌더라구요.

권사님댁에연락을하고…119에연락도하고

더심할수있었는데빨리발견해서……그나마몸은움직이실수있었어요,

말은못했지만.

그후로차츰쇠약해지셨고

요양원에계시다가결국돌아가신거죠.

말을할수없으니

눈물이언어가되더군요.

반가워서눈물..말대신눈물.슬픔대신눈물….아픔대신눈물

회한의눈물도왜없었겠어요.

전도서에있죠.

<잔칫집에가는것보다초상집에가는것이좋다.

산사람은모름지기죽는다는것을명심할필요가있다>

다른것은몰라도

모름지기죽음은명심하고살려구해요.

내게죽음은

욕심을없애주는소박한묘약이기도하고

일희일비에서벗어나게하는대범한묘약이기도하지요.

부자들..누리는자들앞에서도

전혀꿀리지않게하는담대한묘약이기도하구요.

어떤사람이든일단은이해하고보자는

긍정의힘을주는묘약이기도해요.

임관예배

곱게화장까지한그러나이미물체가되어있는….

생명이,영혼이떠난..몸은물화되어요.

물화된육체는내가알던그분이아닌것같아요.

차라리제이십대외할머니처럼어디우리주변공간.어디에계시는가

허공으로눈길이가요.

슬픔보다는쓸쓸해요.

그렇죠.

나도저러리..

금방저러하리권사님일이아니고내일이리

생명은무정해요.

그런생각을하면서도

먹고커피도마시고커피향기가괜찮네

춥구나바람이차가워

하며시간들은흘러가죠.

너무도여상하게

벽제화장터는호황이더군요.

리무진버스에대형버스에수많은사람들에

화장은죽음을박살내는일이죠.

혹시나..를없애는

육체를아주작게해버려서완벽하게사라지게하는

울면서완전한주검을만드는일.

쿨하고심플한일같기두해요.

땅보다혹시조금더서운한일아닌가..하면서도결국은같은거죠.

땅속의개미가먹던

날아다니던새가먹든.

새의먹이를개미에게주려하는가

.장자통큰사람생각두났어요.

육체를살아있게하던영혼은….어딘가자리를옮겼을거예요.

머물곳이달라진거겠죠.

육체가땅으로향하듯.

흙에서와서흙으로향하듯

영혼도어딘가그왔던곳으로,보내진곳으로,돌아가겠죠.

사람과의헤어짐뿐아니라

육체와영혼의헤어짐도있을거예요.

그분리가쉽지않아서

오래앓든지

그러는지도모르겠어요

사람마다그역시다르긴하지만요.

에전에어딘가먼여행을갔을때어느분과의대화….

지나가는사랑스러운외국인아이..

왜늙으면저렇게사랑스럽지않을까요.

늙어도저렇게사랑스럽다면서로부모님을모시려고할텐데..

저렇게사랑스럽다면어떻게이별하겠소?

그러네요.

긴병은..

애달픔을약화시키는일이기도하고

좋을호를넣어상도되는

홀가분한이별도있지만

고통스러운이별도있더군요.

불타기전마지막관과의마지막대면….

울음도통곡도아닌짐슴의소리같은고통에젖어도무지감당할길없어

사람이아닌고통이주인이되어내지르는소리….

그기이한소리가내맘을후려치더군요.

세상에이별은얼마나슬픈가….

모름지기죽음….

그기이한소리앞에서는아무런맥을출수가없더군요.

나중에보니젊은남편..아마도오십대….초반쯤잘생기고훤칠한

그리고젊은아내..

아직어린아이들….그아이들의젊은친구….들같은….

다시만날수없는이별앞에서….

권사님이타는동안

우리는화장터아래에잇는식당으로와점심을먹었어요.

갈비탕설농탕..설농탕특

배추김치는맛이없엇고

깍두기는괜찮더군요.

국에밥을잘막어먹지않는나는

국물떠먹어가며깍두기를먹었어요.

다시돌아와기다리는동안

거기창밖에심어진대나무를보며같이게신분이묻는거예요.

저대나무한마디가일년크는거예요?

아뇨.대나무는일년에다커요

정말요?

대전이북에서는안크는나무인데이젠잘자라요.온도가확실히달라졋나봐요.

이상하게두어줄만심어도숲같은느낌이있어

좁은데에심으면풍성한느낌이들기도해요.

계림대나무는대나무네댓개로배를만들만큼크더군요.

소동파가그랬어요

돼지고기보다대나무가더좋다고….

물론소동파이야기까지는안했죠.

날씨는올해들어가장추운날이라고했는데

했살은눈부시고하늘은맑고푸르더군요.

남천나무를내리쬐는햇살….

아이파리를너무도이쁘게비추어

사진을찍지않을수없었어요.

전에내린눈은시들지않은채땅을덮고있었고

그위의나뭇잎들은눈을덮은채푸른색을지니고있었죠.

식물만무심한가..

사람도무심하죠.

권사님이타는동안….

먹고마시고…

커피도세잔이나마셧죠.

그리고사진까지찍었으니…

한사람이아니수많은사람이세상을떠나한줌재가되어도

세상은눈곱만큼도변하지않는거죠.

다시죽음을

학습햇죠.

그무심함을..

구무심함속에배인차가운참람함을…

참람함뿐이겠어요.

현언치못할그수많은것들….

권사님

잘계신거죠?

눈물없는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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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순이

    2013년 12월 28일 at 12:31 오전

    오래전에그권사님얘기했던것기억나네요.

    소천하셨군요.

    권사님의명복을빕니다.   

  2. 푸나무

    2013년 12월 28일 at 12:47 오전

    그랬을거여요.
    ….

    그나저나해가저물어가는데
    선탄절지나고만나고싶었는데
    오늘도두탕이나뛰어야하고…
    다음주월날점심어떠세요
    송년밥….ㅎ.   

  3. Lisa♡

    2013년 12월 28일 at 2:49 오전

    고인의명복을빕니다.

       

  4. mutter

    2013년 12월 28일 at 9:46 오전

    죽음이라는것
    조금일찍죽고,조금늦게죽는것.
    죽을만큼아파야죽어지는것

    누구가많이아프다하면
    나를두고먼저가려나보다는생각이드는거예요.
    사랑하는사람들이하나둘내곁을떠날준비를하는것같아
    내가슴이울어요.
    내일내가먼저갈수도있는데말예요.
    가신분의얼굴을보면참평안해보이지요.
    더이상안아플것이라는생각도들고.
    교회를십년도넘게못갔는데내일은교회를가고싶어요.   

  5. 인회

    2013년 12월 28일 at 1:13 오후

    호화이더군요에묘한아이러니가이네요.
    제작년저희시파파께서돌아가셔서벽제화장터에서일을치루고…한줌의재가되어도자기항아리에담아줘나오던날…

    정말무기력해지더군요.
    며칠전건강검진에서재검이하나나왔었는데다시검사받기전에는정리하고그동안욕심내던것이부질해지더군요.

    잘살아야겠습니다.
       

  6. J cash

    2013년 12월 28일 at 4:13 오후

    누가…
    ‘죽음은신앞에서누리게될
    더높은삶으로들어가는문’이라했다면서..요
    푸..를많이사랑하셨던권사님..
    그곳에서잘계시겠지요

    웃으세요ㅎㅎㅎ   

  7. 쥴리아스

    2013년 12월 29일 at 1:34 오후

    화장터에가면기분이묘해집니다…한갖재로변하는육신을아직도받아들이기어렵구요..다른한편으로화장터의호황,수많은산사람들의응시가복작거릴지라도정작불이붙을때는그것자체에압도되는허무…뭐그런것…무심하여라….정신적으로회복하시길…   

  8. 말그미

    2013년 12월 30일 at 3:52 오후

    고인의명복을빕니다.
    그토록오랜인연이군요?
    여러가지로착잡하셨으리라짐작합니다.
    참무심하지요,죽음은…
    부모님이돌아가셔도밥을먹어야되니…
    물론커피도마시고사진도찍을수있으면찍겠지요.

    하루가지나면새해입니다.
    새해도즐겁고,건강하고,활기찬생활일수있도록해요,우리…
       

  9. 凸凸峯

    2013년 12월 30일 at 5:31 오후

    벽제에아직도화장터가있군요.
    소천(召天)하는곳….명복!

    옛부터벽제에는화장터도있었지만
    유명한’보신탕집’도몇군데있었지요.
    한편에서는죽음을슬퍼하고
    또한편에서는건강을챙기고
    그런게…..
    明暗?生死?喜悲?….
    요지경같은인간사가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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